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초능력자 미생물 똑똑똑 과학 그림책 47
이정모 글, 김유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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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방에 꽂혀 있는 십여 질의 전집 중에서 7세 아이는 루크북스의 <박학다식>, 그 중에서도 <인체>편을 가장 사랑합니다. 5세 때부터 "인체"편을 뽑아들고는 책장을 넘기는 기색도 없이 응시하던 녀석은 지금도 종종 그러합니다. 쉽게 책장을 넘기지 않고 계속 그림을 노려보듯 응시합니다. <인체>편에서 아이를 가장 매혹시켰던 정보는 백혈구의 식균작용, 그리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5세 때 입력된 '백혈구'란 단어에 추가적인 전문 정보가 더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아이는 툭하면 '백혈구가 싸우고 있다.' '바이러스를 물리친다.'등의 표현을 일상에서도 쓰곤 합니다. 그런 아이에게 웅진주니어의 <나는야 초능력자 미생물>은 박학다식 <인체>편과 짝꿍 책이 되어 주었습니다.



연세 대학교 생화학 석사에 독일 본대학교 화학과 박사과정 수료의 학력을 지닌 이정모 작가님과 시각디자인 전공의 김유대 선생님의 합작으로 태어난 <나는야 초능력자 미생물>은 한마디로 "만화처럼 재미있고 쉽게 읽히면서 백과사전의 정보를 지향하는 과학책"이라는 인상입니다. 무척 재미있어요. 7세 오빠가 책 읽는데 4세 여동생이 기웃거리며 훈수하듯 참견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미생물의 세계를 탐색하는 책이 이렇게 술술 책장 넘어갈 수 있게 꾸려진 데는 김유대 작가님의 그림의 힘이 큰 몫을 했다는 판단입니다.


꼬물꼬물 초극소형 미생물들에 캐릭터의 발랄함을 입히고, 그 가공할 증식력을 그림으로 표현하느라 작가의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갔을 터인데, 그 덕분에 꼬마 독자들은 이정모 선생님의 친절한 본문을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미생물은 도처에 천지"라는 이미지를 풀기 위해 변기통, 생선이 올려진 도마, 욕조, 진공 청소기 안에 보글보글 살아 증식중인 듯한 미생물들을 코믹한 터치로 그려냈는데, 4세 아이조차도 메세지를 쉽게 이해하더군요. 또한 미생물의 기하급수적 증식력의 속도감과 엄청난 개체수를 표현하기 위해 회오리치는 은하수의 이미지를 빌어오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사람이나 동물 일반 종의 '번식'과 '증식'의 어감차이를 설명해주기 위해서 그림을 함께 끄적여보았습니다. 최근 읽은 <생명축제>라는 책에서 족보family tree의 곱하기2규칙성을 배운 터라 아이는 증식을 쉽게 이해하는 듯 하네요.

 

이정모 작가가 미생물에 대해 균형잡힌 정보를 골고루 전달해 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아이와 함께 책 읽다보니 느껴졌습니다. 미생물과 지구의 역사(미생물과 지구 생명탄생의 연결 고리), 미생물의 증식력, 미생물의 서식처, 미생물의 폐해, 미생물의 유용성, 백신의 원리, 미생물과 자연, 공생의 지향 등을 책 본문에 고루 담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는 흙 속에 사는 미생물이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돕는다는 점에 놀라워했어요. 이제까지 아이에게 흙은 "놀이터 다녀오면 비누로 씻어내어야만 하는 더러운 흙"이었을 뿐이었거든요. 저 역시 아이에게 그 점만 부각시켜왔었고요. 관점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는 아이가 흙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겠지요.

본문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는 미생물, 이 작은 생명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낙원화된 이미지로 그려있습니다. 환경 공부가 뭐 따로 있나요? 작디 작은 미생물 조차 생명의 고리로 모두 얽혀서 지구에 공존함을 깨달으면 그것이 환경 사랑의 시작이지요. 이정모 작가는 미생물을 잘쓰면 약, 못쓰면 독이라는 메세지도 덧붙입니다.

 

"똑똑 정보"라는 코너에서는 사람에게 유익학 미생물 중 EM(Effective Micro-organisms)을 소개하고 있어요. 마침 작년에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EM원액을 아이와 들고 온 적이 있는 데다, 아이의 친가에 주방 세제가 EM세제인지라 아이가 반가워 했네요.

<나는야 초능력자 미생물>은 웅진 주니어의 똑똑똑 과학그림책의 제 47권이랍니다. 총 50권 중 아직 더 만나본 책은 없지만 물리, 자연 물질, 지구, 우주, 인체, 환경, 화학, 지구, 생명 이라는 10개의 분야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했다니 아이가 취학하기 전에 "똑똑똑 과학 그림책"과 더 친해져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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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7, 10세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 순간
하야시 나리유키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 원(Take One)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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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양육서를 신간목록 작성해가며 읽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우연히 읽게 된 많은 양육서들이 공통적으로 뇌과학, 두뇌 양육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내 아이를 위한 브레인코칭>, <내 아이를 위한 두뇌 코칭> <스마트 브레인> <아이의 대역습>, <남자아이 두뇌코칭> 그리고 일본에서 40만부의 판매기록을 세운 <뇌에 안 좋은 7가지 습관>의 저자 하야시 나리유키의 <3, 7, 10 세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 순간>까지.........

위에 열거한 서적들 중, 의학 과학 분야 전문용어에 백지 반응을 보이는 수준의 독자인 내게 가장 쉽게 소화된 책은 일본 뇌의학 전문가인 하야시 나리유키의 <3, 7, 10 세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 순간>이다. 전문 뇌의학 도서라기 보다는 '우리 아이 바르게 키우기 인성 지침서'라는 인상을 받으며 편하게 읽었는데, 여운은 가장 크게 남는다.

아이들의 뇌에 안 좋은 나쁜 습관

* 부정적인 말을 한다.

* 언제나 할 일을 뒤로 미룬다.

* 다른 사람의 말을 흘려 듣는다.

*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사실 하야시 나리유키 박사가 제안하는 뇌발달을 위해 고쳐야할 나쁜 습관들은, 굳이 뇌의 메커니즘이니 "솎아내기를 통한 뇌신경전달회로의 기초 다지기"라는 표현을 들먹이지 않아도, 아이 인성과 인품을 위해서 부모가 교정해주고 싶은 습관들이다. 3~7세 '뇌키우기' 단계에서 뇌의 기능과 본능, 마음을 삼위일체로 잘 기능하기 위해 고쳐햐 할 습관이라고 제안하고는 있지만, 사실 모든 일에 "시시해." "재미없어"라는 시큰둥한 반응, 모든 일에 "건성"인 대충, 남의 말도 "대충" 듣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자세는 굳이 뇌발달이라는 구체 목표를 두지 않아도, 아이가 인품을 갖추고 잘 성장하기 위해 꼭 제거해야 할 습관이다. 그래서 하야기 나리유키 박사의 메세지가 쉽게 전달되었나보다.

아이의 미성숙, 아이의 잘못은 엄마의 부덕이라는 엄마비난(mother-blaming narratives)의 목소리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의 뇌에 안좋은 나쁜 습관을 내버려두는 것 역시 엄마의 부덕이라는 조바심이 연장되어서 더 이런 류의 충고에 귀가 솔깃해진다.

저자 하야시 나리유키의 주장은 명쾌하다.

이해력, 사고력, 기억력 등의 뇌의 기능 발달시키기, 뇌의 본능 단련시키기, 좋은 마음 키우기의 삼위일체를 이루면 아이의 '인간력'도 커지고 행복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0~3세, 3세~7세, 7세~10세로 구분하여 아이의 뇌키우기에 대한 접근법도 각각 달리해야 하는데, 3세 이전에는 "살고 싶다."알고 싶다" "어울리고 싶다"의 본능을 충분히 충족해주는 데 주력하는 양육법이 적합하다. 3세에서 7세까지는 뇌에 안좋은 습관을 고쳐서 "뇌 솎아내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데, 하야시 나리유키는 바른자세 갖기와 올바르게 걷기 등의 생활 습관을 뇌키우기 훈련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아이의 재능이 후천적으로 발달한다는 입장에 서있는데, 따라서 10세 이상 시기에는 '재능을 발휘할 뇌'로 키워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에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라는 표지 부제를 보고 '우등영재로 자녀키우기'의 욕심을 내며 이 책을 집어들 부모도 있겠지만, 이책은 사실 바른품성의 아이와 올곧은 인격을 갖춘 엄마가 내는 합주가 얼마나 아름다운 성장(뇌발달)을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욕심없는 책이다. '늘 밝은 표정을 보여주고 사랑해준다.' '많이 칭찬해준다.' '스스로 걷게 해준다.' 등등, 엄마의 작은 실천으로 아이는 행복해진다. 행복하면 뇌본능이 충족된다. 그래서 단련된 뇌를 낳고 뇌는 진화한다. 명쾌 단순한 메세지. 수긍할 수 있는 메세지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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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마을을 만든 바바 왕 현북스 바바 왕
장 드 브루노프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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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금 박사는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에서, 일본의 마쓰이 다다시도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서 코끼리 바바왕을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으며 극찬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기억하게된 이름 장 드 브루노프와 바바왕. 하지만 정작 제 아이들에게 접하게 해줄 기회는 없었어요. '걸작이 어떤 이름값을 하는지, 왜 동화전문가들이 이 시리즈를 걸작이라며 존경심마져 표하는지' 꼭 아이들에게 읽혀주며 알아봐야 겠다고 벼르고만 있던 차였어요. 마침 고맙게도 최근 도서출판 현북스에서 바바왕 시리즈를 한권한권 출간해주고 있네요. 아이가 처음 만난 이야기는 <행복 마을을 만든 바바 왕>이었답니다.

행복 마을만든 바바 왕

 

 

 

 사실 최근 한 주 사이에 150여권의 그림책을 사들여서 아이책장에 책봇물이 쏟아진지라, 평소라면 마음에 드는 동화책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을 아이이지만, 여력이 없나봅니다. 혼자서 한번, 그리고 엄마와 한 번 두번 읽었답니다. 그러나 책욕심, 책눈썰미가 남들에게 빠지지 않는 엄마는 간파했지요. 인품의 향기가 나고 진정 사람을 존중하는 평등의식의 리더쉽을 품은 멋진 소년으로 내 아이가 자라는데 이 책은 두고두고 거듭 읽힐 가치가 있음을요.

 

 

 

줄거리 자체는 무척 단순합니다.

코끼리 바바왕이 아름다운 강가 풍경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마을건설을 결심하고 모든 코끼리가 합심하여 행복마을,셀레스트빌을 만들었지요. 문화생활도 즐기고 학교통한 미래도 키우면서 직업귀천의식 없이 마을 성원 모두 제몫을 하며 행복한 마을. 그런데 할머니가 독사에 물리고, 코넬리우스네 집에 화재가 나면서 불행이 스멀스멀 이 마을에 기어올랐습니다. 결국 그 불행은 더 큰 행복에 감사할 마음을 배우게 해준 교훈이었지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알았겠지?"하는 할머니의 말씀처럼요.

 

 

 

 

 

 

왜 셀러스티빌이, the most beautiful ville in the world일까요? 어떤 점에서 바바왕은 칭송받아 마땅할 멋진 지도자의 모습을 지녔나요? 책 후반부에 실린 "행복마을 셀레스트빌 방문기"를 읽다보면 그 답에 가까워집니다.

아름다운 마을, 셀러스티빌

1. 경쟁과 차별이 없이, 마을 성원 모두가 존중 받는 사회

불과 몇 블럭 사이의 아파트들도 전세가 매매가 차이 크게 나고, 주소가 그 사람의 사회적지위를 짐작케해주는 2012년 한국 사회와는 매우 달리, 셀러스트빌의 가옥들은 비슷한 크기, 비슷한 구조입니다. 돈많은 코끼리 강남살고, 없는 코끼리 강건너 살지 않습니다. 마을을 건설할때도 모두 제 몫의 일을 합니다. 왕이라고 커다란 부채밑에서 시녀들이 보내주는 바람 맞으며 빈둥빈둥 구경만 하지 않습니다. 바바왕도 트럼펫을 연주하며 공사장 분위기를 띄워주지요.

 

 

 

2. 학교,도서관과 예술회관이 중심에 있는,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는 사회

셀러스트빌의 중심에는 도서관과 예술회관이 배치되어 있어요. 연극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과 무도회장, 학교와 복지관이 마을 중심에 있지요. 경찰서나 정신병원 따위는 없답니다.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는 마을에서 마음에 병이 있거나, 검은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없지요.

 

 

 

3. 개개의 개성도 존중하지만, 전체의 조화와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

12개의 프랑스식 이름이 반복되며 재등장해서 아이가 소리내어 읽으면서 가장 어려워했던 페이지,24쪽. 저는 개인적으로 <행복 마을을 만드는 바바왕>에서 이 페이지가 가장 인상 깊었답니다. 특별한 줄거리가 전개되거나 멋진 사건이 등장하지도 않아요. 24쪽에서는 구두수선공 타피코르, 필로파쥬 장교, 카풀로스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셀러스트빌 성원들이 소개될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성원들이 각자의 본문을 다하면서 상호의존적이면서 공생 속에서 더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메세지를 받았어요. 1등만 기억하고, 소위 '난 사람'만 칭송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각각의 코끼리들이 묵묵히 제 몫을 하면서 서로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는 메세지......아름답지 않은가요? 제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계관이네요.

 

 

 

4. 불행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

흔히 행복을 이야기 하는 동화책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얼씬 거리지 않습니다. 설령 불행의 씨앗이 등장할지라도 정복이나 축출의 대상이지요. 그런데 <행복 마을을 만든 바바왕>에서 장 드 부르노프는 색다른 접근을 내놓습니다. 행복감 상승 모드의 스토리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할머니가 독사에 물려 위독해지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장 드 부르노프는 기승전결 명쾌하게 액자만화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같은 날 코넬리우스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연이은 불행한 사고에 바바왕은 분노나 무기력이나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행복의 집합은 불행과 그 불행의 극복의 집합임을 깨닫습니다. 물론 할머니의 지혜로운 말씀도 그 꺠달음에 한 몫했지만요.

 

 

 

장마철, 비가 와서 놀이터 체류시간이 훨씬 적어진 아이. 현북스의 바바왕 시리즈와 친해질 절호의 찬스네요. 현명하고 겸손한 바바왕과 코끼리 친구들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도 부쩍 성숙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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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자연재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은?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9
안토니 메이슨 지음, 선세갑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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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더잘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시리즈는 테러, 공정무역, 이주, 비만, 자본주의, 에너지 위기, 미디어의 힘, 그리고 자연재해를 다루어왔고 향후에도 인권, 동물 실험, 유전 공학 등 흥미로운 주제들로 25권까지 출간 예정인 글로벌 시사 교양 시리즈 입니다. 세더잘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 내 인생의 책측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A A라는 일방향의 단답형의 답으로 세상을 파악하지 않고, 세상의 현상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여 소위 진실이라고 강요받는 지식의 감추어진 밑그림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시야를 키우기 위해 이 세더잘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global citizen으로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신개념 아동/ 청소년 인문 교양서이지요.

 

이 시리즈의 제 9권에 해당하는 <자연재해>를 만나보았습니다. 사실 아이는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독파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쇼파 위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혹은 잠들기 전 잠옷차림에 반쯤 누워서마음가는 대로 읽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책 읽히고 찾아주기에 어지간히 관심이 많은 엄마이지만, 간혹 아이가 소위 마음가는 대로, 시도떄도 없는 독서법을 택하는 책은 좀 두고 보는 편입니다. 아이가 그 책과 충분히 놀고 책을 거듭 펴서 거듭 읽고 의미를 재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이지요. <자연재해>가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솔직히 성인이 읽어도 충분히 고급전문 정보를 취해갈 수 있는 교양서인지라 7세 아이에게는 다소 난해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참 신기하고도 신퉁하게도 아이는 자기 마음에 와 닿은 책은 소위 적정권장 연령아랑곳 하지 않고, 꾸준히 다 읽어냅니다. <자연재해>도 거의 2달을 그렇게 자주, 반복적으로, 조금씩, 발췌하며 읽었네요. 오늘 드디어 유치원에서 다녀오더니, “엄마 재난방지교육 받았다!. <자연재해>책에 나오는 거 비디오로도 보여주시더라. “하면서 그 동안의 아이가 소화시킨 내용들을 유치원 수업과 연계해서 뱉어내더군요. 참을성을 가지고 2달간의 아이의 독서를 지켜보았던 저는 경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재해>를 정독해보았네요.

파악한 특징을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1. 압도적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실사 사진, 다양하고 세련된 페이지 구성과 편집

 - 구성이 탄탄하고 체계적인 교양서이지만,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볼거리와 읽고 싶은 주제들이 넘쳐나서 잡지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재해의 고통과 공포에 대한 압도적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십점의 실사 사진과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해주는 일러스트레이션. 편집과 페이지 구성이 세련되고 다채로워서 정보의 양이 많은대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2. 지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의 논픽션서적을 70여권이나 펴내온 Antony Mason의 감탄할 필력과 자연재해에 대한 주관이 실려 있는 목소리.

저자 안토니 메이슨은 특히나 논픽션 주제 탐구에 강하다고 하네요. 교양도서글쓰기의 교본을 보는 듯한 탄탄한 구성에 필력을 자랑하고 있네요. 또한 자연재해를 바라보고 이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주관이 이미 확고하기에 독자는 자연스레 안토니 메이슨의 관점을 수용하게 됩니다.

3. 선세갑 환경운동가님의 매끈하고 친절한 번역.

4. 자연재해에 대해 A-Z의 놀라운 량과 질의 정보. 다각도에서의 총체적 조망.

5. 환경동화 및 관련 서적과의 연계성이 높아 사전처럼 활용 가능한 Core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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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TGT 2014-05-1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연재해란
 
지구가 멈추는 날 - 지구를 위협하는 재해와 대처 요령
마리안 부알레브 글, 박은영 옮김, 뱅자맹 바슐리에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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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멈추는

Cataclysmes & Catastrophe

마리안 부알레브Marianne Boilève의 <Cataclysmes & Catastrophe> (2010)의 한국어판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2008))과 동일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 SF광팬으로서 그 영화를 심각하게 보았던 지라, 같은 제목이 주는 이미지의 중첩에 책 표지 사진만으로 책을 읽기 전부터 다소 긴장이 되었다. 부제 역시 "지구를 위협하는 재해와 대처방법"이여서 7세 아이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최근 반년 이상 비슷한 주제의 환경관련 동화 및 지식전달 책들을 꾸준히 접해온 아이는 의외로 아주 편안하게 책장을 넘기며 <지구가 멈추는 날>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7세가 읽기에는 어휘나, 정보의 수준이 높은 편인데도 아이는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고 오래 집중하고 자주 이 책을 찾았다. 아마도 한 서너달 전에 읽었던 '내인생의 책' 출판사에서 펴낸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시리즈 중 <자연재해>를 엄마와 꼼꼼히 읽었던 선행 독서력이 바탕이 되어서인가보다.

역시나.....진지한 성향의 아이는 알아서 자기방 책장에서 안토니 메이슨이 쓴 <자연재해>를 뽑아오더니, "엄마, 이 책이랑 느낌이 비슷하다."라고 엄마에게 비교설명을 해준다. 팔불출 엄마, 마음은 흐뭇으로 가득 차올랐지만 짐직 시큰둥한 체하면서 "그래? 두 권을 같이 보니까 뭐가 좋은데?" 하고 물어본다. 아이의 여러 대답 중 의외로 엉뚱하게 들렸던 대답은 "그림을 많이 보니까 더 좋아." 그렇다. 내인생의 책의 <자연재해>도 그러하지만 꿈꾸는 사람들에서 펴낸 <지구가 멈추는 날>에는 유난히도 다양한 형식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실사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시각적 자극만으로도 책읽는 효과가 이미 배가될 정도이다.

예를 들어, 단순한 몇개의 선이지만 토네이도의 위력을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토네이도를, 태풍의 눈을 찍은 큼직한 위성사진으로 태풍을 소개하기에 아이의 머리 속에 쏙쏙 정보 입력이 되나보다. 작년까지도 토네이도와 태풍을 구별 못하던 녀석이 엄마에게 설명을 시도하니 말이다.

뱅자맹 바슐리에의 다양한 삽화가 본문의 설명력을 보완해주는데, 아이는 루크북스 <박학다식>이나 magic school bus시리즈에서 이미 익숙한 분위기의 그림이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지구의 내부 단면을 그린 그림을 자주 보았다.

개인적으로 <지구가 멈추는 날>은 그 동안 아이와 읽었던 여러 환경 관련 서적과 연결점이 많아서 특히나 유익했다. 예를 들어, 가뭄의 무서움을 소개하고 경고하는 페이지에서는 도서출판 노란돼지의 <맑은 하늘, 이젠 그만>을 다시 떠올렸고, 공해로 더러워진 공기가 실사 사진으로 소개된 페이지에서는 쓰레기로 가득차 황량한 황토빛의 지구가 등장하는 <Wall E>나 <노아박사의 우주선>을 다시 찾아 읽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지구가 멈추는 날>은 단순히 재해만 소개하거나 환경재앙으로 인한 지구멸망을 예견하는 무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제목이 다소 압도적일만큼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사실상 작가 마리안 브알레느가 꼬마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지구멸망을 준비하라. 지구멸망은 필연이다"식의 과잉경고가 아니라, 자연재해가 사실은 사람이 낳은 인재와 얽혀있음에 대해 자각시키고 아이들 스스로가 그런 환경 재앙을 예방하고 혹은 대처하는 방법들을 차곡차곡 익혀두게 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끓는 물과 얼음과 유리병만으로 구름을 만들어 보는 실험은 구름, 태풍, 토네이도 등으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앎"에서 그치지 않고, "앎과 각성에 기반한 활동"을 촉구하고 있는데. 유조선 사고 등으로 인한 바다의 기름띠가 왜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인지를 설명한 후에는 실제 기름띠를 뒤집어쓴 새를 보았을 때 구조해주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환경 재앙에 대해 오해하는 몇 가지 부분이 있다.

1. "재앙은 그들에게는 가깝지만, 나와 우리에게는 쉽게 오지 않으리"라는 안이한 생각.

→먼 예를 들 필요도 없다. 해마다 경기도 포천에서 물난리가 나서 장마철이면 연일 뉴스에 떠내려가는 살림과 망연자실한 난민의 모습이 방영될 때, 소위 부유촌 강남 서초동에서는 설마 저런 물난리가 없겠지 했을 터이다. 아이티의 강진으로 죽어 널부러져 있는 아이티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로 생각한다. 미국같은 강대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저보다는 나은 재앙대응력으로 저보다는 훨씬 피해규모를 줄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이한 생각.

2. 자연재해는 인간의 통제밖에 있는 하늘의 문제이지 인간개입의 문제가 아니라는 책임회피.

→ 가뭄, 사막화, 물부족현상, 대기 오염, 적조현상....모두 인간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자연의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인간이 마땅이 져야할 책임의 부분은 덮어진다. 지구에 생태발자국을 정작 가장 크게 남긴 인간 종이, "자연재해"라는 편리한 용어를 써서 책임을 회피하고 '하늘의 뜻'을 운운한다.

그러면 묻고 싶다.

쉬쉬하고 있는 일본 방사능원전 사고 이후의 지구 생태계의 문제. 인재인가 쓰나미로 인한 자연재해인가? 7세 아이는 방사능 공포가 하도 심해서 방사능 심볼이 표시되어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촬영을 거부했을 정도였다. 어리디 어린 아이 조차도 원전 사태가 인간종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구위 모든 생물종에 서서히 피해를 끼쳐 결국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의 날을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소위 '자연재해'라고 통칭되는 여러 지구신음의 소리들을 하나로 모아 큰 울림으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고, 아이 역시 자연을 사랑하고 공존의 삶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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