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 우리, 100년 뒤에도 만날 수 있을까요? 과학 쫌 아는 십대 3
최원형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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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소개글로 보아서는 무척 기대되는 출판물입니다. 함께 사는 10대 가족들과 함께 읽어 보고 추천하고 싶은 도서입니다. 시리즈 물이 쭉 오래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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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국어 표현력 사전 - 말과 글의 힘을 키우는
박수미 지음 / 다락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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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유용할 것 같아 관심이 갑니다. 단지 소개된 내용 중 ‘열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현재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련 범죄가 떠올라 불편하고 안타깝습니다. 흔히 호감이 가는 ‘여성‘에게 끈질긴 구애를 할 때 응원?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였는데, 자칫하면 범죄가 될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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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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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려령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꼽히는 [완득이]의 분위기만 해도 사회와 생활 저변의 소재들이 가득한,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의상을 입고 있지만, 무척이나 강렬한 에너지로 쓰인 원칙과 도덕을 추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김려령 작가 작품들도 예외없이 그의 폭넓은 시각에서 비롯된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한 성숙한 의견을 개진하며, 묵직한 주제에 진지하게 집중하고도 다소 도발적인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는 필력이 늘 돋보인다고 느꼈다.

이렇듯 언제나 무척 대중적이랄 수밖에 없는 서사를 맛난 화법으로 다루는 능력은, (썩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통속을 예술로 완성시키는 김려령 작가만의 능수능란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작가는 '증조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것이 자양분이 되었다고 하는데, '증조할머니'를 뵌 적도 없는 나로서는 그런 행복하고도 따스한 양육의 경험이 몹시 부러웠다.

마치 막장아침드라마 소재와 같은 이 책의 얼개에 다소 멈칫하고 자신 없어하면서도 읽어 보자고 한 결정은 그러한 작가에 대한 믿음에 순전히 기인한다.

 

사랑은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것이다. 어느 날 그곳에서 불현듯. 69

 

결혼, 실패, 여행지, 일주일, 재회, 사랑, 전처, 위기, 비난, 상처, 고난, 극복.

 

마치 드라마의 회 차처럼, 전개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들 개개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서술, 관계 속에서 얽히고설키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섬세한 통찰, 늘 궁금하고 어렵지만, 누구도 정답을 알려줄 수 없는 사랑의 여러 모습들. 그리고 숨 막히는 속박이 될 수도 있지만, 한층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사랑,이라는 관계의 양면성. 이 모든 생각들이 책을 읽는 동안 복잡한 마음과 함께 머릿속에 떠다녔다.

 

이 모든 사건들의 전제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뒤흔든 '일주일', 독자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수도 있는 '일주일'이 발단이 된다. 또한 이는 가장 흥미진진하고 결정적인 소재로서, 소설 전반에 걸쳐 한 번의 동일한 경험이 설레는 사랑의 시작으로, 삶을 위협하는 함정으로,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실마리로 탈바꿈하며 달리 해석된다.

누군가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서의 일주일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 그 과정을 실제로 겪는다고 상상해 보면, 너무나 억울하기도 하고 어이없어 화가 나기도 하고 헛된 싸움이란 생각에 허무하기도 하는 등 실로 다양한 감정을 맛볼 것 같았다.

 

대개는 '첫 눈에 반한다'라거나, '사랑에 빠진다'와 같은 경험에 별반 공감이 쉽지 않은 나로서는, 더구나 연애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가시적으로 증폭시킨 것이기도 해서, 가끔 어떤 연애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는 이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각자의 상처와 좌절과 비틀린 마음과 고조되는 갈등, 언론의 부정적 기능과 사회적 몰이해에 휘둘리는 고난 등의 배경과 사회 환경 전반이 더 생생하게 아픈 느낌이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오래였고 혐오만 남은 부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이런 명료한 표현은 어떤 칼날 같은 말보다 정말 서글프다.

 

결국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아늑함과 따뜻함이고 그러면서도 자유를 보장받는 것일까. 이런 이상적으로 들리는 관계 설정일지라도, 현실적으로는 그런 상대를 알아보고 서로 사랑을 주고받고 관계를 성립하고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또 얼마나 복잡하고 촘촘하고 생생하고 온갖 개성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전투일까 싶다.

 

인간의 성장과 관계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치 매김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오래되고도 매번 어려운 질문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어른 혹은 성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사랑,' 혹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묻고,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매번 이 질문들 앞에서 답이 궁색하다.

 

부부는 숨김없이 모든 것을 함께하는 거였다. 그러므로 잠시의 혼자도 용납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늘 붙어 있는 아내로 인해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웠다. 사람들은 아내가 곁에 있는 그의 곁을 피했다. 유철은 늘 발목에 긴 끈이 묶인 것 같았고, 저 앞에서 정희가 그 끈의 끝을 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216


목적지를 두고 가면 늘 헤매서 차라리 길이 보이는 대로 가다가 좋은 데를 발견하면 그곳을 목적지로 삼는다는 여자. 그렇게 정처 없이 다니면 숙소는 어떻게 찾아와요? 택시요. 꼭 그녀의 방식대로 즐긴 여행이었다. 그렇게 가다보면 신기하게도 궁전이 나왔고 탑이 나왔고 공원이 나왔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이 나왔다. 56


도연은 사랑하므로 희생한다는 자기희생성 낭만을 경멸했다. 그런 사람들은 희생한 자신에게 숭고함을 부여하고 절대적 존재로 인정받길 바랐다. 희생을 사랑으로 갚아야 하는. 나한테서 돌려받을 희생 말고 날 위해 그냥 떠나주는 희생은 손해라서 안 되니? 희생으로 장사해? ()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 68-69

 

아프지 않기도, 다치지 않기도 바람으로만 존재하겠지만, 아프거나 다칠 수는 있어도 모욕당하거나 비참해지지 않는 배려와 존중이 있는 인간관계는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그 정도의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나도 상대도 죽음으로, 혹은 그와 같은 고통으로 몰아넣는 집착. 새삼 참 두려운 일이구나 싶다.

 

작가가 건네는 무척이나 어려운 사랑, 결혼,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너무 궁금하다. 내공 깊은 분들이, 그렇지 않더라도 되도록 많은 이들이 감상이나 서평을 올려 주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사족: 글자로 디자인한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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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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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속도와 집중력이 잘 맞아 달리는 소설 작품이 있는 한편, 자꾸만 멈춰야 하는 소설이 있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누가 쳐다보지 않아도 흠칫 놀라며 울음을 꾹 삼켜야 하는 작품도 있고, 속절없이 눈물이 주룩 흘러내리고야 마는 작품도 있다.

 

[경애의 마음] 이 소설은 일면식이 없는 작가가 내 삶을 조용히 바라보고 담아낸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잘 알려진 시구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만, 흔들리지만 꿋꿋하고, 담담하고, 굳건하고, 담백한 그렇게 보내는 사랑, 이별, 아픔, 인생.

외롭지 말자, 같이 견디고 같이 나아가자,

잊지 말자, 지지는 말자,

따뜻하고 조심스럽고 공손한 위로.

 

건강하세요, 잘 먹고요, 고기도 좋지만 가끔은 야채를, 아니 그냥 잘 지내요. 그것이 우리의 최종 매뉴얼이에요.176

 

나는 이 문장에 왜 그리 깊이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가장 절망했을 때 필요한 것이 잘 자고 잘 먹는 거,라는 공감이 있어서인가. 왜냐면, 전혀 못 자고, 전혀 못 먹는 고통이 분명 있으니 말이다.

 

참 이상하리만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선하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나도 평생 이런 착하고 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뉴스의 폭력성과 가학성에 진심으로 놀라고 충격을 받는다. 이렇듯 선한 이들이 풀어가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와 가치관들, 수없이 많은 배울 점들이 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기우에 미리 한 가지 지적하자면, [경애의 마음]이 개인연애서사가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각자의 삶이 그렇듯 소재가 다양하고 의미가 풍부하다. 특히, 부당함에 강단있게 맞서는 파업과, '조선생'으로 명명되는 동료가 들려주는 노동 윤리와 설화들은 가슴이 뻐근한 감동을 안겨 준다

 

정신적 독립을 이루려면 경제적 독립이 전제되어야 하듯이, '일자리, 밥벌이'라는 것이 '마음'의 문제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일은요, 일자리는 참 중요합니다. 박경애 씨, 일본에서는 서툰 어부는 폭풍우를 두려워하지만 능숙한 어부는 안개를 두려워한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안개가 안 끼도록 잘 살면 됩니다. 지금 당장 이렇게 나쁜 일이 생기는 거 안 무서워하고 삽시다. 나도 그럴 거요.”30

 

이 조용하고 따뜻한 소설은 의외로 공을 들여 시간을 들여 읽어야 머릿속에서 제대로 완결을 보여 준다. [경애의 마음]이 무엇인지도 그 시간이 지나야 각자의 목소리로 정리될 것이다.

 

나중에 깨달은 일이지만, 이 책을 읽고 포스트잇을 많이 붙였다. 그만큼 적어서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읽어 보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그 인용을 일부 올린다.(스포일러 주의!^^)

 

처음에는 작고 깨끗하고 포근해 보이는 눈이지만 얼어붙었을 때에는 얼마나 쓰라린 느낌을 주는지. 그건 사랑이 사라지면서 남기는 날카로운 상처와 같았다.9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27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35


마음이 끝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대체 끝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실감하고 확신하는지 알 수 없었다. 끝이 만져진다면 모를까. 느끼는 것이고 상상하고 인식하는 것인데 지금 내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끝을 말해. 60


설거지도 빨래도 요리도 하지 않는 일상에서는 오로지 오늘만 있는 것 같았다.

산주가 있었던 어제도 없고 산주가 없는 내일도 없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사이에서 되도록 현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경애의 마음만 있었다. 96


그러니까 인생은 손쓸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냥 포기해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마음의 번뇌와 갈등, 고통, 어떤 조갈증, 허기 같은 건 지병처럼 가져가야 하는 것이었다. 143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육체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랑은 멈춰진 기억을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 번 살게 된다는 것. 161


각오는 그렇게 대단치 않은 것들이 버려지는 가운데 무언가가 무언가를 거스르는 마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169


타인의 불행을 담보로 만들어낸 것은 기회가 아니라 일종의 시험에 가깝다고. 285


"그래서 그놈, 아니, 그 사람에 관한 마음은 어때요?"

"그냥 있죠. 어떤 시간은 가는 게 아니라 녹는 것이라서 폐기가 안 되는 것이니까요, 마음은." 297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들에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구원은 그렇게 정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적극성을 통해서 오는 것이라고 시흥의 창고에서 생각했다. 307


이별이 분노나 실망감, 적의 같은 단일한 감정으로 이루어졌다면 오히려 품고 살아가기가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은 그렇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순간순간 전혀 반대의 감정이 몸을 부풀려 마음을 채우기에 아픈 것이었다. 316


요즘 저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그걸 했던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합니다. 그 시간의 의미가 타인에 의해서 판결되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320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란 자기 자신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는 것, 자신을 방기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해서 최선을 다해 초라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349

 

 

[경애의 마음]으로 위로 받은 마음에는 한 가지 질문,을 가장한 소망이 남는다.

 

누구도 누구를 아프게 다치게 하지 않고 순하게 순하게 살 수 있는 날은 언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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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신라 경주 10대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김경후 지음, 이윤희 그림, 유홍준 원작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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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26년 전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1권이 출간되었을 때, ‘먹자 놀자 잊자관광여행이 아니라, 낯설지만 동경할만한 인문교양여행이 가능한 가이드로 삼아 친구들과 함께 훌훌 여행길에 오르고 싶었던 오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회로 그치지 않고 그 오랜 세월 꾸준히 발간해 주신 답사기 시리즈들은 감사와 경애의 대상이 되었으며, 늘 새롭게 마음이 설레는 기분을 전해 주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이토록 깊이 있는 대중교양서를 지명되어 받게 된 10대들에게 부러움과 축하를 전한다. 독자인 나도, 그리고 작가도 바라는 바대로, 10대들이 역사와 문화유산을 좀 더 생생하게 알고 느끼고 진정 사랑할 수 있기를, 재미난 이야기로 친근하게 받아들이기를, 부모와 자녀가 마중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온 가족이 다 함께 우리나라 국토박물관으로 답삿길을 떠나기를, 함께 기원하고 응원한다.

 

어린 시절 경주는 천년도읍이라는 무게감도 역사감도 실감나지 않는, 그저 너도 나도 그 장소에서 찍은 단체사진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한 세대가 지나 친지,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 등장한 수학여행사진은, 모두 다른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장소 같은 느낌의 단체사진으로 귀결되곤 했다. 각자의 사진을 다 모으면 우리 시대의 일면을 보여주는 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면 함께 웃었다. 어린 시절 여행에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이 아닌지라 역사를 전공한 답사 전문가 친구와 함께 한 두 번 정도 더 여행을 떠났지만, 그런다고 경주를 더 잘 이해하고 문화유산을 사랑하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재 10대들의 현장학습과 수학여행은 인증사진들 이외에 어떤 체험이 되고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유홍준 작가의 제안에 따르면 제일 중요한 것은 물론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주제를 정하고그에 맞게 살펴보는 것이다. 논문을 읽는 것과 같이 진지하고 담담했던 답사기와는 좀 다르게, 만화로 등장한 유홍준 작가와 함께 이번 기회에 다시 경쾌하게 경주로 떠나본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10대가 아닌 나도 이제야 경주를 조금 이해하고 감상할 기회를 만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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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나 사진으로라도 꼭 확인해야할 유물들

 

1. ‘세상에는 이렇게 귀엽고 가깝게 느껴지는 불상도 있구나.’ 선덕 여왕 시절의 가장 사랑스러운 유물인 삼화령 아기 부처. 아기 부처의 발가락이 왜 새까말까요?

2. 선덕 여왕 시절의 가장 푸근한 유물. 남산 불곡 감실 부처님


3. 남산에는 절터가 147군데, 불상이 118, 탑이 96기나 있거든요. 온산에 흩어져 있는 불상과 석탑들을 만나다 보면 남산에 깃든 옛 신라인들의 바람과 소망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요. 32


4. 선덕 여왕의 정치적 힘을 보여 주는 당당한 유물. 황룡사와 황룡사 구층 목탑. 불교를 통해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여왕의 의지를 잘 알려 주는 유물.


선덕 여왕 12년인 643년에 자장 스님이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여왕을 찾아왔습니다. “황룡사에 구층 목탑을 지으십시오, 여왕님. 불교의 힘으로 주변 적들의 침입을 막으십시오. 목탑의 한 층마다 일본, 말갈, 당나라, 거란, 탐라, 예맥 등 적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면 이 아홉 나라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옵니다.” 35


5. 신라의 과학을 보여 주는 유물. 돌로 만든 천체 미니어처, 첨성대


조그마한 건축물로 1년의 날과 달과 절기, 그리고 태양의 움직임과 별까지 다 나타내다니 정말 기가 막히지요. 41

 

1235년 고려시대 침입한 몽골군이 경부와 황룡사 구층 목탑도 불태우고 100톤이나 되는 황룡사 대종을 바닷가로 옮기려다 물에 빠뜨렸다는 얘기는 한참 잊어버렸다 덕분에 상기했다. 동해 바다에 가라앉았다고, 지금도 파도가 거센 날이면 바닷 속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하는. 건져 올리지 못한 우리의 아픔이라 어릴 적과는 달리 이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

 

6. 문무대왕릉과 그 앞 바다


나는 어지러운 운을 타고 태어나 전쟁의 시대를 만났다.(...) 갑자기 깊은 어둠으로 돌아간들 무슨 한이 있겠는가.(...) 지난날 영웅도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나무꾼과 목동 들이 그 위에서 노래하고 여우와 토끼가 그 곁에 굴을 파게 될 뿐이니, 나를 장사 지내는데 쓸데없이 재물을 낭비하지 말라. 그러면 훗날 웃음거리로 기록될 뿐이다. 공연히 사람을 수고롭게 한다 해서 죽은 영혼이 구원될 리도 없다.” 51


7. 감은사와 감은사탑


본래 명작은 해설이 필요 없는 법이지요. 그저 거기에서 받은 감동을 되새기면서 즐거워하면 그만인 거지요. 만약 감은사 답사기를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 허락된다면 나는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 감은사, 감은사 탑이여......’ 감은사에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 58-59

8. 에밀레종


불교에서 종소리는 바로 부처의 목소리입니다.(...) 이 세상에 진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종소리를 상상해 보세요. 이 상상을 우리 눈앞에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성덕 대왕 신종입니다. 우리에게는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에밀레종은 1,200년 동안 매일 아침 여섯 시마다 어슴푸레한 경주의 어둠을 깨웠습니다. 65

 

무게가 있으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무게가 있기 어려운 법이지요. 하지만 에밀레종 소리는 그 모든 걸 갖추었습니다. 소불 선생은 이 소리를 엄청나게 큰 소리이면서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다.”라고 표현하였지요. 66

<em> </em>

그 모양은 산처럼 우뚝하고 소리는 용이 읊조리는 것과 같아 위로는 하늘에 이르고 아래로는 지옥에까지 통하여 보는 사람은 신비로운 기운을 칭송하고 종소리를 듣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 75

 

9. 석굴암


우리 문화유산이 모두 사라져도

석굴암만 남아 준다면

우리 민족의 긍지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본존불은 평화로우면서도 장엄합니다.(...) 그 앞에 서면 돌로 만든 조각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이 세상의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순간을 그려 낸 것 같지요. 인간다운 따스함이 있지만 인간이라기에는 신만이 가진 기품이 있고, 신의 기품이 있지만 인간다운 느낌이 들어요. 107

 

10. 우리나라 문화재의 얼굴 불국사.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이 놀라운 곳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간 수학여행이 새삼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기야말로 진짜 내가 찾아다니던 곳이야.”(...) 나에게 불국사는 돌고 돌아 다시 오는 그런 곳입니다.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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