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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신
린지 페이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민자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던 1845년의 뉴욕.
술집 바텐더를 하다가 막 출범한 NYPD 소속 경찰관이 된 티머시 와일드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유곽에서 탈출한 10세 소녀 버드를 만나게 된다.
방화와 약탈 등 각종 범죄로 인해 도시가 온통 몸살을 겪고 있던 상황에
연이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하자 티머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쫓기 시작하지만 쉽사리 단서를 찾지 못하는데...
19세기 중반의 혼란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보면서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의 장면들이 계속 떠올랐는데
토착민들과 이민자들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거의 무정부상태에 이르게 되자
뉴욕시는 경찰관을 대거 채용하면서 오늘날의 NYPD의 원조를 창설시키는데
그때 멋도 모르고 경찰관이 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티머시 와일드였다.
형인 밸런타인이 경찰서 지서장이지만 형과는 미묘한 갈등관계였던 티머시 와일드는
버드와의 만남 이후 열혈 경찰관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후 아이들 사체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이런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을까
싶었는데 사건은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질질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의 죽음보다는 오히려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토착민들 간의 다툼으로 인한 혼란했던 당시
상황이 더 와닿는 느낌이 들었는데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했던 '살인의 해석'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배트맨으로 더 유명한 '고담'이란 애칭의 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일종의 역사팩션으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나름 과학적인 수사를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거의 CSI의 원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고 유명한 NYPD의 초창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나름의 재미라 할 것이다.
다만 너무 그 당시 상황이나 등장인물들 묘사에 치우치는 바람에
사건 전개속도가 떨어져 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는 데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보통 재밌는 스릴러 책은 이 책과 비슷한 분량이어도 금방 진도가 팍 나가는데
이 책은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야 했다.
아무래도 19세기 중반이라는 역사 속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좀 더 철저하고 정교하게 표현하는데 신경을 쓰면서 사건 자체의 진행엔 좀 소홀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19세기 중반의 뉴욕을 배경으로 개연성 있는 사건과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그 시대의 치부를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임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