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켄들 킹 & 앨리슨 매키 지음, 박주영.김지현 옮김 / 마이북스(문예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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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The bilingual edge: why, when, and how to teach your child a second language (2007)

by Kendall King and Alison Mackey

2가지 언어에 능통하게 아이를 키워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또 있을까? 특히나 "아이의 영어능력= 아이가 속한 가족의 계급= 미래 출세가능성"이라는 암묵적인 트라이앵글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말이다.

<마이북스>에서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한 캔들 킹과 앨리슨 매키 박사의 공저의 원제는 사실 The Bilingual Edge이다. Edge라는 단어가 이 책의 주요주장과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쉽게 말하면, 이중언어, 혹은 다중언어 사용자 아이는 여러 장점(edge)을 지닌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두 가지 언어의 아이들은 창의성, 유연성, 언어적 처리 능력, 메타 언어 능력 등 인지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고 저자들은 선행 연구 결과에 의거 주장한다. 또한 이중언어 사용은 다언어주의 지향의 사회에서 통문화적 (cross-cultural) 이해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어려운 학술논문의 결과를 들이대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서 자식 키우는 부모들은 다 안다. 지독하게도 온국민이 한국어라는 한 언어만 사용하는 이 나라에서 영어를 위시하여 외국어 능통한 아이들이 얼마나 잇점을 가지는지, 대학 들어갈 때 어떤 혜택을 가지는지.....

 

각각 언어학 박사, 박사 수료의 전문가이면서 실제 엄마로서 자신들의 아이에게 이중언어 교육을 시도해온 켄들 킹과 앨리슨 매키는 미국으로 유학온 한국 대학원생들을 통로로 하여, 한국에서의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다. 이를 친절하게 The Bilingual Edge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해주고 있을 뿐더러, 책 본문에 소개된 숱한 사례에서 한국의 경우를 들고 있다 (예, p66, p87, p100한국이민자 사례, p110, p140, p202 한국인 연구자 이소영의 논문 등). 한국인 독자로서는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사례가 반갑기도 할 것이고, 얼마나 한국 부모들이 이중언어교육에 목을 매면 이토록 해외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한국이 자주 언급될까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책 한권이면 정말 아이를 이중언어에 능통한 지구촌세계시민으로 키워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할 한국인 독자를 위해 사견을 드러내자면,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는 상당부분 학술적인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다가 한국적 맥락에서는 다소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가 마치 제2의 모국어인양 많이 쓰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서는 2중언어는 물론이고 3개국 4개국 5개국어까지 구사하는 대학생들이 말 그대로 널려 있다. 실제 본인이 미국에서 약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사용언어를 조사해보았을 때, 오로지 영어만 쓴다는 학생이 오히려 소수자에 해당할 정도로 다중언어 사용은 일상화되어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중언어라하면 대게 '한국어+영어'로 한정되 여겨질 뿐더러, 3개국 4개국어에 능통한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혼성언어가정', '3가지 이상 언어 사용하는 가정,' '계승어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에 해당하는 한국 가정은 사실 많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bilingual edge라는 제목 자체가 함축하듯이 다중언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이는 문화간 (intercultural understanding) 이해력이 증진되고 인지적 우위를 지녀 결국 "edge"를 지닌다는 전제를 두고 두 저자가 기대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투사라는 싸늘한 반응도 있다 (비판적 견지에서의 리뷰 http://languageonthemove.com/downloads/PDF/king_mackey%20preprint.pdf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의 유용성은 학술적 연구에 바탕해서 일반대중들이 이중언어 교육에 품고 있을 Q&A를 조목조목 친절히 짚어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외국어 학습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학습을 위한 훌륭한 환경 조성을 조언해주고, 외국어 학습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제시하고 이를 타파하라고 권유한다.



또한 가정에서의 언어학습을 위해 실제 TV등의 오락기구를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유아와 학령기 아이들에 따라 맞춤 처방내려주고 있다는 점도 학부모 독자들이 환영할 만하다. 한국인 독자들은 특히나 intonation에 과도히 의미 부여하고 집착하는 한국인의 편협성을 깨닫고, 외국어 억양을 화자의 정체성과 경험의 축적과 연결짓는 열린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겠다 (p101참조). 세계의 시민으로서의 아가에게, 단순히 자산으로서의 영어강요가 아니라, 말그대로 다언어주의 지향의 사회에서 세계인과의 소통가능성을 높히고 열린 마음에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토대인 다양한 언어노출의 기회를 진정 만들어주고 싶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의 책이 의미있게 읽힐 것이다. 영어 고득점자 자녀를 키우기 위한 족집게 팁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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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토이북 : 의사놀이 (책 + 의사 장난감 8개) - 2012년 개정판 삼성토이북
신지윤 지음, 윤종태 그림, 김미화 외 도움말 / 삼성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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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토이북

의사놀이

아이들 키우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자주 있지요. 아프지도 않은데 '친구만 약 먹는다고 약달라' 떼쓸 때, 볼펜이건 칫솔이건 길쭉한 모양이면 금새 주사기로 변신시켜 엄마 궁뎅이 찔러댈 때....... "여기 골반이 아파서 왔어요. 주물러 주세요." 7세 4세 아이들의 의사놀이 대화치고는 왠지 주부들의 대화를 옮긴 듯해서 헛웃음이 픽픽 터져나오게 하는 대화. 아이들의 역할놀이 엿듣다가 혼자 피식피식 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의사놀이를 좋아하는 데다 3년째 유치원 생활하다 보니, 매년 유치원에서 '의사놀이' 도구나 장난감 준비물로 챙겨오라해서, 꽤나 이런저런 장난감들을 사주었답니다. 그런데 장난감들이 가출을 했나...... 이제 집에 변변히 가지고 놀만한 녀석들이 없어요. 엄마 화장품 통을 약통 삼던 차에 제대로 된 구성의 <삼성토이북> 의사 놀이를 받았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했겠어요? 어서 포장 뜯으라고 난리가 났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꽁꽁 싸놓은 포장은 견고한 만큼 빨리 제거하기가 힘들어서 아이들 아우성이 대단했어요.

삼성 출판사에서는 교구와 책이 함께 엮인 구성의 출판물들을 많이 내놓아 왔는데(큰 아이의 4~5살때 구입한 자동차들, 자잘한 교구들이 다 삼성출판사 것이랍니다.), 이번에는 아예 "토이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재미있는 그림책 한 권에 KC 인증을 받아 안전하게 만든 장난감을 넉넉히 담았네요. 출판사측의 자랑처럼 그림책 따로, 장난감 따로 번거롭게 살 필요 없고, '악기놀이' '자동차놀이' '의사놀이' 영역도 9가지나 되어 고르는 재미까지 있네요.

의사놀이 구성에는 <튼튼맨의 비밀본부>라는 타이틀의 동화 한권과, 의사놀이의 필수장난감들을 다 한 구성으로 묶음 장난감 8개가 들어 있어요. 집에 마침 구경 반사경이나 집게 소독통, 진료 차트가 없어서 이 4개의 장난감이 특히나 아이들에게 인기였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난감과 함께 묶여 출간되는 책들은 그다지 기대할 만한 quality가 아니라는 것이 반복되는 경험에 기반한 제 소견이었는데, 이번 <튼튼맨의 비밀본부>는 그 자체로 한권의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동화였어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장난감에 온 마음을 빼앗겨 책은 거들떠도 안보다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트롤(저희 집에서는 충치벌레를 그렇게 불러요) 캐릭터가 득시글 거리니, 책을 자연스럽게 자주 찾아 펴보더라고요. 의사놀이도 처음에는 무작위로 배경도 맥락도 없이 하다가, 7세 오빠의 주도로 <튼튼맨의 비밀본부>에 소개된 다양한 병원을 하나씩 짚어가며 '치과'도 했다가 '피부과'도 했다가 기특하게 책 활용을 했어요.

 

저는 윤종태님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아주 맘에 들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해서요. 아이들이 상상하는 아이들 눈높이에서의 병원 정경을 시선 잡아 끌게 그렸네요. 트롤괴물이 충치 공격하는 장면과 엑스레이 사진 촬영 장면을 아이들이 제일 재미있어했어요.

   

<튼튼맨의 비밀본부>는 재미도 있으면서 정보전달과 교육적 효과까지 노리고 있어요. 튼튼맨과의 약속 코너는 엄마가 아이들에게서 꼭 받아내고 싶은 약속을 짚어주고 있네요. 책 후면에는 병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의료기구, 기기들의 기능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지만 실제 생명을 구하고 병을 고치는 데에서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필수적 기구라는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을 듯 해요.

  

<튼튼병원>에서는 소아과 안과 친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아이들이 알아두어야할 병원의 세분화된 모습을 담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산부인과가 소개된 아이들 병원, 의사 관련 동화책을 별로 본적이 없어서 이 부분이 맘에 들었답니다.

막내가 요새 열광하는 house를 형아랑 누나가 병원으로 전세 냈어요. 정작 주인인 막내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는 두 아이들이 작은 집에 병원을 차리고 놀았어요.

 

이왕 노는거, 글씨 공부도 해가면서...엄마가 카드 늘어놓고, 카드 위에 장난감 올려놓기 시켰답니다.

 

의사놀이에 미술시간에 필요한 롤러가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지만, 오빠는 청진기로 아이는 롤러로 인형환자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배가 아프나요?"하면서 롤러로 라락쿠마 배를 엄청 신나게 굴려대더군요. 엄마는 teamwork을 보이는 엉뚱하고 귀여운 남매 보면서 흐뭇하고요.

의사놀이 받고 한 2주째 매밍매일 의사놀이삼매경입니다. 아이들 성향으로 보아 이 열광은 한 일주일을 더 못가겠지만, 또 잊을만하면 다시 의사놀이 장난감 찾아 놀겠지요. 이번에는 장난감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잔소리 강도도 늘리고, 책도 더 반복해서 읽어줄 생각입니다. 아직 체험해보진 토이북이 많아서 한동안 아이들 요구에 귀찮겠어요. 보이는 족족 가지고 싶은거겠지요. 꼬마들은. 게다가 이렇게 산타할아버지 선물처럼 책이랑 장난감 함께 인심 좋은 세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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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기차 롤리
고구레 게이스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찰리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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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기차 롤리



아이의 세계에서 당혹스러우면서도 놀라게 되는 점은, 방귀니 '똥'이니 하는 어른 세계에서의 소위 혐오 금기어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유희거리라는 점입니다. 별거 없이 그저 "뿡뿡"하고 방귀 소리만 내주어도 까르르 웃고, 똥이야기가 나오는 동화책에는 유달리 두 눈을 반짝 입니다. 찰리북 출판사에서 내 놓은 일본작가 고구레 게이스케의 <방귀기차 롤리>역시 이런 '방귀'이야기입니다. 그냥 여느 방귀가 아니라, 로켓처럼 하늘을 날게 할 분량과 강력한 에너지의 슈퍼 방귀 이야기랍니다.

사실 줄거리는 무척이나 간단합니다. 자기가 뀐 방귀 소리를 아침 알람 삼을 정도의 방귀쟁이인 기차 롤리는 직업이 방귀 모으기예요. 방귀를 모으러 다니는데, 생쥐, 고양이, 젖소, 코끼리에게서 방귀를 얻어냅니다. "뿌~~우~~우~~~뿡"하고 방귀를 뀌면 롤리는 "후~~우~~~우~~~웁"하고 방귀를 흡입해 모읍니다.

방귀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어찌나 과장되어 있는지 익살맞기도 하고 보기 민망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이들이야 그저 신난다고 재미있게 책을 보지만 말이죠. 동물의 몸집이 커질 수록 방귀소리도, 방귀흡입 소리도 커져갑니다.

심지어는 젖소의 힘 넘치는 방귀에는 나무 다섯 그루가 저 멀리서로 휘청거릴 정도이네요.


방귀를 너무 많이 모아서, 그만 두둥실 하늘로 떠오른 찰리. 방귀 에너지 활용한 곡예비행을 채 다 즐겨보지도 못하고, 불청객 까마귀가 일을 저질러 추락하네요. 까마귀가 꼬리를 쑥딱 잘라 버렸거든요. 그러나 낙하산 없어도 안전착지. 다 방귀 덕분이예요. 친구들이 모아준 방귀. 방귀의 힘으로 빙글빙글. 곡예착륙하는 모습이 그림이지만 너무 재미있어 보이네요.


찰리의 방귀 에어벌룬을 쑥딱 하고 잘라내 버린 말썽쟁이 까마귀는 책 여기저기에 복선처럼 숨어 있답니다. 내용을 다 알고 난 후에 책을 다시 읽으며 까마귀만 찾아내기도 즐거운 숨은그림 찾기 활동이 되네요.

사실 저는 <방귀기차 롤리>를 4세 딸아이가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보고 또 보고 하는 측은 7세 아들이네요. "엄마, 나 재미있는 거 발견했다~!" 자랑해서 가보니, 방귀기차가 다니는 언덕이 페이지마다 사실은 다른 데라고 합니다. 나무의 갯수 작은 연못 등의 디테일에서 차이를 찾아 낸 거예요. 세심한 관찰력을 칭찬해주었더니 또 "엄마, 또 와봐요."합니다. 이번에는 구름 모양에서 재미난 거리를 찾았어요. 방귀를 준 동물의 모양으로 흰 구름의 모양이 바뀌어 있네요. 어른인 저는 미처 모르고 넘어갔는데, 역시나 아이들이 동화책을 접하는 방식, 해독하는 방식은 다른가봅니다. 아이에게 <방귀기차 롤리>읽는 방법을 배웠네요

아이의 발견. 책장을 덮으면 방귀 기차 롤리의 방귀 옷이 방귀 빠진채 축 처저서 걸려 있네요. 내일 아침이면 롤리는 방귀 옷을 입고 또 방귀를 모으로 다니고, 저 방귀 옷은 빠방하게 방귀로 충전될테지요. 방귀의 건강한 힘을 긍정하게 해주는 귀여운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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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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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산후조리원에서의 경험. 내 인생에 가장 극적인 문화충격의 경험을 꼽으라면 두말 않고 1순위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산후조리원에서의 3주는 충격의 연속이자 '철없는 새댁에서 엄마'로의 내 정체성 전환의 시작이었다. 이후 미국 생활 중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나 미국출신 친구들이나 학생들에게 나의 산후조리 경험을 이야기 할 때면, "한국 사람들 고학력자도 많은데 그렇게 해(사실, 본의미는 그렇게 더러워? 그렇게 비위생적이야?) " 공통적 반응이었다. 1주일 동안 샤워와 샴푸를 금지당했던 나의 산후조리 경험이 그들에게는 경악의 대상이었나보다.


산후조리원이 막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20여년이 지난 이제 산후조리는 마치 신혼여행처럼 출산후 반드시 거치는, 한국 내에서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아 왔다. 모자보건 및 인구증식과 관련해 국가가 개입하고, 여러 이익세력들이 달려들어 상업화 의료화되었고 여성 스스로도 '평생의 건강'을 위해 적극 소비하려는 상품화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빠른 속도로 서구 생의학 모델을 흡수하고 몸과 건강에 대한 관념까지 생의학적 관점을 따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유독 산후조리의 영역에서만큼은 전통의 권위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형 산부인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후조리원에서조차 출산 당일 샤워는 권장되지 않으며, 주구장창 입원기간 내내 미역국이 매끼니 배식되고, 산후 회복을 돕는다는 가물치탕 팩이 후식으로 나오기도 한다.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 전통의 지혜와 서구의학적 지식 간의 충돌의 중심에는 '산후풍'이라는 문화 풍토병 (culture-bound syndrome)이 있다. SBS special features로서 2부에 걸쳐 방송되었던 <산후조리의 비밀>에서도 산후풍은 핵심 단어 중 하나였다.

소위 말하는 산후조리를 둘러싼 상식 내지는 속설

3*7일 산후조리가 여성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면 산후풍으로 평생 고생한다.

산후풍은 말그대로 뼈에 바람이 들고 몸이 시린 증상을 포함한다.

일부는 평생 건강에 대한 여성들의 염려증을 극대화하여 산후풍, 산후비만 등을 질병취급, 의료의 대상으로 포섭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산후풍은 없다.'라면서 소위 민간요법이나 전통적 방식의 산후조리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한다. 4계절 보온 냉방이 효율적으로 잘 되는 아파트 주거문화에서는 3*7일 동안 샤워를 가급적 삼가고, 먹거리가 풍부한 2000년대 한국에서는 굳이 몇 달 내내 미역국을 주구장창 끓여서 요오드 과다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SBS 다큐멘터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예담"출판사에서 낸 <산후조리 100일간의 기적>은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해를 집중 분석해서 속시원한 답을 내려주는데 주력한 듯 보인다.



 

2회 방송 분량을 단행본에서는 크게 5부로 편집 구성했는데, 제 1부에서는 산후조리의 중요성을 제 2부에서는 산후풍의 실체, 3부에서는 산후조리의 전통 수칙에 대한 분석 4부에서는 산후 100일의 수칙 소개, 5부에서는 산모가 행복한 맞춤형 산후조리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SBS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HD카메라로 담아낸 영상을 책장 사이사이에서 still cut 사진으로 싣거나, Q&A코너에서 산후조리에 관해 예비mom이나 실제 산모 등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들을 전문가 (한의사 조응)의 답변으로 분석해주기,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과의 산후조리 인터뷰 내용 등 책 읽는 독자를 배려한 다양한 구성과 편집이 눈에 뜨인다.




또한 단순히 관찰자의 입장이나 의학계 과학계의 입장에서 한국의 독특한 산후조리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산후풍을 겪었다,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의 심층 사례 인터뷰도 싣고 동서양 산모들의 이야기를 교차로 전달하면서 산모는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부각시키는 서술이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의 특징이다.

 

편파되지 않은 중립적 입장에서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의 산후조리문화를 진단하고 현대 한국 여성들에게 적합한 산후조리법을 제안하려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제작팀(박기홍 기획)의 노력이 책을 읽으면서 전해졌다. 산후조리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다소 작가의 견지에서 한 관점을 집중 다루었다면 예담에서 펴낸 이번 책은,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행과 목소리를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루면서도 '과학적'으로 산후조리법을 제안한다. 그 '과학적' 접근 역시 산모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촉구하는 새로운 산후조리 문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어우러져 인간미가 넘친다.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엄마와 아빠 뿐 아리나 산후조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관계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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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2
송언 글, 한병호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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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의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첫 권이었던 <장화홍련전>......... 가벼운운 두께의 전래동화 몇 권은 읽혀보았지만 고전의 정석이라 할만한, 제법 글밥도 있는 <장화홍련전>....... 미취학생인 아이가 얼마나 소화해낼까 반신반의의 태도였다가 아이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서 아이 독서취향을 어른 시각에서 미리 재단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던 것이 몇달 전이다.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목록이 어서 길어지기를 기다리던 차에 이번에 두번째 책인 <전우치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은 배가되었다.


 

"엄마 고전이 뭐야.?" "엄마 제목에 '전'이 두번이나 들어갔어. 앞의 글자랑 뒤에 글자랑 똑같잖아." "엄마, 이런 용 그림은 누가 그린 거야?" 아직 본격 책읽기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반가운 책을 안고는 질문공세이다. "전우치전" 4글자가 이름인 줄 알고 신기해하는 아이가 귀여워서, <홍길동전> <장화홍련전><전우치전>을 예로 들면서 '전'은 이야기를 뜻하는 옛말이라고 일러주었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엄마도 옛이야기의 '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없도록 앎이 짧다. 내 짧은 앎에 대한 부끄러움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더욱 커졌다. 송언 작가님의 탁월한 우리말 구사력과 탄탄한 문체에 반해서 그 부끄러움은 더욱 커졌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그 경쟁 치열한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작가분의 이력답게 황제펭귄의 <전우치전>은 문체가 아름답다. 예를 들어 부사 사용이 어찌나 적절하고도 맛깔나는지 아이에게 크게 복창시키라 하면서 구절구절 읽어주었다. "꺼이꺼이 울다." "닥닥 긁어모으다." "호락호락" "슬금슬금 눈치만 보더라.". 30여년이란 긴 세월을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에 헌신해 온 한병호 작가님의 묵향나는 그림과 어우러져 글의 묘미가 입에 착착 감기게 다가 왔다. 아이는 "등골이 휘어지다." "눈이 시뻘게져서 제 욕심을 채우다." "오줌 줄쭐 싸도록 혼찌검을 내주다.' 등의 표현도 궁금해 했다.







아이가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은 '도사'의 개념이었다. 왜 굳이 '마법사'라고 안 부르고 '도사'라고 부르는 거냐는 집요한 질문에 서양의 witch, wizard 개념과 사뭇 다른 도교적 철학도 바탕이 된 도사 개념을 설명해 주느라 애를 먹었다. 인생 무상, 세상사에 재미가 없어서 미련이나 욕심도 없이 백두산으로 들어가 버린 전우치의 마지막 행적을 예로 들어 '도사'의 특별함을 설명해주었으나, 아이가 중학생은 되어야 그런 정서를 이해하겠지 하였다. 그래도 <전우치전>에서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가난한 백성들의 편이 되어 애를쓰는 전우치의 의로움과 통 큰 씀씀이, 인자하나 악인에게는 강한 대인 됨됨이는 아이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이해했으리라. 책을 한번만 읽엇을 때는 임금님 앞에 무릎꿇고 포승줄에 묶여 있는 전우치가 "나쁜 놈이냐?"고 묻더니만, 여러번 <전우치전>을 다시 읽은 지금은 전우치 도사가 맘에 든다고 호들갑니다. 


<전우치전> 을 비롯 황제펭귄의 우리고전 시리즈를 적극 권장하고 앞으로의 출간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집필진들 자체가 우리문학 고전에 탁월한 식견과 친숙함을 가진 분들인지라 책 각권의 문체마다 우리말의 묘미 우리 옛 어휘의 아름다움과 옛 사람들의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 외에도 아이가 '의로움' '충과 효' 등의 개념에 알게 모르게 친숙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권순긍 선생님이 해설를 짧게 써주셔서 전우치라는 이야기가 가진 시대적 맥락과 의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수 있다. 또한 1952년 범우사의 표지사진이 실려 있어서 고전 전우치를 읽는 감회를 새롭게 해준다.

. <전우치전>에서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아이의 읽기 흐름이 자주 끊어지자, 모르는 단어 먼저 익히고 읽자는 제안을 하였다. 아이는 신이 나서 노트 3페이지에 걸쳐서 모르는 단어들을 적어 내려갔다. 엄마역시 괴발새발이지만 엄마표 우리말 사전을 함께 만들어 보았다. "귀때기"와 "귀"의 어감 차이와 본문에서 하필 "귀때기"라는 비하하는 표현을 못된 벼슬아치들에게 쓴 이유 등을 이야기해주었더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이렇게 책읽으며 아이와 교감할 때가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도술이 진짜 있느냐?"는 아이의 천진함에도 행복하고...아이가 전우치처럼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면서도, 의와 인륜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진정 기원한다. 황제펭귄의 빛나는 우리고전 시리즈 덕분에 아이에게 직접 설명해주지 않아도 책을 통해 절로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익힐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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