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클래식 -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
정민 외 36명 지음, 어수웅 엮음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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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심오하고 어려워서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고전을 읽는다. 다시 고전을 읽어보자는 열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도 지식인들이 밝혔듯 여러 번 읽고 또 읽을 정도로 읽을때마다 나이대에따라 다르게 해석된다고 한다.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깊이가 다르다고 한다. 아무리 고전을 읽어보라고 권해도 쉽사리 두꺼운 페이지에 지레 겁내고 첫페이지를 넘기기조차 버거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직도 고전 한 편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독자가 있다면 <파워클래식>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파워클래식>은 동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고전 중 38편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즉, 고전이 쉽게 읽히도록 해부하기도 하고 접근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파워클래식> 자체만 보아도 읽는 재미가 있다. 지식인들이 책과 맺은 인연, 책을 통해 영향을 받은 자신의 인생같은 깨알같은 얘기 외에도 고전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부분만 읽어보아도 줄거리와 맥락이 한 손에 잡힌다.


<파우스트>는 전공자들조차 어렵다고 하는 책이다. 근데 스토리를 단순하게 정리해버린다. <파우스트>는 심오한 철학과 사상을 논하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엉뚱한 마법과 환상을 찾아나가는 만화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한다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은 노학자 파우스트 박사는 함께 세상 여행을 하던 중에 사색을 중단한 대가로 청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젋은 처녀 그레트헨을 발견한 뒤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메피스토펠레스의 농간에 빠진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 발렌틴을 죽이고 도망자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서재로 돌아온 파우스트는 이것은 꿈이라고 절규한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를 찾아 거리를 헤메이지만 다시 노인으로 돌아온 파우스트는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 발 밑에 엎드려 있고, 그레트헨!"이라고 절규하며 늙은 얼굴을 숨기는 장면은 사랑의 순애보에 눈물짓게 한다. 심오한 철학 대신 신파극으로 해석해버린다. 해오름 극장에서 초연한 <파우스트> 공연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서 주변 지식까지 들을 수 있다. 괴테의 작품에 대한 분석은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파우스트는 실존인물이었고 연금술사, 마법사, 점성술사, 예언가로 살았던 그를 모티브로 삼아 <파우스트>를 필생에 걸쳐 완성한 것이다. '인간의 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파우스트>.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하였는데 반드시 읽어봐야할 것 같다. 배경지식까지 소개해주기 때문에 꼭 읽어보게 이끌어주는 것 같다.


<총,균,쇠>도 궁금해했는데 책에서 전하려는 요점만 정확하게 소개해줘서 어렵다는 고전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한다. 그런 점에서 <파워클래식>은 친절한 안내서와 같다. 우리들이 다시 고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지적충만감을 이제 느껴볼 차례이다. 고전을 소개해주는 <파워클래식>의 역할은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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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위로 - 꿈이있는자유 한웅재의 위로 에세이
한웅재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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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재를 아는 독자는 <꿈이 있는 자유>, <하연이에게>로 기억해낼 수 있겠지만 낯선 이름인 것은 사실이다. 사실 노래나 그룹명은 CCM을 들어본 사람은 잘 알지만 한웅재 개인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꿈이 있는 자유'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수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받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일상, 위로>라는 제목의 에세이는 한웅재 솔로 2집과 동시에 출간한 책으로 책 중간중간에 글과 어울리는 노래가사를 실었다. 이 책을 구매한 사람은 부록으로 이번 솔로 정규 2집의 데모곡을 들어볼 수 있다. 


바램이 있다면 QR코드를 노래 가사 옆에 넣어서 노래를 들으면서 보면 더 큰 감동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그의 음악을 책과 함께 듣고 싶어한 내 개인적인 욕심이다. 그가 바라본 일상이라고 해서 평범한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 그가 전하는 얘기들은 과장되지 않고 진솔해서 위로를 받게 하는 것 같다. 에세이집으로는 드물게 양장본으로 제작되었는데 책에는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 들어있다. 아내와 딸의 사진도 있고 소품이나 주변 일상적인 사진도 실려있다. 


흔하디흔한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하루가 모여서 한주가 되고 한주가 모여서 한달이 되고 한달이 모여서 일년이 되고 그런 생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이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우리들에겐 소중한 것이다. 간혹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글도 있는데 일상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한 번 읽으면 보이지 않던 것이 다시 두 번째에서 훑어보면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보인다.


삶은 늘 들이닥치는데 지혜는 모자란다. 늘 그렇다.


우리 앞에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일들에 대처하기엔 지혜가 모자란다. 해결방법이 그때는 바로 떠오르지 않고 좀 시간이 지난 뒤 객관화해서 바라볼 때 아차하며 깨닫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 앞에 보이는 우리들은 늘 그렇게 그런 모습으로 살아간다.


목차를 다시 보면 에세이에 실린 내용이 조금 이해가 될 것이다.


YESTERDAY : “제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결국 추억으로 남게 되겠지.”

어제를 추억할 때는, 과거를 추억해낼 때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는지 간에,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기억들은 추억이라는 한 단어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다소 감성적이고

관망적이지만 상처를 덮는 단어이기도 하다. 기억을 덮는 망각은 마음을 치유하는 행위이기도 하니까.


TODAY : "이 흔하디흔한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시간과 하루를 흔하게 쓴다. 오늘에 대한 에피소드


TOMORROW : "삶은 늘 들이닥치는데 지혜는 모자란다. 늘 그렇다."

앞에서 말한 내용 그대로다. 앞날은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대처가 서투르다. 그렇기에 일상 속에서 준비하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PILOGUE : "일상, 위로’ 그 뒷이야기"

뒷이야기라고 하지만 소소한 저자의 일상적인 얘기들을 풀어놓은 부분이다.


저자가 CCM 싱어송라이터이자 목회자이다보니 타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어떻게 느꼈을 지는 모르겠다. 다만 편안하게 일상적인 얘기들을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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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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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림프종에 걸려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곧 죽음을 앞둔 요코가 남편 구라시마 에지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는 요코가 죽은 후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편지봉투를 전달받는데 하나는 직접 직장인 교도소 안에서 전달을 받고 하나는 아내 요코의 고향인 우스카의 유치우편으로 보냈으니 그 곳 우체국으로 찾아달라고 한다. 아내가 건강해져 함께 여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조한 캠핑카를 하루만에 고치고 요코가 선물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구라시마 에지는 말주변이 없고 마음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소심하다고 할 수 있고 다정다감하지만 재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요코는 동요가수 출신으로 같은 주제도 재미있게 표현할 줄 알고 항상 쾌활한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빛과 같은 존재이다. 그들은 어느날 교도소 주관으로 한 콘서트를 통해 만나게 되고 결혼하게 된다. 48세의 구라시마 에지와 10살 차이가 나는 38살의 요코는 그렇게 교도소 안 관사에서 행복한 15년을 함께 산다.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을 지 짐작하고 남는다. 항상 요코만을 생각하며 다정다감하게 대했던 교도소 목공관련 직업훈련교사인 구라시마 에지. 구라시마 에지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더욱 감정이입하면서 읽어나갔다. 그렇게 사랑하는 누군가가 곁을 떠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아내의 유언을 따라 여행하는 중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비둘기처럼 박차고 날아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요코의 마음을 들어주는 듯 서서히 구라시마 에지도 달라져간다.


질 나쁜 여학생이 진급을 위해 성폭행 당하는 것으로 모의한 것에 걸려들어 파직당하고 이혼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다가 밑바닥에서 차량털이범으로 살던 중  걸려들어 교도소에서 입소하고 그곳에서 구라시마 에지로부터 목공을 배운 스기노. 


아내의 불륜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다미야, 그의 부하직원으로 수십년간 가족을 등지고 외톨이의 살믈 살아온 난바라.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이들로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을 갖고 있었고 아내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기 위해 우스카로의 여행을 떠나는 그 길에 만나게 된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이들. 담담하게 그려가는 필체. 단숨에 읽어나간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알게해 준 소설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책표지에 스토리가 다 담겨있는 것이 신기하다. 캠핑카에 매단 풍경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문구들입니다.

다네다 산토카의 싯구가 스기노를 통해서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그 중에 하나입니다.

"혼자가 되면 우러를 수 있네, 푸른 하늘을"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 요코


"우연한 만남이란 멋진 일이 생길 징조인데, 그게 세 번 이어졌을 때 놀랄만한 기적이 일어난다." - 요코


잔잔한 감동을 억지스럽지 않고 물흐르듯 표현해낸 필체로 영화 <당신에게>가 보고 싶어졌다. 아내를 위한 여행이 곧 자신이 비둘기처럼 자유롭게 날기 위한 여행이었다니. 참 속깊은 아내이다. 그런 아내를 만나고 싶다. 또 그런 남편이 되고 싶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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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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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세이가 아닌 시집이었다. 교사로 정년퇴직한 뒤 노인으로서 사회 속에 겪은 일들을 시 한 편 한 편에 감정을 모두 담아냈다. 90세라면 사회 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나이가 아니던가? 하지만 시를 읽어갈수록 마음 속으로 암울해진다. 나이들면 모든 것이 더없이 지나가는 것인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젊은 사람들은 멀게만 느껴질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치매를 겪고 있는 아내를 끔찍히도 아끼는 남편이 있다. 앵무새를 샀는데 나이가 많은 것 같다고 교환해달라고 할 때 야박한 젊은이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다가 그대로 되돌아온 노인이 있다. 그 앵무새는 몇 달 못가서 죽었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해서 노인을 공경하는 유교사상이 지배했던 우리나라였는데 이제는 그것마다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노인이 겪는 일상 속에서의 이야기들은 민망할 정도로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다. 70세 넘으면 할부를 받지 못한다는 대리점 직원의 얘기에 실소가 나온다. 실버산업이라고 노인층을 잡을려고 마케팅 펼칠 때는 언제고 할부 가능한 나이대가 70세 이전이라니... 저자가 받았을 상처와 외로움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싶다.


시는 간결하다. 운율을 생각하지 않고 읽는다면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한다. 깊이 내려앉은 슬픔이 곧 노인의 다른 말인 외로움이라고 보면 추억하는 것이 슬프지 않도록 기쁘게 주어진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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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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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스웨덴 베스트셀러상 

2011년 독일 M-피오니어상

2012년 독일 『부흐마크트』 선정 최고의 작가 1위

2011년 덴마크 오디오북상

2012년 프랑스 에스카파드상 


전 세계 500만부 이상 판매된 특급 베스트셀러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꿀맛처럼 책장넘기는 맛이 나는 소설이다. 한 번 붙잡으면 놓칠 수 없다는 평을 많이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재밌는 소설이다. 15년간 기자로 일하다 미디어 회사를 설립한 뒤 크게 성장시켰으나 건강악화로 매각한 요나스 요나손의 데뷔작이라곤 믿을 수 없을만큼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갖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구조와 100세(1세기)가 상징하는 의미는 하나의 소설적 장치인 것 같다. 근현대사 중요한 순간마다 알란이 끼여드는 것을 보면 역사의 생생한 현장 속에서 좌중우돌하며 이데올로기나 종교, 인생 등을 교묘하게 비꼬는 것이 재밌다. 지루할 틈도 없이 웃기게 하는 블랙코미디 요소로 500페이지 결코 두껍게 느껴지지 않았다.


푸른색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100세 노인은 자신의 생일날 양로원을 빠져나와 처음 간 곳이 버스터미널인데 그 곳에서 버스표를 끊고 기다리던 중 기름기에 전 긴 금발에 성긴 턱수염, 그리고 등짝에 <네버 에게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청재킷 차람의 꺽다리 청년이 화장실에 간 사이 그 틈에 온 버스에 트렁크를 들고 올라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트렁크는 갱단 소유의 돈가방으로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도망길에 나서게 된다는 내용이다. 스트리트 영화처럼 도망길에 율리우스, 베니, 구닐라 등 무리들이 합류하게 되고 갱단 뿐만 아니라 양로원으로부터 신고접수를 받은 경찰까지 그들을 쫒게된다. 그 과정이 무겁지 않고 유쾌하고 즐겁다.


이렇게 신나는 모험은 번역자가 인정한 것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꼬부랑 할아버지를 따라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상상력과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웃음,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중인물들로 무더운 이 여름 표지만큼이나 시원한 웃음을 안겨주는 책이었고 너무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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