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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때는 1851년 모두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황금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를 꾸역꾸역 몰려드는 데 한 형제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들은 찰리와 일라이 시스터즈 형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문 킬러 총잡이로 악명 높고 두 형제가 가는 곳에는 늘 시체가 즐비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마구잡이로 누군가를 죽이는 건 아니고 그들을 고용한 총독이 지명한 수배범이 주 대상이긴 하지만 뭐 그렇다고 그들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이 두 사람은 그저 단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그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길에 자신들의 앞에서 걸리적거리면 말로 하는 번거로움보다 더 빨리 총질을 할 뿐...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일말의 가책을 느끼거나 복잡한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필요해서 사람을 죽이거나 그들의 친절한 제안을 거부한 사람만을 응징할 뿐
그런 단순함이 그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아 악명을 떨치는데 유용함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일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하고 있지만 성향은 전혀 다르다는 게 이 형제의 장점이기도 하다.
형인 찰리는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목표물을 발견할 때까지 추적해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아 원하는 걸 얻는 타입... 그야말로 킬러나 전문 사냥꾼으로써 타고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반면 동생인 일라이는 비록 총을 가지고 사람들을 죽이러 다니는 킬러이지만 사색하고 늘 고민할 뿐 아니라 낭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늘 가는 곳에서 만난 여자들과 금세 사랑에 빠져 가진 돈을 다 털어 주지만 그런 자신에게 별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돈에 대한 욕심도 없고 지금 현재의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형인 찰리를 걱정하는 마음에 곁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얼핏 봐도 안 어울릴 것 같은 형제를 콤비로 묶어 놓아 둘이 여정을 함께하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마치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데 그런 때문인지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고 있지만 이 형제가 그다지 악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이 콤비의 묘한 매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늘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느냐 하면 사소한 문제에서 의견 충돌이 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더할 나위 없이 호흡이 맞아 그야말로 그들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
아마도 어릴 적 아버지의 거친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일종의 동지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딜 가든 늘 함께하는 동지이기도 하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든든한 아군
그런 그들이지만 왠지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곳에서는 늙은 마녀의 저주를 받았고 자신들에게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기로 한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기는커녕 목표물과 야합해서 달아나는 배신을 당한다.
여기에서 둘은 또다시 서로 의견이 갈린다.
찰리는 당연하게 그들을 쫓아가서 원하는 걸 얻고 죽이고 싶어 하지만 일라이는 이쯤에서 그만두길 원한다.
그러다 그들은 그들을 기다리기로 한 정보원 모리스의 일기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하고 이 여행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는데 과연 그들을 기다리는 건 뭘지...
서부시대에 총하나 달랑 들고 온 사방을 무법자처럼 다니는 거친 남자들
그들의 앞을 막는 자에겐 죽음뿐...
이렇게만 보면 오래전 영화에서 본 거친 악당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이런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시스터스라는 성을 가지고 있는 형제라는 설정에서부터 진지하기는 이미 글렀다.
유쾌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영화로봐도 재미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