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끝나던 날,
아내와 난 개 다섯 마리를 차에 싣고 인근 공원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평소 사이가 안좋던 둘째와 셋째가 싸움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아내가 셋째한테 얼굴을 물리는 사태가 생긴다.

그림: 맨 왼쪽에 있는 검은 개가 문제의 셋째 강아지로, 보기와 달리 둘째를 수시로 괴롭히는 일진이다.

 

 

 

피를 닦고 보니 귀한 아내 얼굴에 기스가 좀 났다.


아내가 아파한 것에 마음아파 하면서도, 얼굴에 난 상처가 좀 신경이 쓰였다.

혹시라도 내가 그런 거라고 오해받을까봐서.

 

그날따라 아내는 일이 있어 사람들을 좀 만났는데,

그 와중에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다음은 아내와 나의 대화로, 노란 게 내 답장이다.

 


아내의 상해 중 상당수가 남편의 소행이니,

나 역시도 개한테 물렸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할까, 라고 의심했으리라.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개한테 물려 상처가 나고, 또 멍이 드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근데 정말 난 아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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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니 마태님이 얼마나 성실한 가장이신데
개가한 건 안 믿고 사람이 했다고 하면 믿는 것입니까?
저는 믿지 않습니까?ㅋㅋ

근데 마태님 키우시는 애들은 포스부터가 남다르군요.
견종이 뭔가요?

마태우스 2017-10-15 02:48   좋아요 0 | URL
답이 늦어 죄송요 페키니즈입니다 중국 황실견으로 알려진...엽기적인 그녀라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개가 저희랑 같은 친정입니다. 포스 남다르다 해주셔서 감사요. 자랑하려고 올렸다는...ㅋㅋ 근데 성질은 참 안좋습니다 ㅠㅠ

희망찬샘 2017-10-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ㅜㅜ 깜짝 놀라셨겠어요.

마태우스 2017-10-15 02:49   좋아요 0 | URL
지금은 입술 옆에 멍이 들어서, 남편 소행이 100%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다들. ㅠㅠ

2017-10-19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10-20 19:52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게 누굽니까. 그 아드님이 벌써 군입대..세월이 정말 빠르다 싶습니다. 자녀분들이 혹시 저 기억하나요^^ 그때가 제 인생의 아름다운 시기였죠. 그땐 저도 참 젊었는데 말입니다 ㅠㅠ 암튼 응원 감사드려요!

불사조천 2017-10-2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자고 일어나니 한쪽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던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모기가 하필 눈두덩이를 물어서... 근데 또 하필 그 때가 추석이어서... 누가보아도 추석에 부부싸움하고 남편에게 맞은 얼굴... ㅋㅋㅋ

마태우스 2017-10-28 14:41   좋아요 0 | URL
와 모기가 그런 일도 하는군요. 명절 땐 모기도 조심해야겠네요^^

transient-guest 2017-10-25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애들을 키우시네요. 이빨자국이 하필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는 곳에..ㅎ

마태우스 2017-10-28 14:42   좋아요 0 | URL
작고 예쁜 애들을 키우고 있지요. 성질은 어찌나 더리한지, 여간 힘든 게 아니랍니다 물론 보람이 백만배쯤 더 크죠

몽글 2018-01-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나네요 😃😃

마태우스 2018-01-06 17:03   좋아요 0 | URL
웃어주심 됩니다^^ 감사합니다
 

 

 

 

 

 

 

 

 

 

 

 

광주 모 도서관에서 독서에 대한 강의를 했다.
시작이 오후 7시인데 기차시간 때문에 막상 도착해보니 5시 반밖에 안됐기에,
식사라도 하려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미친 고기’,
혼자 밥먹는 사람은 많아도 혼고, 그러니까 혼자 고기먹기는 쉽지 않다는데,
난 혼고가 참 편하다.
고기를 먹을 때 난 주로 고기를 굽는 편인데,
그냥 내가 구워서 나 혼자 먹으면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고기집들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혼자는 안된다고 쫓아내거나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최소 2인분은 드셔야 해요”라고 말하기 일쑤다.
최소 3인분을 먹는 나로서는 그런 대접이 좀 부당하게 느껴지지만,
어제도 다른 곳에서 한번 쫓겨나고 만다!


다행히 ‘미친 고기’는 날 박대하지 않았기에,
난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고기는 정말 맛이 있었다.
너무 맛이 있어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그러다보니 한번 쫓겨난 것에 대한 분이 다 풀려버렸다.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4인분은 너끈히 먹었을 테지만,
아쉽게 3인분에 만족하고 말았다.


고기를 먹던 중 벽에 무슨 글귀가 적힌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세상에, 내 이름이 적혀있다!
내가 저런 말을 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내 이름을 저런 식으로 보다니 너무 신기했다.

 


계산을 하고난 뒤 날 받아준 착한 종업원에게
“저거, 저예요.”라고 얘기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저 사람이 바로 저라고요”라고 얘기했는데,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고기의 맛은 지금도 내 입가에 남아
날 흐뭇하게 해주고 있다.
고기는 레어보단 적당히 익어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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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7 0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혼자 고기굽는 걸 아직 못해봤는데 꼭 도전해봐야겠어요. 불끈!!

그나저나 고깃집 벽에서 발견한 마태우스님 본인의 이름이라니요!!! >.<

마태우스 2017-09-27 07:20   좋아요 0 | URL
혼고가 처음이 어렵지, 의외로 중독성 있답니다^^ 근데 다락방님처럼 우아한 분이라면 좀 주저될 수도 있겠네용. 암튼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비연 2017-09-2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고가 뭐지? 잠시 갸우뚱 했었는데...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아이템인데요 ㅎㅎㅎㅎ
그나저나 저 문구가 고기집에서 인용된다니 ㅎㅎㅎㅎ 완전 신기합니다~

마태우스 2017-09-27 21:29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전문용어를 썼군요^^ 전문가티 내려고 그랬답니다. 직접 보니까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cyrus 2017-09-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당 직원이나 지배인이 교수님을 알아봤으면 가게 벽에 교수님 사인을 남겨달라고 부탁했을 거예요. 교수님 같은 분의 슈퍼스타를 못 알아보다니.. ㅎㅎㅎ

마태우스 2017-09-27 21:30   좋아요 0 | URL
헤헤 제가 알라딘에서만 슈퍼스타죠 다른 데서는....아, 글고보니 어느 고기집에서 저한테 진짜 많이 먹는다고, 대단하다고 한 적도 있어요^^ 고기계의 슈퍼스타가 될래요. 어찌된 게 먹성이 이 나이에도 꺾이질 않는지

stella.K 2017-09-2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 진짜 마태님 아무리 못해도 2인분 드시잖아요.
쫓는다고 쫓겨 나올 건 없지 않나요?
미친고기에선 3인분도 해치우셨구만.ㅋㅋㅋ

그런데 그 종업원 마태님이 서민 교수라는 걸 끝까지 믿지 못했나 봐요.
설마하는 눈치...?
좀 더 마태님을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은 대목입니다.ㅋㅋ
암튼 마태님 그리 말씀하시니 고기가 먹고 싶어졌슴다.ㅠ

마태우스 2017-09-27 21:32   좋아요 1 | URL
오모나 스텔라케이님 반갑습니다. 자랑이지만 4인분 먹은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혼자 오는 손님에 대한 박대가 좀 심합니다. 많이 먹을 거라고 사정했는데 쫓겨나기도 했고요 흑흑. 특히나 고기집은 불에다 불판, 밑반찬 등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혼자 오면 노골적으로 싫어해요. 제 이름을 알리기보단 제 먹성을 알리는 게 더 시급한 듯요

에디터D 2017-09-2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인분 먹을 수 있으니 이제 당당하게 들어가야겠어요.^^

마태우스 2017-10-05 23:18   좋아요 0 | URL
3인분이면 훌륭하죠^^ 화이팅입니다.

moonnight 2017-10-07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장님이 마태우스님 팬이실 듯 한데(혹시 알라디너?^^♡) 직원분에게 영상교육을 안 시켰나봐요. 그래도 혼자 온 손님 박대하지 않았으니 예절교육은 잘 하신 듯^^

마태우스 2017-10-08 03: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혼자 왔다고 박대하지 않은 멋진 고기집이고, 또 맛도 기가 막혔습니다. 친절하면서 맛도 좋은....미친고기 화이팅입니다.

심술 2017-10-0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심해서 검색해 보니 20171008 기준으로 광주광역시에 미친고기가 10개나 있군요.
어느 지점인지 모르겠네요.

마태우스 2017-10-08 18:36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농성동에 있는 건데, 주소 말씀드리려 했지만 그게 안되네요. 농성동과 미친고기를 넣고 검색하니 ˝ 농성동 장어집 미친듯이 맛있다˝같은 것만 검색됩니다 ㅠㅠ

북다이제스터 2017-10-1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는 상황에 거리를 두면서도 그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겨난다”는 책 문구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마태우스 님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따뜻한 유머 감동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

마태우스 2017-10-20 19:53   좋아요 0 | URL
앗 그런 말이 있나요. 감사드립니다. 그래요, 유머는 따뜻해야 제맛이죠^^ 유머 구사할 때마다 님의 말씀, 생각날 것 같습니다!
 

 

 

나랑 같이 테니스를 치는 회원 중에 나랑 마음이 잘 맞는 형님이 있다.

나와는 달리 테니스도 아주 잘 쳐서,

백핸드를 칠 때는 페더러를 보는 듯하다.

페더러의 삶을 다룬 <페더그래피카>가 나왔을 때,

그 형님에게 보내드렸다.

"페더러를 닮으신 형님께 기쁜 마음으로 드립니다."라는 선물메시지와 함께.

형님은 매우 기뻐하시면서 잘 읽을게, 라고 했다.

그게 보름 전 일이다.


 

 

 

 

 

 

 

 

 

엊그제, 피곤해서 밤 10시부터 자기 시작했는데 문자가 왔다.

확인해보니 그 형님이었다.

"책 잘 읽을게요!"라고 쓰여 있었다.

뭐야. 지난번에 얘기해놓고선 왜 또? 그리고 책 준 지가 언젠데 이제 읽기 시작하는 거야?

혹시 예전에 보낸 문자가 며칠만에 온 건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난 너무 피곤했기에 답을 안하고 그냥 잤다.

오늘, 밴드에 들어가보니 책 몇권을 쌓아놓은 사진이 올라와 있고,

이런 설명이 있었다.

"사랑하는 후배가 또 책선물을 해줘서 밤새 읽어야겠어요."


사진을 확대해서 책의 목록을 봤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박생강)

-응급실에 아는 의사가 생겼다 (최석재)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읽기 (이현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이현우)

-신이 없는 달 (미야베 미유키)


아니, 저 책들은 내가 얼마 전 주문했던 건데???

그제야 난 사태의 전모를 파악했다.

1)  그 형님에게 페더그래피카를 보냈다.

2) 보름 후 내가 원하는 책을 골라 주문을 했다.

3) 그런데 알라딘의 주소창엔 최근 배송지가 떠 있었다.

4) 그래서 그 책들이 그 형님에게 갔다.

5) 그 형님은 내게 고맙다고, 잘 읽겠다고 했다.


잘 읽겠다고 인사까지 하는데 이제와서 "형님, 그거 제 책인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난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잼나게 읽어주세요!"

다 내 취향의 책이라 그 형님이 잘 읽어주실지 모르겠지만

평소 책을 좋아하던 분이니 그냥 쌓아두진 않을 것 같다.

저 책들은 내가 꼭 읽으려고 했던 거라 다시 주문을 해야 하지만,

좋은 책들의 세일즈 포인트가 오르고, 널리 읽힌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먼 훗날, 그러니까 3년쯤 지난 후 그 형님께 사실을 말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형님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훼손시키면 안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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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 마태우스님. 우짭니까.. 몇년치 선행을 다 하신 걸로~

마태우스 2017-08-15 18:22   좋아요 0 | URL
다시 주문하려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요즘은 카드 사용하면 누적액이 문자로 바로 날아오니 ㅠㅠ

다락방 2017-08-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ㅋㅋㅋㅋ 그렇지만 책선물은 좋은 것이니까 ..........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 선물로 남겨두시는 게 좋을것 같아요. 하핫.

마태우스 2017-08-15 18:23   좋아요 0 | URL
그죠 이왕 선물한 거, 실수였다고 말해버리면 의미가 팍 훼손돼죠! 오랜만이어요 다락방님 울컥...반갑반갑.

꼬마요정 2017-08-15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저는 머 동생 집이어서 도로 받아왔지만요. 책 선물은 좋은거니까요^^; 형님분 횡재 하셨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17-08-15 18:23   좋아요 0 | URL
아 동생 집이면 당근 그럴 수 있죠. 근데 아는 형님이라서요^^ 그분한테도 횡재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7-08-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그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죠.
박균호님 <독서만담> 두 권이 왔더라구요.
같은 날 저와 다른 분에게 각각 한 권씩 보내야 하는데
저한테 몰빵을 하셨죠. 진짜 만담 같은 일이.ㅋㅋ

어쨌든 좋은 일하셨네요.
가끔 누군가에겐 생각지도 않은 좋은 일이 일어나 줘야 세상 살맛도
나지 않겠습니까? 그걸 보통은 행운이라고 하잖아요.
마태님께도 언젠가 그런 좋은 일이 일어나길...!ㅎㅎ

마태우스 2017-08-15 18:2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저한테도 언젠가 좋은 일이 있겠죠^^ 저한테 잘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늘 감사드리며 살고 있어요. 스텔라K님도 그분들 중 하나고요

2017-08-15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08-15 18:24   좋아요 0 | URL
오머나 별말씀을요 그러지 마세용 제가 당근 사봐야죠!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박균호 2017-08-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나도 스텔라k님이 말씀하신 에피소드 말 할려고 했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7-08-15 18:26   좋아요 1 | URL
어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다음 책 기대할게요! 그땐 제가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그 형님께 선물하렵니다

박균호 2017-08-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도 테니스 광팬이었어요 ㅎ 테니스2000이란 책 권합니다

마태우스 2017-08-15 18:26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transient-guest 2017-08-16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알라딘의 자동주소저장에 당하셨군요.ㅎ 받은 분께서는 뜬금없이 책선물이라는 생각을 하셨을 듯..ㅎ

마태우스 2017-08-30 23:06   좋아요 0 | URL
글게요.... 그 뒤엔 꼭 확인하고 주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moonnight 2017-10-0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도 당연히-_- 같은 경험 있답니다. 직원들에게 명절 책 선물 했다가 그 다음 주문책도 대표직원 이름으로 배송되었는데, 어차피 같은 직장이니 저는 그냥 뺏었답니다. 이건 내 거다. 이러면서 호호^^;;;

마태우스 2017-10-08 03:21   좋아요 0 | URL
아...누구나 있군요^^ 하지만 결과는 너무 다르네요 흑. 저 그리고요, 저 사건 나고 각별히 조심하는데요, 또 한번 실수를 했어요. 하필이면 저때 보낸 형님한테 또 책을 보낸 거 있죠. 그 형님이 이번엔 알아채서 주소변경 신청을 했더라고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저희 집으로 왔어요. 휴, 더더더더 조심해야겠어요
 

 

 

 

 

 

 

 

 

 

 

 

 

 

 

 

학교에 원하는 책이 없는지라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신방도서관이라고, 굉장히 근사한 외관에 책도 많이 있는데다

도서관 앞 전경도 꽤 아름다워 이용객이 많다고 소문난 곳이다.

강아지 산책 땜시 그 앞에 간 적은 있었어도 책 빌리러 간 적은 처음인데,

1층 사무실에 가서 "대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한 여자분이 "2층에 가서 하시면 됩니다"라고 한다.

그 말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내가 서운했던 건

"아니 날 몰라보다니!"였다.

내가 이렇게 바람이 든 건 최근 몇 년간 도서관에 강연을 나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도서관은 물론이고 광주나 부산기장, 대전 등등

전국의 도서관에서 강연요청이 오는데,

강의하러 갈 때마다 직원 분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유, 이렇게 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처음엔 이런 말들에 전혀 현혹되지 않았다.

간혹 우쭐한 마음이 들 때마다 "저건 그냥 예의상 한 말이야. 정신차려 민아!"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는데

계속 듣다보니 마음이 점점 풀어진다.

게다가 다음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더 버티기가 어려웠다.

2017년 1월, 창원의 모 도서관, 운영회의.

위원1: 올해 도서관 특강 연자를 정해야 하는데요, 누가 좋겠어요.

위원2: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설민석 선생과 서민을 부르면 좋겠습니다.

위원1: (한숨을 쉬며) 부르면 좋지요. 근데 그분들이 부르면 온답니까?

위원3: 저....제가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나머지 위원들이 반신반의하며 위원3을 바라봤지만

위원3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처음 방송에 나가던 21년 전-3개월만에 잘렸다-

그녀는 몇 안되는 나의 팬을 자처했고,

옷도 보내주는 등 내게 고맙게 해준 적이 있으니까.

게다가 난 그분한테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어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위원3의 연락에 난 흔쾌히 그러마고 했고,

5월달에 그 도서관에 가서 강의를 하고 왔다.

어릴 적 은혜를 갚은 스토리인데다

잠시나마 설민석과 동급으로 취급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좀 자만하기 시작했던 게 말이다.

그러니 신방도서관의 직원이 날 몰라준 게 서운할 수밖에.

2층에 올라갔더니 남자 직원 셋이 앉아 있었다.

원래 내가 기대한 반응,

직원: 아니, 서민선생님이 저희 도서관에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나: 별말씀을요. 부끄럽습니다 (속으론 흐흐흐)

직원: 이 동네 사시나봐요?

나: 네, 6년 전에 이사왔습니다.

직원: 아, 몰랐습니다. 그러시면 저희 도서관에서 언제 강연이나 한번...

나: 그럼요, 저희 동네인데 부르면 기꺼이 가야죠.

하지만 대출카드를 만드는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날 알아보지 못했고,

근처를 오간 도서관 이용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빌려서 나가는데, 도서관 벽에 신방도서관 특강에 관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강사 누구누구, 금요일 10시반부터 강의...."

도서관을 나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흥, 나보다 안유명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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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태우스님을 몰라보다니, 그 분은 텔레비젼도 안보시고 책도 안 읽으시는가 봅니다. 저는 길에서 만나면 반가움에 펄쩍펄쩍 뛰었을텐데요! ㅎㅎ
오랜만입니다, 마태우스님!!

마태우스 2017-07-28 12:20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다락방님 첫 댓글 감사드려요! 같이 흥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천안이 TV가 잘 안나오는 곳이 많다는....ㅋㅋㅋ
 

 

 

 

 

 

 

 

 

 

 

 

 

 

 

 

 

가락시장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목적지인 서울역까지 가려면 한시간은 걸릴텐데,
그 역이 3호선의 거의 끝지점이라 앉을 자리가 있었다.
나이가 드니까 요즘은 앉아 가는 게 참 편하고,
그날은 여러 모로 힘든 하루였기에 그 자리가 고마웠다.

그런데 역을 지날수록 사람이 많아지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내 앞에 서신다.
노약자석도 있는데 하는 원망, 그리고 왜 하필 내 앞에서 서시는지 하는 원망이
내 마음을 채운다.
옆을 보니 한창 때로 보이는 청년이 스마트폰을 하느라 머리를 쳐박고 있고,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그러고보면 스마트폰은 무료한 시간을 때울 수 있게 해주는 이외에
자리를 안비켜주는 수단도 되는 모양이다.

정말 일어나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야 했다.

할머니는 미안해하면서 앉으셨고,
난 문 쪽으로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내리고 탔는데, 그때 할머니 옆자리에 있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내 쪽을 보면서 소리를 지르셨다.
“학생, 여기 앉아!”
빈자리에 앉으려던 다른 남자가 그 소리에 놀라 멈칫했다.
그리고,
거기 있던 사람들의 눈이 내게로 향했다.
젊어 보이는 건 분명 좋은 것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학생은 좀 심하지 않은가.
그때 난 좀 부끄러웠고, 할머니한테 다음 역에서 내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진짜로 다음 역에 내려버렸다.

 

38세 때,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내렸을 때
한 할머니가 날 보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학생, 가방 열렸어!”
그때는 그 말이 무용담 비슷한 거였는데,
13년이 지난 지금은 그 말이 더 이상 듣기 좋지 않다.
난 너무 늙었고, 누가 나이를 물으면 머뭇거려야 하고,
누군가에게 자리를 비켜주기보단 양보받을 나이가 멀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대체 왜 그러셨을까.
눈이 나빠서?
어쩌면, 자리를 양보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학생 말고 총각 정도면 제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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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7-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우스 2017-07-04 15:35   좋아요 0 | URL
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붕붕툐툐 2017-07-0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동안이라서...라는 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닙니까?ㅋㅋㅋㅋ(제 생각엔 할머님 눈에 책을 읽으면 다 학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17-07-04 15:31   좋아요 0 | URL
동안인 줄 알고 살던 때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주름이 가득해서 더 이상 그런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ㅠㅠ 님의 설명에 납득이 가네요 감사요

꼬마요정 2017-07-04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적 있어요. 대학생일 때.. 아.. 돌아가고픈 시절이군요. 버스를 타고 천 원짜리 지폐를 냈더니 800원을 거슬러주더군요. 초등학생이냐고.. 하하하하. 이건 뭐..
또 얼마 전에는 할머니가 타셔서 둘러보니 제가 제일 어린(?) 거 같아 일어나서 서서 책 보는데 학생, 여기 앉아.. 다 쳐다보는 게 부끄러워서 다음 역에 내린다고 하고 내렸다가 다음 차를 탔죠..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학생‘ 아니겠어요..ㅎㅎㅎ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마태우스 2017-07-04 15:32   좋아요 0 | URL
오옷 초등학생...요정님 사진 보니까 뭐 그럴 수 있겠다 싶네요 (몇년 전에 봤던 사진 말입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학생이란 말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홍퀸 2017-07-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ㅎ제목에 딱 들어맞는 선행의기적이네요!!!ㅋㅋ 배낭메고 책보고있으면 눈나쁜분들한테는 학생으로 보일법하죠!ㅋㅋ 나이들어서 고시공부하는 학생으로 보일수도있는거고요 ㅋㅋ암튼 그 묘한기분 저도 얼마전에 겪어서 알겄네요 총각~ㅋ

마태우스 2017-07-04 15: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시 마지막 시험이 그즈음이던가 그랬죠^^ 총각이라 불러주셔서 감사요.

stella.K 2017-07-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 아직도 마태우스님을 알아 보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저 같으면 마태님께 당장 자리 양보해 드렸을 텐데...
사람들 넘하네요.ㅋㅋ

마태우스 2017-07-24 15:53   좋아요 0 | URL
어맛 스텔라K님! 답이 늦어 죄송요. 반갑기 그지없고요 프사 바꾸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ㅠㅠ

카스피 2017-07-0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선행의 작은 보답이 아닐까 싶네요^^

마태우스 2017-07-24 15:54   좋아요 0 | URL
그, 그렇겠죠? 제가 너무 젊어보인다, 이건 아닌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