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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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 이렇게 재미날 수가 없다. 저절로 머릿속에서 영상이 펼쳐지며 눈 앞에 드라마가 보인다. 이토록 드라마틱하다니, 딱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다 싶을만큼 숨가쁘게 진행되는 사건들과 추가되는 사람들 또한 어색함이 전혀 없다. 

미미여사는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을 소개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다가 설탕과 프림을 추가하듯 사람들은 중간중간에 추가하고 탑승시킨다. 그래도 전체의 줄거리에 흐트러짐이 없고 사건과 갈등은 점점 증폭된다. 각색하고 싶을만큼 좋은 작품이다. 

시골 유지의 딸인 게이코는 부유한 삶을 영위한다. 남들처럼 월급에 목숨을 걸며 회사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무료해지면 즉각 버리고 다른 재미난 것을 찾아 헤맨다. 부모님의 부재를 채워주던 오빠가 결혼하고나서는 그 허무함을 채워줄 것이라면 닥치는대로 찾아 헤맨다. 그러던 가운데 한 남자를 만난다. 일일 드라마에 나오는 나쁜 남자처럼 사법고시생인 그는 물주가 필요해서 게이코를 이용하고 성공이후엔 그녀를 버린다. 그 남자의 결혼식이 오늘이다. 이 모든 것은 오늘에 대한 이야기이며,  게이코로 인해 모든 주인공들의 행동에 방아쇠가 당겨진다. 


게이코는 결혼식장에 총을 들고 나타난다. 그 앞에서 자살하려고 했던 그녀를 저지한 것은 남자의 여동생 노리코다. 가족 중 유일하게 게이코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진 인물이다. 노리코와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돌아온 게이코는 자주가던 가게의 직원 오리구치에게 총과 차를 빼앗기고 오리구치는 아내와 딸을 죽인 파렴치한 들을 찾아 아내의 고향으로 향한다. 

한편 오리구치와 함께 일하는 슈지는 좋아하는 여인 게이코의 집앞까지 왔다가 감금된 그녀를 구해주게 되고 오리구치의 살인계획을 막기 위해 노리코와 함께 오리구치를 뒤쫓는다.  그런 노리코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그녀의 오빠 고쿠부는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될 게이코를 죽이기 위해 왔다가 형사 구로사와에 의해 체포된다. 

이제 모든 인원은 오리구치를 제지하기 위해 시골로 향하는데....이 모든 이야기가 단 하룻밤에 이루어진 이야기라니... 너무 빠른 전개에 빠져들면서 사실 시간따위는 잊어버렸다. 한시도 재미와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았다. 

미미여사, 그녀는 사회문제 소설에 주목하고 있으면서도 심각함 속에서 우리의 재미를 뽑아내는 실타래를 등 어딘가에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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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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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화차]만큼 강렬한 작품은 없었다.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내겐 그녀의 "화차"가 최고였다. 그러다보니 그녀가 쓴 다른 작품들을 좋은 평들에 비해 내겐 평이하게 느껴지기만 헀다. 그런데 "구적초"가 나타났다. 

이 책도 "화차"의 놀라움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근래 읽었던 미미 여사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형사 혼다 다카코, 한 자루의 장전된 총으로 살아가는 아오키 준코, 유품으로 남은 읽어버린 과거를 더듬어 가는 아소 도모코, 이 세여인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주목됨직하다. 

그 중 혼다 다카코는 나머지 두 이야기에 비해 다소 재미가 떨어진다. 그만큼 준코와 도모코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부모가 사고로 죽고 혼자 살아남은 도모코는 할머니와 살아간다. 그 할머니마저 죽어버린 어느날 도모코는 집을 팔 결심을 한다.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나온 여러개의 비디오 테이프. 놀랍게도 살아생전 부모님이 찍어놓은 그녀의 유년시절이었다. 사고후 아무것도 기억해낼 수 없던 그녀에게 테이프는 부모님의 기억을 돌려놓았고, 동시에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 즉, 예지 능력에 대한 자각도 깨워 놓았다. 

두번째 이야기는 가즈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나이차가 좀 나는 어린 여동생을 가족들은 애지중지 했는데, 어느날 부잣집 망나니의 재미거리로 살해된다. 그 이후 맘을 잡지 못하던 그에게 직장 동료였던 준코가 나타난다. 자신의 염화능력을 보이면서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사물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커멓게 태워버릴 수가 있지만 그일을 하면서 자칫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이 두 이야기가 이렇듯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 남은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재미났기 때문이었다. 마치 장편을 읽듯 계속 될 것만 같은 이야기지만 짧다고 해서 아쉬움도 남기지 않는다. 딱 알맞은 길이의 단편. 미미 여사는 오늘도 놀라움을 남기면서 책을 덮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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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카
김이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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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터젠의 유령>,<양말줍는 소년>,<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절망의 구>  이렇듯 장장 네 편의 이야기를 펴 낸 작가 김이환의 작품 중 나는 하나를 읽어보았다. [절망의 구]는 너무나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굳이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단 한줄로도 적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로 그는 한 권 분량을 뽑아냈다. 블랙홀처럼 상상되는 구가 사람을 진공청소리처럼 빨아들이는 상상을 하며 한동안은 요요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어린 시절 봤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도 구처럼 시커먼 시간터널이 나왔는데, 폴은 요요 하나로 대마왕의 뿔도 부셔버리곤 했었기 때문이다. 무적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구를 만나도 든든할 것 같은 상상도 하게 만들었던 소설 [절망의 구]의 작가 김이환. 

그가 차기작을 발표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다소 평범한 제목이라 의아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성장소설이라니. 전작에서 보여준 그의 독특한 면모는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름다운 일러스트 표지와 함께 소설은 일곱살, 열일곱살,서른 일곱살의 텀을 두며 시작하고 있었다. 소년의 성장점 포인트는 일곱살이었을까. 스렇다면 스물 일곱살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몇 개의 궁금증을 뒤로하고 책장을 잘 넘어가기 시작했다. 

일곱 살은 윗집 미친 아주머니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시기였다. 주인공 "나"는 그 무렵 아주 작은 꼬맹이였는데 122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키로 꿈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눈엔 누군가의 아내였던 윗집 아주머니의 발작은 트라우마로 남진 않았다. 일곱살의 눈엔 그저 세상은 겪는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열 일곱이 되었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비석은 "너는 곧 자살할 것이다"라고 속삭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유난히 작았던 소년은 키가 179 센티미터가 되었지만 그만의 모험을 떠난다. 죽음에 사로 잡힌 나이라고 정의내린 열 일곱은 유난히 길었다. 그는 이제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변하지는 않음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181 센티미터가 된 서른 일곱의 어른이 된 소년은 자신이 가질 가치가 있는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그의 성장점은 일곱살 텀이 아니라 열 일곱이 아니었을까. 결국 작가는 [절망의 구]에서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일상으로 끌고오는 상상력을 또 다시 접목해 놓았다. 물론 그가 후기에서 밝히긴 [절망의 구] 이전에 써 놓은 작품이라고 했지만.

작가가 다음엔 어떤 소재로 우리를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언제나 색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가 쓰고 있다는 다음 작품이 살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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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콘클라베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현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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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콘클라베]의 아쉬움을 이 책이 채워주고 있었다. 좀 더 명확하고 선명한 사건들. 그리고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물스러운 추적.  [피의 콘클라베]는 속이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스페인 작가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그렇게 바티칸을 상상의 무대로 넓혀만 갔다. 

교황선거는 로마만의 행사가 아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가장 아날로그적인 형식으로 치루어지는 대표자 뽑기. 그들의 선거는 데드라인이 없다. 더이상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지 않을때까지 행해지며 그 누구도 그들의 선거를 멈출 수 없다. 

2005년 4월 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면서 새로운 교황선출을 위해 로마가 열린다. 추기경들이 속속들이 모이는 가운데 두 명의 추기경이 눈알이 뽑히고 혀가 절단되어 엉덩이에 박힌 채 잔인하게 발견된다. 수사는 즉시 전 공군 정보국 장교였던 앤서니 파울러와 UACV 산하 LAC책임자이자 심리학 박사인 파올라 디칸티에게 맡겨진다. 그들이 파헤쳐가는 사건의 진상 가운데엔 빅토르 카로스키라는 신부가 서 있다. 그는 연쇄살인범이다. 종교의 보호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여왔던 그가 이젠 추기경들을 향해 그의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모습까지 바꾸어 가면서.


바티칸 시티는 전 국토가 도시를 이루는 세계의 유일한 국가다. 천연자원이 "무"인 상태에 출산율 0%라는 이례적인 통계를 남기며 주로 헌금에 의지해 유지되어 온 국가인 셈이다.  그런 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살인사건이라니....떠들석해질만도 하지만 그들은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가면서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이 카로스키를 검거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콘클라베는 지연없이 진행되고 결국 독일 출신의 라칭거 추기경이 당선된다. 이례적인 시간인 단 이틀만에 이루어진 일이며 그는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을 받게 된다. 

때로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내용은 소설일 뿐이지만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게 되는 것보다는 알게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로 인해 마음 속의 믿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면 우리가 마음 놓고 쉴 곳은 또 어디에서 찾게 될 것인가. 

소설은 후련함을 선사했다. 둘러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우리에게 상상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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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견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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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견]이라는 책 한 권 속에는 여러편의 단편이 숨어 있다. [어둠 속의 기다림]에 반해 그의 책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책 외의 책들은 무서운 것들이 대부분이라 곧 후회했다. 그 무서움이라는 것이 공포라는 단어를 넘어서 너무도 기괴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읽고선 몇날 몇일을 악몽에 시달렸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오츠이치의 책을 발견하면 읽게 되는 이유는 아마 그가 가진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라는 이상한 제목의 책을 읽었는데, 그 작가의 상상력이 바로 오츠이치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 두 작가 아마 외계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상상력은 지구를 떠나 있었다. 

평면견은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 네 개의 이야기 중에서 나는 "평면견"과 "이시노메"를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처음에 배치된 것이 "이시노메"이다보니 가장 집중력 있게 읽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재미있었다. 

"이시노메"는 일본말로 "돌의 눈" 혹은 "돌 여자"라는 뜻으로 누구나 그녀의 눈을 보면 돌이 되어버린다는 신화 속 메두사 같은 여자였다. 산에 살고 있는데 그 산에는 돌로 변한 사람들이 가득있고 그녀는 여전히 거기에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없었던 "나"는 동료인 N선생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N선생은 실족까지 해 버려서 하는 수 없이 깊은 산속 민가에 의탁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바로 이시노메였다. 미술 선생인 "나"는 집 주변을 둘러싼 조각작품들에 감탄하다가 엄마찾기를 시작했고 N선생은 이시노메의 정체를 밝히려다가 돌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시노메를 죽이려다가 그녀가 나의 엄마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평면견"은 더 기괴한 이야기였다.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는 중국에서 온 문신사를 통해 팔에 왼팔에 개그림을 문신으로 새긴다. 그런데 이 개는 평면의 피부속에 살면서 짖기도 하고 먹이를 먹기도 했다. 그녀의 몸을 돌아다니며 점이나 두드러기 같은 것을 먹고 다녔다. 

"나"의 가족들은 유전적으로 암에 잘 걸리는 체질들이었는데, 반년도 되지 않아 식구들이 모두 다른 암으로 죽어 버리고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다. 피부암이었던 그녀의 종양을 문신개, 평면견이 다 먹어버렸음을. 고마움으로 팔에 암캐를 하나 더 새겼더니 왼팔에는 새로태어난 강아지들이 가득차버렸다는 약간 웃음이 나는 이야기였다. 

오츠이치의 이번 작품들은 그다지 공포스럽지가 않다. 그가 정말 무섭게 쓰려고 했으면 밤잠 설칠만큼 무섭게 썼을텐데...이 정도인 것이 고맙다. 딱 이정도였으면 좋겠다. 그의 공포수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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