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으로 인문학 공부하기
김현 지음 / 좋은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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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제목이고 더 반가운 내용입니다. 노안으로 이미 어떤 크기의 활자는 잘 보이지 않는 저에게도,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점점 더 낯설어지는 세대에게도, 이 책은 무척 유용한 참고서이자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노안만이 문제가 아니라, 책을 먼저 혼자 읽었다고 해도, 저작 직강인 영상 강의가 있으면 큰 도움을 받습니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모든 도움이 필요합니다.

 

대중도서의 수준이 전공도서 못지않은 경우도 있고, 태도와 문장은 더 친절하니, 세세한 전공 지식은 배우지 못하더라도, 큰 흐름과 기본 지식과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충분한 좋은 책들이 이미 많습니다.

 

그러니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만 있다면, 현재는 거의 모든 전공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방대한 정보 중에서도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더 높은 것을 고르는 것인데, 이 책이 그런 일을 대신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빅히스토리*에 관해서 소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인간 역사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세계 역사 전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하나의 큰 이야기로 표현하는 학문 분야이다. 소위 말하는 철학, 역사, 종교, 사회학 등의 인문학 플러스 우주론, 양자역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진화론, 뇌과학 등 과학지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인간 및 세계 역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은 단순히 인간의 역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주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우주와 세계, 지구, 인류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모두가 생산자나 창작자가 되는 시대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관심이 없는 저는 일상을 살다가 문득문득 드는 생각과 의문을 나누고 비춰보고 관련 질문을 만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정답이 없으니, 인문학의 정신에 맡는 토론과 생각나눔이면 충분합니다.

 

저자는 가급적 만든 차례 순서대로 강좌를 시청하고, 챕터 후에 관련 책 읽기를 권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억지로 애쓰다 그만 두지 않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영상만 다 시청한 후 책을 나중에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기가 무엇이든, 출발의 풍경이 어떠했는지보다, 배워가는 과정과 도착지가 더 중요하겠지요.




 

다만, 저자의 추천대로, 인문학 전반과 빅히스토리 관련 과목 모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공부할 분야를 정하기가 아직 애매하다면, 이 책의 목차와 동영상 강좌 제목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주중엔 강의 들을 시간이 없고, 주말엔 영화 한편 보러 외출하는 것도 매번 쉽지만은 않습니다. 팬데믹에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제공한 동영상 전시를 보았는데, 익숙해질수록 장점도 많이 보였습니다.




 

시간이 애매하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이 책에서 소개된 동영상 강좌들을 통해 차근차근 공부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자본이 덜 드는 대신, 결심과 계획과 추진해나가기 위한 본인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겠지요.

 

30만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했다. 이 종은 우리 현대인의 직접적인 조상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복잡한 사회구조를 갖추었고 예술과 과학, 종교 등 고도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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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민음의 시 319
박참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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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고는 할 수 없어도

보기는 다 보았다.

아니, 노안에 안 보이는

글자가 더 많았던 듯도 하고

물리적으로 안 보여주는 글자도 적지 않았고

줄그어 가린 것, 지워진 것도 있었으니

보았다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커다란 눈의 결정처럼

누군가의 체온에 닿으면

순식간에 녹아 버릴 듯

연약하고 다정한 시도

어디 볼 테면 봐 보라고

웅크린 실루엣만 보여주는

시도 있었다.

세상엔 내가 못 읽는 시,

지금은 못 읽는 시가 있다는 걸 잘 알아서

추천한 친구를 원망하는 맘은 전혀 없다.




 

그저...

다 보고 나니

시인은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고 염려되었다.

 

슬프다,

선별되기 전 온갖 자극으로부터

전해진 신호들처럼

일견 난삽해보이는

크기와 종류와 두께와 번짐을 달리하는 활자들.

01의 데이터가 아닌

시의 언어들이

금방 베인 손마디처럼

예리하게 아프다

 

* 정신머리: ‘정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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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K-포엣 시리즈 36
송경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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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시카고 도심 빌딩 사이 작은 틈바구니에

때 전 모포 한 장을 둘러쓰고 있던

내 또래 흑인 사내 하나와

그가 껴안고 있던 작은 아이들 둘

멈춰 선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그들의 아득한 저녁 [세계의 중심]

.

.

영웅도 겁쟁이도 되지 않겠다고 했던

미얀마 시인 켓티는

202158일 쿠데타군에 끌려간 다음 날

살해당한 채 노상에서 발견되었다

 

쿠데타군은 그의 시신에서

심장을 떼어내고 버렸다

켓티는 생전에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걸 모른다고 썼다 [AB]

.

.

기운 내세요! 라는 오래된 갑골문자

거룩한 것들은 왜 모두

아프거나 가난한가 [눈물 겨운 봄]

.

.

이 모든 종말과 파멸의 주범은

(...)

진실과 오랫동안 비대면해온

인간 스스로이다

우리가 끝내 우리의 유한한 삶과

무한한 세계에 대한 영원한 무지에 대해 인정하고

한없이 소박해지지 않는 한

 

도미노처럼 쓰러져가는

세계의 재난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파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대면의 세계]

.

.

“...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자. 그런 말은 또 한 번 써줘요.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빠지면 안 됩니다.” - 조세희 선생님의 전언

.

.

밑줄 그을 문장보다

부둥켜안아야 할 일이 많았고

미문과 은유는 쓸 틈 없이

직설의 분노만 새기며 살아왔던

내 삶의 서재는 [내 삶의 서재는]

.

.

이런 걸

자기 검열이라고 한다지

이러다가 사람이 미치고

이러다가 사람들이 알아서 체제에 순응해간다지

이러다가 언론출판결사표현의 자유가

모든 자율과 창의가

맹탕이 되기도 한다지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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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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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하나에 한 권 이상의 책이 담긴 책편지, 아무리 아껴 읽고 싶어도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해방의 풍경에 엉엉 울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설레고 두렵고 기대되고 망설여지는 책 펼치기.



 

..........................................

 

손에 쥔 건 비록 앙상한 글 몇 편일지라도 애를 쓴 그 순간순간이 저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출발지가 어디이든, 책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삶에 비친 서로의 존재를 통해 배우는 공부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르포작가로 불리는 은유 작품의 시선이, 페미니즘, 장애와 질별,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 가난과 비정규직 노동, 사회적 참사 등으로 널리 도착하는 것은 잠에서 깬 몸이 기지개를 펴듯 자연스럽다.

 

슬픔은 위험한 감정입니다. (...) 사람이 소중한 것을 잃고 나면 세상이 보이는 사람이 되죠. 슬픔의 렌즈로만 보이는 은폐된 진실을 보았기에 권력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거듭나죠.”

 

말하고 쓰고 듣고, 떠오른 생각을 붙들어 다시 쓰고. 은유 작가는 그렇게 변화하며 독자들도 바꾸어나간다. 갇히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일도 일종의 해방, 내 삶을 해석하는 언어가 명료해지고 어휘가 느는 일도 해방이다. 개인의 해방은 나를 바꾸는 기능으로 먼저 작동하겠지만, 그런 개인들이 나눈 기록들은 사회 해방의 동력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안 바뀌는 거 같지만 제가 바뀌었거든요. 저도 세상의 일부이고 적어도 제 몫만큼은 변했잖아요.”

 

명칭은 달라져도 사회가 가하는 압력과 삶이 지닌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버티고 따져 묻는 대신, 인생 되는 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 정신 놓고 사는 게 따뜻하고 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토하는 건지 먹는 건지 모를 태도로 과식하는 일도 돈벌이가 되는 세상이니, 외면하고 도망갈 구석들은 의외로 많을 지도 모른다.

 

그게 싫은 이들, 그렇게 할 수 없는 이들은 지키고 싶은 것 - 나 자신이든 다른 무엇이든 - 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한다. 변화가 지키는 것이라면 바꿀 것들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배울 수 있으니, 읽고 쓰기라는 훈련은 필수다.

 

누구나 한계와 제약 속에서 쓰죠. 그래야 한계에 갇힌 인간의 삶을 위로할 테고요.”

 

어떤 책을 읽은 것인지를 고민하며 읽다 보면, 글과 글 쓰는 이에 대한 판단이 생긴다. 작가를 전혀 모르고도 재밌고 좋은 글을 만나는 행운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좋은 삶을 사는 좋은 작가가 좋은 글을 쓰는 일이 더 많다. 질문과 고민이 많은 독자라면 삶에 대한 시선과 문제의식이 선명한 글이 좋은 것이 당연하다.

 

이 작은 책을 오래 읽고 싶어서, 필사를 많이 했다. 필사한 문장들만 다시 읽어보았다. 조급한 기분으로 불안한 생각들로 매일 살아가지만, 지름길도 비법도 없다. 채워 넣은 지식도 좋은 글도 내 안에서 숙성되지 않으면 내 것으로 소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러 밤을 다시 이 책을 펼쳐 보게 될 것이다.

입춘이 지났다. 함께 살기 위한 미래를 만드는 씨앗을 뿌리자.

 

기어코 바깥을 보게 만드는 문장들. ‘더 이상 그렇게 살 필요 없어같은 위대한 말들. 혼자만 알고 있으면 반칙인 말들을 널리 내보낸다. 해방의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 중견(中堅) 작가: 나는 가운데(), 굳어지는 것()도 싫다.” -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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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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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 수 중

여든여덟 수의

센류* 걸작 모음집

 

추천대로 실컷 웃을 거라 기대했는데

한편마다 마음속에 눈물이 졸졸졸

심장인지 위장인지

속이 쓰리고 아프다.




 

... 내가 지금은

웃을 여유가 없구나 싶다....

양친께 보여드리려 하는데

두 분은 어떻게 느끼실지...

 

그래도 비상금 시에는 풋,

꼭 찾아 내셨기를

바란다.



 

* 센류: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 5-7-5,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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