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프레소 - 세상을 바꾼 수학 개념들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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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씁쓸하지만 자꾸만 큰 여운을 남겨주었던 매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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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프레소 - 세상을 바꾼 수학 개념들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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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의 구멍은 몇 개일까?"

이 질문이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고 합니다.

저는 몰랐었는데...

그리고 이 질문에 어디에서 의문을 가져야 하는 걸까... 란 의문이 들었는데...

이 질문에 0개, 1개, 2개, ... 등 다양한 주장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건...)

그런데 말입니다.

이 질문을 수학자에게 던지면 역으로 질문을 할 것이라 합니다.

"여기에서 구멍이 뭐죠?"

아...

본질적인 정의부터 시작해야 함을...

그... 그렇구나...

실제로 구멍의 정의가 무엇이냐에 따라 빨대와 커피잔은 구멍의 개수는 같아서, 적당히 잘 주무르면 모양도 결국 같아지게 되고 이것이 바로 '토폴로지' 개념이 되는...

하아...

벌써부터 어질합니다.

하지만 챗GTP로 촉발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수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게 여기는 이러한 수학 개념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다른 학문이나 기술과 결합하여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안목을 제공하며 읽을수록 빠져드는 수학의 맛을 선사한다고 하니 믿고 읽어보려 합니다.

수학!

누가 어떻게 만들었으며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가

매스프레소



기원전 500년경에 활동한 이 사람이 수학자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가 리더였던 피타고리안 학파가 수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합니다.

바로 '피타고라스'.

또한 알려진 수학자 중 피타고라스보다 40살쯤 많았던 탈레스를 제외하면 모두 피타고라스 이후의 사람들이니, 수학자들의 활동을 기준으로 본다면 본격적인 수학의 역사를 2500년 정도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500년!

2500년 전이면 우리나라는 청동기를 사용하던 고조선 시대인데 그 당시 원과 삼각형을 작도하고 증명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더 놀라운 건 인류의 역사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했던 400만 년 전으로 잡거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던 20만 년 전으로 잡더라도 2500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점.

그야말로

Amazing!!

이었습니다.

이토록 짧은 시간동안 '수학'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짧은 시간에 수학의 개념들은 왜 태어났고,

누가 만들었으며,

무엇을 남겼는가를 일깨우는 것!

을 목표로 우리에게

쓰디쓴 수학의 맛이 아닌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스프레소의 맛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 효율적인 독서를 위한 꿀 팁! 을 일러주었습니다.



"국어, 영어는 잘하는데, 수학은 못합니다." 100년 전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이 말이 20세기 이후로는 이상한 말이 되었다?

암호를 오픈했는데 왜 털리지 않을까?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에 어떤 수학 원리가 숨어있다?

...

정말이지 수학 개념들은 다른 학문이나 기술과 결합하여 IT와 과학 혁명을 주도하고 있었고,

이러한 개념들은 수학자들의 근본적 질문을 통해 탄생했다는 것을,

그리하여 우리의 삶과도 같았던 '수학'.

수학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수학 교과서 단원들

방정식, 로그, 미분, 삼각함수, 벡터, 집합, 수열, 확률...

이 중 가장 최근에 생긴 과목이 100년 전에 그 체계가 완성된 '집합'이라고 하였습니다.

오히려 제일 먼저 생겼을 것 같았던 집합이...?!

그리고 집합이 <집합론>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되면서 신의 영역이었던 '무한'에 인간이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저로서는 놀라웠습니다.

집합론의 창시자 '칸토어'가 남긴 역대급 수학 명언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을 못 하는 학생들의 대체적인 질문인

"이 문제를 몰라요. 풀어주세요."

에서 챗GTP까지 이어진 이야기도 실로 놀라웠습니다.

학생들이 무작정 답을 구해달라고 할 때 조건과 구하는 것을 찾고 용어를 되새기고, 등식이라도 세우고 그래프라도 그린 다음 다시 오라고 하면 질문을 다듬어서 2차 질문을, 생각을 조금 도와주고 다시 돌려보내면 3차, 4차 질문까지 가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5차 질문까지는 가지 않게 됩니다.

왜?

이미 답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전지적 수학샘 관점에서 챗GTP가 구글보다 압도적으로 위대한 한 가지가 질문 패러다임의 전환! 질문의 크기를 키워주는 점이라는데...

구글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이거 찾아주세요. 이거 풀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며, 챗GTP의 창에서는

"어떻게 기도를 하면 그 분 목소리가 들리나요?"

좋은 대답을 받기 위해 질문이 달라지는 것을.

그래서

챗GTP는 이미 많은 부작용과 위험성을 노출했으며 AI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답을 쫓는 인간은 AI에 지배당할 것이며 올바른 질문을 하는 인간은 AI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 page 60

책이 마냥 쉽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깊이 파고들자면 한이 없기에, 그럼에도 흥미로웠고 어렴풋이 '이해'는 할 수 있었습니다.

더 알고자 한다면 그의 채널 '매스프레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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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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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먼저 알아본 한국 소설!

이 타이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87년 전통 이탈리아 출판사 Garzanti 소설 편집장이 이렇게 평했다고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희망이란 늘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라고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편지가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상기시켜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편지보다는 메시지가 익숙한 우리들에게 '편지'의 가치를 일러줄 이 소설.

저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자 합니다.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각자가 진실한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한 답장이 이루어지는 곳.

편지 가게 글월이 소설로 재탄생합니다.

편지 가게 글월



"어떡하니. 네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 page 13

유치원 때부터 영리함으로 가족의 자랑이었던 언니 효민이 가족의 돈을 맡기고 사기를 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집 안의 기둥이다 뭐다 하고 키웠으면서. 지금 봐! 엄마는 이렇게 다쳤는데, 언니는 똥만 싸지르고 도망갔잖아!" - page 15

집이 어려워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효영.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다쳐 병원 신세를 지면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확신이 휘발되었기에...

언니도 효영의 영화도 방향을 잃어버렸던 그때.

언니의 편지가 집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봉투에는 언제나 '효영에게'라는 글씨가 적힌 채...

짧게는 2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

언니의 편지봉투를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았지만 언니의 다섯 번째 편지를 발견했을 때, 효영은 가출을 결심합니다.

"어떡하겠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잖아요." - page 19

아이러니하게도 딱히 갈 곳이 없던 효영은 대학 동기 선호가 운영 중인 편지 가게 '글월'에 가게 되었고 이곳의 점원이 됩니다.

손님들이 편지를 적어 가는 모습과 그들이 새롭게 맞이하는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언니에 대해 그리고 효영 자신에 대해 한 걸음씩 성장하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펜 끝으로 드디어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말이 고였다. 편지로만 말해야 할 것 같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천천히 편지지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늦지 않게 답장을 보낼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효영은 다음 문장을 적었다. - page 392

1초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

편지란 무엇일까...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어떤 말을 써내려갈지 고민하고

그 진심을 펜으로 채워나가며

편지를 보내고 받을 때까지 시간들...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를 지금은 이모티콘으로 즉흥적인 감정 표현으로 인해 따뜻하고 위로되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 어색해진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이 나서 씩씩거리며 글씨를 적다가도 이쯤 쓰니 또 마음이 퍽 풀립니다.

편지라는 게 그래요. 아무리 화가 나도 막 쏘아붙일 수가 없어요.

이 손가락이 분통 난 마음보다 늘 느리거든요. - page 101

많은 편지들 중에서 '덤벙대는'과 '성격이 급한', '그리움이 많은'에 동그라미를 한 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이페이 익스체인지>라는 영화에 대한 그리움.

편지봉투에 있는 키워드 중 '그리움이 많은'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더라구요. 저는 그리움이 많은 사람이에요. 물건에도 쉽게 정을 쌓고 흘러간 시간도 자주 꺼내 봅니다. 가만히 앉아서 편지를 쓰는 것도 저에게는 그리운 영역 중 하나예요. 어느 순간부터는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손글씨가 많이 대체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지금 여기, 글월에 가만히 앉아 건너편에 앉은 친구의 종이가 쓱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모르는 이에게 제 이야기를 적어보는 순간이 참 좋아요.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그리워질 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편지를 통해

어쩌면 '많이 그립다.'라는 말은 '많이 행복했다.'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글월에서 편지를 쓰던 날의 기억이 훗날 그리움으로 남는다면, 그 시간이 그만큼 포근하고 아름다웠던 것이리라. - page 280

'그립다'는 말이 '행복했다'라니...

순간 저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었습니다.

'글월'은 실제 서울 연희동과 성수점에서 운영 중인, 실존하는 편지 가게라 하였습니다.

이곳은 모르는 이와 한 통의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가 있는데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본연의 진실함과 선함을 꺼내어 상대와 자신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그렇게 서로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위로하고 공감하며 감동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언젠간 글월에 가서 편지 한 통을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엔 예쁜 편지지만 보면 사서 편지도 곧잘 쓰곤 했었는데...

이제는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어색한 거 보면...

변한 내가 씁쓸한 건지......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몽실몽실 피어났습니다.

이 마음 잃지 않기 위해 조만간 예쁜 편지지와 펜을 장만해야겠습니다.

벌써 『편지 가게 글월 2』 도 진행 중이라 하였습니다.

그 편지가 저에게 닿을 때까지...

저도 온 마음을 다해 기다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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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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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애호가들이 뽑은 진정한 '인생 소설'

이 소설은 제 주위에서도 추천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익히 알고는 있었고 읽겠다고 했었고...

잊혔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마주하게 된 이 소설.

1965년 출간 당시 문단과 평단의 호평에도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긴 세월 동안 잊혔다고 하였습니다.

어멋!

잊혔다는 점에서 뭔가 통했다는...

그러다 가치를 아는 작가들이나 교수들만 어렵게 구해 이 책을 읽었었고 50년의 세월이 지나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뜨겁게 읽혔다고 하니...

드디어 가치를 밝히는 이 소설.

음...

읽기도 전에 왠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저도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스토너



가끔 어떤 학생이 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윌리언 스토너가 누구인지 무심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 page 8 ~ 9

스토너는 1891년 미주리 주 중부 분빌 마을 근처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열아홉 살에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정말로 제가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그가 물었다. 반쯤은 아니라는 대답을 바라는 듯한 말투였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 page 12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

그런데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가 그의 인생을 온통 바꾸어놓게 됩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선택하게 된 스토너.

박사과정 동료 데이비드 매스터스와 고든 핀치 두 명과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힘들 거야." 매스터스가 말했다. "여기 남아 있으면."

"나도 아네." 스토너가 말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스토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스터스가 히죽 웃더니 여느 때처럼 짓궂게 말했다. "자네는 확실히 마르고 굶주린 사람처럼 보여. 인생이 끝장났군." - page 56

그의 친구 두 사람은 참전하게 되고 매스터스는 전사하고 핀치는 학교로 돌아와 스토너의 평생 친구로 지내게 됩니다.

어느 날 핀치가 개최한 사교모임에서 이디스라는 여성에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지만 신혼여행 직후 서로가 어울리지 않음을, 이 결혼은 실패작임을 깨닫게 됩니다.

개인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다 3년 만에 그레이스를 낳게 되었지만 이디스가 그레이스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그는 끝내 딸과는 가까워질 수 없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청강을 요구하던 박사과정 워커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의 불성실한 태도에 박사과정에서 탈락시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동료 교수 로맥스 교수에게 들어가게 되고 부학장인 그가 스토너에게 불이익을 주게 됩니다.

그 이유는 워커라는 학생이 다리가 불편했었는데 이는 마치 척추 골절 장애가 있는 로맥스 교수에게는 자신을 향한 것처럼 느낀 것이기에 그는 마지막까지도 스토너의 연구를 방해하고 앞길을 막습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그.

육체적 고통으로 병원에 간 스토너는 자신이 대장암 말기임을 알게 되고 퇴임을 받아들이며 수술을 하게 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page 387 ~ 388

그는 책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 책은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장을 펄럭펄럭 넘기며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책장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짜릿한 느낌은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그의 살과 뼈를 훑었다. 그는 그것을 어렴풋이 의식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그를 가둬주기를, 공포와 비슷한 그 옛날의 설렘이 그를 지금 이 자리에 고정시켜주기를 기다렸다. 창밖을 지나가는 햇빛이 책장을 비췄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 쓰인 글자들을 볼 수 없었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 page 392

그야말로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스토너.

그의 삶은 큰 희로애락이 없었지만 그래서 더 우리의 모습과 같았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고 먹먹했던...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가 건넨 질문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물음 앞에 난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왜 많은 이들에게 인생 소설이었는지 알 수 있었던 소설.

저도 한 번으로 그칠 것 같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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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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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과학 선생님이자 추리소설 작가이며,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대표적인 장르문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자영' 작가.

이번에 첫 힐링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국내 최대 오디오북 '윌라'에 선공개되어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는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설.

기대되었습니다.

고단한 삶에 위로를 전하는 향긋한 빵 한 조각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윤자영 작가의 힐링소설

라라제빵소



이름은 안창석, 국가 공인 제빵 명장, 한때는 제빵 신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빵업계의 시기와 음모, 본인의 교만으로 추락하여 지금은 그 명예가 사라지고 폐인 생활 중입니다.

불현듯 자신에게 제빵을 가르친 스승을 만나보고 싶어 작은 가방을 메고 강화도로 향하게 됩니다.

"스승님께서는 잘 계실까?"

읍내에서 15분 거리의 시골에 있는 제빵소.

떠날 때는 스승님의 이름을 딴 '신달제빵소'였는데, 간판이 '라라제빵소'로 바뀌어있었습니다.

주인이 바뀐 것일까...?

"계십니까?"

스승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창석.

그러던 어느 날 뭔가 방 안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창을 보자 아직 어두운 깊은 밤인데 제빵소로 통하는 곳에 불이 커져 있었습니다.

"이놈아! 빵은 화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게 뭐냐?"

혹시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빵틀로 맞은 머리에서는 통증이 전해졌고 스승님은 평소 일어날 힘도 없으면서 어느새 힘든 일을 척척해내며 창석에게 빵을 만들라고 합니다.

"이놈아, 손이 안 움직이면 어떠냐? 그 손으로도 만들 수 있는 빵이 있지 않느냐."

...

"스승님, 저는 앞으로 어떤 빵을 만들어야 할까요?"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거라." - page 57 ~ 58

그러고는 이것이 스승에게 듣는 제빵의 마지막 수업이 되었습니다.

스승님이 작고한 뒤 목표 없이 살던 그는

"스승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사람 살리는 빵을 만들라고 했어요. 난 사람 살리는 빵을 만들 거예요."

"그게 어떤 빵인데?"

나도 아직 사람 살리는 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단팥빵을 만든 것이다.

"몰라요. 일단 옛날처럼 빵을 만드는 거예요." - page 91

하지만 스승님의 손녀 손라라가 나타났고 갈 곳 없던 그는 손라라에게 빵을 가르쳐 주겠다는 제안을 건넵니다.

과연 스승 안창석과 제자 손라라는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 수 있을까?

읽으면서도 갓 구운 빵 냄새가 콧가를 간질였습니다.

은은한 참나무 향과 솔향에 깊은 단맛 끝에 떫은맛을 내는 단팥빵...

기본에 충실했던 그의 빵에 그동안 화려한 빵에만 치중했던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쓸쓸함에...

기본의 단단함에 저도 재정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단팥빵으로 신 씨 아저씨를 살렸고,

고로케로 김세원 제빵사를 살렸고,

실연의 슬픔에 빠진 라라도 살리고,

김포댁 아주머니도 살렸는데...

또다시 그를 망치려는 제빵 명장 1호이자 그의 스승이었던 심명진.

'라라제빵소' 옆에 명심당을 오픈하는데...

"심명진 제빵 명장님, 그래도 빵을 가르쳐준 스승이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고얀 놈. 네까짓 게 무슨..."

"들어보세요. 지금 당신은 제가 파멸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수에도 안 맞는 빵집을 빚으로 차리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1호 제빵 명장의 모습으로 빵집을 포장하고 있죠. 그리고 가게 제빵사들에게 막 대하는 것, 모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나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파멸에 이를 거라고요."

나는 나의 손목을 걷어 심명진에게 보여주었다. - page 223

온갖 훼방에도 진실은 통하는 법.

결국 사람을 위한 진짜 제빵으로 이들은 성장해갑니다.

"빵으로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잖아."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던 윤자영 작가님.

다음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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