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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평점 :
삼류 트로트 연애시인이 전하는 마음의 위로
허우대 멀쩡한 사내가 대낮에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막춤을 춘다. 미울 만도 한데 정겹게 다가오는 것은 얼굴에 담고 있는 어설픈 미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이란 낯선 공간에 적응하느라 버벅댈 무렵 류근 시인을 만난 첫인상이 그랬다. 그 후 간간히 풀어가는 글 속에서 전해지는 어설픈 유머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로가 필요할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침부터 울고 싶은 날, 나보다 먼저 슬픔이 일어나 눈시울을 깨우는 날, 마치 저쪽에서 고요히 들려오는 이름 하나 있다. 위로가 필요할 때 가정 먼저 생각나는 사람, 만날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바라볼 수조차 없는 사람, 그러나 생각만으로도 마음 안에 분홍의 꽃밭이 일렁이는 사람.
이런 사람 이 생애에서 한 번쯤 만났으면 됐지. 한 번쯤 눈 맞췄으면 됐지.”
(지워진 이름조차 살아와 손을 얹는다 중에서)
'아픈 것은 더 아프게, 슬픈 것은 더 슬프게'
나와 너, 안과 밖, 오늘과 내일, 사랑과 이별, 행복과 괴로움 등 다양한 경계에 머뭇거리는 갈팡질팡하는 마음 상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나는 이것보다 더 확실한 묘책을 알지 못한다. 경계의 양 끝에 한발씩 두고서 어쩔지를 모르는 상황을 끝내는 것은 그 극단을 알았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깊은 권태와 방황,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디”면서도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그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결국 스스로를 다독일 힘의 원천을 찾고자 하는 열망일 것이다. 그 열망의 다른 이름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가끔은 그 사랑에 함부로 속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일상에서 그런 여유를 찾아가자고 속삭이는 것이 류근 시인이 건네는 마음의 위로가 아닐까. 사랑에 함부로 속아줄 준비를 마쳤다. 이제 시인은 어떻게 나를 속이는지 보자.
어느 페이지를 넘기더라도 짧을 글 속에서 만나는 따뜻한 위로는 류근 시인의 맑고 따스한 마음 이전에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이니 간직된 온기가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다독임과도 다른지 않을 것이다. 류근 시인을 바로 그 접점에서 사뭇 진지한 농담을 건네고 있다. 류근 시인의 노랫말에 가수 김광석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전하는 위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류 트로트 연애시인’, '나의 이데올로기는 낭만주의'라고 스스로 표방하는 사내의 속내는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쌓이는 감정을 그럴듯하게 왜곡하여 드러내고자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솔직 담백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나가는 글의 은유가 때론 두어 발자국 물러나 자신을 살피게 하지만 그 모든 것에서 시인의 단정한 마음가짐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