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반응하는 봄. 절대 티 내지 말아야지
그는 사무실에서 하고 싶을 때면 블라인드를 내렸다
오늘 만남은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본부장실을 나서지 않도록 많은 것을 챙겨 두었었지
속옷은 준비 못 했는데 지금 이렇게 되어 버렸고...
분명 순수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대학교 1학년 때 그녀는 수석 장학금을 두고 조건을 걸어 왔다
이제부터는 유리 천장 따위는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어차피 대학교에선 그를 모르는 척할 생각이었다
웃으면서 하는 여사님의 말은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우연이 계속 겹쳐도 그저 우연일 뿐이니 주제 파악을 잘 하라는...
가난하다고 무시받으면서 어떻게 지켜낸 자존심인데...
평소에 너 쳐다보는 게 징그러웠는데, 이게 정답이었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치곤 꼼짝없이 당할 뻔했잖아
예전엔 전교 1등을 위해서 몸이라도 주겠다며?
원하는 걸 얻고 싶으면 내가 원할 만한 걸로 알아서 잘 거래 제안해 봐
누구에게나 살갑지만 누구에게나 정이 없는 그였다
고작 입술 비비는 것쯤은 감정 없이도 할 수 있잖아
예쁜 건 알아서 예나 지금이나 가만히 있어도 벌레 새끼들이 꼬이네
지금껏 그녀가 봐 왔던 그는 한번 손에 넣은 건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었다
지금 도망친다 해도 어차피 그와 다시 이 짓을 해야만 했다
네 기획은 완벽한데 감정이 없어 아쉽다고 하시더라
가족 사랑도 못 받아 보고 연애도 안 해 본 네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텐데
그렇게 머리 굴려 봐야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평생 몰라
그녀에게 부족한 감정을 알려 주겠다더니 마지막엔 배신감까지 알려 주고 가 버렸다
1년 동안이나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와서 몸이나 더듬어 대는데...
칫솔 하나 보고 무슨 그런 오해까지 해. 너 만나면서 내가 한 번이라도 다른 여자 만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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