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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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쇼와 메자르드 모형의 가정이 단순하다고 해도, 현실의 숫자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볼 때 이 결론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불평등의 원인은 정치적인 좌파나 우파의 이데올로그들이 정해 놓은 답과는 무관해 보인다. 방금 설명한 부자 게임처럼 완전히 자연적인 과정에 따라 대부분의 부가 소수의 손에 모일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떤 음모나 권력자의 결탁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이 모형에서는 인간 재능의 분포와 무관하게 엄청난 부의 불평등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재주가 다 똑같아도 이런 일이 나타난다. 따라서 부자는 단순히 똑똑하거나 열심이 일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220쪽

이러한 통찰은 인간 성취의 거대한 차이가 내재된 재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논리 과정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하는 많은 연구들과 일치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미하일 심킨(Mikhail Simkin)과 브와니 로이초드허리(Vwani Roychowdhury)는 최근에 제1차 세계 대전의 최고 비행사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Manfred von Richthofen, 1892~1918년. 일명 붉은 남작)의 놀라운 공중전 기록을 다시 검토했다. 리히트호펜은 공중전에서 80연승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그의 뛰어난 재주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정도를 순전히 운으로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20쪽

심킨과 로이초드허리가 제1차 세계 대전 때의 모든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의 기록을 조사해 보니, 전체 전적이 6,745승에 ‘패배‘는 1,000번에 불과했다. 이 패배는 조종사가 죽거나 다친 경우를 포함했다. 그들이 지적했듯이, 이 불균형은 부분적으로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이 무장이 빈약하거나 기동성이 약한 비행기를 상대로 쉽게 이겼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렇게 해서 평균적인 독일 전투기의 승률은 80퍼센트나 되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전쟁 중에 활동한 거의 3,000명에 가까운 독일 조종사들 중에 한 사람이 순전히 우연으로 80연승을 거둘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꽤 높다. 또한 이 분석에서는 폰 리히트호펜과 같은 최고급 조종사들은 재주가 평균보다 30퍼센트쯤 더 뛰어나고, 그 이상으로 우수하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저자들의 결론에 따르면, "이 최고 조종사는 거의 운으로 승리를 올렸다."-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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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 아퀴나스 : 신앙과 이성사이에서 지식인마을 26
신재식 지음 / 김영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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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럽다.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통해 현대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는 신앙과 이성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한다! 

중세의 그리스도교 신학에 대해 두 명의 거장을 통해 알아본다는 점은 그럭저럭 성취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두 거장이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는 점 외에 현대의 종교와 과학간 갈등의 해결에 어떠한 통찰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빈약한 기술만이 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 신학의 본질에 대한 반복적인 기술(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vs. 믿기 위해 이해한다) 후, 조심스럽게 내놓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리를 단 한 가지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는 것이다. 과학만이 진리라는 과학만능주의 또는 과학적 제국주의와, 종교만이 진리라는 성서문자주의나 근본주의를 고수하는 일은 우리를 광기와 무지로 몰아가는 것이다. 종교나 과학은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설명하는 각각 독특한 은유metaphor로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삶에는 종교, 과학, 예술,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가 겹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종교와 과학이 서로를 보는 눈이 더 겸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종교와 과학은 인간의 삶과 인류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둘은 인간이 비상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두 개의 날개다. 날개 하나로 하늘을 나는 새를 보았는가? (226~227쪽)

그럼 창조론-진화론 논쟁은 어떻게 바라보라는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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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5-04-0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3년에 출간된 `예수와 다윈의 동행`이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진일보.
 
온 삶을 먹다 - 대지의 청지기 웬델 베리의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
웬델 베리 지음, 이한중 옮김 / 낮은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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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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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삶을 먹다 - 대지의 청지기 웬델 베리의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
웬델 베리 지음, 이한중 옮김 / 낮은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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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의 도래는 다른 무엇보다, 농업이 무상의 태양에너지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다가 이제는 돈이 드는 화석연료에 철저히 의존하는 상태로 변화함을 알리는 신호였다. 하지만 1950년의 나는 당시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값싼 연료의 공급에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어렴풋이 지각하게 되기까지 여러 해를 보내야 했다.
그 무렵 우리는 한계를 모르는 환각의 시대에 접어든 셈이었는데, 그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내 할아버지는 한계의 세계에서 그것을 겪고 목격하는, 한계의 삶을 살았다. 나는 ... 일손을 줄이는 기계와 무한하고 값싼 화석연료의 세계에 빠져들고 만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한계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불가결한 것임을 다시 알게 되기까지는 여러 해 동안의 독서와 사고와 경험이 필요했다.-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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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2 - 하얀 비행기 신의 궤도 2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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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자네가 은경이를 만난 게 우연이라고 생각했나? 헤어져도 헤어져도 김은경이 자꾸만 자네 앞에 나타나는 게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혹시 신께서 은경이를 자네한테 보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나? 안됐네만 그거 다 내가 한 일이야.-272쪽

소모품이라고는 하지 않겠네. 누구처럼 자네나 은경이를 우습게 생각해본 적도 없어. 난들 안 그렇겠나. 신 앞에 서면 우리 모두가 부속품처럼 보이게 마련이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삶이 전부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은 비행기 유목을 할 운명이었을 거고,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지. (중략) 그렇게 살아온 삶들이 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그렇지 않나? 자네들도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미리 정해둔 삶을 살았다고 해서 그게 우스워 보이는 건 아니지.-274쪽

두려움이 사라지고 전율이 온몸을 감쌉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경라 언니도, 나니예도, 바클라바도, 그리고 아빠도.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비로소 내가 됩니다. 그곳에서 나는 나를 만납니다. 진짜 나를. 나는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내 영혼이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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