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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 하버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 명문고의 1% 창의 인재 교육법
최유진 외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7월
평점 :
부제 - 하버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 명문고의 1% 창의 인재 교육법
저자 - 최유진, 장재혁
요즘 어린 학생들을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어떤 경우에는 혀를 차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를 보면 아이를 알 수 있고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는 옛말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러니까 90%는 들어맞는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서, 요즘 부모들이나 아이들이 따르는 대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요즘은 누군가 인사를 건네도 입만 대꾸하고 눈과 손은 휴대 전화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의이고, 조금만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눈을 흘기는 것이 대화의 기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한 다른 아이를 놀리거나
괴롭히고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비웃어도, 그 아이보다 자신이 성적이 더 좋으니 그런 짓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성적이
모든 것의 면죄부라고 믿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다 저러지는 않겠지만, 내가 보았던 아이들의 반 정도는 저런 경향이 있었다. 아마 저게
요즘 트렌드인 모양이다.
내가 나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저런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서 어른이 되고, 자기들과
똑같은 자식을 낳아서 기른다면……. 나에게는 상당히 암울한 미래가 될 것이다. 기본예절은 사라지고, 어떤 기준에선지 모르지만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사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오오!’하고 감탄했다. 인성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의 학교 사례를
들어서, 이 나라의 교육이 나가야할 길에 힌트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이 책에서 언급한 학교는 미국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하나밖에 되지
않지만, 고등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할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에 놀랐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이 하는 것은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부였다. ‘하크네스 테이블’이라고 하여, 이 학교의 거의 모든 수업은 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선생 위주가 아니라
아이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이다. 단 1g의 궁금증도 남기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스스로 자료를 조사하고 다른 아이들과 토론하며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을 익힌다고 한다. 토론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답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점수를 받기 위해 잘하건 못하건 획일적으로 억지로 하는 미술, 음악, 체육이 아니라,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선택해 하는 즐거운 예체능 수업을 가진다고 한다. 어쩌면 수업 준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해 몸으로 직접 체험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만 아는 인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인간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학교의 교육 방침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한국에서 이런 학교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런
교육이 과연 환영을 받을 것인가? 어쩌면 토론 과외라든지 자료 조사를 대신해주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빵셔틀이
아니라 자료 조사 셔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부러우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 나라는 아이들을 뭐로 만들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