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하루키의 작품을 엄청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소설을 그야말로 핢듯이 읽어나갔고 신간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그의 작품이라면 다 좋아했기에 그가 쓴 에세이도 즐겨 읽게되었는데 그의 소설이 좋은건 별로도 그의 에세이 역시 참으로 맛깔나게 그려져있어서 그의 에세이를 읽는 재미도 참으로 쏠쏠했었다.

특히 일상을 그리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는데...그는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중 특히 째즈를 사랑하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솜씨도 좋아서 읽으면서 이 남자는 혼자 살아도 잘 살겠다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취향이란건 잘 변하지않는데 이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다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알수 있다.

여전히 째즈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귀찮은일을 싫어하는...자유로운 남자

하루키에 대한 내 생각을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수 있을것이다.

이 책은 하루키가 앙앙이라는 유명 패션잡지에 오랜세월 연재했던 에피소드를 엮은 작품으로 일명 `무라카미 라디오`의 세번째 단행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아주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하루키의 에세이중 내가 좋아하는 책-

그의 작품은..그중에서도 특히 이런 생활에세이는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풀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면서 한줄한줄을 음미하게 된다.

그가 언급하는 클래식이나 째즈음악은 나도 모르게 찾아보게 되고 그가 만들어 먹는 간단한 음식은 나역시 호기심이 생긴다

일상을 살면서 그가 보는것 그가 느끼는것에 대한 묘사를 보면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힘..그게 바로 하루키가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지..이를테면 기본정책이 없는 정부는 화장실없는 맥줏집같다는 표현도 그렇고 가난해 보이는가에서는 평소에 차려입는걸 귀찮아하는 하루키가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는데...사람을 겉모습이나 옷차림으로 평가하는게 우리와 확실히 비슷하다.거기에 갑자기 그를 알아보고 친절하게 대하는 주인에게 불편을 느껴서 갑자기 어깨도 결렸다는 하루키의 이야기도 슬며시 웃음짓게 만든다.

젊었을때는 때때로 날카로움이나 어느 부분에선 양보하기 싫어하는 고집같은 게 느껴지는 글이 많았다면 이 책에선 한결 여유롭고 부드러워진 하루키를 만날수 잇다.아마도 나이듦의 변화겠지?

날카로움도 여유로움도 모두 그의 모습이기에 다 괜찮은것 같지만 나에게는 젊은 날의 뾰족함이 그립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예전의 작품속 마치 만화같은 삽화도 좋았던것 같다

그곳과 사귀다

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곳을 거치거나 머무르는걸까?

바쁜듯 살면서 단 한번도 그런걸 의식하지않았기에 이 책에 나오는 장소들이 새삼스러웠다.

자주 가던 커피숖도 동네 책방도 그리고 아이랑 같이 가던 놀이터에도 지하철 환승역에도..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들러봤거나 혹은 늘 오며가며 거치거나 들르는곳에서도 역시 사람이 주인인것 같다.그래서 어떤 장소를 가면 떠오르는 추억도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생각나는것도 그때 나와 함께 햇던 사람이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그곳들은 추억이자 그리움의 장소가 아닐까 한다.

멀리 여행갈때 들르는 공항

그 공항에서는 늘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오래전 국어시간에 배운 `인연`이라는 글이 생각난다.그 글을 배우면서 같이 익힌 한자가 `회자정리`라는

항상 국어나 한문시험에 자주 출제되던 그 사자성어

만나면 늘 헤어져야하고 헤어짐은 또다른 만남을 약속한다고 배웠었던 기억이 있다.

살아오면서 이 말만큼 인생에 관한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말도 없는듯하다.모든 인연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것...그래서 지금 현재의 인연을 더욱 소중히 해야한다는 교훈을 준다.

나에게 늘 안식처와 같은 서점들 헌책방들..책들...

마음이 울적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때 문득 찾아가서 수많은 책들을 구경하고 그 책들 속에 둘러쌓여 있다보면 어느새 속상햇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걸 느낀다.

아..세상에는 이렇게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많구나 하는걸 깨닫게도 해주고 이상하게 그들과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서로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곳 서점은 늘 나에게 휴식처이자 놀이터이다.

이제는 눈 크게뜨고 찾아야 볼수있는 우체통

늘 빨간색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던 그 우체통이 어느새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힘들만큼 많이 사라졌다.

빠르게 전하고 싶은 소식은 휴대전화나 문자로 혹은 메일로 순식간에 상대에게 전하고 빠른 안부가 서로 오간다.옛날처럼 보내놓고 답장을 기다리거나 잘 받앗을까 두근거리던 설레임도 그만큼 줄어들었고 이제는 그저 간간이 오는 기업들의 광고지만 집으로 배달될 뿐 ..그리움을 전하거나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매체로는 더 이상 이용되지않는 우체통...그래서 이 사진속 우체통이 더 반갑다.

이렇게 모두에게 친숙하거나 익숙한 장소인 그곳들은 우리에게 기쁨을 전하기도 하고 울리고 웃기기도 하며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런 장소들에 대한 공감가는 이야기와 멋진 사진...그리고 그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어떤 장소는 나에게도 멋지게 추억되는 그리운 장소이기도 하고 또 어떤 장소는 자주 찾지않아서 그 곳에 대해서는 별로 떠오르는 생각도 없는 조금은 생소한 곳이지만 작가가 쓴 글을 읽다보면 그곳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소중하거나 멋진 곳이라는건 생각만큼 그렇게 거창하거나 화려한장소가 아닌 늘 우리주변에 있어왔던 그 찻집이거나 카페,공원혹은 늘 타던 버스의 종점과 같은곳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자주 들르던 곳..일상에서 늘 스쳐왔던 길..

익숙한듯 새로운 그곳을 재발견하게 해준 책이었다.

어쩌면 오늘부터 그곳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