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서강대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여튼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음집이다. 그래서 매우 잘 읽힌다. 좀 시간이 있다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흔히 모음글들을 엮은 책은 주제의 일관성에서 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책은 그런 면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를 여러 용어로 약간의 차이나는 관점에서 계속 주장하는게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러 용어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하나 인것 같다. 바로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나 문화 등 세속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의 속이 알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주장이 새롭진 않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던 90년대부터, 혹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러한 담론은 있었으며 어느 정도 실천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지금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경제, 사회, 문화 여러 측면에서 거의 지금의 시스템과 영토내에서의 한계점이 이르렀고, 과거의 독창적 철학자들 역시 주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철저히 철학의 수입국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단순히 공자나, 맹자의 동양철학과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 등의 서양철학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차서 설명하는 높은 시선에서의 전략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지 못한 국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가가 짜놓은 장기판에서 놀아나는 전술가가 될수 밖에 없다. 장기판의 룰은 모두 전략가가 정하며 전술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그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강국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같고 있다. 중국의 동양철학, 일본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탈아입구, 영국은 언어철학과 논리실증주의, 프랑스는 실존주의, 독일은 관념론, 미국은 실용주의,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그것들이다. 

 반면 한국은 철학의 수입국으로 과거에는 중국의 동양철학,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미국의 실용주의들을 수입해서 따라가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판을 짜고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따라가기만 해서는 지금처럼 중진국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을 제외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외국의 시스템상에서 자라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남의 철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을 그들의 세계에 종속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왕조들이 중국철학을 주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사대적으로 흐른 부분들 오늘날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모습들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런 종속들은 물론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할 수 없듯이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통한 창의력의 발산은 뭔가로 꽉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왕조들의 높은 수준의 문명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 그리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력한 철학을 가진 문명국이 존재하고 이를 잘 수입하여 활용하였던 결과 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인 수준의 개인이 요구된다고 한다. 좀 돌려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와, 여러 이념들, 사회 현상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을 요구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 보니 채사장 책을 이것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지대넓얕부터, 시민의 교양, 열한계단까지. 의도인듯 아닌듯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들을 모두 읽고 보니 채사장은 독자인 우리에게 무언가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지대넓얕을 통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구조와 실체를 조망하는 눈을 가지라는 듯 하고, 시민의 교양에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국민에서 벗어나 시민이 되기를, 그리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인 열한계단에서는 더 나아가 이 우주속에서의 자기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파악하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꽤 단계적인 지도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열한계단은 채사장의 책들중에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채사장은 헤겔의 정반합의 변증법을 통하여 자신의 자아가 성장한 과정을 밝힌다. 문학과 기독교-불교-철학-과학-군대-자본주의-죽음의 경험-신비주의 등 채사장은 자신이 성장하면서 정신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열한계단으로 독자를 이끌어 나간다. 

 가끔 채사장은 자신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들과 대화를 한 것을 책에서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자기 자신이 재수생- 입대예정자 등으로 바뀌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책의 초반부에 채사장은 우리에게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이 여행은 어려운 여행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떨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편하고 익숙한 환경을 좋아하도록 진화했기에 새로운 자신에게서 낯선 것을 향해 떠나는 일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람은 새로운 경험과 지식과 지혜, 무엇보다 새로운 자기 자신의 지평을 갖게 된다. 

 실제로 지식수준이나 쓸데 없는 한국의 학력과 관계없이 우린 주변에서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과 정말 나이를 드신 분들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매일 단순히 평생을 같은 방법으로 아무 생각없이 노를 젓는 사공과, 다양한 노젓는 방법 및 심지어 노의 재질과 모양을 강구하며, 거기에 배의 모양과 재질 모양도 강구하고, 강물의 흐름과 기상까지 고려해나가며 평생을 노를 저은 뱃사공의 말년은 매우 크게 다를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은 마지막 부분이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데 채사장은 신비주의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한다. 상당히 현실을 강조하는 느낌이 드는 저자이기에 다소 의외인 부분이기도 한데, 채사장은 실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러한 것들이지만 사람들이 현실에 눌려있고, 관심이 많아 듣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란다. 신비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죽음에 가까운 경험때문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교통사고로 벨트까지 안한 상태에서 거의 죽을 뻔했으며 이를 계기로 인간의 삶에 대해 더 깊은 지혜를 얻게 된다. 이러한 성찰은 자아와 우주와의 관계, 나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대답과 질문으로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열한계단은 이전의 채사장들의 책처럼 편안한 안내라던가 뭔가 답을 주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물론 전의 것들도 그런 성격이 강한 건 아니지만. 채사장의 변증법적 성장과정은 공감이 가능 부분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그 방향성이 정 반대이거나 그 일부만 따라간 경우도 있고, 아주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비교해보며 자신을 반추해보는 것도 책의 하나의 재미 일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종교나, 윤리적문제, 우주에 관한 생각, 자본주의에 관한 생각, 남자라면 군대가 파괴한 나의 정신 등에대해서 생각해보고 공감하는 것도 이책을 보는 재미일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워낙 문학에 관심이 크게 없는지라 저자인 헤닝 만켈이란 사람을 처음 알았다. 처음 만난 작가의 책이 유작이라니 기분이 묘해지는 시점이다. 작가는 폐암에 걸렸다. 그리고 이 책은 폐암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쓴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지금의 나의 상황이 인생에서 제법 힘든 순간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나름 노력해서 세운 2년간의 사업을 송두리째 남에게 빼앗겼다. 다행히 직업이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직업이라 내년엔 반드시 옮길 생각이지만 적어도 올 한해는 나의 사업을 빼앗아간 도둑놈과, 그것을 승인한 상관도둑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 

 남들은 인생 길게 봐야 할 일이다. 사회생활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쉽게 해줄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명히 인식하는 동료들도 그들의 사회생활때문에 도덕적으로는 잠시 혐오할 그 가해자와 역시 웃으며 같이 잘도 지낸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인생이란 참. 

 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을 구성했던 순간순간을 의미담아 엮었다. 때문에 글은 삶에 대한 유한성, 사랑, 인류애, 자신의 성장과정과 경험, 위기의 순간들, 타인의 죽음에 대한 경험등 다채로우면서도 진중한 장면들로 구성된다. 

 저자는 작가로 활동하고 또한 극단의 운영자로도 활동하였으며 상당히 자유로운 삶을 살았기에 고향인 스웨덴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을 다녔으며 그로 인한 경험도 풍부하다. 그래서 인지 작가의 글에는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독특한 경험이 많다. 

 많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지만 무척이나 당연히 책을 좋아했을 작가가 자신의 서재에서 더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암판정을 받고 아직 항암치료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전. 치료가 먹혀서 좀더 연명하거나 살수 있을지 아니면 시한부 판정을 받을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작가는 더이상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과거 책들은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그 책들이 작가에겐 상황이 상황인지라 새롭게 다가온다. 결국 항암치료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작가는 다시 새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인생의 햇빛도 다시 찾아들었다고 말한다. 인생에게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면 삶이 보장되어야 했던 것이다. 

 많은 여운과 복잡한 마음에 위로를 해준 책이었다. 아직은 심경이 복잡하지만. 아래는 책을 읽으면 귀찮게 폰카메라를 찍을 정도를 감수할 만큼 마음에 든 구절들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2-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죽기 직전 병실에 누운 상황이 온다면, 그래도 책을 읽고 싶군요. 마지막이 다가오는 시간을 아무 것도 안 하거나 못한다는 건 불행해요.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

닷슈 2017-02-27 17:45   좋아요 0 | URL
제 지인도암걸린상태에서 끝까지 독서하다갔습니다 아직도 병실에수북히 쌓인책이 생각나는군요

yureka01 2017-02-2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앞에두고 무기력에 빠지거든요.그런데 작가는 위대했습니다..글을 썼거든요....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죽음을 앞에 예정하고 있거든요. 책이라도 읽고 리뷰라도 남겨 볼 일입니다~~~가치란 무기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무기가 아닐런지요..

닷슈 2017-02-27 17:45   좋아요 0 | URL
그런것같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누구누구의 서재, 누구 인생의 100권의 책, 명문가의 서재, 등등 이런 식의 책이 참 많다. 책을 좋아해서 이런 책을 여러번 건드려봤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 저자와 관심사와 흥미가 모두 다르고 정작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다보니 이런 식의 책은 깊이 자체를 느낄 수 없는, 즉 그 책 자체는 별 내용이 없었기 때문

 그래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구입하고 보는데 많이 망설였다. 솔직히 북플에 소개글들이 좋지만 않았더라면 구입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은 제법 두껍다. 600페이지에 달하는데 다행히 그 중 4분의 1가량은 서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 덕에 책에서는 좀 냄새가 많이 났다. 앞의 서문을 보니 이 서재를 드러내기 위해 사진을 무려 만장이 넘게 찍었다고 한다. 사진이 담아낼수 있는 크기에 한계가 있다보니 부분부분을 찍은후 붙였다고 한다. 정말 정밀해서 서문처럼 진짜 알아챌수 없었다. 

 다카시의 서재는 상당히 방대해서 서재를 위한 건물이 따로 있다. 그게 책에 나오는 고양이 서재, 아예 서재를 위한 건물이 따로 있다. 이런건 정말 부럽다. 자신만의 서재라니. 근데 의외로 서재는 정리가 엉망이다. 책을 가지런히 놓여있지도 않고, 위에 켜켜이 쌓이기도 하고 어디는 가로 정렬 어디는 세로정렬. 게다가 십진분류표에 의해 엄중히 분리하지도 않았다. 저자가 자신의 책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걸 보니 전산화도 당연히 안되어 있는듯하다. 

 물론 그런 와중에 자신의 숨겨진 책을 간만히 찾기도 하고, 실수로 중복해서 산 책을 낭패로 여기지 않고 보관하고 선물로 주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니 이건 뭐 정리가 엉망인데서 오는 즐거움이다. 아마 방송인중 노홍철이나 서장훈이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할 서재인건 분명.

 서재는 엄청난데 막상보니 큰 감흥이 없다. 이건 순전히 책이 모두 아주 당연히 일본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모르니 책표지와 제목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책은 이런 다카시의 서재를 층마다 돌아가며 대담형식으로 다카시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그 부분과 관련해 연구한 과정, 직접 공부하거나 취재한 과정을 들려준다. 

 공감과 이해가 많이 어려웠는데 이건 다카시의 방대한 관심 분야가 나의 좁은 것을 당연히 훨씬 넘어서고 일본인이다보니 당연히 일본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정희나 김종필, 노무현, 함석헌이 어쩌고 하면 눈이 커지지만, 나카소네나 요시다는 관심이 부족하다. 

 때문에 이 책은 안타깝게도 모가 되지 못하고 도였다. 물론 책의 탓이라기 보다는 나의 탓에 가까우나. 저명한 한국인 애독가가 이와 같은 서재를 갖고 있고 비슷한 부류의 책을 썼다면 훨씬 재밌었을 거란 아쉬움이 많다. 

 이런 서재가 부럽기도 하지만 언젠가 tv 책을 말하다에서 한 패널이 자신은 서재가 작고 중앙에 항상 가장 최근에 인상적인 책을 100권만 보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100권은 자신의 독서와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뀐다. 그렇게 스스로를 계속 재구축해나간다고 했다. 방대한 서재를 보고 그말이 떠올랐으니 그것도 좀 이상.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프리쿠키 2017-02-23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패널분과 같이 큰 공간과 많은 책보다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책만 소량 소장하고 싶어요. 아주 과감하게ㅎ
그리고 그 서재는 그 책들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폭넓게 읽고, 또 읽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꾸미고 싶은게 저의 꿈입니다.^^

닷슈 2017-02-23 17:58   좋아요 1 | URL
저도 작은서재가 좋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cyrus 2017-02-23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이 잔뜩 꽂힌 것만 봐도 흥분되었어요. 한때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냥 아무 책이나 더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17-02-24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압도적인 양에 흥분되더라고요ㅎ

닷슈 2017-02-2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띠지와 겉표지 벗기니 책 겉면에 서재가 확들어와 놀랍더군요 압도적이고 부러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리뷰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네요^^ 저는 아직 저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ㅋ
 
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알면서 일단 놀란 세가지. 일단 우리가 뻘건 탕에 끓여먹던 대구가 서양에도 있었고 오랜기간 사랑 받았다는 점. 다자란 대서양 대구의 크기가 무려 1미터를 상회한다는 점.(어릴적 참치의 크기를 알고 받았던 충격과 비슷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았고 사랑받았던 생선인 명태가 대구의 한종류란 점이다.(명태가 왕눈폴락대구란다.)

 책 대구는 이런 대구가 유럽과 북미 나라들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일단 대구가 유럽의 주식이 될 수 있었던건 찬물에서 사는 생선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위도가 높은 북육럽지역에 개체수가 무척이나 많았다. 또한 바닥을 타고 움직이는 탓에 근육이 적어 낚싯줄이나 그물에 일단 걸리기만 하면 생각보다 정말 쉽게 잡을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는 냉장고가 없던 탓에 중세유럽인들은 이 대구를 잡은 후 말려서, 혹은 소금에 절여서 말리는 형태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구 교역이 가능했으며, 과거 기독교 중세유럽에는 사순절 기간 고기가 금지되었지만 희한하게도 대구의 섭취는 허락되어 그 수요가 엄청났다. 고기 금지기간에 일년의 삼분의 일에 가까웠다니 말 다한 셈이다.

 이러한 대구의 주 어장은 북해바다와 북미의 그랜드 뱅크스 지역들이다. 저자는 이 대구를 찾아서 스페인과 프랑스 중간에 사는 바스크인들이 바이킹보다는 이후에 그리고 콜럼버스보다는 훨씬 빠르게 북미 래브란도 반도 지역을 다녀왔다고 한다. 바스크 인들은 당연히 원거리이니 그럴수 밖에 없었겠지만 래브란도에서 대구를 사냥한 후, 바로 가공처리후 판매에 들어갔다.

 바스크인들 이후 이 북미지역에는 영국 신교도들이 자리한다. 이 지역은 위도가 높아 육지엔 딱히 농사도 잘 안되고 먹을게 없었지만 해산물은 넘쳐났다. 지금은 믿기 힘들지만 이들은 넘쳐나는 랍스터도 먹지 않았다.(하긴 과거 호주에서 랍스터는 형벌로 죄인들에게 억지로 먹였다고 들었다.) 이들이 유일하게 먹은게 대구였다. 그리고 먹은 대구의 부산물을 비료로 쓰게 되면서 이지역은 드디어 몇번의 실패끝에 인구를 감당할 만한 식량생산력을 갖게 된다.

 그리곤 교역이 시작된다. 당연히 래브란도나 뉴잉글랜드의 적은 인구에 비해 대구생산량은 많았으므로 이들은 이것을 대구 소모량이 많은 지중해 지역이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이것은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그 악명 높은 삼각무역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또한 카리브해 일대에 노예가 많아지자 이들을 부양할 식량이 필요해졌는데 당연히 땅 주인들은 설탕이나 사탕수수를 위한 땅은 있어도 노예들을 먹여살릴 식량을 재배할 땅의 확보에는 매우 인색했다. (마치 오늘날 제1세계 국가사람들을 위한 커피를 재배하느라 자기 먹을 식량을 재배하지 못해 굶어죽은 아프리카인의 사정과 비슷하다.) 이런 노예들을 부양한 것이 대구가공품이고 그중에서도 매우 하급품이었다.

 뉴펀들랜드나 래브라도 인들은 까다로운 지중해 시장에는 고급 대구 가공품을 팔았고, 문제가 있는 하급제품은 카리브해에 파는 형국이었다. 이처럼 대구는 노예를 먹여살렸다.

 그리고 대구는 삼각무역과 노예 부양에 이어 미국 독립전쟁에도 기여한다. 대구를 팔고 럼이나 설탕등을 수입하던 북미인들의 교역에 영국정부가 교역제한을 둔것. 이러한 갈등관계가 이어져 훗날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건인 보스턴 티사건으로 이어지게 되며 보스턴은 바로 대구교역으러 성장한 도시이기도 하다.

 대구는 미국독립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남북갈등도 일으킨다. 미국이 독립후 대구와 관련하여 유리한 교역조건을 만들기 위해 남부여러주들이 싫어할만한 미시시피 강의 통행권등의 권리를 유럽에 넘겨 남북갈등의 씨앗이 되고 만것이다.

 다음으로 대구가 한 일은 해양영토권의 확립이었다. 불과 100여년전만 해도 해양에 대한 영유권개념은 전무했다. 그러던 것을 아이슬란드가 자국의 대구 어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점차 넓히기 시작했으며 이는 오늘날 알게도니 것처럼 거의 200해리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아이슬란드와 영국이 대구어장을 놓고 어선의 뒷그물을 끊고 배들끼리 부딪히는 등의 3차례 대구대전을 치룬 것은 재밌는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세계사를 움직이고 많은 이들을 먹여살린 대구는 저인망 어선의 남획으로 인해 사실상 개체수가 급감한다. 오늘날 어장이 온전한 지역은 상당히 드물며 캐나다 그랜드뱅크스 지역은 아직도 조업이 어렵다고 한다. 대구가 산란하는 시기가 무려 15년정도 걸린다고 하니 어장의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20세기 들어 대구 어획량이 극적으로 회복된 것이 조업이 어려웠던 세계 1-2차대전 시기라니 우습고, 이 시기를 틈타 전쟁에서 자유로웠던 아이슬란드가 홀로 대구 조업에 나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이로 인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출 만한 자본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또한 재밌는 부분이다. 우리에게 명태가 있었다면 서양인들에게는 대구가 있었던 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저도 무척 아끼는 책입니다.. 흥미진진하죠..ㅎㅎ

닷슈 2017-01-17 11:47   좋아요 0 | URL
막판대구요리모음도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