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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마음 강화 습관
기무라 코노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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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항상 긍정적이고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멘탈이 강한 사람들은 화가 나고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 얼른 궤도 수정을 해 우울한 기분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강한 멘탈이 아니라 회복력이다. 멘탈이 약하면 약한 대로 괜찮다. 멘탈이 무너졌다면 생각을 멈춰라. 저자는 멘탈이 무너졌을 때 빠르게 일반 모드로 회복할 수 있는 데에 능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것은 연습의 결과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감정 조절에도 능하다.

 

자신도 파악할 수 없는 마음속 응어리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말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민감해져야 한다. 색의 종류를 많이 아는 화가가 그림을 섬세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을 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막연한 불안감만 커진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다. 저자는 멘탈이 약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실은 섬세한 사람이라 말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는 데 서툰 이유는 주변 눈치를 보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남보다 잘하는 것 찾아보기도 추천할 만하다. 우리의 뇌 속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정보를 보존하고 처리하는 작업 기억이라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인간이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작업 기억은 5가지다. 불안할 때일수록 불안을 제공한 원인이 사실인지 망상인지 검증하고 사고의 폭주를 멈추어야 한다.

 

부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해보자고 생각하자. 2가지 선택지가 있다. 3년 후에는 나도 저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저자의 말 중 인상적인 것은 장애인은 한정된 것에만 의존할 수 있고 비장애인은 다양한 것에 의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의존하는 대상이 많을수록 좋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2시간 연속으로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에 대해 평가할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괜찮다. 열심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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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 기후 위기랑 무슨 상관이야 - 안전한 내일을 위한 어린이 환경 교과서,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정지윤 지음, 조천호 감수 / 파란의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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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 기후 위기랑 무슨 상관이야‘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읽을 만한 책이다. 아니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책이다. 푸른 하늘, 산 등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사는 정지윤이란 분이 대기과학자 조천호 저술가의 감수를 받아 내용을 구성하고 그림까지 그렸다. 이 책은 한 마디로 기후 위기와 탄소의 강력한 연관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기 구성 요소들 중 0.04%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의 급소를 때리는 온실가스는 종류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 중에 남아 누적된 채로 미래 세대에게 넘겨진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오르면 생기는 본격 기후 위기가 2030년대에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2050년대에는 우리를 파국에 이르게 하는 2도 온도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미래 기후는 인간이 하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구 온도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날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역의 계절을 평균해 구하는 온도를 말한다. 기후란 날마다 변하는 날씨들의 정보를 30년 넘게 모아 평균을 낸 수치다. 매일 변화하는 기온, 강수, 바람 등의 정보를 평균하는 것이다. 빙하기 때부터 지구 온도가 5도 오르는 데 1만년이 걸렸으니 평균 2천년에 1도가 오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1도 오르는 데 170년이 걸렸다. 170년이란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를 말한다. 기후 차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지구의 둥근 모양이다. 이 때문에 태양 열을 골고루 받지 못한다. 넘치거나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태풍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다양한 활동들 가운데 하나다. 태풍의 풍이 바람이란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바람이 큰 역할을 한다.

 

지구는 추운 곳은 덜 춥게, 더운 곳은 덜 덥게 해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너무 빠르게 오르는 온도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조절 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다. 제트 기류란 것이 있다. 적도의 뜨거운 공기와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부분에 생기는 바람층을 말한다. 좁은 지역에서 부는 쏘는 듯한 강한 바람으로 두 공기를 잘 섞어 공기가 잘 흐르게 해준다. 그런데 지금 북극과 남극의 온도 차이가 줄어 제트기류가 힘을 쓰지 못한다. 그 결과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졌다. 제트 기류가 힘을 쓰지 못해 북극의 찬 공기의 하강을 막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북극이 뜨거워졌지만 여전히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다.

 

북극의 하얀 빙하는 햇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다. 이에 비례해 어두운 빛을 내는 바다가 넓어져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바다도 물이니까 뜨거워지면 부피가 늘어나 해수면이 올라간다. 바닷물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많이 발생시킨다. 비를 부린 수증기는 주변으로 이동하고 점점 차가워지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공기가 내려가기만 하니까 비를 내릴 구름을 만들 수 없어 가뭄이 들기도 한다. 문제의 근원은 탄소, 아니 탄소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우리다. 탄소는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는 성질 때문에 어디에나 있다. 모든 생명체의 몸 속에 탄소가 있다. 산소, 질소, 아르곤, 온실 가스 등으로 이루어진 공기층을 알 필요가 있다. 빠져나가는 열의 일부를 막아 지구를 너무 뜨겁지 않게 해 살기 좋게 해주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석탄과 석유에서 만들어진 탄소로 구성된 대표적 온실가스다. 온실가스 때문에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온도가 높은 것이다. 지금껏 늘어나는 탄소를 흡수해주던 바다도 그 능력에 한계에 이르고 있다. 대륙 이동, 운석 충돌, 거대 화산 폭발 등은 기후를 급격히 변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지금의 급격한 온도 변화는 인류의 책임이다. 플라스틱 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생긴다. 최초의 석유를 높은 열로 가열해 플라스틱 원료를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다. 높은 열로 가열하려고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기 때문이다. 이 병들을 차로 나르는 중에 탄소가 나온다. 방방곡곡 실어나른 플라스틱 병을 냉장 보관하는 중에 온실가스가 생긴다. 우리는 이런 병을 너무 쉽게 버린다. 이것이 바로 플라스틱 병이 만드는 탄소 발자국이다. 발자국이란 이동 경로를 말하는 듯 하다.

 

우리가 탄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지금의 세상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 햇살이나 바람 등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전기 자동차도 만들어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이나 갯벌을 잘 가꾸어야 한다. 석탄을 태워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내보내는 전기를 아껴쓰는 것도 방법이다. 고기를 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나바다 운동은 변함없이 중요하다. 목표는 탄소중립이다. 탄소 배출과 흡수 사이의 균형을 말한다. 자기 집에 불이 난 것처럼 재빨리 행동하라는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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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 -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
마커스 브릿지워터 지음, 선영화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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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밀어붙이기보다 북돋울 때 비로소 시작되며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식물 애호가이자 교육자, 가든 마커스의 운영자인 마커스 브릿지워터가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에서 소개한 핵심 구절이다. 저자는 자신을 성장시켜줄 다섯 가지 도구를 언급한다. 씨앗; 선택과 경험, 토양; 공동체와 환경, 수분 측정기; 관점 대 인식, 삽; 유용한 도구 대 해로운 무기, 정원사; 생명과 세계 등이다.

 

식물에게 농약보다 더 해로운 것은 비료라고 한다. 비료는 식물을 빨리 자라게 한다. 그 결과 식물은 허약하게 자랄 수 밖에 없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는 마음, 몸, 영혼의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책이다. 저자는 마약, 폭력, 범죄가 만연한 플로리다주 젤우드 지역의 입양 가정에서 자란 사람으로 어린 시절 발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머리털이 빠지는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학급에서 피부색이 다른 유일한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과 인종차별을 당했다.

 

하지만 양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식물 돌보는 법을 배우면서 꿋꿋하게 자라 식물의 지혜를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강연하며 살고 있다. 저자는 학교 폭력에 시달릴 때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공격자의 면전에 미소를 지은 것이다. 저자는 관찰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생각,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능력은 성장에 필수적이다.

 

저자가 식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의 지혜를 얻었는지 보자. 저자는 라벤더와 장미를 예로 든다. 두 식물은 서로 도움을 주는 공영식물이다. 장미는 식물에 해를 끼치는 진딧물을 유인하고 라벤더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를 끌어들인다. 이를 예로 들며 저자는 현재의 취미, 습관, 일과가 어울리지 못한 채로 삶의 질을 저해한다면 과감히 솎아버리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논지에 필수적인 항목은 인내다. 인내심은 무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계속 집중하고 관찰하는 태도이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적 실천 행위다. 영혼을 돌보는 일은 식물 한 포기를 키워내는 과정과 같다. 모두의 영혼에는 성장 잠재력이 숨어 있고 적절하게 관리하면 꽃을 피워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공동체를 에너지와 자원, 환경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공동체의 개념을 사람에 한정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동체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와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식물학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고 스스로 식물 전문가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성장을 일구는 일이 늘 즐거웠다고 덧붙인다. 저자가 밝히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 이유는 1) 식물이 원하는 환경과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 2) 친절하고 끈기 있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식물을 돌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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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34
좌용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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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용주 교수의 '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는 17세기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경험론 철학자답게 그는 대륙의 해안선이 닮았다는 말을 했다. 1620년의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질학적 증거에 근거해 과학적 가설을 세운 사람은 알프레드 베게너다. 대륙의 해안선이 닮았다는 것은 옛날에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었다는 의미다.

 

닮은 해안선은 1) 아프리카 서쪽 해안선과 남아메리카 동쪽 해안선, 2) 아프리카 북서쪽 해안선과 북아메리카 동쪽 해안선이다. 남극대륙과 호주 대륙도 닮았다. 예전에 붙어 있었다는 의미다. 지금의 대륙은 판게아라는 수퍼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이때는 대륙도 하나였고 바다도 하나였다.

 

판달라사라는 이름의 바다로 모든 대륙을 둘러싸는 무척 큰 바다다. 북의 로라시아 대륙과 남의 곤드와나 대륙 사이에 테티스라는 바다가 있었다. 후에 지중해가 되는 바다다. 판게아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 것은 약 2억년전 정도의 일이다. 생물 화석도 대륙 분리의 증거가 된다. 오래전 지구 위에 살던 생물들이 죽어 땅에 묻히면 화석이 된다.

 

죽은 생물들 위에 점토나 모래 같은 물질이 두껍게 쌓여 퇴적층을 형성하고 단단하게 굳어 암석이 된다. 이 속에 생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과거에 붙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륙들에서는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암석들이 분포하고 그것들에서 같은 종류의 화석들이 발견된다.

 

동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이 나타난다. 지각과 맨틀 이야기를 하자. 지각은 가벼운 물질로 구성되었고 맨틀은 무거운 물질로 구성되었다. 가벼운 지각이 무거운 맨틀 위에 떠 있다. 지각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지표 위에 솟구치는 높이와 맨틀에 잠기는 깊이가 증가한다. 가벼운 지각이 저절로 가라앉을 수 없다.

 

이를 지각평형설(isostasy)이라 한다. 높은 만큼 깊어야 균형이 잘 잡힌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육교를 통해 동물들이 오고감으로써 두 대륙에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았고 지금 대륙이 분리된 것은 육교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지각평형설에 위배된다. 대륙 이동의 증거들 가운데 기후 증거도 있다.

 

대륙과 기후도, 해양과 기후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암석들은 과거 지구 기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석탄은 높은 습도를, 사막의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은 아주 건조했던 기후를, 소금과 석고는 온난하고 증발이 많았던 기후를, 빙하의 흔적은 지구의 아주 추웠던 기후를 말해준다. 빙하는 흘러가면서 조각난 돌들을 운반하고 두껍게 쌓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것을 빙하퇴적물이라 한다. 단단히 굳으면 빙하퇴적암이 된다. 19세기 중반, 후반에 걸쳐 인도, 호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여러 지역에서 많은 빙하퇴적암이 발견되었다. 빙하퇴적암만으로 예전에 빙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빙하는 흘러가면서 아래의 암석과 마찰을 일으켜 그 표면에 날카로운 홈을 파놓는다.

 

빙하에 의한 마찰 흔적을 빙하찰흔이라 한다. 이 날카로운 홈들은 빙하가 흘렀다는 증거이자 빙하 유동의 방향을 알려주는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적도 부근에 빙하의 흔적이 있고 빙하찰흔의 방향이 바다에서 육지로 났다는 사실이다. 3억년전에 빙하기가 찾아왔다. 3억년전의 빙하 흔적은 대륙이 판게아를 이루었을 때 지구에 있었던 빙하기의 흔적이다.

 

빙하의 분포가 판게아의 남쪽에 모여 있고 빙하가 흐른 방향은 일정하게 남극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빙하 흔적은 대륙이 떨어질 때 이동한 것이다. 빙하 흔적이 적도에 남은 것이 아니라 빙하 흔적이 남겨진 대륙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륙 이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영국의 한 지질학자가 굉장한 아이디어를 냈다.

 

대륙 아래의 맨틀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대륙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구 내부에는 방사성 붕괴를 하는 원소들이 여럿 있다. 이 원소들이 오랜 기간 동안 방사성 붕괴를 했다면 지구 내부에는 상당히 많은 열이 모여 있을 것이다. 이 열이 대륙 아래 맨틀을 데웠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즈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원소가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이 맨틀을 가열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가열된 맨틀은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대류함으로써 뜨거워진 맨틀이 상승하고 옆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방사성 붕괴로 열을 받아 뜨거워진다 해도 기본적으로 고체인 맨틀이 어떻게 대류를 할까? 가열된 맨틀은 짧은 시간에는 고체로서의 성질을 가지지만 아주 오랜 시간으로 보면 서서히 운동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맨틀이 대류한다고 할 때 한 번 순환하는 데 1억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맨틀은 충분히 대류할 수 있다. 커다란 대륙 아래로 가열된 맨틀이 상승한다. 이 흐름에 의해 대륙이 옆으로 갈라진다. 맨틀이 수평으로 흐를 때 대륙은 좌우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대륙들 사이로 새로운 바다가 만들어진다. 옆으로 이동해간 대륙은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두꺼워진다. 거기서 높은 산맥이 만들어진다.

 

이동해 간 대륙의 끝자락 바로 아래로 맨틀의 흐름은 하강한다. 거기에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아서 홈즈의 생각이었다. 이를 맨틀 대류설이라 한다. 방사성 가열은 맨틀의 상승과 하강이라는 거대한 세포를 만든다. 대륙 아래에서 상승하고 퍼져나가는 대류 세포는 대륙을 분리시키고 대륙의 조각들은 양쪽으로 이동한다.

 

그 사이에 새로운 해저가 만들어진다. 대륙은 계속 이동하지만 맨틀 흐름의 하강이 생기는 장소에서 멈추게 된다. 가벼운 대륙 물질들이 무거운 맨틀 아래로 가라앉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주변부에 쌓여 산맥을 형성하게 된다. 또는 대륙 주변부의 지표에는 지향사란 움푹 팬 지형이 생기고 거기서 퇴적물이 쌓인다. 이 지향사의 퇴적물은 계속 옆에서 밀어붙이는 힘에 의해 솟구쳐 올라 산맥이 될 수 있다.

 

홈즈의 이런 생각은 왜 산맥들이 생기고, 그것들은 왜 대륙 주변부에 주로 나타나는가, 하는 의문을 한 번에 풀 수 있게 했다. 해저를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해저에는 들판도 있고 산도 있고 산맥도 있고 골짜기도 있다. 편평하기만 한 땅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바다 한가운데 해령이 있고 끝자락에 해구가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맨틀 대류설을 떠올린 과학자들은 맨틀이 솟아오르는 장소에 해령처럼 솟아오르는 지역이 생기고 맨틀이 가라앉는 장소에 해구처럼 깊은 골짜기가 생긴다고 추측했다. 상승한 맨틀은 옆으로 퍼져나간다. 왼쪽 옆으로 움직이는 맨틀은 시간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무거워진다. 이 맨틀이 드디어 대륙을 만나게 되면 더 이상 옆으로 갈 수가 없게 된다.

 

그때 차갑고 무거워진 맨틀은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그곳에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만들어진다. 맨틀은 해령에서 올라가서 옆으로 이동하다가 해구에서 다시 내려간다. 깊은 곳에서 옆으로 움직이던 맨틀은 해령 바로 아랫 부분에 와서 다시 솟아오른다. 전체가 하나의 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맨틀 위 대륙 지각이 맨틀과 함께 움직인다.

 

대륙 지각은 옆으로 이동하는 맨틀을 타고 함께 이동한다. 후에 만들어진 해저 지각도 움직여 이동한다. 즉 해저가 갈라지는 것이다. 해저 지각의 중심부가 계속 갈라지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그곳을 계속 올라오는 맨틀 물질의 일부가 채운다. 이 물질을 마그마라고 한다. 이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는 해저의 암석이 현무암이다.

 

해저 지각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틀로부터 온 물질이다. 맨틀이 대류하면서 해저가 갈라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미국의 지질학자였던 헤스와 디츠이다. 이들에 의해 발표된 해저 지각이 갈라지고 이동한다는 이론을 해저확장설이라 한다. 이로써 대륙이동설이 부활하게 되었다. 지구의 자전축과 자기장의 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진짜 북쪽인 진북과 나침판이 가리키는 북쪽인 자북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를 편각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자북이 진북보다 서쪽으로 6도에서 7도 정도 떨어져 있다.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곳에서 해령이 생기고 해령에서는 마그마가 분출하여 새로운 해저 지각이 만들어진다. 마그마는 해저에 분출하여 식으면서 현무암의 암석을 만든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의 해저 지각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맨틀이 양 옆으로 이동함에 따라 해저 지각도 갈라져 옆으로 이동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약 2억 년보다 오래된 해저 지각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저 지각이 옆으로 이동하다가 도착하는 마지막 장소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인 해구이다.

 

해저 지각은 해구에서 맨틀 아래로 기어 내려간다. 해구에서는 맨틀 흐름이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해저 지각은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해령에서 탄생하고 수평운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다 해구에서 맨틀로 되돌아간다. 이것을 맨틀 대류의 순환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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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 - 46억 년 지구의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 DEEP & BASIC 시리즈 9
얀 잘라시에비치 지음, 김정은 옮김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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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번역 책 ‘조약돌 속의 행성'(The planet in a pebble)의 저자 얀 잘라시에비치(Jan Zalasiewicz; 1954 - )의 책 ’지질학‘.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책이다. “이 책은 엄청나게 거대하고 다면적인 주제에 대한 간략한 밑그림이다.”란 저자의 말대로. 저자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역동적이고 진화하는 경관의 기록이라 말한다. 우리는 항상 지질학에 둘러싸여 있다. 가령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형태를 잡아서 빠르게 변성시킨 이암(泥巖)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우리는 그런 이암을 벽돌이라 부른다.

 

우리의 일터는 석회와 진흙을 섞어서 만든 거대한 모래성이다. 우리는 그 모래성을 콘크리트 빌딩이라 부른다. 지질학은 사실상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리학, 해양학 등 다른 과학을 아우르는 과학이며 인문학과 예술과도 여러모로 연관이 있다.(20 페이지) 저자는 지질학을 아는 사람들, 지질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아마추어 애호가들까지도 지질학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본문에는 지질학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 이름이 나온다. 그는 이탈리아의 자연주의자이자 곤충학자였던 울리세 알드로반디(1522 - 1605)다. 1603년에 시발이 된 지질학이란 단어는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사용되지 않았다. 지질 역사의 장구함을 나타내는 말이 ’지질학적 시간; 깊은 시간‘이란 말이다. 본문에 조르주 퀴비에와 찰스 라이엘의 대립(?)이 나온다. 퀴비에의 격변설 vs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이다. 오늘날 두 사람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다.(34 페이지, 113 페이지) 아주 오랜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서는 대체로 동일과정설이 작용하지만 갑작스러운 재앙이 일어나서 지구 역사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기에 격변설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남미 전역 여행이 다윈에게 과학적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지질시대의 이름 중 트라이아스기는 특별하다. 캄브리아, 오르도비스, 실루리아, 데본, 페름, 쥐라 등은 지역이나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반면 트라이아스는 삼첩(三疊)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시간 대부분은 선캄브리아기에 속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모든 시대는 지구 역사의 12 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48 페이지)

 

해저 산맥은 철,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서 밀도가 높은 화산암인 현무암으로 이루어졌고 육상 산맥은 일반적으로 밀도가 낮고 규소, 알루미늄 등이 풍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62 페이지) 해양지각은 대륙지각에 비해 얇다. 해양지각은 10km 정도, 대륙 지각은 30 - 40km 정도다.(67 페이지) 지각과 맨틀 사이의 경계를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라 한다. 우리가 지구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는 열과 압력이 상상할 수 없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의 핵은 태양 표면 온도와 비슷한 섭씨 6000도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결정화하려면 적어도 지하 140km에서의 압력이 필요하다. 다이아몬드는 지하 수백 km의 대단히 높은 압력에서 형성된다. 섭입대에서 형성되는 광물 종류의 미세한 얼룩이 나타나기도 한다.(186 페이지) 지진의 p파는 음파와 비슷한 압력파여서 고체와 액체를 모두 통과한다. 흔들리는 움직임으로 전달되는 S파는 고체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두 지진파가 모두 맨틀을 지난다. 이는 맨틀이 기본적으로 고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고온임에도 맨틀이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높은 압력이 광범위하게 암석이 녹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해령의 지각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고압에서 해방된 맨틀 물질이 온도가 상승하지 않아도 녹아서 마그마를 형성하고 이 마그마가 상승하여 해양지각의 현무암이 된다.(74, 75 페이지)

 

지질구조판은 지각으로만 구성되지 않고 맨틀 최상부도 포함한다. 맨틀의 이 부분이 지질구조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 파동은 온도나 압력, 조성 등이 다른 암석을 만나면 벽에서 튕겨나간 음파가 메아리가 되는 것처럼 반사되기도 하고 굴절되어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76 페이지) 지구 내부는 밀도가 매우 높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산염 광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더 치밀한 형태로 압축되어 있고 핵의 조성이 니켈 - 철이기 때문이다.(79 페이지)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핵이 철로 된 단단한 막대자석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액체 상태의 철에서 생기는 흐름의 결과다.(81 페이지)

 

저자는 지구가 어려 면에서 독특한 것은 암석 순환의 놀라운 효율성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암석 순환이란 화성암 - 퇴적암 - 변성암의 순환을 말한다.(89 페이지) 1차적으로 화성암이 바람과 비와 얼음에 의해 물리적,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퇴적물이 되고 그 퇴적물이 땅속에 묻히고 고화(固化)되어 퇴적암이 되고 퇴적암은 열과 압력이 증가하는 동안 변성되고 결국 녹아 마그마가 된다. 물과 바람은 밀도가 크게 다르지만 움직일 때에는 둘 다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모양의 모래 언덕을 만들 수 있다.

 

화산 쇄설류는 백열광을 내는 화산재, 화산의 사면을 빠르게 내려가는 암석 파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결코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안전한 거리에서 관찰하려고 해도 소용돌이 치는 짙은 구름에 휩싸여 있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냉각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1억년의 지층 속에 들어 있는 화석 중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화석 중 하나는 유공충의 화석이다. 아메바처럼 생긴 해양 단세포동물인 유공충은 탄산칼슘을 분비하여 만든 우아한 껍데기 속에 살면서 물속으로 위족을 뻗어 그보다 더 작은 유기체를 잡아먹으며 산다.(105 페이지)

 

기후와 온실기체의 변화는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양상을 띤다. 이 주기들은 20세기 초반의 세르비아의 수학자 밀란코비치가 예측한 것처럼 본질적으로 천문학적이다. 이런 주기성은 지구 자전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요동, 지구 자전축의 각도,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 공전 궤도 형태 변화로 인해 나타난다.(108, 109 페이지) outcrop은 일반적인 노두, exposure는 특별한(조사에 쓸만한) 노두를 가리킨다.(124 페이지)

 

우리가 우리 주위에 만든 친숙한 세계는 대체로 어떤 방식으로든 지질학에서 유래한다. 집, 사무실, 공장은 모래, 자갈, 이암, 석회암을 재구성해 만들었고 여기에 멋지게 광을 낸 화강암이나 대리암 석판 몇 장으로 장식한 것이다. 이런 건물 중 다수는 내부에 철골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쓰이는 철은 우리 행성의 여명기와 가까운 시절에 형성된 거대한 철광석 퇴적층에서 유래한다.(137 페이지) 화산은 마그마를 끌고 올라오는데 마그마는 맨틀에서부터 운반된 원시적인 물의 일부를 방출할 것이다.(147 페이지) 맨틀 깊은 곳에는 적어도 대양 정도의 물이 용해되어 있다.(14 페이지)

 

지질학의 유명한 선구자들 중에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살아가면서 영양적인 측면을 깊이 생각한 인물들도 있다.(153 페이지) 다윈의 스승 존 헨슬로가 대표적이다. 거름이 작물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화석 거름도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효과가 있었다. 지역 농민들에게 이런 선사시대의 자원 활용을 장려했고 윌리엄 버클런드 목사는 이런 천연자원을 더욱 발전시켰다. 버클런드는 배설물 화석에 분석(糞石; coprolite)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구는 매우 매끄럽게 작동하는 다목적 기계 장치다. 지구라는 기계 장치의 특징은 판구조 운동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나타난다.(159 페이지) 이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각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대양이 갈라지면서 백열의 마그마가 지구 표면으로 방출된다. 그 사이 두께 약 200km의 지각판은 비슷한 두께의 다른 지각판을 밀치면서 수천 km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지구 깊숙이 들어간다.(159, 160 페이지) 우리 행성은 아주 오래되었다. 46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는 우주 나이의 거의 1/ 3에 해당한다. 그 시간 동안 지구는 엄청나게 바뀌었다. 사실 하나의 행성이라기보다 다른 행성들이 이어져온 것이다.(181 페이지)

 

BIF(banded iron formation)라 부르는 호상철광층(縞狀鐵鑛層)이 있다. 縞는 명주, 흰빛을 의미한다. 산화철과 규석이 번갈아 쌓인 얇은 지층이 호상철광층이다. 바다속에 용해된 철이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로 반응해 침전된 철광이다. 산화철과 규석은 석회석, 점토 등과 함께 클링커를 이루는 요소들이란 점에서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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