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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6/pimg_7697402533010190.jpg)
언젠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케이블에서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등장했던 사연 중의 하나가 '폴리아모리' 라고 하는 다자연애, 즉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연애에 관한 내용이었다. 단어 자체도 생소한 폴리아모리를 하자는 남친의 제안을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여성의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그 사연을 보고 '저런 미친 -_-; '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저런 일이 가능할까라고 했는데 이 책의 줄거리가 바로 그런 다자연애를 지향하는 남성을 사랑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다자연애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양 쪽 다 두 명 이상과 사겨도 관계없다는 것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남자 쪽만 다자연애고, 여자들은 한 명의 남자를 공유하는 식이다. 흔히 말하는 일부다처제인 셈이다.
아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요즘 같은 때 일부다처제가 가능이나 한 말인가 싶지만 실제로 아직 일부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에서는 합법적이니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무려 어메리카인(?)이며, 간호사라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이다. 아주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가에 독립적인 여성이 주인공인 것이다.
여성의 이름은 써스데이. 그녀는 오직 목요일에만 남편을 만날 수 있다. 사람 이름이 목요일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지만 어쨌거나 정작 본인은 지금의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고, 또 지금까지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남편에게는 자신 외에 월요일 아내와 화요일 아내가 있다. (왜 수요일과 금요일, 주말이 없는지 궁금하겠지만 책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나름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ㅋ). 써스데이는 남편이 다른 아내들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월요일과 화요일이 어떤 여자인지 만나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그녀들에 대한 질투심도 커져만 간다. 특히 자신은 이제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아이를 임신한 월요일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던 찰나 남편의 주머니에서 '해나'라는 여성의 이름이 찍힌 진료비 청구서를 발견하고 그 여성이 바로 월요일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다른 요일의 아내들끼리는 만나지 않는다는 그들만의 규칙을 깨고 써스데이는 그녀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그저 먼 발치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만 보고 가려고 했지만 우연히 해나와 마주치고 그 둘은 서로 친구가 된다.
이후 남편 몰래 해나와 만나면서 써스데이는 해나의 팔목에 있는 멍자국을 발견하고, 해나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 얼마 후 다시 만나게 된 해나의 눈두덩이에서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는 멍을 발견하게 되고 써스데이는 남편이 해나를 폭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제 써스데이는 해나와 해나 뱃 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남편과 최초로 결혼 했었던 첫 번째 아내이자 유일하게 남편의 과거를 알고 있는 화요일, 레지나에게로 향한다.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명적인 심리스릴러'. 평소 추리소설, 스릴러에 자주 쓰이는 표현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이 소설에 딱 맞는 표현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반전을 선보이는데, 솔직히 중간에 너무 궁금해서 마지막 장을 잠깐 살펴봤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봐도 '왜 이런 결말이...'라며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마지막 장을 먼저 보지는 말자^^;. 오히려 마지막 장을 봐서 함정에 빠지기 더 쉬워졌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심리 스릴러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써스데이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락가락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계속해서 묘사하는 것이 지나치게 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철저히 몰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어쨌거나 '반전'을 강조한 소설답게 중반 이후부터는 초반과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데,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면서 또 다시 상황이 반전된다. 이 정도쯤 되면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알 수 없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독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마지막까지 몰입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대로 주인공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 덕분인 것 같다.
이렇게 치열하고 복잡한 주인공의 심리와는 별개로 초반 사건 전개는 다소 밋밋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거라고 다른 아내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과 남편을 의심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사실 다른 스릴러만큼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극적인 사건이 없는 대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개인의 심리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독자들도 함께 피폐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반전이 묘미인 소설이라 스포는 할 수 없지만, 결론은 어쨌거나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내가 쏜 화살은 언젠간 돌고 돌아 나에게 오니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짓은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6/pimg_7697402533010192.jpg)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