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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콜링
제이슨 스톤 감독, 토퍼 그레이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5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Calling , 2014
감독 - 제이슨 스톤
출연 - 수잔 서랜든, 길 벨로우스, 엘렌 버스틴, 토퍼 그레이스, 도널드 서덜랜드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한 여인이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경찰은 몇 년 만에 벌어진 살인 사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연이어 사람들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나이가 많거나 병을 앓아왔고 천주교 신자라는 것, 그리고 입을 벌리고 죽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언어학 교수인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이 ‘Libera 자유’라는 단어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경찰은 범인의 목표를 알아차리는데…….
조용한 마을, 연쇄 살인, 종교, 그리고 자유. 키워드를 보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광신도에 의한 살인일까 아니면 믿음 때문에 벌어진 살인 같은 자살일까? 거기다 보안관의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 증세와 불안정한 심리 그리고 그리 좋지 않은 가정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이런 추론을 할 수 있다. 아, 이 보안관 경찰 고위층과 마찰을 빚고, 부하직원 통솔에도 어려움이 있겠네. 조사하던 경찰 한 명이 죽고 그 책임감 때문에 폭주하는 거 아냐?
그렇다. 영화는 그런 가설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특이한 건, 보안관이 여자라는 점? 뭐, 그렇다고 해서 여자라서 무시당하거나 차별받는 건 보이지 않았다. 보안관이 고위층과 싸우는 건, 그녀의 중독 증세와 신경질적인 태도 때문이다. 하긴 나라도 약물 혐의가 있는 직원이 증거도 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아니꼽긴 할 것이다. 또 약이나 술 처먹고 헛소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영화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경찰과 신부의 고군분투기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지만, 뭐랄까…….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만 남기고 끝난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신앙심 때문에, 범인은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죄책감 없이 죽일 수 있었다. 희생자들 또한,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갔는지 아니면 역시 깊은 신앙심 때문인지, 그의 행동에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았다. 하긴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신앙심이 깊으면 못 할 일이 없어 보이긴 하다. 그러니까 영화에서처럼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을 것이다.
범행 현장은 끔찍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드러나지도 않았고, 범인과 경찰의 머리싸움도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힌트나 범인의 동기는, 신부의 입에서 다 나왔다. 이 정도면 신부가 범인 내지는 공범이 아닐까 싶었다. 설마 고해성사로 범인을 알지만, 말은 못 하고 힌트만 주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뜬금없이 초면인 경찰에게 성경의 비밀이나 숨겨진 비화를 얘기해줄 리가 없다. 아니면 신부에게 능력이 있어서, 경찰은 단어 하나만 보여줬지만 ‘아, 이거 알아. 연쇄 살인에 사용된 단어구나. 이 단어를 썼다는 건 범인이 연쇄살인마고 목표는 바로 그거지.’라고 금방 알아차릴 수 있거나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이미 비슷한 짓을 저지른 자가 여러 명 있어서, 딱 보자마자 알 수 있었거나.
그래서 분명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이 뒤를 쫓는 영화지만,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신부의 엄청난 힌트가 주어진 다음, 범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중반 이후 범인의 정체와 목표가 드러나면서, 없던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영화는 이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메울까 고민하는 것 같았다.
결말은 너무 쉽고 허무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마무리 지어졌고, 마지막 장면은 이게 뭔가 하는 허탈감만 줬다. 이런 마무리는 귀신이나 악마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 아닌가?
힌트가 너무 쉽고 빠르게 드러났고, 마무리는 너무 급했고 어정쩡했다. 설정은 흥미로웠는데, 흐름은 그 흥미를 마이너스로 깎아버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