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야기가 숨어 있는 어린이 문화유산 답사기 2 - 개정판 ㅣ 어린이 인문교양 13
이형권 지음, 김태현 그림 / 청년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언젠가부터 여행의 목적지가 역사와 관련된 곳으로 정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시작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울 때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진짜 눈으로 보는 교육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보다 어른인 우리 둘이 더 신나서 다니곤 한다. 그리고 만약 여행지가 역사와 관련이 없는 곳이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때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가끔은 특정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기 위한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아직은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이런 책을 보면 무척 반갑다. 어른용으로 나온 책들도 보았지만 내가 일일이 읽고 설명해 주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것을 아이에게 읽으라고 하기엔 무리여서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여유 시간이 있을 때 찾아 읽는 종류의 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알고 보는 것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이야기가 숨어 있는'이라는 부제 답게 각 문화유산을 설명하면서 그와 관련된 전설이 나온다. 그리고 유적지에 대한 실제적인 설명이 나오고 관련 인물이 있다면 인물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유물이나 그 밖에 본문에서 설명하지 못한 것들을 알려주고 있어 유용하다.
백제의 유적을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고창과 강진을 돌아 강릉까지 전국의 곳곳을 돌아보았다. 많은 부분은 갔다 온 곳이기 때문에 기억을 떠올리며 그 때 느꼈던 감동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에서 내려다보던 모습과 부소산성에서 터만 남아 있던 왕궁터를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터는 남아있는데 아직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지 못한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운사의 만세루에 앉아 제각각의 나무 모양으로 연결된 천장을 바라보던 것도 생각나고 내소사의 문살 모양을 보고 감탄했던 것도 생각이 난다. 하회마을에서 여유롭게 걸어다녔던 것도 생각나고, 병산서원의 만대루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유성룡을 생각했던 것도 기억난다. 여행 도중에 차가 고장나서 정비소에 맡기고 버스 타고 갔던 강릉의 선교장도 생각이 난다.
어떤 이들은 그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체험하러 많이 다녀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그러나 꼭 학습과 관련해서 도움이 안 되어도 좋다. 이렇게 어떤 것을 보고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강진의 다산초당을 꼭 가보리라 다짐한다. 물론 그 때는 이 책을 미리 읽고 또 들고 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