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상대적인 것이라던데 그들은 비교 대상을 찾는 순간 더 비참해질 정도였다
가진 게 없으니 식은 생략했고 혼인신고만 했다
그렇게 서로 탓만 해 댈 거면 평생 등을 돌리고 살든가
하루에 서로 말 몇 마디 섞지 않으면서 부부라고...
가난 속에서 찾을 낙이라곤 돈 안 드는 쾌락밖에 없으니 매일 밤, 전등을 끄고 살을 맞붙였다
사랑 없이, 그냥 할 짓 없어서 해 댄 결과물 그 정도...
나중에 술집 뛰면 텐프로가 되겠다는 말을 동네 어른들에게 참 많이 들었다
그녀가 크면 제일 먼저 팔아먹겠다고 침 흘리는 인간이 아버지였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 없었다
그 애를 본 순간에는 잠시 세상이 멈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차고 넘치게 가졌으면서 왜 굳이 나도 안 하는 방황을 하는 걸까
그녀가 그렇게 여길수록 그의 시선은 점점 빤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더는 그를 무시할 수가 없어졌다
다소 뻔뻔한 태도에 그는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넌 1등 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고, 나는 1등을 해야만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 있거든
가진 게 몸뚱이뿐이지, 그러니까 원하면 내 몸이라도 줄게
그를 보자마자 감정이 욱하고 올라와 입이 제멋대로 내질러 버렸다
둘 다 싫었지만 그래도 거절하는 쪽이 더 싫었다
고작 귓속말에도 얼어붙는 너랑 한다고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난 내 것을 남하고 공유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내가 새로운 거래 조건을 제시했으니 받아들이는 건 너야
넌 남자애들이랑 졸업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는 거야, 어때?
...네 취향에 맞춰 주고 싶은 생각 없는데...
... 너 결혼할 때까지 너하고만 자는 게 조건이었잖아
두 사람은 벌써 세 번째 거래로 지금은 사랑 없이 몸을 섞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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