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찰 - 선비의 마음을 읽다
심경호 지음 / 한얼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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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나누어가진 선인들의 편지
전통시대의 편지를 간찰이라 하였는데, 간찰(簡札)은 본래 죽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이다.  통틀어 종이에 적거나 비단에 적은 편지를 모두 가리킨다. 

옛 선비들의 사귐에는 마음이 머문다. 그들의 사귐은 아침이슬처럼 영롱한 빛이 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 좋고, 짧은 글이지만 마음을 전하는 멋이 있다.
그 아름다운 사귐을 내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기쁘다. 
고고한 정신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나타나는 사귐이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어 
한편, 부러움으로 시셈까지 일어난다.

지난해 죽간을 복원한 전시회를 본적이 있다. 선비들의 다른 간찰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곡성군 옥과에 있는 옥과미술관 2층에 가면 그 마음들이 곳곳에 스며 있어 간혹 찾아가곤 한다. 죽간에 쓰였던 종이에 정갈한 모습이든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쓰여진 모습에서 경건함 마저 들었다.

그런 느낌이 사귐의 사사로움에 마음 더하는게 아니였을까. 
마음을 내 그 마음 보여줄 벗이 없음을 탓하는 지금의 내 모습에서 그 사귐이 지극히 어렵거나 나와는 멀리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았기에...빈방에 들어온 책 중 더 마음이 가는걸거다.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 정호(程顥)는 
“서찰은 선비의 일에 가장 가깝다”(至於書札, 於儒者事, 最近)는 말을 하였다. 
조선조 선비들이 완물상지(玩物喪志)라 하여 서예나 그림 등에 빠지는 것을 기피하면서도 간찰만은 예외로 두었던 이유는,  자신의 글씨와 문장력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더러는 잠시 한가한 시간을 내어 대숲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듣고 배꽃에 흐르는 비를 맞으며 그림자하고 즐긴다오. 그 누가 이런 흥을 알겠습니까!”
- 이덕무가 백동수에게 안분지족의 뜻을 전한 간찰 중에서

"바람 잘 드는 마루를 벌써 쓸어놓고 기다리오"
― 허균이 권필에게 내방을 권한 간찰 중에서

"그대가 서신을 보내는 것도 마음이요, 내가 답장을 하지 않는 것도 역시 마음이니
마음에 어찌 둘이 있겠습니까"
― 김정희가 초의 선사에게 근황을 알린 간찰 중에서

공허한 마음에 먼 하늘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옛 선비들의 마음이 담긴 글에서
따스한 사람의 향기를 발견하는 것은 지극히 아름다운 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표현기법이나 표형두구가 달라질 지언정 
그렇게 마음 나누는 기회가 많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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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기행 -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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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발자취를 찾게되는 마음엔 무엇이 있을까?
시간이 많이도 지났고 흔적이라야 쾌쾌묵은 서적과 먼지낀 유적만이 남아있지만 그들의 생활방식과 가치관, 삶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와 멋을 찾아 늘 혼자만의 여행길에 나선다.
유산록...산을 유람하고 난 후 그 기록...느린걸음에 갓을 쓴 선비들이 산에 갔단다.
그것도 아주 높은 산을 몇일에 걸쳐 말을 타기도 하고 가마에 올라, 때론 험한길 마다 않고 직접 걸어서...그렇게 올라간 산을 선비들에게 그냥 산이 아니다.

“낮은 데서부터 높은 이상으로 상승하고 지류를 소급하여 근원을 탐구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일임에야, 산놀이의 가치는 새삼 다시 말할 것이 없으리라.”

이황, 정약용, 허균 등 조선 선비 54명이 산을 유람한 뒤 그 소회를 기록한 유산기(遊山記)를 엮은 책이다.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등 35곳의 산이 소개된다.  한자 원문을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매끄럽게 번역하고 해설도 달았다.  또 글에 어울리는 산수화와 지도 70여점도 함께 수록했다.

"아아, 내가 일찍이 저 조각구름 아래 있을 때는 어둑하면 온 천하가 어둡다고 생각하고 
밝으면 천하가 다 밝다고 생각하였으며, 한 단계 올라가면 더 높은 곳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한 단계 내려가면 더 낮은 곳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것을 회상하니 참 우습다"
(김윤식 '윤필암에서 멀리 조망한 기록')

그 산은 선비들의 정신 세계와 직결되는 뭔가가 있었다. 선비들에게 산은 가슴 속의 티끌을 씻어내는 휴식과 풍류의 공간이었고, 백성을 돌아보고 임금을 그리는 곳이었다.
몸이 불편해 직접 산에 오르지 못할 때도 산을 즐길 방법은 있었다. 
서재에 산수화를 걸어두고 마음을 달래는 
'와유(臥遊.누워서 즐김)'를 했다.(강세황 '산향기')
그래서 이들의 유산록에는 산은 산으로 있는게 아니고 삶이며 인생이며 철학이고 예술이 녹아있다.

선인들의 정신세계는 하늘에 맞닿아 있다.
단풍철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등산이 꼭 산의 정상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느낌만으로 가는걸 분명아닐 것이다.
산 언저리에서 느리게 산보하며 온몸으로 산을 느끼는 것 또한 산을 찾는 좋은 방법이 아닐런지...
일상에서도 급한 마음이 산에가서도 이어져 오히려 더 급해지는 모양을 떠올리면 웃음이 번진다.

이번 주말엔 무등산에라도 올라 조선 선비들의 그 정신세계를 공감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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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바이디 라오스 - 시간이 머무는 곳, 라오스에서 보낸 730일의 일기
이영란 지음 / 이매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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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라오스
미국의 패권주의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에서 겨우 조금 보았던 것 같고 공산혁명의 과정에서 자본주의 시각으로만 보았던 피의나라가 내가 아는 라오스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 라오스를 다녀온 여행기를 보았다.
[싸바이디 라오스] 우리말로하면 그냥 “안녕하세요 라오스” 정도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어떤 걸까? 라는 생각이 내내 떠나질 않았다. 내가 가진 것 아무것도 없는데 나눌 무엇인가를 찾다보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면 지극히 따스한 인간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곳, 그곳에서 머문 730일의 기록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이 보통의 여행기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책 [싸바이디 라오스]의 저자는 한국해외봉사단원으로 라오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2년간 살았다. 라오스에 가기 전엔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것 역시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엔 사람에 대한 따스함이 늘 베어나고 있다.

휴식 같은 삶이 있는 곳, 욕망이 멈추는 곳, 불교와 코끼리의 나라, 푸른 자연을 배경삼아 사는 욕심 없는 사람들,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 겨우 살아갈 수 있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 우리가 가난한 동남아 국가 라오스에 대해 갖고 있는‘이미지’다. 하지만 『싸바이디 라오스』의 저자는 얘기한다. 휴식 같은 삶이 있는 곳에서 사는 라오스 사람들은‘심심’하다고. 욕망이 멈추는 곳에 사는 사람들도 일을 하고, 꿈을 꾸고, 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그림 같은 자연과 가난하고 순수한 사람들에 대한‘이미지’가 라오스의‘전부’는 아니라고.

라오스 안에서도 가난한 곳이며,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교통과 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싸이냐부리에서 현지인들의 삶과 부딪치며 살아온 사람의 눈으로 피부로 감성으로 느낀 삶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가장 현실적이며 진짜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물론 그 중심에 사람이 사는 이야기다.

집주인 부부와 두 아이가 있는 집에 혼자 세 들어 살면서 라오스 전통 의상을 입고, 흰개미와 매미, 도마뱀 고기까지 식탁에 오르는 라오스 전통 음식을 먹고, 마을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즐기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라오스 사람처럼... 라오스의 음식과 옷, 달력과 돈, 중학교와 대학교 수업 참관기, 유명 관광지인 루앙파방 이야기, 조용한 동네가 떠들썩해지는 명절과 축제, 전국체전 에피소드 등 사람사는 이야기이면서 사회주의 국가라 남녀평등, 개인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교육, 의료, 그리고 연금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인간이 느끼는 행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는 거창한 행복을 말하지 않는다. 아주 일상적이고 소소한 일들에 행복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느끼는 소중한 마음이다. 한국해외봉사단원이라 라오스인들과는 어쩌면 어색한 지위에서 시작한 생활이였지만 사람을 아끼고 그 사람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마음이기에 느끼는 행복이리라.

먼나라...그래서 낫 설게만 느껴지는 라오스라는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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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인생이 선사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틱낫한 지음, 이도흠 옮김 / 아름다운인연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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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걸 아세요?

내게 엄마는 늘 가슴 속 먹먹함과 함께한다. 왜 그런지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지만 늘 그렇다. 내게 증조할머니가 살아 계셨고 할머니 또한 100세 가까이 살아 계셨기에 늘 어른과 함께 살아오셨고 엄마 본인이 할머니가 되고도 한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오며 겪은 마음의 부담을 지켜봐서 일까? 거친 말투에 강해보이지만 유난히 마음 약하셨던 엄마에게 느끼는 안쓰러움도 함께한다.

일찍 엄마 곁을 떠나 학교생활하면서 가끔 찾아뵙는 엄마의 얼굴에서 보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원인모를 어두운 그늘이 늘 가슴에 남아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지만 유독 표현에 서툴렀던 모습이 내게 그대로 전달되어 나 또한 가슴속 살아있는 엄마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다 하지 못한다. 그것이 내내 가슴속 먹먹함으로 남아있나 보다.

이 책 [엄마]는 엄마를 그냥 나를 태어나게 한 모태라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임을 알게한다. 엄마에 대한 애뜻함이 늘 함께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머물게 되는 이유가 뭘까? 가슴속에 담겨있는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는 그 무모하기만한 자기 편리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엄마라는 존재는 모태를 통해 나와 온 우주를 연결해 주는 소통의 연결고리라고 한다. 무궁무진한 우주의 보물을 나에게 안겨주는 통로인 것이다.

이 책 [엄마]는 엄마와 우리가 하나인 이유, 영원히 변치 않은 엄마의 사랑 속에서 살 수 있는 법, 엄마에 대한 화와 실망을 사랑으로 바꾸는 법, 엄마를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는 네 가지 방법 등 엄마와의 마음의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의아해 할 엄마에게‘제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걸 아세요?’라고 말했을 때 서로의 가슴 깊이 번지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저자인 베트남 승려 틱낫한은 책으로, 생명운동가, 평화주의자 등으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사회적 문제든 개인적인 일이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불교경전이나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평범한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도 엄마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모든 사람들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깊은 감동받고 공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늘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엄마에 대한 마음을 담아만 두지 말고 마음을 소통 할 무엇인가를 찾아야겠다. 전화 한통화로도 충분한 출발이 될 것이기에 늦기 전에 시작하자. 마음의 짐을 벗어 엄마와 나 사이의 보물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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