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본과의 경제 분쟁으로 '극일' 얘기가 다시 나오는데, 일본 사람들의 꼼꼼함, 소위 '장인정신'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길 걸으면서 예전에 깔아 놓은 우리나라 보도블럭이 아직 울퉁불퉁한 것을 보면, 우리는 그저 극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일본을 따라갈 여건이 이제 어느 정도는 됐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구호 이후 정말 무언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한 번 부글부글 끓고 사라지는 예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다. 우리도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되지 않으면 일본 따라가기 쉽지 않다.
알라딘 20주년 이벤트들이 진행 중이다. 알라딘은 굿즈나 이벤트, 서재, 북플 등의 마케팅은 잘 한다. 하지만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지 생각해 보면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온라인 서점의 가장 기본이 배송인데, 책을 어떻게 손상되지 않게 구매자에게 보낼까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충 보내서 클레임 들어오지 않으면 좋고, 클레임 들어오면 바꿔주면 그만이라는 태도이다.
위의 포장에 어떤 고민이 보이는가? 내가 보기에는 '무성의'만 보인다. 그러고는 겉면에 "알라딘 고객님의 주문입니다. 소중하게 배달해 주세요."라는 문구만 새겨 놓았다. 자신들이 할 일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 넘기는 것 외에는, 위의 문구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책이 닳고 찌그러져서 가면 그건 배송자의 책임이지,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숨어있지 않나.
이런 글을 올리는 것도 내가 알라딘을 아끼는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있기 때문이다. 내가 2002년부터 알라딘 고객이라는 기록을 봤다. 나름 알라딘과 함께 한 세월이 짧지 않다. 이런 쓴소리 하는 것이 내가 알라딘의 2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 올릴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요새 사회 분위기와 곁들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올린다.
맡은 일에 적어도 기본은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