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제자인 자공에게 인간관계에 대해 훌륭한 가르침을 남겼다. 자공이 평생 실천할 한마디에 대해 가르침을 달라고 공자에게 묻자 이에 대해 ‘서恕’라고 답했다. 한자어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을 합친 글이다. 즉 ‘내 마음을 남의 마음과 같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자는 서恕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평소에 이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명언이기도 하다. 특히, 내가 상장회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했을 때 취임사에서 공자님의 이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勿施於人”


위 말을 풀이하자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정말로 훌륭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실천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귀가해서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방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아내, 자녀 등 가족을 호출해 시원한 물 좀 가져오라고 외친 적이 없는가?


또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많은 양의 문서를 복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마땅히 나의 일임에도 열심히 다른 일을 수행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을 불러 복사해야 할 문서를 주면서 지금 바로 복사해 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 적은 없는가?


그렇다. 공자님은 우리들보다 훨씬 이전에 살았던 분임에도 이미 이런 일이 어렵다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평ㅂ범한 우리 인간들은 욕심과 욕망을 모두 내려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 혼자 편함을 추구하려는 그런 마음을 버리고 남을 배려한다면 인간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가르침을 받은 제자 자공子貢은 타인과의 관계 맺음과 부富의 축적에 매우 월등했다고 알려지는 인물이다. 그 이유는 바로 ‘서恕의 가르침’을 죽을 때까지 다짐하며 실천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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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는 환상 - 인간성을 외면한 물질주의 사회의 모순과 치유
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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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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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4-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글을 올렸는데, 몽땅 사라졌네요. 사진도 왜 이렇게 확대되어 올라가는지.ㅠㅠ 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에디터D 2024-04-14 21:03   좋아요 0 | URL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하네요. 속상하신 마음, 토닥토닥, 네 글자를 남기고 갑니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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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결핍된 무언가 때문에 끊임없이 헤매왔다. 마치 보물의 종류도 모른 채 지도에도 없는 보물섬에서 물도 식량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헤매는 듯 막막했다. 엉뚱하게도 나는 그 해답을 낯선 도시의 미술관에서 찾았다. 아름다운 미술관에만 가면 이상하게도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라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 ‘프롤로그’ 중에서



평소 그림을 좋아해서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며 이런 주제로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얼마 전 신간 도서 소개글과 함께 표지에 실린 그림이 시선을 끌면서 어떤 작품인지 너무 궁금했다. 이미 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확실치 않아 더욱 그랬다.


이점이 바로 지금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동기이다. 워낙 궁금증을 못참는 못된 성질인지라 이 책을 수중에 넣었다.


종종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에 살던 일산동구의 정발산역 인근 주민들인데, 일산호수공원 산책길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서로 대화도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이사로 인해 이제 덕양구 주민이 됨에 따라 만남의 빈도가 확 줄었다. 불편한 허리가 외출을 막고 있어서다. 지난번 모임에서 한 분이 이 책을 소개하며 권했기에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좋아했고 그리기도 즐겨 했다. 자랑 같지만 국민학생 때는 학교를 대표해서 사생대회에 여러 차례 참석하여 입선하기도 했다. ‘좋아한다고 다 할 수는 없다’는 게 아버지의 지론이었고 특히 ‘환쟁이는 배고프다’면서 이를 극구 만류했기에 그림 공부를 더 할 순 없었다.


이런 갈증을 안고 살았기에 나의 서재엔 유독 그림 관련 도서들이 많은 편이다. 오래된 도서들을 종종 중고로 판매했음에도 여전히 많다. 아내도 한 몫 거들었다. 나처럼 그림을 매우 좋아한다. 중매로 결혼한 사이임에도 공통 관심사라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 도서 표지에 실린 그림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는 정여울 작가가 ‘당신이 눈 감은 사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32번 째로 소개하는 그림이며,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이란 작품이다. 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프레더릭 레이턴은 <타오르는 6월>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장의 스케치를 그렸는데, 남아 있는 스케치 중 네 개는 누드였고 한 개는 옷을 입은 것이었다고 한다. 누드가 아닌 ‘옷을 입은 여인’의 잠든 모습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사진, 작품명. 타오르는 6월)


영국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1830~1896년)은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출중한 외모에다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의 나이 48살에 어린 여인 도로시 딘(20살)을 적극 돕자 ‘숨겨 놓은 딸’이라는 소문이 났던 것이다. 이 여인은 가난한 평민으로 무대 위의 배우 생활을 하며 동생들과 어렵게 생계를 꾸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레이턴은 그녀와 동생들까지 자신의 집에 데려와 보살폈기 때문이었다. 도로시 딘은 레이턴의 여러 그림에 모델로 활동했다고 알려진다.


다시 위 작품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깊은 잠에 든 여인은 죽은 사람은 아니다. 볼그레한 뺨에 생기가 돌아서다. 다홍색 시스루 드레스의 영향을 받아 따스함과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다. 낮잠을 자는 모습니다. 불편한 자세를 보니 단잠에 푹 빠진 듯하다.


정여울 작가의 해석에 따르면 화가는 이 그림을 그리려고 누드와 옷 입은 모습 등 여러 장의 스케치를 했고, 그중에서 옷을 입은 스케치를 선택했기에 자극적인 누드화가 아닌 잠든 여인의 신비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내 생각엔 잠을 자고 있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여인은 화가의 모델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화가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곤히 잠자는 모델의 모습에서 작품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회화사繪畵史엔 남성 화가와 여성 모델의 조합이 많다. 안타깝게도 해피엔딩인 경우는 많지 않다. 화가와 모델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화가 우위의 고용관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미술 #오직나를위한미술관 #정여울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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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4-0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서재 관리자님, 며칠 전부터 사진을 올리면 왜 이렇게 확대되어 등록되는지 알 수가 ㅇ없네요.ㅠㅠ

cyrus 2024-04-08 06:53   좋아요 1 | URL
혹시 PC 버전 알라딘으로 접속해서 사진을 올리신 건가요? PC 버전 알라딘에서 사진을 등록하면 사진이 크게 나와요. 그래서 저는 사진을 올리기 전에 크기를 줄여요. 사진을 많이 올릴 때 크기 줄이는 일이 번거롭긴 하지만, 사진이 알맞은 크기로 나오면 이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

호시우행 2024-04-08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까진 별일이없었는데ㅠㅠ 등록한 글까지 없어지네요.ㅠㅠ
 
평범함에 도둑맞은 탁월함
이재영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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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의 길은 일반적인 의미의 성공과는 다르기에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성공을 거뒀음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대세를 거부하고 나만의 작은 길을 찾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중략) 이 책은 바로 그 ‘탁월함’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의 답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은 서론 격에 해당하는 1부(피로사회를 떠나 여행을 떠나자)에선 탁월함이란 무엇인지와 평범한 인물이었던 에이브러헴 링컨,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이클 패러데이 등아 어떻게 탁월해졌는지와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들이 자기계발서로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아마도 탁월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과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바로 책의 본론과 결론에 해당하는 2부(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조건), 3부(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도구)이다. 그래서 본 서평은 이를 요약하는 것으로 갈음하려고 한다.



(사진, 탁월함)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조건들


통찰력 ~ 남들과 다르게 봐야 한다

괴짜 정신 ~ 개성은 탁월함의 조건

결핍 ~ 결핍을 동력으로 삼자

도전 정신 ~ 우직하게 시도하라

의지력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지속력

프로 의식 ~ 완벽함을 추구하라

인문학적 성찰 ~ 세상에 없는 걸 만드는 인문학적 사고


불세출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인간의 눈에 관심이 믾았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런 질문을 남겼다. “신은 왜 시신경을 온몸에 뿌려놓지 않고, 얼굴의 두 군데에만 놓았을까?” 이는 눈은 얼굴에 2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딴죽을 건 셈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일반인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그렇다고 인간의 눈이 다른 동물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의 눈은 맹금류인 매의 시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높은 위치에서도 지면에서 움직이는 작은 서생원을 포함한 포획 대상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챈다.


매의 시력에 대해 인간이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또 다른 눈을 가지고 있어서다. 혜안慧眼, 즉 ‘마음의 눈’이다. 이는 바로 이면에 숨겨진,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통찰력이다. 이를 통해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 제품 개발자에겐 가장 필요한 역량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탁월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우리의 눈에는 인식하는 빛의 파장대가 있다. 그래서 눈의 조리개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볼 수 없다. 결국 우리의 크기는 시야의 크기다. 초정밀과 초광대를 동시에 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남다르다. 이는 탁월함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111쪽)


정민 교수의 책 <미쳐야 미친다>를 읽다가 밤을 꼬박 새운 적이 있었다. 도서의 내용은 우리 선조들 중 미친 사람狂人으로 취급받을 만큼 괴팍했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괴팍함을 위한 괴팍함이 아닌, 탁월함을 위한 괴팍함을 가져야 한다. 탁월함을 위해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은 탁월함을 위한 노력의 생생한 흔적이다.(128쪽)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도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탁월함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당연히 탁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끝없는 노력으로 이를 성취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탁월함으로 평가받게 된다.


노트 ~ 반드시 휴대하라

도서관 ~ 지적 노동의 수행 장소

편지 ~ 일기장에 쓰기

멘토 ~ 앞길을 알려 준다

효율을 높여주는 창조의 시간

작업실 ~나만의 것을 생산하기

휴식 ~ 스트레스를 없애라


(사진, 7가지 도구들)


쓸모가 많은 도구는 항상 휴대하는 게 좋다. 농업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농부는 낫을 휴대하고 다니면 잔가지를 쳐낼 수 있으며, 나무를 깎아 목제품을 다듬고, 시원한 그늘에서 쉴 때엔 과일을 깎아먹을 수도 있어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시에 스마트폰을 지참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쓸모성 때문이다. 필요한 정보의 검색, 길찾기, 급히 연락하기, 걸려온 전화 받기, 버스요금 결제하기, 귀가시 장볼 때 마트에서 경제하는 수단 등으로 정말 편리한 용도가 많아서다.


그런데, 꼭 필요한 도구는 따로 있다. 바로 노트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바로 적어놓지 않으면 마치 휘발성 많은 연기나 냄새처럼 금방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노트 한귀퉁이에 비록 짧은 글이나 문귀라도 적어놓으면 충분하다. 노트와 사랑에 빠져라.


아인슈타인에게도 회의 시간에 갑자기 영감을 받아서 노트에 새로운 방정식을 섰다는 일화가 있지 않은가.(204쪽)


산더미 같은 노트로 승리한 사람들은 많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던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년)는 자신이 수행햇던 수많은 실험들을 모두 기록함으로써 오늘날의 전자시대를 개척한 선구자가 되었다.


창조의 순간이라는 말은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이 있다면 이 사람은 매우 좋은 도구를 갖춘 사람일 것이다. 하루에 주어지는 24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년)는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창조의 도구였다. 또 체코 출신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는 밤이 소설을 창작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그렇다. 탁월함을 이끄는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시간은 탁월함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도구가 될 것이다.


탁월해지기 위한 마지막 일곱 번째 도구는 휴식이다. 끝없이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을 경우도 있다. 아니 많다. 일에 바져 생각할 틈조차 없다면 사람에게 탁월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휴식은 원기를 회복시키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면은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위대한 혁신은 휴식 후의 완전한 변화이다. 그렇다. 번데기가 겉보기엔 수면욕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변화를 이루는 중이다.


번데기에서 죽은듯이 있던 애벌레가 화려한 날개를 달고 하늘로 비상하는 위대한 혁신은 고치 안에서의 완전한 휴식이 준 결과다.(267쪽)


평범한을 벗어나 탁월함을 선택하라


남들이 모두 탁월하다고 인정하기까지는 검증의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그런 인정의 때를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통제가능한 의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인정은 나중에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는 ‘평범함을 벗어나 탁월함을 선택하는 의지를 발휘하자’는 것이다.


#자기계발 #탁월함 #평범함에도둑맞은탁월함 #이재영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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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터 - 가족들은 당황했고, 엄마는 당연했던
박지현 지음 / 아홉프레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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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의 일상을 서술한 이 책의 소제목은 ‘엄마는 당연했고, 가족들은 당황했던’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는 당연하게 엄마에게 찾아온 갱년기에 관한 이야기로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도서의 제목인 #스키터가 도무지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병명病名인가 하고서. 모기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스키터증후군’ 환자라고 부른다는 설명이 있긴 있다.


스키터skitter : 잽싸게 달리다


모기한테 물려서 유난히 피부가 부풀어 올라 화끈거림에 고생하는 환자를 부르는 용어이므로, 도서제목의 의미와는 ‘관계 나씽’인게 분명해 보여 영어 단어의 의미로 접근하는 게 맞는 듯하다. 아마도 불현듯 찾아와선 빠르게 지나가버린 엄마의 갱년기에 대한 표현인 듯싶다.


(사진, 책표지)


책의 화자話者는 딸이다. #엄마의 일상에 큰 변화가 온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평소 모습과는 영 딴판임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혼자 티브이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음량마저 점점 더 커져갔던 것이다.


마치 #엄마는 자신에게 누군가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마치 시위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 시끄러운 소리를 무심하게도 자장가 삼아 잠에 들었다. 같은 하늘 아래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말 한 번 나누지 않는 날이 일주일 중 반 정도였다. 이런 무심함은 #갱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진, 갱년기와 갱년기우울증. 15쪽)


엄마는 사남매 중 맏이였다. 아현동 굴다리 옆 작은 집엔 매일 아침 노란 양은 도시락 네 개를 쌓아두고 아침을 준비하는 할머니와 동생의 등교 준비를 도와 옷을 입혀주고 책가방을 챙겨주는 어른 같은 아이였다.


할머니는 매일 밤 동생들을 재우고 나면 엄마를 공부시켰다. ‘맏이가 잘돼야 동생들도 잘된다’는 신조 때문이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의 힘을 이겨내려고 눈을 비비며 공부하다 보니 한참 늦은 취침임에도 이른 아침을 맞이해야만 했다.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아도 이를 동생에게 양보하는 일에 익숙했던 엄마는 성인이 되어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갑내기를 중매쟁이를 통해 알게 된 후 몇 달 연애 끝에 결혼했다. 스물일곱 살이었다.


아빠는 삼형제 중 둘째였고 아현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엄마도 결혼 후에 가구점 일을 돕고 있었다. 엄마는 독했다.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눈치도 빨라 가구점 직원들에겐 늘 친절했다.


첫 아이가 생기자 아빠는 작명을 위해 교보문고를 삼일 주야로 드나들며 이름짓는 법을 공부했다. 나 또한 첫 딸을 얻었을 때 서울 강남역 인근 대형 서점에서 작명법 도서를 구입해 여러 날 독학으로 사주명리를 공부하면서 이름을 지었던 옛일이 떠오른다.


(사진, 엄마의 행동 변화들.34쪽)


#갱년기가 찾아온 엄마의 모습은 처음에 ‘불안’ 그 자체였다. 딸인 화자였기에 그나마 섬세한 감정으로 이를 캐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안감이 엄습함에도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성질이 점점 날카로워져 갔다.


이렇게 변한 엄마의 행동과 성질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편안할 리 없다. 모두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도와줘야 한다. 지금껏 그저 그렇게 지냈던 일상의 모습에 조금씩 변화를 주자. 비록 시시콜콜할지라도 대화를 늘리고 함께 식사를 준비하며 외톨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자.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갱년기를 겪던 엄마는 점점 차분해진다. 책의 제목처럼 잽싸게 사라질 것이다.


(사진, 식사 시간.129쪽)


“모든 엄마가 겪는다는 갱년기를 지켜본 딸이 써내려간 이 에세이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스키터 #박지현 #아홉프레스 #가족 #엄마 #갱년기 #갱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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