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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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이금이 작가와 황선미 작가를 동화계의 쌍두마차라 생각한다. 동화를 즐겨 읽는 엄마라면 이 두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그려낼 뿐 아니라, 작품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엄마들과 독서모임을 9년째 하면서 두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토론했는데, 특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초등독서회에서 두 번, 중학교독서회까지 세 번이나 토론한 작품이다. 그만큼 인기 있고 작품성도 뛰어나 나눌 이야기도 많다. 엄마들은 잎싹의 모성애와 자아실현에 초점을 두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펼쳐내며 감동을 나누었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토론하던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이 책은 2000년에 나왔지만 2002년에 알게 되어 구입했고, 막내가 일곱 살부터 눈물 흘리며 읽고 또 읽은 책이라 더 애정이 간다. 중학교 2학년인 막내는 지금도 간혹 책장에서 꺼내 읽는다. 눈높이가 다른 만큼 읽을때마다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고 말한다. 막내를 비롯한 삼남매가 두세 번은 읽었고, 나도 양장본으로 세 번 페이퍼백으로 두 번을 읽었더니 잎싹의 마음이나 장면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모성애와 자아실현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낸 황선미 작가 최고의 작품이다. 독서력이 좋은 초등 저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어 망설이지 않고 추천하는 책이다.

 

양장본과 페이퍼백은 내용이나 그림이 다르지 않다. 저학년을 위한 페이퍼백은 양장본보다 책이 크니까 글자와 그림이 조금 커서 읽기에 편하다. 차이라면 양장본은 작가후기가 수록되었고, 페이퍼백은 어린이에게 주는 작가의 말이 앞에 있고 뒤에는 아동문학 평론가 김서정선생님이 어린이에게 주는 글이 실렸다. 뒷표지도 페이퍼백은 김서정 선생님이 양장본은 김용석교수의 글이라는 게 다르다. 

 

암탉은 어느 양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알낳는 닭이지만, 우리의 주인공 잎싹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잎싹'이란 이름을 붙이고 골똘히 생각하는 버릇과, 알을 품어 새끼를 까고 싶은 꿈을 가졌기에 여늬 닭과는 달랐다.

잎싹은 물렁거리는 알을 낳으며, 점차 알을 낳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입맛도 잃어 폐계닭으로 내쳐진다. 병든 닭들과 구덩이에 버려졌지만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족제비에게 벗어나 마당으로 온다. 수탉부부와 오리를 비롯한 마당식구들은 잎싹을 달가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잎싹은 알을 낳아 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꿈꾸며 버틴다. 

어느 날, 잎싹은 찔레덤불에 홀로 있는 앞을 품게 되고 청둥오리 나그네는 밤낮으로 곁을 지키며 먹이를 가져다 준다. 잎싹은 가슴 털을 뽑아 따뜻한 맨살로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족제비로부터 잎싹과 알을 지키기 위해 밤마다 처절하게 춤을 추던 청둥오리는, 아기가 깨어나면 마당으로 가지 말고 저수지로 가라는 당부를 남기고 족제비의 먹이가 된다. 잎싹은 왜 청둥오리가 저수지로 가라고 했는지 알 수 없어, 새끼를 위해 마당으로 찾아 든다. 마당식구들의 냉대는 여전했고 잎싹은 비로소 자기가 부화시킨 새끼가 병아리가 아닌 오리라는 걸 알게 된다. 그제서야 청둥오리 나그네가 했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슬픔으로 고통을 느낀다.  

청둥오리 새끼인 초록머리를 잘 키우려는 잎싹은 마당을 나와 물가에서 떠돌며 사냥꾼 족제비를 피한다. 나그네처럼 겁내지 않고 맞서는 용기만 있으면 절대로 족제비가 건드리지 못할 거라며, 날마다 잠자리를 바꾸어 초록머리를 지켜낸다. 스스로 헤엄치는 법을 터득한 초록머리는 부쩍 자랐지만 우울한 얼굴로 생각에 빠져들 때가 종종 있었다. 족제비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넋을 놓은 초록머리를 지키기 위해 잎싹은 족제비에게 덤벼 들었다. 죽을 각오로 덤벼들었지만 내동댕이처진 잎싹은 눈을 감았고, 초록머리는 마침내 날아 올랐다. 

만세~ 기적이다! 잎싹은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살았던 일과 알을 품은 것도 기적이었는데, 초록머리의 비상에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족제비를 겁내지 않아도 되고, 넓은 저수지를 금세 다녀올 수 있고, 갈대숲 위에서 둘러보고 좋은 잠자리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잎싹의 눈물겨운 모성애로도 초록머리의 쓸쓸함을 알지 못했고, 서로 다르게 생겼어도 사랑할 수 있다고 확인시킨다. 하지만 초록머리는 마당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마당에 가도 외로울거라는 걸 아는 잎싹은 말리고 싶었지만 멀찍이서 뒤따라 갈 뿐이다. 

마당에서 살아도 여전히 따돌림당하고 외톨이인 초록머리는 주인여자에게 붙잡혀 다리에 끈을 매고 기둥에 묶인다. 잎싹은 기회를 엿보다 주인여자가 기둥에서 풀었을 때, 달려들어 초록머리가 도망치도록 돕는다. 자식을 지키는 엄마는 어떤 일에도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건, 보편적인 모성애의 특징이다. 물론 청둥오리 나그네의 부성애도 뒤지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초록머리는 다리에 끈을 매단채 날아 올라 저수지로 돌아온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152쪽)  
   

초록머리는 사춘기가 되었을까? 저수지로 돌아온 후로는 잎싹에게 다가오지 않고 잠자리도 따로 정했다. 잎싹은 먼 발치에서 초록머리가 잘 먹고, 잘 자는지 지켜보는 것 뿐이라 슬프고 외로웠다. 서로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든 초록머리를 이해하고 발에 묶인 끈이라도 없애주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저수지의 갈대밭에 족제비떼가 몰려 들었고, 초록머리는 뭔가 굉장한 새로운 것이 몰려온다는 걸 느낀다. 놀랍게도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든 새들은 청둥오리 무리였다.  

잎싹의 모성애도 막바지로 치닫는다. 초록머리를 청둥오리 무리로 떠나 보낸 뒤 잎싹은 커다란 슬픔과 외로움을 느낀다. '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결국 떠나는구나!' 땅이라도 치며 통곡하고 싶지 않을까? 부모들이 자식을 독립시키며 느끼는 배신감(?)은 수습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잎싹의 심정을 가늠하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자식이 장성하면 떠나 보내는 게 정한 이치라는 걸 알지만, 청둥오리 무리에게도 이방인으로 겉도는 초록머리를 지켜보는 잎싹은 안타깝다. 다리에 묶인 끈 때문에 야생이 아닌 집오리였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리에 끼이지 못하고 힘들고 외로워서 엄마를 찾아 온 초록머리는 지쳐 잠이 들었고, 잎싹은 초록머리 다리에 묶인 끈을 밤새 부리에 피가 나도록 쪼았다. 비록 발목의 끈은 무리 속에서도 알아보기 좋은 내 아기라는 정표로 남았지만, 자식의 장래를 위해선 피흘림도 불사하는 모성애를 가진 엄마라 절절하게 이해되는 장면이었다. 잎싹은 초록머리가 무리와 같이 떠나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절정! 아직 눈도 못 뜨는 족제비 새끼들을 발견한 잎싹은, 초록머리를 노리는 족제비를 유인하기 위해 그 새끼들을 이용한다. 어린 것들을 움켜 쥐고 족제비와 맞짱뜨는 잎싹, 비참한 표정으로 제 새끼들의 안전을 애원하는 족제비는 보편적 모성애의 진수를 보여준다. 잎싹과 족제비를 내세워 우주적 생명 질서를 설파하는 이 장면은,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생명의 목숨을 이어주는 자연의 순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주제다.

   
 

"제발, 조심해. 아직 눈도 못 떴어."
족제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러나 잎싹은 고개를 저었다.
"너도 우리를 놔 줘야 할 때가 많았어. 하지만 안 그랬잖아. 뽀얀 오리도, 나그네도, 나와 내 아기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쩔 수 없었어. 배고팠을 때 하필 눈에 띄었을 뿐이야. 굶지 않으려고 그랬어. 우리는 지금도 배가 고파."
"하필이면 눈에 띄었을 뿐이라고? 아니, 넌 항상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어. 그러니까 너도 너의 소중한 새끼들을 해치겠어! 그래야 공평하지."
아아, 그러지마. 그건 공평한 게 아냐. 너는 배가 고픈 게 아니잖아. 나는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해. 먹을 만한 것이라면 뭐라도."
"나는 평생을 너한테 쫒기면서 살아온 기분이야. 지치고 슬픈 적이 많았어."
"믿을 수 없어,. 너처럼 운 좋은 암탉이 또 있을까? 나는 번번이 너를 놓쳤고. 너는 그 동안 많은 일을 했잖아. 나야말로 지쳤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따라다녔으니 오죽하겠어."
"어쨌든......." (181~182쪽)

 
   

잎싹과 족제비는 각기 제 자식의 안전을 위해 타협한다. 청둥오리 나그네가 갈 수 없었던 그 곳을 초록머리는 파수꾼이 되어 훨훨 날아갔다. 잎싹에게 찾아와 머리 위를 한바퀴 도는 것으로 작별을 고하고... 잎싹은 언젠가 말하려고 간직했던 말들을 미처 들려주지 못하고 떠나 보낸 후, 세상이 너무 조용하고 껍데기만 남은 듯했다. 잎싹은 '날고 싶은 또 다른 소망을, 자신보다 몸이 간절하게 원하던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잎싹은 고달프게 살았지만 행복했음을 기억하며, 족제비 새끼들의 먹이가 되어 주는 것으로 우주를 품어 안은 모성애를 마감한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비록 적일지라도 그 새끼를 불쌍히 여겨 목숨을 내어준 잎싹은, 진정한 모성애의 완성이고 실현이었다. 잎싹이 결코 평범한 암탉이 아니었기에 가슴이 마구 떨렸다. 흰눈이 아카시아 꽃처럼 내리던 날, 잎싹은 아주 가볍게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았다. 비쩍 말라서 축 늘어진 암탉을 물고 가는 족제비를 보며 자유를 느꼈으리라!
잎싹, 이제 모든 짐 내려놓고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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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11-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
감동깊게 읽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순오기 2009-11-24 10:30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이네요.
간간이 들러서 글은 읽었는데 댓글을 못 남겼거든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보고 또 봐도 감동이지요.

같은하늘 2009-11-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이 책 보았는데...
밀린 서평단 리뷰도 못 쓰고 있으니... ㅜㅜ

순오기 2009-11-25 02:44   좋아요 0 | URL
이번에 리뷰 쓰느라고 다시 읽었어요.^^

희망찬샘 2009-11-2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대회 서평 엄청 많이 쓰셨네요. 정말 부지런도 하시어라. 이러다가 다필상 타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맘은 많이 쓰고 싶은데 힘이 딸려 쓰지를 못 하겠어요. 엉엉~

순오기 2009-11-29 19:19   좋아요 0 | URL
다독다필상을 목표로 했는데 못 쓴 날이 많아서 자신은 없지만 마감일인 내일까지 올인해봐야죠.^^

잎싹 2009-11-2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잎싹이라 이 책은 꼭 추천하고 마는 성격이랍니다.
저에게 잎싹이란 닉네임을 갖게 해준 책이죠.
강추.... 엄마들도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9-11-29 20:33   좋아요 0 | URL
인팍에서 어떤 분이 댓글에 '잎싹님 닉이 여기 나온 잎싹'이냐고 묻더군요.^^
 
이모의 결혼식 - 2004년 제1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19
선현경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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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선현경의 '이모의 결혼식'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읽기 책에 실린 이야기다. 그림책과 똑같은 그림이 교과서에 실렸으니 아이들은 책을 보면서 읽기 책이랑 똑같다고 좋아했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많이 생략되었으니 먼저 확인하고 그림책을 보면 더 좋겠다.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찾아 읽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

그리스에 있는 섬 그레타의 작은 마을 스피나리에서 이모가 결혼식을 해서, 들러리를 서기 위해 엄마 아빠와 비행기를 타고 그리스로 날아 간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비행기 타고 그리스로 가는 그림이 속지에 있다. 돌아오는 그림도 이야기가 끝나고 속지에 그려졌다.

여행 가방을 챙길 때부터 여행의 설레임은 시작된다.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복도를 걸어다닐 때도 구름 위를 둥실 날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을 보면 진짜 하늘을 날고 있는 게 확실하다!

공항에 내려 작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길을 가던 양떼가 차도로 올라와 싸움을 해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버스를 타고 이국적인 풍경과 색다른 문화를 체험한다. 어렵게 도착한 스피나리에서 드디어 이모를 만나는데, 어른들은 반갑고 좋다면서 왜 눈물 흘리는지 아이는 이해되지 않는다. 글쎄 좋은데 왜 눈물을 흘려?^^

배는 불룩 키는 너무 크고 얼굴은 하얗고, 눈이 파란 이모부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절대로 뽀뽀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런 아저씨와 결혼하겠다는 이모를 위해 들러리는 서줘야지 어쩌겠어!^^

이 책은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으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어린이의 시선과 눈높이로 풀어낸다. 음식이 다르고 결혼이나 피로연 풍습이 다른 외국인과 소통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모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면서도 이모부에게 뽀뽀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한국으로 찾아온 이모와 이모부를 만나자 저절로 눈물 흘리며 뽀뽀를 하게 된 이야기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1학년 읽기 책에선 이야기의 진행순서와 외국인을 만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면서 외국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넉넉한 마음은 어려서부터 가져야 될 덕목이다.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썩 괜찮은 그림책이다. 교과서와 같이 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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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11-2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과서에서 봤는데 많이 생략되었더라구요. 원본을 읽으면 도움이 되겠어요.

순오기 2009-11-20 20:33   좋아요 0 | URL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읽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고 생각하죠.^^

같은하늘 2009-11-2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책에서 이 내용을 보고 책을 찾아보아야지 했는데 아직 못보고 있다지요.^^

순오기 2009-11-20 20:33   좋아요 0 | URL
1학년인가요? 아마 한달 전 쯤 배웠을 듯...

hnine 2009-11-2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황금도깨비상 까지 받은 줄은 이제 알았습니다. 그림이 낯 익다 했더니 선현경 님이 그림도 직접 그렸군요. 중간에 기내식을 먹고 있는 그림은 정말 선현경 가족 모습 그대로네요 ^^

순오기 2009-11-20 20:35   좋아요 0 | URL
선현경씨가 남편 이우일에게~ 라고 써 넣었더군요.^^

희망찬샘 2009-11-2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시험 공부 하면서 우리 이 책 읽었잖아~ 했더니 아이는 모르더라구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저 혼자 리뷰 쓰고 반납했다는 슬픈 사실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순오기 2009-11-20 20:35   좋아요 0 | URL
우리도 엄마만 읽고 아이들은 패스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ㅋㅋ
당연히 봤을 거라 생각하고 말해보면 안 봤더라고요.ㅜㅜ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 모음집
시애틀 추장
수잔 제퍼스 지음, 최권행 옮김 / 한마당 / 2004년 3월
구판절판


시애틀 추장 이야기는 초등 5학년 교과서에 나오고, 인디언 이야기는 중학교 1학년 국어에도 나온다. 리뷰에 시애틀 추장의 연설 전문을 소개할 순 없지만, 정말 감동적이고 자연 앞에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메리카에는 아주 오랜된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수천 년을 이곳에 살면서, 초크타우, 체로키, 나바호, 이로키 족들의 문화를 비롯한 위대한 인디언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백인들이 밀려와 무자비한 살육전쟁을 일으키며 인디언을 몰아내었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던 평화로운 숲은 사라졌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에게 손바닥만한 땅을 내주며 거기 가서 살라고 했다. 마지막 전투가 끝나갈 무렵, 북아메리카 대서양 연안에 사는 인디언 부족들 가운데 가장 용맹스럽고 존경받는 시애틀 추장이 협상 대표로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인디언 연맹국으로부터 땅을 사들이고 모든 서류에 서명을 받으려 할 때, 시애틀 추장은 연설했다.

시애틀 추장은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인디언 조상들이 들려준 말씀을 그들에게 들려준다. 아름다운 자연과 펼쳐지는 그의 연설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당신들은 돈으로 하늘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비를, 바람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 어머니는 말씀 하셨다.
이 땅의 한 자락 그 모든 곳, 초원의 풀 하나, 곤충 한 마리도 우리 종족의 가슴에 성스럽게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나무들 몸 속에 흐른 수액을 내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잘 알고 있노라고.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의 우리의 일부라고, 대지 위에 피어난 꽃들은 우리의 누이들이라고...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은 조상의 조상들, 그들의 피가 살아 흐르는 것이라고. 호수에 비치는 살아있는 영혼의 모습은 우리 종족의 삶에 관한 기억이고, 속삭이는 물결은 할머니의 할머니 목소리라고. 강들은 목마를 때 목을 적셔주고 우리가 탄 카누를 옮겨주며 우리 자식들을 먹여 키우니, 형제에게 대하듯 똑같은 사랑으로 강들을 대해야 한다고 조상들은 말씀하셨다.

당신들 백인의 운명이 어찌될 지 우리는 모른다
모든 들소들이 도살되면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모든 야생말들이 길들여지고 나면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울창하던 숲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독수리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사라져 버리고 없겠지.
그것은 삶의 끝, 그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시작되겠지.

우리는 알지.
세상만물은 우리리르 하나로 엮는 핏줄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들.
우리들 사람이 이 생명의 그물을 엮은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단지 그 그물 속에서 들어 있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
우리가 이 그물을 향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곧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는 일.

어린애가 엄마의 뛰는 가슴을 사랑하듯이 우리는 땅을 사랑한다.
이제 우리가 당신들에게 우리 땅을 주니 우리가 보살폈듯 애써 보살펴라.
이제 당신들이 이땅을 가진다고 하니 지금 이대로 이 땅의 모습을 지켜가라.
당신의 아이들을 위해 땅과 대기와 강물을 보살피고 간직하라.
우리가 사랑했듯 똑같은 마음으로 그것들을 사랑하라.

1850년, 시애틀 추장이 모국어로 한 긴 연설은 아무런 꾸밈이 없고 인간을 설득하는 힘으로 가득한 것이었다. 100년도 넘게 사람들은 감동적인 연설을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피어스 대통령은 연설에 감동을 받아 태평양 연안 북부의 작은 도시를 추장의 이름을 따'시애틀'로 지었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가 이 땅의 일부일 뿐"
우리나라에서 땅 투기한 전력이 드러난 정치인이 자신은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했던 말과 비교되지 않는가?

오늘날 개발이라는 논리에 밀려 환경은 파괴되고 자연은 몸살을 앓는다. 전세계는 환경재앙을 근심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등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애틀 추장의 염려처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라도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파괴할 게 아니라 모든 생물체가 공존할 소중한 곳임을 깨달아야 하리라.

4대강을 살린다는 허울로 오늘도 종횡무진 파헤치는 우리나라는 과연 어찌 될 것인지 눈앞이 캄캄하다. 시애틀 추장의 말씀처럼,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말씀을 겸허이 받아들여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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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11-1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애틀추장의 연설이 마음을 무겁게 울리네요.
일단 땡스투부터 누르고 보관함에 담아둡니다.

순오기 2009-11-11 22:31   좋아요 0 | URL
시애틀 추장의 연설은 정말 감동이에요.
여기에 다 옮기지 않았으니 책을 보시면 좋을 듯...
5학년 교과서에도 나와요.^^

마노아 2009-11-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꽉 찬 그림에 메시지도 꽉 차 있네요. 저도 보관함에 담아가요.^^

순오기 2009-11-11 22:32   좋아요 0 | URL
한권으로 끝내는 5학년 논술~ 먼댓글로 연결한 책을 읽고 시애틀 추장을 빌려왔지요. 정말 감동이에요. 우리가 부끄럽기도 하고요.ㅜㅜ

같은하늘 2009-11-1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하고 갑니다.
4대강 살리기를 가리기 위해 북한과의 교전을 띄우는건 아닌지 참...

순오기 2009-11-13 08:39   좋아요 0 | URL
볼만한 책이죠.^^

꿈꾸는섬 2009-11-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데요. 추천 꾹~~~

순오기 2009-11-13 08:39   좋아요 0 | URL
감사^^

찌찌 2010-06-2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가 보려고 가끔씩 동화책을 사기도 하는데 꼭 보고 싶어지네요~
 
큰고추 작은고추 - 하이타니 겐지로 동화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고은 그림 / 양철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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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기암으로 돌아가신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새 작품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선생님은 17년 간 초등 교사로 재직하며 만났던 아이들을 당신의 작품 속에서 온전히 살아 숨쉬게 하셨다. 두 번을 거듭 읽으며 이렇게 사랑스런 녀석들을 그려낸 선생님께 감사했다. 초등 1~2학년 아이들에게 한 꼭지씩 읽어줬더니 아주 즐거워했다. 특히 '큰 고추 작은 고추' 이야기엔 왁자하니 웃으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리곤 서로 책을 빌려간다고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선생님이 리뷰를 안 써서 아직 못 빌려줘!" 한 발 뺐더니 저희들끼리 빌려볼 순서를 정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하이타니 선생님이 그려낸 아이들은 모두 천진하고 솔직한 사랑스런 모습이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런 캐릭터가 통통 살아난다. 또한 여기 등장한 엄마아빠와 선생님도 자애로움이 넘치는 따뜻한 어른들이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고, 잘못을 사과하며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선생님. 아이가 바라는 게 무언지 알고 놀란 척하는 할머니와 엄마 아빠. 같이 놀며 친구가 되어주는 자상한 아빠도 빼놓을 수 없이 멋진 어른들이다. 산뜻한 삽화는 이야기를 재밌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삽화만 들여다 봐도 웃음이 절로 나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은 앞뒤 재는 어른처럼 따지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구덩이에 빠진 개 로쿠베를 구하려고 궁리하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고 장엄하다. 비록 화가 나면 원자 폭탄처럼 화를 뻥! 터뜨리는 마코토, 선생님이 달래도 점심밥을 안 먹지만, 도요코 선생님 아파서 안 나왔을 땐 집까지 찾아가 편지와 초콜릿을 내미는 사랑스런 아이다. 나쁜 장난을 하고 깜깜한 곳으로 쫒겨난 큰고추 마코토 형을 구하려 으앙 울어버린 작은 고추 마는 무엇이나 형을 따라하는 흉내쟁이다. 두 녀석과 엄마의 목욕탕 대화는 낄낄낄 웃게 했다. 아이들도 이 장면을 읽어줄 때 엄청 웃었다.^^ 
여기 실린 여덟 편은 장황한 설명보다 간결한 대화로 이루어져 생동감이 더한다.

   
 

이백을 셀 때까지 뜨거운 물에서 나올 수 없었습니다. 마코토가 말했습니다
"삶은 달걀 되겠다."
엄마가 말했습니다.
"사람은 달걀이 되지 않아."
마코토가 또 소리쳤습니다.
"삶은 달걀 되겠다!"
엄마도 덩달아 소리쳤습니다.
"사람은 삶은 달걀 같은 거 안 된다니까!"
백까지 셌을 때, 마코토는 탕 밖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엄마가 마코토의 어깨를 손으로 꾸욱 눌렀습니다. 그 바람에 엄마의 젖가슴이 '철썩'하고 물에 닿았습니다.
마코토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앗! 젖 떨어진다!"
엄마가 뾰로통해서 말했습니다.
"젖이 어떻게 떨어지니?"
마가
"엄마 젖 내 거."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마코토가
"원래는 내 거였지롱."

 
   

용기가 없어 발표하지 않는 슌스케가 빛나라 물감으로 할머니를 놀래준 이야기를 또박또박 발표하자, 선생님이 번쩍 들어 올려 교실을 빙빙 돌려 줘 기분 좋았던 이야기. 치사미와 엄마아빠 놀이를 하는 걸 보며 아이가 되고 싶은 아빠, 아들 마사루는 아빠와 눈높이를 맞춰 놀아주며 아빠는 정말 아이 같아서 피곤하다고 투덜거리는 이야기도 재밌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면 개가 불쌍하니까 새 집으로 이사할 때까지 참겠다던 유코는 순간적으로 욕심이 나서 이다 의원 아줌마한테 개를 얻어 온다. 하지만 아파트 뒤편 물탱크 뒤에 강아지를 숨겼다가 잃어버린 유코는 손전등을 들고 혼자 찾아 나선다. 아빠는 유코의 거짓말 때문에 강아지가 잘못된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엄하게 나무란다. 추운 날 손을 호호 불며 찾아다닌 유코는 이다 의원네 아줌마를 만나 꼬마가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와앙 울어버렸다. 유코의 두 손을 잡고 같이 울어버린 아빠는 찡한 감동으로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부모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는 행복한 눈물이다. 책을 읽으며 눈물나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난, 이 책 역시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일곱 형제들이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로 도와서 공주같은 미키가 직박구리 삐코를 키우다, 삐코 혼자 벌레를 잡을 만큼 자라 산으로 돌려보내는 멋진 사나이가 되어 가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쌍둥이 준코와 노리코는 늘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하는 게 싫다며 서로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악극단을 따라 나섰다가 옆집 아이 겐과 같이 길을 잃었을 때, 노리코는 겁장이였지만 무서운 개한테 준코를 보호했고, 준코는 탐정같은 추리로 길을 찾았다. 노리코는 민들레 관찰로 식물박사가 되고 준코는 개를 관찰하며 개오줌 지도를 만들어 동물박사로 변신했다. 둘은 어느새 서로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똑같이 깨닫는다.  

하이타니 선생님이 그려낸 작품세계는 억지로 꾸민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의 눈으로 관찰하면 금세 발견할 생활 속 아이들이다. 천방지축 건강한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움이 담겼다. 사는 게 재미없고 팍팍한 어른들은 동화 속 아이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활기를 얻을 수 있다. 아이와 같이 읽고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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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09-11-08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탐나네요.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은 좀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밝고 건강해보여서 더 끌려요. ^^

순오기 2009-11-08 18:08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눈물나는 건 딱 한편~ 그것도 슬픔이 아닌 감동의 눈물이지요.^^
이건 예전에 타출판사에서 나왔던 책인데 양철북에서 다시 나왔네요.
양철북이야 하이타니 선생님 책 완간이 목표겠지요.^^

2009-11-08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1-08 18:09   좋아요 0 | URL
받으셨군요. 거기서도 수배중인데 품절이면 양해바란다고 문자왔었죠.
나도 10월에 경복궁 가면서 읽었는데 여직 리뷰를 안 썼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11-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북에서 하이타니 상의 책이 많이 나오지요? 이 분의 책을 읽은 다음에 눈이 너무 높아져서 대한민국 학교를 생각하면 절망을 느낄지도 몰라요.

순오기 2009-11-08 18:11   좋아요 0 | URL
이분 책 거의 다 읽었어요~
작년엔 이분 발자취를 더듬는 문학기행도 다녀왔고요.
대한민국 교육의 현재와 미래는 참담하지요~ ㅜㅜ

같은하늘 2009-11-09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이 좋은가 보군요.^^
읽어 보아야겠어요.

순오기 2009-11-09 11:53   좋아요 0 | URL
하이타니 선생님 책은 거의 다 읽었지요.^^

오월의바람 2009-11-09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 돌아가셨군요. 아직도 작품이 계속 나와서 생존하신 줄 알았어요.

순오기 2009-11-09 11:54   좋아요 0 | URL
지금 나오는 책은 타 출판사에서 나왔던 걸 새로 찍는 거지요.

희망찬샘 2009-11-2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리뷰와 너무나도 수준 차이가 나는... 리뷰 쓴 것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짝짝짝!!! 참 잘 쓰셨어요. ^^

순오기 2009-11-20 19:08   좋아요 0 | URL
잘 썼나요? 이 책을 꼼꼼하게 두 번 읽었거든요.
책을 보내준 양철북에 감사하는 마음도 한 몫 했고요.^^
 
프리다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2
아나 후앙 그림, 조나 윈터 글, 박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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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나라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를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우리가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이라면 고통 속에서도 미술작품을 그린 불굴의 의지를 본받자고 마무리하겠지만, 이 책은 그런 식상한 위인전이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예술인을 소개하고 그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겉표지를 들추면 멕시코 민속예술품에 나오는 재미난 모습의 해골과 작은 악마들이 예쁘게 장식됐다. 이것은 프리다와 평생 함께 한 캐릭터였다.

맞닿은 짙은 눈썹으로 묘사된 프리다가 1907년 7월 6일 멕시코 코요아칸에서 태어났다. 사진작가인 아빠는 프리다에게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여섯 자매를 돌봐야 했던 엄마는 바쁘셨다.

외로운 프리다는 상상 속 친구와 지내며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일곱 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오랜동안 누워 있어야 했던 프리다는 상상 속 친구도 즐겁게 하지 못했다. 프리다는 스스로 터득한 그림을 그리며 슬픔을 위로받았다.

프리다는 병이 나았지만 다리를 절게 되었다. 프리다는 아빠에게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웠고, 물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프리다는 계속 그림을 그리며 학교에 다녔다.

열여덟 살,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프리다가 탄 버스가 전차와 부딪혔다. 프리다는 거의 죽을 뻔했고, 오래 병원에서 지냈지만 그 후에도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했고 늘 몸이 아팠다. 온 몸을 감싼 가시나무 위의 프리다와 눈물 흘리는 달님이 내 마음도 아프게 한다.

하지만 프리다는 울거나 투덜대는 대신 그림을 그렸다. 침대에선 침대에 그렸고 깁스를 했을 땐 깁스에 그렸다. 집밖에 나갈 수없는 프리다는 상상의 날개를 펼쳤고 눈으로 본 것 위에 마음으로 본 것을 그렸다. 아픈 사람들을 위한 기도의 그림 '엑스보토'를 그렸고, 자신을 위해서도 그렸다.

프리다는 다른 누구의 그림도 흉내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그림을 그렸다. 프리다는 자신의 아픔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승화시킨 멋진 화가였다.

일생을 고통 속에서 살면서도 수많은 작품을 그린 프리다의 삶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1954년 7월 13일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의 그림을 보며 한숨을 쉬고 눈물흘리거나 미소를 짓기도 한다. 프리다는 1929년 멕시코의 유명한 벽화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고, 서로를 너무도 사랑했던 그들의 결혼은 20세기 유명한 결혼으로도 손꼽혔다. 맨 뒤에 프리다가 그린 자화상과 디에고 리베라의 초상화가 실렸다.

멕시코 예술과 문화에 커다란 공헌을 한 프리다 칼로는 세계가 알아주는 화가로 영원히 잠들지 않는 신화가 되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프리다 칼로가 어떤 화가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람들과 다른 그림을 그리며 아픔을 독창적인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알려 준다. 저학년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워 보충 설명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은 색채가 강렬하고 재밌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그림에 흥미로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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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화가를 영화한 것이 몇년전에 나왔었는데 갑자기 영화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아무튼 저 짙은 눈썹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같아요.

순오기 2009-11-07 19:10   좋아요 0 | URL
나는 영화를 못봐서 모르겠네요. 영화화 된 것도 나중에 알았지만...
맞닿은 짙은 눈썹~ 그녀의 사진으로 확인하고 싶네요.^^

같은하늘 2009-11-09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난봄에 아이학교에서 추천도서로 뽑아서 보았는데 이런 사람이 있는줄 그때 알았답니다. -.-;; 아이때문에 배워요~~

순오기 2009-11-09 14:34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평생 배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