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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 공간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짓는가
정은혜 지음 / 보누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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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교 때 가장 좋아한 과목은 지리였다. 난 남자치곤 무척 공간 감각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면허증도 힘들게 땄고 장소도 웬만히 가선 길을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지금도 지도를 잘 보지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네비를 켜고도 도보로 찾는 건 무척 힘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리가 좋았고 심지어 잘하기까지 했다. 

 그건 지리가 단순 자연이나 공간에 대한 것 보다는 인문적인 내용을 많이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좋아했던 부분도 이런 부분이었다. 공간이나 위치와 관련하여 그것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부분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고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본 책은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은 지리학에 대한 여러 학문적 동향과 여러 개념을 잘 정리해서 모처럼 지리 공부를 기본으로 돌아가 충실히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책을 쉽게 잘 썼다.

 지리학은 크게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로 나뉜다. 자연지리를 지형학, 생물지리, 해양지리. 지질학, 기후학, 토양에 대한 것이다. 인문 지리는 도시지리, 문화지리, 관광지리, 사회지리, 경제지리 등 공간조직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것이다. 즉, 인간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공간의 형태를 연구하는 것이다. 

 공간은 물리적 실체나 틀을 의미하며 대개 광범위한 규모를 의미한다. 지역은 동질적 공간 단위를 의미하며, 장소는 어느 한 지점으로 의미가 부여된 구체적인 공간이다. 장소가 모이면 그것이 지역이 되며 지역이 모여 공간을 이루는 형식이다. 장소는 자연환경적 요소와 인문학적 요소 간의 상관관계에 따라 만들어지고 항상 역동적으로 진화한다. 

 장소는 지역 주민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장소는 주변의 물질적 복지와 삶의 가치, 생활 양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장소는 문화적 또는 감정적 상징의 공간이며 장소는 변화와 혁신, 저항과 갈등이 표출되는 공간이다. 

 인간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요소들을 그들 자신의 필요해 의해 하나의 체계적인 상호 연관된 요소들로 변형시킴으로써 지역의 특성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특정 지역은 다른 지역과 구분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며, 이 지역적 특성은 결국 그 지역 주민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결국 장소는 공간의 자화상이며 그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참모습이 왜곡없이 가장 솔직하게 반영된다. 

 지리에는 세계 시스템 개념이 있다. 이는 경제적인 것으로 세계 시스템이란 정치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이거나 상호보완적인 연관성이 나타나는 상호의존적 구조를 말한다. 이 시스템하에서 세계는 중심지역, 주변지역, 준주변지역으로 구성된다. 핵심지역은 교역을 주도하고 첨단기술을 통제 보유하며,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서유럽, 북미, 일본이며 식민주의로 정체경제적으로 주변 지역을 착취하며 성장했다. 주변지역은 종속적이고 불리한 교역, 낙후된 기술, 낮은 생산성을 보이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이다. 준주변지역은 핵심지역과 주변지역의 중간 성격으로 개발도상국이 여기 해당한다. 

 핵심지역의 내부적인 발전은 주변 지역이 제공하는 식량과 원료로 가능하다. 핵심지역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의 시장으로 주변지역이 이용된다. 주변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생산성에 상대적 우위가 있는 물품만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전락한다. 식민지 산업경제체제는 핵심지역에 종속된다. 실제 사하라 이남 55개국 중 48개 국가가 국가 수입의 절반을 차, 코코아, 커피 3개의 작물에 의존한다. 

 주변 지역은 핵심지역에 의해 3가지로 분류되는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상업작물 위주의 물품을 생산하는 지역, 아프리카 자체의 지역 시장을 대상으로 물품을 생산하는 지역, 자급자족적 생산체제를 통해 노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주변 지역은 제국주의와 식민정책으로 자본과 교통, 운송, 경영, 뉴스, 통신, 언어, 종교, 과학, 건축, 도시계획 등의 거의 전 분야를 핵심지역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핵심지역이 식민과정 혹은 그 이후에 여러 과정을 통해 주변지역에 건설한 항구, 철도 등은 식민지의 내부적 재구조화에 영향을 준다. 

 주변 지역은 식민지에서 1960년대 대부분 독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경제적으로 핵심지역에 종속되어 있다. 여기엔 거대 기업들에 의한 신식민주의가 작동한다. 초국적 기업은 90%이상이 핵심지역에 본사가 있다. 이들은 부정적 역할이 많다. 우선 국민정부의 동의없이 상품, 서비스, 자본을 이동시켜 국민국가의 힘을 약화시킨다. 둘째, 자체내부시장의 힘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교란해 자유시장경제를 파괴한다. 셋째,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한다. 넷째, 강한 힘으로 주변 지역의 경제상황과 법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한다. 

 경관은 인간과 자연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도출된 독특하고 실체적인 결과물이다. 경관은 자연 경관과 문화경관이 있다. 문화경관은 인간의 여러 문화요소가 매개체인 자연과 융화되어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문화경관은 다섯 가지가 있다. 

1. 일상 경관

 인간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경관으로 골목길이나, 시장, 대학가등 일상의 공간이다.

2. 상징적 경관

 특정 경관을 직접 창출하거나 재정적으로 후원한 사람들이 일반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나 신념을 내재한 경관이다. 특정 양식으로 건축한 탑이나 건출물, 동상 등이다. 

3. 힘의 경관

 무력과 자본, 종교적 권위를 내포한 경관이다. 

4. 절망의 경관

 인간의 절망적 감정이 담긴 경관이다. 슬럼가나 판자촌, 노숙자가 머무는 곳이다.

5. 버려진 경관

 자포자기, 학대, 자본의 철수, 파괴, 폭력의 장소다. 시골의 버려진 집, 폐교 등이다. 


 경관의 텍스트화는 경관이 마치 텍스트처럼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쓰이고 읽힌다는 견해다. 경관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 경관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미가 있으며 경관에 새겨진 의미를 소비하는 독자가 존재한다. 

 영역성은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사회 특정 집단이 특정한 장소나 공간적 영역에 지속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역성을 지닌다. 영역은 우리에게 안정감, 안전함, 정체성 등의 의미를 주기 때문에 각자는 영역에 강한 집착을 갖는다. 반면 근접학에서는 영역성은 본능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공간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도시는 인간이 수렵채집 경제에서 농경으로 변화하며 잉여생산물의 발생으로 생겨났다. 초시 세계제국은 도시를 이뤘으며 산업화 이후 도시의 발전은 본격화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4억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64억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는 특유의 생활방식을 갖는다. 우선 사회구조의 변화다. 인구의 집중과 분산, 인구 구성의 변화, 인구 이동 및 유통의 증대, 토지 이동의 변화 교회화, 계층 및 계급 구조의 유동화와 균질화, 기관 및 시설의 집중과 분산, 가족형태의 변화다. 다음은 생활 구조의 변화다. 집단 참가의 다양화, 근린관계의 희박화와 일면화, 가족관계의 단순화와 개인화, 생활기능의 점진적 제도화다. 마지막은 의식 구조의 변화로 도시적 성격의 형성으로 개인주의, 세계주의, 표준 주의가 생겨난다. 시민의식이 형성되고, 개인이 해체되며, 정신 장애와 자살, 비행, 변화의 다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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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 원서 3판 전면개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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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은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지정학은 오래된 학문으로 유럽에선 독일에서 강했다. 이는 후발주자로 독일의 특성과 그들이 유럽중앙에 위치하여 사방으로 둘러싸여 지리적 요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번성한 지정학은 2차대전 히틀러와 연결되어 오랫동안 나치의 학문으로 서구권에서 치부되었다. 지정학은 이후 다시 부활하는데 구소련이 붕괴되며 다시 위기를 맞는다. 여러 학자들은 세계의 전쟁이 끝났다고 보았고, 전 세계가 자본주의, 민주주의로 뒤덮일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지정학은 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 지정학은 완벽히 다시 부활하고 중요해보인다. 세계적 연결은 점차 끊어지고 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들이 처함 지리적 위치와 그에 따란 지정학적 조건이 다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학은 3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 문제,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리적 틀의 제공,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미래의 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정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고전 지정학과, 비판 지정학이다. 고전 지정학은 국력과 영토적 관계에 따란 지리적 환경의 상호 관계에 주목하는 것으로 결정론적인 편이다. 반면 비판 지정학은 담론과 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영토, 자원, 입지보다는 인적인 요소와 물적인 요소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은 둔다. 즉, 지정학은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지정학 중 하나로 대중 지정학이 있다. 이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고장과 나라, 지역, 그리고 더 넓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 및 그 밖의 형태의 대중문화를 포괄하는 것이다. 대중지정학의 본질은 그래서 이미지와 사운드의 힘에 기반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대중지정학은 뉴스나, 신문, 영화같은 레거시 매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도 대중지정학의 새로운 요소로 거듭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서로 다른 정보원천을 잘 생산하고 유통하며 접근할 수 있다. 그들은 이를 통해 과거나 지금도 특정한 것을 뉴스로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 영향을 주며 특정 대중지정학을 형성한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최근의 미디어 플랫폼은 쌍방향적이고 모든 집단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정부기구나 환경단체 같은 긍정적인 단체들도 있지만 극우파나 테러집단도 이를 이용하며 영향을 준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0%가 SNS로 뉴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비백인인 경향이 높았다. 새로운 미디어가 주의해야할 부분인 것이다. 

 과거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대중지정학을 조성해왔다. 그들은 특정배우와 캐릭터를 생성하여 불굴의 투지와 지도력, 힘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지배적인 지정학적 상상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체현해왔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은 1940-1960년 사이 무려 4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중 전쟁에 대한 미국의 인식, 공산주의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 많았고, 이를 비판하는 영화는 극소수였다. 때문에 당시 미국 영화계는 제작과 예산 부분에 있어 군과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는 지금도 진행중인데 80년대 개봉한 영화 탑건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공산권에 대한 위협을 잘 드러내며, 미해군에 의해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디지털의 부상으로 대중지정학은 과거보다 더 쉽게 간섭과 왜곡에 빠질 수 있게 되었고 시민과 공동체는 더욱 쉽게 양극화되고 고립되게 되었다. 때문에 최근의 대중지정학은 오히려 비대중지정학이나 포퓰리즘 지정학으로 탈바꿈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정학은 근본적으로 자신과 타인 사이의 차이를 상상하고 표명하는 문제이기에 정체성과 관련한다. 정체성엔 타인에 대한 정서와 감정이 중요하게 작용되는데 이 정동은 조종될 수 있다. 비판지정학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그런 전통의 발명이 인간과 장소 관계에 근거하고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그래서 국가는 전통적 미디어와 학교차원 교육에 대한 통제와 모니터링을 통하여 국가적 자아 정체성의 창출과 유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국가는 갈수록 국민과 영토를 철저히 지도화하고 조사하고 측정하며, 평가한다. 

 이런 국가정체성은 국가적 서사, 영토지도, 느낌의 구조, 정서에 대한 호소를 이용하여 정체성 기반의 지정학에 일정한 역할을 하나 반대급부로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배제하게 된다. 많은 유럽정부에서 배제된 것은 무슬림 공동체다. 그래서 이들은 무슬림 공동체의 소외감이 국가의 문제로 작동한다. 지금의 이슬람은 상당히 호전적인데 이를 고취시킨 것 역시 유럽이다. 호전성은 다양한 맥락과 원천이 존재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기억과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인종주의적 성격에 대한 반감이 이 호전성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엔 구조물이 중요한 요소다. 국가는 타국가와 비국가기구가 영토의 흐름과 교차에 작용하는 경계를 내부나 외부, 자국과 타국, 국내와 국제사이에 설정한다. 국민국가는 이런 지정학적 구조물을 튼튼히 하였는데 현대정부도 이런 구조물로 국경통제에 심혈을 기울인다. 국경은 한 국가 영토의 진입과 진출 지점을 제공하며 국경의 통제는 사실상의 주권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계 설정은 묘한 역사성을 띤다. 과거엔 이것이 매우 느슨하다, 국민국가란 개념이 발명되고 나서는 매우 강해졌는데 2차대전과 이후 냉정은 경계세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동구권이 붕되되고, 인적, 비인적 사안의 지구화가 심해지면서 경계는 매우 느슨해졌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등 다극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다시금 민족주의와 군사력에 기반한 지정학으로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의 경계는 꼭 국가를 대상으로만 하진 않는다. 미국의 멕시코 및 남미에서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난민을 막기 위해 장벽과 방벽을 설치한다. 이는 유입을 막는 효과적 방법이지만 이것을 통과하기 위한 국내외 각종 범죄와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가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특정집단을 막기 위한 방벽을 세우지만 반면 어떤 것은 적극 유치한다. 투자와 숙련된 인력, 사상의 특정한 흐름이 그런 것이다. 이 경우 국가는 주권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처럼 국민국가는 뚜렷한 경계와 영토를 갖고 있기에 사람과 상품, 사상, 기술, 질병 같은 대상이 그 선을 넘나들 때 이를 어떻게 관리, 운영하는지에 고민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국가의 경계는 다른 국가에 의해 부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때론 자발적이기도 한데, 국가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인권 침해와 고통에 직면할 경우 인도적, 군사적 개입의 호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가 그런 민간인의 생명을 해치는 경우 국제사회에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주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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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
박정호 지음 / 반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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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은 투자서 같지만 아마도 판매를 위해서 였던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딱 내가 좋아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문화적 요인에서 오는 그 나라만의 처지나 특성을 소개하는 책이다. 비교적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며 내용도 알차다.

 먼저 나오는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은 중국이 세계의 시장에 편입되며 고립되었다. 1971년 유엔 회원국 지위를 잃었고, 1979년 미국과 단교 되었으며, 1992년엔 한국과도 단교 했다. 그러다 1987년 이후 대만도 적대적 입장에서 선회하여 중국과 수교를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훈풍이 불지만 2000년대 하나의 대만 독립을 요구하는 천수이볜이 집권하며 다시 고립된다. 최근 대만은 미중갈등이 불거지며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만은 TSMC가 유명하다. 그들은 세계 최초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도입했다. 반도체란게 워낙 고도의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여 고정비용이 크다. 그런 반면 기술이나 경쟁에서 뒤쳐지만 바로 사장되기에 업체들 입장에선 무척 부담이 큰데 그걸 TSMC가 대신해 준것이다. TSMC덕에 미국은 설계만 하는 펩리스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 대가로 제조설비를 잃게 되었다. 대만은 작은 나라로 무역 의존도가 100%이상이며, 수출의존도도 50%이상이다. 여기에 대중수출이 무려 40%이고, 직접 투자액도 1879억 달러에 이른다. 대만의 문제는 고령화와 대기업이 없는 문제와 산업구조가 일부영역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특허제도를 도입한 나라다. 유럽에서 기술 후발 주자였기에 세계최초로 실행했다. 독일은 이를 본따 실용신안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미국은 헌법 1조 8항에 특허제도의 강조가 있을 정도다.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여겨질 만큼 식민지가 많았다.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은 식민지배 종식후에도 그들과 우호적 관계를 갖고 영연방을 만들만큼 영향력을 아직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특한 식민지 경영 방식 때문이다. 프랑스는 직접 지배를 하여 갈등을 낳았고, 스페인은 신분제로 지배했다. 하지만 영국은 지역 우호 세력을 내세운 통치를 했기에 갈등이 덜 할 수 있었다. 영국은 금융의 중심지로 런던의 32개 특구중 하나인 시티 오브 런던에 독립 특구를 두고 느슨한 세제적용을 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하향세이고 여러 기업이 이탈했지만 법인세를 크게 낮추고 혁신가 비자, 스타트업 비자를 실행해 우수 인력 유치에 힘쓰고 있다.

 UAE는 1971년에서야 영국에서 독립했다. 이들은 원래 어업과 진주채취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었으나 석유가 발견되며 주목을 받는다. 원래 9개 부족이었는데 카타르와 바레인이 떨어져나가 7개 부족이 연방을 이룬다. 정치체제는 아부다비 국왕이 대통령, 두바이 국왕이 부통령과 총리역을 수행하는 체제다. UAE는 석유 가채 연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1986년 두바이 지도자 라시드가 이를 파악하고 자유무역지도를 조성하고 병원, 학교, 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건설했다. 그들은 최고에 집착한다. 최고 높이 부르즈 칼리파, 최고 크기 두바이 몰, 최고 가격 브르즈 알아랍 호텔, 세계 최대 인공섬이 그 증거다. 그들은 제도 환경도 개선해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다. 석유기업과 금융기업에만 고액의 세율을 매긴다. 두바이는 외국인에게도 종교계율을 느슨히 적용해 체류 외국인은 여성도 복장이 자유이며 주류판매가 가능하다. 

 마카오는 도박관련 매출이 세계 최고다. 포르투갈인들이 명 정부로부터 이곳에 체류하는 것을 허락받은게 마카오의 시초인데 명이 이를 허락한 것을 그들이 해적 소탕에 막대한 교역 이익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이 홍콩을 할양받자 이를 본 포르투갈인도 비슷한 짓을 해 마카오를 1887년 획득한다. 홍콩과 마카오 둘다 중국에 20세기 말 중국에 반환되었다. 애초 중국인 일국 양제를 주장했지만 알다시피 최근 이는 무너졌다. 그럼에도 크게 흔들린 홍콩에 비해 마카오는 조용한 편인데 포르투갈이 이중 국적을 허용해 무려 20-30만에 달하는 마카오 시민이 포르투갈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가 도박의 도시가 된 것은 사실 홍콩 때문이다. 원래 마카오는 무역항이었으나 포르투갈이 영국에 밀려 그 가치를 잃게 되자 시도한 것이 도박이다. 1962년 마카오의 카지노 독점권이 스탠리 호에게 넘어간다. 그는 카지노 일색에서 룰렛, 블랙잭을 도입하고 대규모 호텔을 건설해 마카오를 변화시킨다. 2011년 스탠리 호의 재산은 31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마카오를 견제하며 카지노 시장을 개방하였다. 마카오는 도박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다. 총 세수의 85%, 재정기여의 80% 인구의 20%가 도박 산업에 의지한다. 

 네덜란드는 놀랍게도 세계 제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다. 물론 여긴 땅도 좁고 기후도 그냥 그래 생산하는 농산물을 적다. 그럼에도 2위 인것은 가공무역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여러 국가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이를 분류, 가공하여 판매한다. 그래서 카카오가 하나도 생산되지 않음에도 세계 2위의 카카오 가공 수출국이다. 그간 이들의 주 시장은 유럽연합이었으나 최근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 매스, 생명과학, 농식품 산업도 육성 중이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교통의 중심지이면서도 내륙국가이며 열악한 산지지형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은 개방적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고,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어 4개국어를 사용한다. 이민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데 거주 인구의 1/3이 외국 출신이고 10%이상의 인구가 해외 거주중이다. 네슬레도 독일 출신이며, 니콜라스 하이에크도 레바논 출신, 세자르 리츠도 프랑스 출신이다. 스위스는 1648년 베스트 팔렌 조약으로 중립국 지위를 획득했고 1818년 빈 회의에서 이것이 다시 승인되었다.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는 2차 대전에도 유효했다.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당시 스위스 프랑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전범국 독일은 전쟁 물자의 구입이 필요했는데 자신들의 통화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금괴를 스위스 프랑으로 바꾸어 전쟁물자를 구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스위스 프랑의 안정적 가치 유지가 중요했고 그래서 스위스를 침공하지 못했다. 물론 스위스는 독일이 침공한다면 전 교통로를 파괴하고, 산악에 의지해 게릴라전을 펼치겠다고 나치에 강하게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영세중립국 지위는 스위스에 안정감을 부여해 높은 스위스 프랑의 가치를 견인한다. 2018년 기준 무려 2만 9천개의 다국적 기업이 포진했고 이들이 전체 고용의 1/4를 담당한다. 다보스 포럼도 스위스에서 만들었다. 스위스의 경제는 70%가 중소기업이고 교육효과와 교육열이 높아 수준 높은 인재가 즐비하다. 화학, 제약산업이 강하고, 금융산업도 우수하며, 소득 불균형이 매우 낮다.

 이스라엘은 인구 800만에 불과하나 인구대비 벤쳐창업이 세계 1위다. 이는 놀랍게도 이스라엘의 징병제에 기인한다.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자 2년의 의무복무제를 시행한다. 이스라엘 군대는 다른 군대와 다르게 수평문화인데 이는 하급자의 수가 상당히 많은 점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작전 중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하급자와의 토론이 이뤄지며 그래서 하급자에게도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 이스라엘에는 탈피오트 부대가 있다. 상위 2% 학생이 지원 권유를 받고 이중 10%만이 입대가 가능하다. 합격하면 그 사람은 최고 명문 히브리대에서 수학, 컴공을 수학하고, 무려 9년간 군 복무를 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많은 사람이 지원을 하는데 이는 군에서의 활동이 사회의 활동과 직접 연관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대학에서의 학과와 활동보다 군에서의 보직과 활동이 이후 사회지위를 결정한다. 또한 군이 수평문화이기에 이 문화가 그대로 기업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벤쳐 창업이 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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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델핀 파팽 지음, 권지현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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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한국 대통령의 우회적 방법을 통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대량 학살의 조건을 내세우며 전쟁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인해 러시아는 한국에 상당한 경계심과 경고성 발언을 드러냈다. 한국은 지정학상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4개의 강국에 둘러 싸여있지만 분단으로 러시아와는 직접 국경을 맞닿지 않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교류가 다른 3국에 비해 약해서 인지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향후 러시아가 한국에 중요해질 가능성은 많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국경을 직접 맞닿게 되어 관리해야 하는 이웃 국가가 되며 이렇게 되면 교통로도 연결할 수 있게 되어 그들로부터 상당량의 지하 자원 수업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북극 항로에 대한 이용, 그리고 농경의 가능함으로 인한 시베리아 토지의 이용 가능성도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일단 그냥 보기에도 러시아는 상당한 비정상 국가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가 되어서도 공산주의가 무너졌음에도 민주 국가를 세우지 못했으며 정치는 폭압적이고 독재적이다. 외교적으로도 그러해 체첸분쟁과 조지아 침공, 시리아 내전 개입, 크름 반도 강제 병합, 우크라니아 침공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라면 온갖 제재와 도덕성, 국제적 비난을 무릅 쓰고서도 힘에 의한 개입을 자행한다. 이런 러시아의 행태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과 역사적, 정치적, 사회 문화적 분석이 담긴 책이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다. 

 책은 러시아의 주요 특징과 사건들에 대한 도표와 지도로 가득해서 나처럼 지도와 도표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척 반길만한 책이다. 책은 150쪽 정도로 짧지만 지도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면이 좌우로 길어 분량이 적게 느껴지진 않는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는 소련이라는 거대 제국의 후계자가 된다. 물론 상당한 인구와 영토, 주요 지점을 상실했으며, 위상도 급추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로 소련의 찬가를 유지했고, 수도도 모스크바를 계승했다. 또한 유엔 상임이사국의 지위도 유지했으며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지에 퍼져있던 핵무기도 회수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으며,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그나마 평균수명도 여타 유럽국가에 비해 짧다. 또한 첨단 무기나 제품을 개발하나 양산하는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하며, 뛰어난 과학자들도 더 이상 배출되지 못하고 인력은 유출되기만 한다. 국가의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고 정치는 독재적이며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막대한 자원이 있기에 지금의 경제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군사력을 강화하고 각종 분쟁에 개입하며 전쟁마저 치루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은 이런 자국정부를 적극 지지한다. 이는 푸틴 독재정권이 시민사회를 말살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모조리 숙청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러시아의 행위가 자국을 지키는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모순되게도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겁이 많은 나라다. 사방이 탁트여 이렇다할 자연 방어물이 없고 그로 인해 지정학적으로 막강한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침입을 쉽게 받고 오랜 기간 그들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국가의 형성이나 사회의 발전 등 모든 것이 느려졌다.  때문에 이들은 방어를 위한 팽창에 집착하고, 외부 침입과 위압에 무척이나 민감한 역사성을 갖는다. 그렇기에 다른 세계인이 보기엔 강자에 의한 일방적 침공행위로 보이는 러시아의 무력 개입이 자국민들에겐 방어적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상당한 고행을 겪었고 사실상 실패했다. 또한 그나마 막강했던 군대마저 후진화한다. 푸틴을 포함한 러시아는 냉전 이후 초기엔 서방에 협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고 이들을 적대하기 시작한다. 

 우선 서방사회의 위선이다. 카다피가 축출되고, 코소보 사태가 일어났다. 나토는 동쪽으로 러시아 아 국경까지 확대했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렌지 혁명이, 키르키스스탄에선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다. 이는 러시아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위협했으며 러시아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의 배후에 미국의 입김이 자리한다고 판단했다. 둘째는 미국의 내부 분열과 서아시아 군사 개입으로 그들의 세력이 약화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행동하기에 좋은 빈틈이었다. 셋째는 반동적 대담함, 강한 군사력, 넓은 영토가 경제 제재, 부담스러운 군사비, 국제 사회의 비난보다 결과적으로 국익에 더 큰 우위를 준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그러한 것을 얻어왔으며 자급자족할수 있는 경제이기에 국제제재도 효과가 크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전가지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비난만 했을 뿐 이렇다할 행동을 보이지 않았었기에 러시아는 더욱 대담할 수 있었다.

 푸틴은 이런 생각하에 집권 이후 총 7차례의 전쟁 분쟁을 일으킨다. 우선 체첸전쟁이다. 푸틴은 체첸 분리주의자들이 러시아에 테러를 일으켰다고 하며 지역을 다시 폭격한다. 다음은 2008년 조지아로 남오세티야의 압하지야의 분리주의자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조지아 정부가 군대를 움직인 것을 빌미로 침공하여 조지아 영토 20%를 빼앗았다. 2014년은 우크라이나로 그는 흑해 크름반도를 합병해버린다. 2015년은 시리아로 푸틴은 시리아 정권을 도와 폭격기로 반군을 폭격해 시리아 정부가 주요 지역을 장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섯 번째는 리비아로 카다피 몰락후 내전이 발생한 리비아에 개입하여 이전의 장악력을 회복하려 시도중이다. 여섯 번째는 나고르노카라바흐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분쟁에 중재자로 개입해 자신의 군대를 주둔시켜 캅카스 지역에서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한다. 마지막은 현재진행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면적으로 침공했으나 크름합병때와 달리 우크라이나 자체가 극렬저항중이고 서방의 적극적인 군사지원으로 크게 고전하고 있으며 손실도 크다. 이에 푸틴은 항상 써오던 분쟁 같은 애매한 단어 대신 이 전쟁에 대해 드디어 '전쟁'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갈등의 기저에는 종교도 자리한다. 현재 동방정교회는 3가지로 갈라진다. 가장 정통성 있는 것은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회로 역사적 전통이 있지만 비잔틴 제국의 붕괴하며 유명무실해졌고, 이후 튀르키예 공화국이 설립되며 그리스인들이 대거 이주하며 더욱 힘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통성에 바탕한 힘이 있는데 1686년 우크라이나가 제정 러시아에 통합되며 이 지역을 모스카바 총대주교청 관할에 속하게 칙령을 내린다.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은 사회주의 소련에 의해 크게 탄압받았음에도 살아남았고 사실상 동방정교회의 중심 세력이다. 이들은 과거 정치권과의 갈등으로 인해서인지 현재는 러시아 현실 정권에 매우 타협적이며 정권을 강하게 지지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를 상실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신자들은 크름반도 합병과 침공을 지지한 모스크바 총대주교회에 등을 돌렸고 설상가상으로 2018년 콘스탄티노폴리스 대주교청이 1686년의 교회령을 철회하여 키이우 총대주교청이 세를 키우는 계기가 된다. 모스크바 대주교청은 이로 인해 3500만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신자와 정교회 소속 및 공동체 자산의 1/3정도를 상실하게 된다.

 책에는 이이에도 칼리닌 그라드, 터키와 러시아의 밀월관계, 북항로, 지구 온난화, 중앙아시아를 사이에 둔 러시아와 중국의 경쟁,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과 입김, 구소련 소속이었던 독립국가연합 출신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다루어 러시아의 지정학적 상황과 국제 위상과 정책, 외교관계 등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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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지대 - 매킨더의 지정학과 지리의 결정력 현대의 고전 15
해퍼드 존 매킨더 지음, 임정관.최용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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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영국인 존 매킨더가 쓴 책으로 1차 대전이 막 끝난 1919년에 나왔다. 1919년은 한국에도 의미가 있는 해인데 암울한 일제강점기의 상황에서 3.1운동이 있었던 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앨프리더 머핸의 해양세력, 니컬러스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과 더불어 대표적인 고전 지정학 이론으로 꼽힌다. 매킨더는 이 책에서 심장지대의 중요성을 지적했는데 19세기 대륙을 지배한 러시아와 해양을 지배한 영국이 그레이트 게임을 벌인 것을 생각하면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매킨더가 말하는 심장지대는 유라시아 대륙의 한복판으로 북쪽으로는 북극해, 매킨더가 레나랜드라고 명명한 예니셰이강 뒤편의 광활한 황야, 고비, 티베트, 이란사막과 알타이 산맥에서 힌두쿠시 산맥으로 이루어지는 자연방벽으로 둘러싸인 지대다. 이 지역은 인구는 희박하나 드넓고, 자원이 풍부하며 무엇보다도 상당히 넓음에도 자연방벽으로 둘러싸여 방어가 용이하다. 다만 열린 부분이 한 곳 있는데 바로 동유럽으로의 통로다. 오랫동안 아시아의 유목민족은 이 방면을 통해 유럽을 침공하여 그들의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으며 반대로 유럽쪽에서 이 방면으로의 진출도 이뤄졌다. 통로는 무척 넓고 저지대라 역사적으로 방어가 불가능했는데 세계 1차 2차대전에서 러시아가 처음으로 방어에 성공하며 그 의미를 뒤집어 놓았다. 

 매킨더는 제2의 심장지대를 책에서 지목했는데 이는 바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다. 이 지역은 드넓고 역시 자원이 많으며 양 대양과 사하라 사막이라는 자연방벽에 둘러싸였고, 인구가 광대하다. 때문에 매킨더는 여기가 잘만하면 제2의 심장지대로 세계 역사를 뒤흔들만한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도 좀 요원한 이야기다. 

 세계 1차 대전은 유럽에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오래도록 전략적 관점에서 힘을 키운 프로이센과 이들의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방치한 유럽 국가들을 비판한다. 유럽은 1차대전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데 매킨더는 이를 3가지 요인으로 파악한다. 우선 대영제국의 함대가 실제로 움직이고 해안을 장악하여 병력과 물자를 수송한 것, 둘째는 마른 전투에서 보여준 한 프랑스 전략가의 전술적 성공, 마지막은 영국 직업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이다. 매킨더는 끔찍한 전쟁에 젊은이들을 휘말리게 한 정치가들을 비난한다. 그들은 책임이 있다.

 매킨더가 보기에 1차 대전은 동유럽을 향한 게르만 민족의 욕심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슬라브 민족간의 갈등의 표출이다. 즉, 심장지대를 장악할 수 있는 그 입구를 향한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의 대결이 표면화 한 것이다. 동유럽은 서유럽과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서유럽은 한 쪽이 대양에 막혀있고 주요 민족국가를 형성한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자신들을 고립시킬만한 상당한 자연방벽을 갖고 있다. 또한 이들은 심장지대와 자신들 사이에 동유럽이라는 완충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오랜 기간 고립되어 지리적 방벽을 방패삼아 세력을 키워 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반면 동유럽은 심장지대쪽으로 뚫려있고 서유럽, 아시아 유목민 세력, 해양세력까지 진출하여 오랜 기간 혼란을 겪었다. 때문에 강한 민족국가가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매킨더가 보기에 유럽의 역사는 심장지대에서 발원한 이민족에 대한 반응에 가깝다. 훈족의 침입에 앵글로 색슨 족은 브리튼 섬으로 피신해 영국을, 프랑크와 고트족은 로마속주와 협력하여 약탈에 대항해 연합하여 프랑스를, 베네치아는 아킬데이아와 파도바 사람들이 수상으로 도망쳐 세웠다. 로마교황 역시 훈족 이후 침입한 아틸라와의 협상이 잘 진행되어 권위를 되찾았고, 아바르인이 침입하자 샤를마뉴가 이를 막아내어 오스트리아가 기틀을 잡고, 빈의 요새가 강화되었다. 

 하여튼 심장지대를 유럽으로 향하는 입구이자 그 자체가 방대한 자급적인 곳이기에 공략이 어렵다. 때문에 심장지대를 차지하는 세력을 어떻게든 막아내는 것이 매킨더가 보기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번엔 독일의 시도가 있었으며 현재를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이시기만 해도 강국이라기 보다는 약했기에 매킨더는 러시아에 대한 경계는 많이 드러내지 않았다. 

 매킨더는 전쟁은 결국 국가간 불균형 성장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았다. 나라간 자원과 인적 자원이 불균등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세계대전으로 벌어진 것이다. 실제 독일은 전쟁전까지 매년 인구가 100만명씩 증가하며 폭발했고, 꾸준히 생산력은 증가하는 반면 식민지의 부족으로 시장이 부족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공간확보를 위해 동유럽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을 먼저 공략하고 이후 서유럽을 공략했다면 영국과 미국은 유럽으로의 진출로인 프랑스를 상실해 큰 곤경에 처했을 것이란게 그의 생각이다. 

 매킨더는 평화를 위해선 국제 연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세계 정치는 결국 힘의 싸움이기에 어떤 한 나라가 강대한 힘을 가져 국제 연맹의 힘을 넘어선다면 이는 국제 연맹이 무력화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국가 간 균형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고 견제를 통해 강력한 나라가 등장하는 것, 특히 심장지대를 차지하는 국가의 발원을 막고자했다. 그는 전후처리도 중시했다. 현재 전후의 처리가 독일에 지나치게 가혹한 방향으로 간다면 다시금 곤란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이점은 매우 탁월했다. 실제 역사는 독일에 가혹했고 그 가혹함이 더한 전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매킨더는 국가 간 계급간의 연대 등도 이야기 했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어려운 이야기이고, 자신이 영국이라는 해양 세력 출신임에도 역사적 근거를 들어 결국 육지의 패권 세력이 해양 세력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양 세력은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지원할 육상세력과 기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상세력을 막아내지 못하면 해양 세력은 힘을 다할 것이란게 그의 생각이었다. 실제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세력을 유지한 것도 진주성과 이치, 웅치에서 일본의 육상 세력이 패배하여 전라도 지역이 수호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의견은 그럴듯하지만 해양 세력의 발전 상을 내려본 듯한 느낌이 있고 지금도 역시 해상세력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견해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책은 100년 전에 나온 책으로 지금 보면 많은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당대에 세계를 지배한 세력의 시각을 엿볼 수 있고, 전쟁 후 세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문제점과 과오를 짚어내고 이를 반복하지 않고자 하는 시각이 재밌다. 당대만 해도 그에게 아시아는 중국과 인도, 일본 뿐이었지만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자원으로 무장한 중동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도 궁금하다. 또한 그는 공군 세력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는데 현재 전쟁을 지배하는 공군력에 대해서도 색다르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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