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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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청소년 문학상>이 작년 11월 13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세 번째 수상작이다. 솔직히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기 전까지는 <창비 청소년 문학상>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었다. <완득이>도 <위저드 베이커리>도 아직 접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꽤 높은 것인 듯싶었다. 그런 촉망받는 문학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됐다는, 그리고 우리문학에서 가장 취약한 미래소설 부문에서 빼어난 성과로 기록되리라는 평가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강하게 내 관심을 끌었다. 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수상작의 이름은 <싱커Syncher>다. ‘싱커’란 소설 내에 등장하는 게임(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의 이름으로 신세계 아마존 속에서 사는 동물들(소설 속에서는 반려수(伴侶獸)라고 한다.)의 의식에 접속(싱크)하여 그 동물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이 단어의 어원인 Sync는 ‘동조’ 혹은 ‘동시발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 ‘싱크’를 아이들이 즐기는 장면에서 자꾸 영화 <아바타>가 떠오른 것은 나뿐일까?

 

  21세기 중엽,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강대국에 대항해 출범한 ‘동아시아연합’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지구를 벗어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려고 시행한 ‘베타지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백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그대로 재현한 ‘신(新) 아마존’을 그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안’은 거대기업 ‘바이오옥토퍼스’의 명예회장 파에타가 사욕을 채우기 위해 기만과 거짓으로 쌓아올린 장난감 도시이다. 이 도시에서는 ‘시민권자’만 인간답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비(非)시민권자’는 그 어떠한 권리도 가질 수 없다. 이 세계에도 빈부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에 따라 시민층을 일생에 걸쳐 온갖 값비싼 유전자 상품들을 시술받는 부유층인 ‘유전자 귀족’들과 수정란 단계에서 장수 유전자 삽입 시술만 받는 것이 전부인 빈곤층 ‘늦둥이’, 이렇게 커다랗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늦둥이들은 장수 유전자 삽입 시술에 따라 성장기가 길어지고 2차 성징도 늦게 나타나며 추위에도 약하다. 작은 체구와 발육부전의 몸 그리고 허약한 면역 체계가 특징이다. 덕분에 시안의 아이들은 공장에서 찍어 낸 듯이 모두 비슷비슷한 외양을 갖고 있다. 반면, 유전자 귀족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처럼 훤칠한 키에 미모를 갖춘 젊은이의 모습을 갖고 있다. 부의 배분이 그렇듯이 부유층보다 빈곤층이 훨씬 많은 시안에서도 늦둥이들이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인공 ‘미마’, ‘부건’, ‘다흡’ 등도 이런 늦둥이 출신 아이들이다. 미마가 우연한 계기로 ‘싱커’라는 게임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자연 세계에 접속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름다운 원시림과 미지의 야생동물, 태초의 변화무쌍한 기후를 간직한 ‘아마존’이라는 이국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해방감, 부모님의 따스한 사랑 그리고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은 친구 그리고 그 이상의 친밀감으로 뭉쳐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이루게 되고, 점점 이 세계에 애정을 갖게 되어 자신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시안이상으로 아끼고 지키고 싶은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바이오옥토퍼스의 음모를 알게 되고 이에 대항해 힘을 합쳐 대항하기에 이르는데…….

 

  <싱커>는 미래 사회와 경이로운 자연에 동시에 접속하는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마를 비롯한 늦둥이 아이들의 편이 되어 그들의 행동에 뭉클해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힘내라고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어른들이, 아니면 미래의 어른들이 <싱커>속의 세계와 같은 환경을 후세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생각해봤다. 물론 급변하는 과학문명과 나날이 파괴되는 자연환경 그리고 한정적인 자원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시안’과 같은 세상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괴로움, 고통 그리고 아픔의 시간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연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며, 이 자연을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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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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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코미디. 이 단어는 어렴풋이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정확한 정의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백과사전에서는 ‘블랙코미디는 일반적인 유머나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웃기면서도 인간존재의 불안, 불확실성을 날카로이 느끼게 하는 것으로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커다란 맥락에 접근한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이러한 ‘블랙코미디’라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에 불필요하고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니 책을, 소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어려운 것으로서 내 스스로 무게를 지운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역자 역시 <역자 후기>에서도 “노인들이 누구를 왜 선택하여 어떻게 죽이는가에 주목하며, 사회 풍자와 유머가 뒤섞인 블랙코미디로서의 비장함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인 조이 슬링어는 캐나다의 저널리스트로서 사십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언론업계(구체적으로는 신문업계)에 종사해온 베테랑이다. 토론토의 한 신문에서 유머러스한 칼럼을 통해 명성을 쌓아온 그가 내 놓은 첫 번째 소설이 바로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몸 담았던 직종이 직종이니 만큼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고 생각하고 글을 써왔던 분야가 그의 첫 번째 소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그가 어떤 칼럼을 썼었는지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상 사회의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부분을 꼬집고 지적하는 글들을 썼던 경력이 있었기에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그에게 가장 매력적이고 적합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려다 우연한 사고에 의해 전설적인 살인자가 되어버리는 여든 한 살의 ‘밸런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밸런타인 이외에 그와 의기투합한 수많은 괴짜노인들 이를테면 ‘마운트 러시모어’, ‘시스터 버니스’, ‘보롭스키’ 등이 등장하고 나름 다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건, 사고, 소동이 소설의 중심 줄거리이다.





  아내와 사별하게 된 여든 한 살의 노인 밸런타인. 그는 남아도는 시간, 그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시간을 보낼, 그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자신의 아내를 겁에 질려 죽게 만든 망나니 세 명에 대한 복수.(이 부분에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겁에 질려서도 죽을 수 있는 힘없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슬프고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첫 번째 복수를 성공하고 ‘수도원’이라는 이름의 양로원에 들어가 그곳에서 만난 노인들과 뜻을 함께해 사회 정화 활동을 벌이게 된다.





  평소 책을 읽는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에 소설은 나름, 다른 책에 비해, 빨리 읽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를 읽는 데는 유독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학교를 오가는 지하철 속에서만 틈틈이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용이 쉽게 와 닿지 않고 뭔가 꽉 막힌 답답한 기분 속에서,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보는 수준에서, 책을 읽었다(보았다고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사람이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죽는다. 물론 밸런타인과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활동이 살인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가볍게 보이는 죽음들을 보면서 흥미도 많이 반감되고 정서가 메말라 가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외국문화를 접할 때 흔히 말하고는 하는 ‘정서의 차이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블랙코미디’라는 익숙지 못한 장르 때문인지 어디서 웃어야 할지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드라마(이하 미드)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 미드를 즐겨 보는데, 특히 미국시트콤을 볼 때도 이런 경험을 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방송 속 웃음소리가 삽입된 부분에서 나는 웃지를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그들의 정서가 이해가 된 것일까 나도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도 다시 여러 번 읽다보면 좀 더 제대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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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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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카모메’라는 이름의 식당을 차린 사치에. 처음 한 달 동안 파리조차 날리지 않던 그 곳에 조금씩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주먹밥이 대표 메뉴인 조그만 일식당, 그리고 그 곳을 찾는 손님들의 사연이 담긴 영화 <카모메 식당>. 이 작품의 참여를 계기로 ‘영화 전문 음식 감독’으로서 활약하게 된 ‘이이지마 나미’의 푸드 에세이집 <LIFE> .



  영화 <카모메 식당> 같이 음식이 중요한 소재인 작품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영화 전문 음식 감독’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참 신선했다. 물론 영화 속 음식들이 사연을 가지거나 하는 경우 더욱 특별해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사연이나 상황을 설정해 레시피를 소개해 주는 책을 접하고 나니, 앞으로는 더욱 더 영화 속 음식을 비롯한 작은 소품들에 다시 한 번 눈이 가게 될 것 같다.



  <카모메 식당>외에도 <안경>,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남극의 쉐프> 그리고 <심야식당> 등의 영화에서도 그녀만의 가슴 따듯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나중에라도 기회를 내어 꼭 챙겨봐야겠다.



  <LIFE>에는 요리 레시피 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음식에 관한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다니카와 슌타로’, <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소울메이트>를 공저한 ‘이토이 시게사토’ 그리고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의 ‘시게마츠 기요시’가 바로 그 주인공 들이다.



  이들의 에세이 중 이토이 시게사토의 ‘오하기 지킴이로서’라는 제목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그의 센스만점 재치만점의 글을 읽으면서 입가에 자연스레 웃음이 지어졌다. 글을 읽으니 ‘오하기’의 멸종?!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만 같았다.



  요리를 잘 하는 편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평소 요리책을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 연유로, 솔직히 나로서는 이 책이 진정 요리책인지 에세이집인지 그 정체를 확실히 규정할 수 없다. 그리고 다른 기존의 요리책들에 비해 레시피가 얼마나 전문적이고 그 설명이 얼마나 친절한지 역시도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책 속 <이이지마 나미의 쿠킹 포인트>에서 소개하는 음식 이야기는 정말 가슴 따듯하다.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일본 영화 속에서 나올법한 상황, 이야기들. 게다가 모든 요리책이 이렇게 설명을 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서마다 항목마다 세세하게 집어주고 알려주는 ‘포인트 설명’이 일품인 것 같다. 정말 주위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친척 같은 친한 사람에게 옆에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다.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내가 벌써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뛰어난 요리사가 된 기분을 선사해 주는 책 . 맛있는 것뿐만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요리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책 . 이제부터 가끔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조금씩 그 아름다운 요리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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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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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도 책 속의 삽화가 내 눈을 붙잡았다. 무언가 신비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들. 전부 여성들의 그림인데, 모두들 하나같이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여성 얼굴의 그림이 하나 이상씩 삽입되어 있어서 이야기와 관련된 듯 보이는 모습도 있었고 아닌 것들도 있었다. 책의 겉표지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 위에 책 제목은 은색으로 새겨져 있다.



  책 제목인 상상과 몽상의 경계도 책 속 그림들과 잘 어울린다. 작가의 상상과 몽상이 만들어낸 이 책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삽화와 책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상상’과 ‘몽상’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 그 정확한 의미를 되새겨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직접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상상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으로, 몽상은 ‘꿈속의 생각,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함. 또는 그 생각’으로 그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두 사고활동을 통해 이 책이 탄생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새삼 우리네 사고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책은 모두 ‘상처blue’, ‘이해violet’, ‘성숙red’. 이렇게 세 장으로 나뉘어있다. 그리고 그 속에 총 62개의 작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일상이나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집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처럼 읽는 속도가 느린 독자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는, 전체적으로 글이 별로 없는 구성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에세이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이기에 더욱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김의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일상을 그리고 자신의 평소 생각들을 가볍게 또는 진지하게 우리에게 풀어놓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책 속의 그림을 보고 내 이야기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를 느끼고 깨달으면서 지금의 내 위치와 앞으로의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형을 다시금 곱씹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몇 년 후면 나도 작가 또래의 나이가 된다. 그 때 다시금 이 책을 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내 생각을 굳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듯이 이 책을 다시 잡고 읽었을 때 조금이라도 지금과는 다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왠지 커다란 기쁨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혹은 비슷한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내가 평소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던 부분들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인지 아니면, 조금 더 인생경험이 많은 성숙함에서 오는 다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듯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읽는 다는 것, 접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이고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덕분에 그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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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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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이란 말을 들을 때면 나는 무의식중에 그냥 자연스럽게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제목이 귀에 익은데, 혹시 봤나? 아닌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데...'이다. 일종의 고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고전이라고 하면 나는 딱딱하고 어렵고 나와는 아주 멀리 있는 그 무언가를 떠올리는 습관이 있다. 이러고 보니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도 갖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 이렇게 나를 고전에 대해 근거 없는 두려움과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품게 했는지 아직은 그 답을 알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고전과 나의 관계?!'때문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던 것 같다. 평소에 생각하던 것처럼 '역시 고전을 봐야겠어...'라는 중압감이 이 책을 보자마자 손을 뻗게 만들었던 것이다. 생각만 하고 직접 고전을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않던 나이기에, 여러 편의 고전들을 한 책에 모아놓은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찾았을 때는, 정말 '바로 이거야!'라는 환호를 마음속으로 부르짖었었다.

 

 

 

  책은 총 열다섯 편의, 이름은 다 한 번씩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고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언젠가 제목만 들어 봤던 고전, 읽다가 만 고전들이 대부분이었고, 극소수의 내가 읽었던 고전이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고전의 줄거리와 자신의 생각만을 죽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고전과 연관성이 있는 다수의 기타 작품들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고전에 접근하고, 색다른 시각으로 고전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

 

 

 

  저자인 정혜윤 프로듀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서 에세이 작가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정혜윤이라는 이름을 접한 말 그대로 초보독자로서 그녀에게 크게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방대하고도 풍부한 독서량이 그것이다. 한 편의 고전에 관한 글을 쓰기위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저자가 여러 권의 관련 책들을 읽은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뒤늦게 발견한 나로서는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독서의 방향 등등 깊고 어려운 이야기들은 뒤로 미뤄두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 정혜윤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일종의 동경 같은 것을 품게 된 것 같다.

 

  단지 고전에 국한된 것이 아닌, 한 명의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책 읽는 자세라던가 어떤 닮고 싶다는 이상형을 발견한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어렵고 머리가 아팠던 적도 있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단 한 가지, 하지만 아주 치명적인,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내가 이 책에 수록 된 고전 작품들을 사전에 제대로 접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도 미처 모르는 상황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자니 너무나 힘에 부치고 더딘 책 읽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 분들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정말 겨우겨우 넘어갈 수 있는 커다란 장애물과도 같은 부분이었다. 이것이 나에게 한 작품 한 작품을 읽어갈 때마다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글씨를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하는 회의와 가슴이 탁 막히는 답답함을 선사해 주었다.

 

  시험기간이 닥치기 전에 다 읽으려고 했지만, 나의 느린 책 읽기 속도로 인해 화살보다도 빠른 시간에 따라잡혀, 결국 시험기간 틈틈이 읽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여기 담겨 있는 열다섯 편의 고전들을 모두 섭렵한 후에, 다시 이 책 속에 빠져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럼 지금과는 다른 그 무언가를 몸소 깨닫고 기쁨의 전율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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