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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스승의 날은 참으로 대단했다. 학교에서의 엄청난 공식행사. 스승의 날 노래 제창(사전연습까지 시켰다.), 선생님의 차 트렁크가 걱정될 정도의 선물 세례, 선생님은 쉬셔야 하니 학부모중 특별 직업이나 특기가 있는 분이 초청되 대리 수업까지 했다. 그랬던 것이 거의 모두 사라졌다. 많은 국민들(특히 화훼업자분들)도 아쉬움이 짙을 정도로 꽃마저 금지되었다. 작년 대학교수에 대한 커피한잔 증정 소동은 많은 논란을 나았다. 몇몇 학교는 여러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스승의날을 재량휴업일로 쉬거나 운동회를 거행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문재인대통령의 간단한 지시에 의해 세월호 기간제교사 두분에 대한 순직처리가 진행되게 되었다. 그토록 어렵다더니 다소 허망하기까지 하다. 역시 많은 일은 몇몇 사람의 의지에 달린 경우가 많다. 그 말많던 반값등록금을 비록 서울시립대에 한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하자 마자 단행해버렸다.

 교직에 대해서는 세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성직자관, 전문직관, 노동자관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사망자에 대한 추이가 아직 완전치 못한 며칠간. 언론들은 학생들의 희생에만 과다하게 집중했다. 당시 언론의 느낌은 교사의 사망률을 지켜보는듯 했는데, 마치 교사의 사망률이 학생보다 낮기라도 하면 엄청나게 물어 뜯을 기세였다. 하지만 언론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을 보호하려다 순직했다. 3월에 새로 발령받아 수학여행과는 사실 거의 무관한 단원고 교감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자살까지 했다. 문제는 이런 교사의 순직에 대해서 한국민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당시 존함은 잘 기억나질 않지만 전교조 출신의 한 선생님은 교사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한국사회의 문화를 강하게 꼬집었다. 공직중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수 있을까? 대부분의 대답은 아마 군인일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소방공무원과 경찰이 될 것이다. 내 생각에 교사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유사시 우리는 교사의 죽음에 대해 매우 당연히 생각하고 심지어 요구하느니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다소 무섭게도 학부모인 어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매우 순진한 얼굴로 내가 물에 빠지면 선생님이 목숨걸고 저를 구하셔야죠라고 교사에게 아주 당연스럽게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관점이 교사에 대한 성직자관이다. 교사의 일을 신성시하고 성직처럼 대하며 그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성직자가 신도를 지키기 위해 순직한다고 해서 우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이 이를 잘 대표한다고 볼수 있다.

 이런 성직관때문에 세월호 순직 교사들은 죽음을 맞이했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그들을 순직처리하는 절차와 그에 걸맞는 대우는 결국 노동직 관이다. 성직자가 순교했다면 단지 기릴뿐 뭔가를 물질적으로 보상하지는 않는다. 순직한 기간제 교사 두분에 대해 순직처리가 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업무에 대해서는 성직자관을 요구하면서 정작 노동자로서 인정을 하지 않은 부분이라 할수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는 다르게 노동자로서의 여러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사회 여러 기득권층이나 교총에서 전교조를 비판하는 부분 역시 교사를 노동직으로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현실로서 교사를 노동자로 바라본다. 이른 역시 그래서 전국교직원'노동' 조합이다.

 이처럼 교사를 노동직으로 보지 않는 사회의 관점때문에 교사는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쉬지 않는다. 스승의 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교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 관점이 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반면 교사를 변호사나 의사처럼 전문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바로 전문직관이다. 이는 과거와 다르게 교사의 교수능력이 강조되면서, 그리고 교직이 얻기 어려운 직업이 되면서 강조되고 있다. 또한 임용고시라는 국가고시를 틍과해야 교사가 된다는 점에서 전문직관이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의 성과물인 교육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측정될만한 산출물이 없거나 측정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면에서 교사를 전문직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문제는 교사에 대한 이 세가지 관점인 성직자관과 노동자관, 전문직관이 서로 충돌한 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인 문화가 교사에게 성직자이길 요구한다. 이는 상당히 전통적인 유교적 관점이기도 한데 학생을 위한 마땅한 희생, 높은 도덕성에 대한 요구, 학생의 대한 사랑과 헌신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또한 현대에 들어와 교사로서 학생 교육을 위한 전문성을 갖추고 높은 교수학습능력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은 전문직으로서의 요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교육과정에서 학교폭력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와는 다르게 법적으로 처벌하는데 이 경우 교사는 철저히 노동자가 된다. 성직자나 전문직이 그러한 경우에 처하는 경우는 좀츠럼 드물다.

 때문에 지금 한국사회에서 교사에 대한 관점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말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또한 시대 변화에 따라 요구하는 관점이 제각각인 것이다. 그렇기에 교사는 힘들다. 과거와는 다르게 높은 수준의 교육적 요구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연찬하고 교사가 되는 과정도 매우 지난해졌지만 그 대우와 권리는 실제 전문직의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으며 다른 전문직과는 다르게 전문성이 무어라고 딱히 말하기도 어렵다. 또한 교육헌장과 문화에 따라 사랑과 헌신으로 성직자처럼 학생을 교육하려 하지만 그 열정은 때로 오해받기도 하며 성난 민원에 의해 손쉽게 자신의 인권이 침해되거나 소모적인 법적싸움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이 반드시 하나로만 정리되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럴수도 없다. 실제로 교사라는 직업은 이 세가지 관점을 모두 요구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전에 그 세가지 관점을 모두 충족시킬수 있는 문화와 사회적 합의 및 지원 역시 따라와야 하는 것이 아닌지 스승의날을 맞아 그리고 순직처리 되실 두 기간제 선생님을 보며 생각해본다.

 

 

-기간제 교사에 대해-

(기간제 교사는 교직의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점은 하는일이 같다는 것이며 다른 점은 국가고시인 임용고시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연금등의 혜택이 없고 고용이 불안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학생들은 누가 정규교사이고 누가 기간제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하는 일은 대동소이 하다.

 교직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비교적 일치하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기간제교사에 대해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초등에서 기간제 교사는 임용고시 합격자가 임용대기기간동안 잠시 현장경험을 쌓는 것이거나 아니면 한두해 낙방시 하는 것들이다. 물론 보건교사나 사서교사 영양교사 상담교사의 경우는 초등역시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에 크게 의존한다.

 중고등학교인 중등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중등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초등과는 달리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 전국의 수많은 사범대, 그리고 교육대학원 졸업생들, 게다가 일반 학과에서 교직이수과정을 거친자들까지 무수히 많은 공급원이 존재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학입학은 초등에 비해 수월한 반면 임용고시의 합격은 매우 요원하다.

 때문에 중등학교들은 초등에 비해 기간제 교사에 매우 의존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담임을 맡아야 하는 초등에 비해 중등교사들은 절반정도만 담임을 하면 된다. 때문에 담임은 중등에서 기피업무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담임업무는 기간제 교사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으며 교내에서의 기피 업무들 역시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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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 때 사회를 가르치던 선생님의 말 한 마디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에 했던 말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리스크(risk)가 크다.”

리스크라는 단어 때문에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처음에 그 분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제가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제자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서 사회 선생님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닷슈 2017-05-16 13:32   좋아요 0 | URL
진짜 그런것같습니다

nama 2017-05-1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의 ‘중등교사들은 절반정도만 담임을 하면 된다‘는 사실과 좀 다릅니다.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중학교에서는(고등학교는 다를 수 있음) 부장교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교사가 담임을 맡게 됩니다. 원로교사인 경우에나 겨우 담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가 교내에서 기피 업무를 맡는 건, 안타깝지만 사실이고요.

닷슈 2017-05-16 13:08   좋아요 0 | URL
음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읽은책이랑 현장이랑 좀다르네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보고 싶습니다. 제러드의 총균쇠와 최근의 저작인 어제까지의 세계, 그리고 제3의 침팬지를 보았습니다. 제러드의 책은 웬만하면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문명 3부작 중 문명의 붕괴를 빠뜨리고 말았네요. 이 빈공간을 채우고 싶습니다. 생물학자이면서 지리학자이고 또한 진화론도 보고 있는 제러드이 통섭적 학문세계에 좀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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