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학교 간 날, 유진’s 뷰티 시크릿>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알몸으로 학교 간 날 꿈공작소 1
타이-마르크 르탄 지음, 이주희 옮김, 벵자맹 쇼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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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절묘하게 가린 띠지의 센스에 웃었다. 프랑스 원작도 이런 그림으로 출판했을까? 아니면 한국판만 요렇게 가렸을까? 궁금하다.ㅋㅋ 알몸에 빨강 가방 메고 빨강 장화만 신고 학교에 간 피에르. 오 마이 갓~ 오늘을 오래 기억하게 될 거라니 당연하지!^^ 한국이라면 결석할지언정 알몸으로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표지를 들추면 드러나는 새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녀석들을 만날 수 있다. 피에르의 침실에, 선생님의 원피스에, 때론 교실에서 알몸의 피에르를 절묘하게 가려주는 게 녀석들의 역할이다.^^

학교에 늦었다고 허둥지둥 깨우는 아빠도 알몸에 가운만 걸쳤다. 피에르의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가 깨우는 거지. 이혼해서 엄마는 따로 사는 걸까, 아니면 출장갔을까?

교문 앞에서 알몸이 부끄러워 엿보던 피에르는 그대로 운동장에 들어섰다.
"피에르 안녕?"
"피에르, 별일 없지?"
"피에르, 오늘 좀 달라 보이는데?"
"어, 피에르 니 장화 예쁘다?"
"아, 그래. 장화 아주 멋있네!"
알몸의 피에르를 보고도 스스럼 없이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
과연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표지에 내세운 '차이를 이해하는 프랑스식 성숙한 배려'의 맛을 조금 알 거 같다.

알몸으로 딱딱한 의자에 앉았지만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몸을 비틀지도 않았다는 피에르. 하지만 선생님은 방긋 웃어주더니 발표도 시킨다. 글쎄, 알몸의 피에르를 지목해 발표를 시키는 게 프랑스식 배려일까? 잠시 의아했지만, 알몸의 피에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니 부끄럽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시키는 듯.

피에르는 오늘 하루가 아주 길겠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의 질문과 칭찬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럽긴 했어도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체육시간엔 알몸이라는 것도 잊고 깡충깡충 뛰었으니까.^^
아이들은 지금껏 가려졌던 피에르의 고추가 나온 그림을 보면서 '변태'라고 악을 지르면서도 재밌다고 난리다. 못 본 친구에겐 재밌는 거 보여준다며 바로 여기를 보여주더라. 아이들에게 그냥 유쾌한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선생님의 배려야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아이들의 배려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방학동안에 있었던 즐거운 일을 그리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모두 벌거벗은 사람들이 가득찬 바닷가를 그렸다. 오직 피에르만이 빨강 장화를 신고 빨간 옷으로 온몸을 감싼 산타를 그렸다.ㅋㅋ 알몸의 피에르를 생각해서 벌거벗은 바닷가를 그린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차이를 인정하는 프랑스식 배려를 또 다시 느꼈다.

피에르는 알몸이 부끄러웠는지 쉬는 시간에 나무 뒤에 숨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가리려고 나뭇잎을 하나 따서 풀줄기를 찾는데, 옆 반 여자아이가 피에르처럼 알몸에 초록 장화만 신었다.^^
이 아이는 왜 벗었을까? 피에르를 보고 따라 했을까? 아니면 피에르처럼 학교에 늦어서 알몸인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달려왔을까? 피에르와 마리는 사이좋게 나뭇잎으로 가리고 깔깔 웃었다. 그 웃음은 알몸의 동지의식이 싹튼 것이렷다.^^

알몸으로 칠판 앞에 나가 발표도 했던 피에르는 이번엔 교단 위로 올라가 노래까지 불렀다. 빨간 장화를 신고 작은 나뭇잎을 붙이고도 아주 자연스럽게...모두가 알몸인 피에르를 자연스럽게 대해주니까 이젠 부끄러움도 없나 보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는 프랑스의 성숙한 배려을 아는 듯. 하루 종일 아무도 왜 알몸으로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게 가능한 일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피에르는 가볍고 홀가분해서 날듯이 달렸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알몸의 피에르를 보고 활짝 웃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한국이라면 왜 벗고 왔느냐, 엄마한테 쫒겨났느냐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을 텐데... 아무도 왜 알몸으로 다니는지 묻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이게 바로 프랑스식 배려라고 이해하기엔 나의 고정관점이 방해가 된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른인 나보다 말랑말랑해서 쉽게 받아 들이는 거 같지만, 자기들은 절대로 알몸으로 학교에 오지 않을 거란다.^^하긴 일부러 알몸으로 학교에 올 필요는 없겠지!ㅋㅋ

책을 읽은 아이가 인상적인 장면을 그림으로 남겼다. 책에 나온 카트린 선생님은 알몸인 피에르가 부끄럽지 않도록 배려했는데, 아이는 선생님도 속으론 부끄러워을거라고 생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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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06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르가 귀여운데요.^^
알몸으로 학교가는 아이는 피에르 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ㅎㅎ
즐거운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순오기 2010-02-06 16:1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아무리 허둥대도 그렇지 어떻게 옷을 안 입고 학교를 갈 수 있는지...
즐거운 주말 보내는 중입니다.^^

세실 2010-02-0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꼬추 참 리얼합니다. ㅋㅋ
피에르를 배려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참 예뻐요.

순오기 2010-02-06 16:17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 '꼬추'라고 꼭 찍어서 말하니까 더 리얼한데요.ㅋㅋ
아이들은 상황이 파악되면 나름대로 잘 적응하는 거 같죠.^^

세실 2010-02-06 18:56   좋아요 0 | URL
푸하하
꼬추에 얽힌 추억이 있답니다.
한때 별명이 "꼬추"였다는....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물론 귀여운 꼬추...후다닥^*^

순오기 2010-02-06 19:04   좋아요 0 | URL
헉~ 세실님 별명이 꼬추였다고욧?ㅋㅋㅋ

L.SHIN 2010-02-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라서 내용이 귀엽고 이쁘긴 한데...
실제로 프랑스에서도 저렇지는 않..;;;

순오기 2010-02-06 16:18   좋아요 0 | URL
호호~ 아무리 프랑스라도 실제 알몸으로 학교가는 아이는 없겠죠?^^
하지만 그 누가 다른 행동을 한다고 우리처럼 몰매(?)주지는 않을 거 같아요.

blanca 2010-02-0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너무 사랑스럽네요. 이런 귀여운 책이 있다니. 무언가 아주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다름에 대한 존중인가? 우와...잘 봤습니다.

순오기 2010-02-06 16:18   좋아요 0 | URL
귀엽고 유쾌한 이야기~ 다름을 존중한다는 건 참 우월한 의식세계 같아요.^^

전호인 2010-02-0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책이랑 내용이네염. 세실님과 같이 날아오른 피에르의 고추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순오기 2010-02-06 23:23   좋아요 0 | URL
푸하하~ 귀엽죠!^^

juyoung89 2010-02-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은지님 그림 솜씨가.. 정말 대단합니다.

순오기 2010-02-12 12:58   좋아요 0 | URL
은지는 초등2학년이죠.
 
내가 보여? 사계절 중학년문고 17
전경남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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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왕집중'으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받았던 전경남 작가의 창작동화다. 이 양반 할머니가 되어도 키득거리며 동화를 쓰고 싶다며 어린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 작가다.  

<내가 보여?>에서는 오직 힘이 최고라고 믿는 고양이 가시이빨이, 귀신이 되어 떠도는 승호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고양이는 귀신을 볼 수 있고, 귀신과 소통한다'는 속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카리스마 고양이와 인간 귀신 승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릴 것이다.   

승호는 한 달 남은 일제고사를 위해 공부하라는 엄마의 명령에 좋아하는 축구를 못하고 방에 갇히자, 분풀이로 걷어 찬 축구공에 책장이 무너져 졸지에 깔려 죽어 귀신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엄마의 잔소리와 학원 순례에 지친 어린이에게, 공부에 내몰려 죽은 귀신을 내세우다니 잔인하다 생각된다. 하지만 어린이는 맘껏 뛰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엄중한 진실을 웅변하며, 부모의 지나친 욕망이 자녀를 공부에 내몰지 않나 돌아보게 되는 섬뜩한 설정이다.

다른 고양이보다 힘이 세거나 재빠르지도 않은 엄마를 닮았다고 투덜거리는 고양이.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강한 고양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으렁거리며 거리를 쏘다니는 '가시이빨'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엄마는 "힘은 쓰는 것보다 조절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며, 너무 뾰족하고 강하면 부러지는 법!" 이라고 충고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 독불장군이다. 하지만 세상은 더 강한 놈이 있기 마련, 지역구를 벗어나 쌍발톱에게 처참하게 당해 쓰러진 가시이빨은 꿈결처럼 둥둥 떠다니는 승호 귀신을 만난다. 



승호는 너무 어린데 갑자기 죽었으니 이 세상에서 꼭 하고 싶은 거 한 가지만 하고 오라며 저승에서 받아주지 않아 귀신이 되었다. 승호는 친구들이랑 딱 한 번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데, 몸이 없는 승호가 어떻게 친구들과 축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승호의 소원을 풀어주는게 우리의 주인공 가시이빨이 해야 될 일이다. 엄마아빠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섭섭한 승호는, 엄마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릴까 봐 안타깝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듣고 싶지만 귀신이 된 승호는 방법이 없다. 엄마에게 다가설 수 없는 승호가 선택한 건 엄마를 데려가는 것.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가시이빨은 털실을 감았다 풀기, 생선가시에서 살코기 발라내기,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갖고 놀기로 훈련과 인내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인간 귀신과 고양이의 합체 방법을 알아낸다. 옥상에서 만난 굶주린 가시이빨에게 먹이를 주는 승호엄마는 못난 부모 만나 신나게 놀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뜬 승호가 불쌍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가시이빨이 승호엄마의 눈물을 받아 먹는 순간, 귀신 승호와 가시이빨은 합체가 된다. 가시이빨의 몸 속으로 들어온 승호는, 힘든 것과 서러움 없는 행복한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는 엄마의 기도를 들으며, 엄마 마음 속에 자신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엄마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며 안녕을 고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간 가시이빨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멋진 슛을 성공시키고 떠나는 승호에게, 내 마음을 봤으니 이젠 가시이빨이 아니고 '마음의 눈'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어이, 마음의 눈! 어때? 내가 보여?"
눈부신 햇살 너머로 하얀 구름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하늘을 보며 승호와 작별을 고한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살던 가시이빨이 귀신 승호를 만나 소원도 들어주고, 자신도 쌍발톱에 대한 복수를 접고 사랑을 베푸는 고양이로 거듭나는 두 축의 이야기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14개의 짧은 챕터에 적당한 긴장감과 유쾌하고 뭉클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솜씨에 즐거운 독서였다. 초등 2~3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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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1-2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화책은 어째 사람을 울릴것 같아요 ㅠ.ㅠ
마음의 눈이라는 이름은 인디언식 이름같네요.
찾아 봐야 겠어요 :)

순오기 2010-01-23 13:49   좋아요 0 | URL
끝에 승호엄마의 눈물에 초큼 눈물났어요~
마음의 눈, 인디언식 이름은 참 멋져 보여요~ 무스탕님 이름도 만들어봐요.^^
 
사투리의 맛 사계절 중학년문고 16
류호선 지음, 정지윤 그림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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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충청도 시골에서 부평으로 전학 간 나는, 학교에서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올까봐 말을 아꼈었다. 집에서도 일부러 서울말로 연습했으니, 사투리를 쓰는 걸 촌스럽고 부끄럽게 여기던 보편적 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구나 충청도 사투리는 TV드라마에서 가정부(당시엔 '식모'라고 불렀다)들이 쓰는 말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에 더 부끄러웠다. 지금 생각하면 충청도 사투리처럼 구수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전라도에서 20년 넘게 살았더니 내 말씨나 억양도 전라도화 되어서 충청도 말은 많이 잊어버렸다. 그래도 친정엄마나 형제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고향 말은 쉽게 잊히는 게 아닌가 보다. 

10년도 훨씬 전 큰딸 초등 1학년 때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려다 전라도 사투리가 입에 붙지 않아 못 읽었다. 한 5년이 흐른 후 다시 도전했다가 역시 실패했고, 3년 전 태백산맥 배경지 벌교로 문학기행 가느라 부랴부랴 3권까지 읽고는 또 멈췄다. 비록 태백산맥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이젠 전라도 말을 못 알아먹는 건 별로 없다. 광주살이 초기엔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마다 전라도 말을 내가 알아먹는지 확인하셨지만, 이젠 사투리의 뉘앙스까지 알아 먹는다. 전라도에선 '알아듣는다'는 말도 '알아먹는다'로 표현한다. 난 이제 전라도 사람 다 돼부렀다.ㅋㅋ 

사설이 길었지만, 이 책 '사투리의 맛'은 전라도 여수말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라도 사투리라고 다 같은 게 아니어서 광주말 다르고 목포나 여수, 특히 섬 지역 사투리는 다른 게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말과 다른 쓰임이 있어 혹시 잘못 표기된 건 아닌가 독서회원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아따~ 언니가 쓰는 전라도 말은 제대로 된 거시 아니고 여수 말은 또 다르당께." 라면서 예를 많이 들어줬는데 글로 옮기려니 또 난감해서 그냥 넘긴다.ㅋㅋㅋ 

"철환이 니는 좋겄다. 서울로 강께, 나도 데불고 갔음 싶다."
"뭐 서울이 별거 있간디! 별로 좋을 것도 읎다."
"자슥, 니 서울 감 우리 다 잊어뿔지 말그라."
"별걸 다 걱정한다."
"니 솔찮이 겁나 불지? 그려도 쫄지 마러! 니가 우리 동네 아나운서다. 이참에 서울 애들 기를 팍 죽여뿌려라."
"아먼, 암시롱토 않다. 느그들 걱정 말랑께."(25쪽)
 
   

여수에 사는 철환이가 서울로 전학가기로 정해진 후 혁이랑 주고 받은 말이다. 이 책의 대화는 전라도 사투리를 제대로 전달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철환이가 학교방송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동네 소식을 전했는데, 서울가서는 어찌할지 자못 기대되는 진행이다. 전학생은 이미 형성된 그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우리의 주인공 구철환은 
'서울이 별거간디! 별거간디! 나는 암씨롱토 않다. 암씨롱토 안 혀.' 
마음을 다잡았지만, 자기 꿈을 발표하면서
"나넌 아나운서고 되고 잡습니다."
불쑥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너무 또박또박 말하느라 서울말로 바꿔 말하는 걸 깜빡했기 때문이다.ㅋㅋㅋ 게다가 조폭을 다룬 영화나 TV드라마에서 그들이 전라도 사투리로 했기 때문에, 졸지에 '돌산도 아나운서' 철환이는 '전라도 조폭'으로 불렸다. 호남을 차별하던 군사정권의 폐해를 보여주는 설정이라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현실이니까 동화에서도 그대로 표현되었다. 우리가 흔히 서울말이라 하는 표준말은 '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의하고 있지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당시 중세국어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말이 전라도 말이라는 건 언어학자들도 인정하니 기죽을 필요 없을 것 같다. 



학교방송반에 들어가고 싶은 철환이는, 할머니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깍쟁이 혜향이의 개인지도로 발음교정에 들어간다. 이 부분을 읽는 독자는 그 누구라도 소리내어 읽게 될 것이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
한양 양장점 옆 한영 양장점, 한영 앙장점 옆 한양 양장점.
저기 있는 말 말뚝이 말 맬 만한 말 말뚝이냐 말 못 맬 만한 말 말뚝이냐.
우리 집 옆집 앞집 뒷창살은 홑겹 창살이고, 우리 집 뒷집 앞집 옆창살은 겹겹 창살이다.
 
   

연습에 연습을 하고 방송국 아나운서 면접에 참여했지만 우리의 주인공 구철환, 그만 한 문장을 읽기도 전에
"그만! 너 고향이 어디니? 발음이 왜 그래?"
"선상님, 지가요......."
그만 쫄아버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면 동화가 아니지.^^ 허탈함에 소리없이 흐르던 철환이의 눈물은 급기야 담임선생님 앞에서 봇물이 터져 버렸다.
"고향이 전라도여서라! 엉엉엉, 사투리를 써 버려서라! 엉엉엉, 참말로 속이 징하게 상허요, 엉엉엉." 

하염없이 흐르는 철환이의 눈물을 보며 선생님은 어떤 처방을 내리셨을까? 완전 반전이다.

   
  "으메, 요 자슥 봐라, 봐라! 선상님 말씀허시는데 못 믿는 눈 봐라! 철환이 니는 모를 것이구먼. 학생이니까 사투리를 써 불면 쫌 으떠코, 안 써 불면 쫌 으떠냐? 나넌 선상이라고 아덜이 비웃어 불고 얕잡아 뿌리면 고것이 문제가 겁나게 심각해 불지 않겄냐? 그란디, 요 고향 말 요거시 그리 쉽게 고쳐 불면 고향 말이 아니제, 안 그냐?
"그라믄 선상님! 으찌혀서 서울말을 요리 나긋나긋 사근사근 잘허시게 되셨어라? 지는 고것이 참말로 궁금시러워 죽갔는디." 
"고것이냐 나가 공짜로 알려 줄 수가 읎제. 철환이 니가 공부도 욜씸히 허고 학교 생활도 욜씸히 허는 거 보고 내 결정할 것잉께. 요로코럼 징징 짜고 있음 백날이 지난다 혀도 어림도 읎다! 사내 자슥이 말이여 우리 전라도 근썽이 있는디, 그깟 시험 쪼까 못 봐 부렸다고 울고 잡고 그라믄 서울 아덜이 너럴 뭐라 생각허겄냐?"
"아니여라! 아니여라! 인자 다 울었어라." (106쪽)
 
   

위축된 철환이의 마음도 풀어주고, 아이들의 참여학습으로 사투리를 활용하는 담임선생님의 교수법은 썩 훌륭하다. 전라도 사투리의 맛을 제대로 살려낸 류호선 선생님의 창작동화 '사투리의 맛'을 안 읽으면, 우리의 주인공 철환이의 고군분투 사투리 탈출기가 어찌 되었을지 니들이 알것냐? ㅋㅋ  



초등 2~3학년 이상, 전라도 사투리가 궁금한 어른이나 어린이 누구나 좋을 유쾌한 동화다. 특히 사투리엑 얽힌 추억이나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 읽으면 기를 펴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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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0-01-2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과의 대화가 참 좋네요.
사투리가 다 그 맛이 있는 법인데
"교양있는 서울말"을 그간 지나치게 강조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보다 제가 먼저 읽고 싶네요.

순오기 2010-01-20 19:19   좋아요 0 | URL
모든 게 서울 중심이다 보니까 언어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면 요즘은 개인기를 갖는 것이니까 좋겠죠.^^

소나무집 2010-01-2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싶네요.
전 3년밖에 살지 않았는데도 사투리가 막 나와요.
처음엔 자꾸 거슬리던 사투리가 살다 보니 정겨워지더라구요.
충청도에 서울에 전라도에 이젠 강원도 말까지 비벼지는 있어요.

순오기 2010-01-20 19:21   좋아요 0 | URL
3년이면 억약이나 말투가 전라도화 됐을 거에요.
광주서 3년 사니까 전라도 김치에 길들여져 친정김치가 맛 없어졌어요.ㅋㅋ
충청도 서울, 전라도에 이어 강원도 말까지 개인기 제대로 갖추네요.^^

카스피 2010-01-2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전주,광주,광양,순천,여수,정읍,군산등등 전라도 일대를 다닌적이 있고 많은 분들을 알았는데 살짝 말이 지역마다 틀리긴 하더군요.근데 대부분 사투리보다는 표준어를 많이 쓰시더군요^^

순오기 2010-01-20 19:22   좋아요 0 | URL
외지인들과는 표준말을 많이 쓰지만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 사투리가 팍팍 나오죠.ㅋㅋ

다크아이즈 2010-01-2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투리 컴플렉스 심한(어른이 되어도 전 '교양있는 서울말'에 관한 환상을 버릴 수가 없어요.) 특히 방송할 때 경상도식 억양을 마구 남발하는 스스로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저 같이 자기정체성에 관한 확신이 없는 아해,읽고 반성 좀 해야겠어요.

순오기 2010-01-20 19:22   좋아요 0 | URL
사투리 컴플렉스~ 넘어야 할 벽이지요, 특히 방송일을 하는 분들이야 더할 것이고요.^^

같은하늘 2010-01-2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변두리를 벗어난 본 적이 없는 서울촌놈인지라 이런 얘기 들으면 하나도 못 알아 먹어요. ㅎㅎㅎ 동네에 대구에서 올라온 언니가 있는데 평소에 얘기 잘 하다가 친정 언니랑 통화하면 마구 사투리로 얘기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1-21 05:34   좋아요 0 | URL
서울촌넘이라니 서울사투리도 있지 않을까요?^^
고향 말은 고향사람과 이야기 하다 보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더라고요.ㅋㅋ

bookJourney 2010-01-2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저희 엄마랑 얘기할 때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오곤 하지요. ^^
저희 딸애는 경상도에 안 살아도 종종 경상도 억양으로 말합니다. ^^;

초등 5학년 과정 중에 방언에 대한 부분이 있는 것 같던데 ... 첫째 아이가 이 책을 보면 좋아하겠네요. 찜~이에요. ^^

순오기 2010-01-24 10:30   좋아요 0 | URL
아~ 5학년 수업과정에서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수업에 활용한다면 정말 멋진 수업이 될 거예요.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좋고 사투리를 업신여기며 박대하는 분위기도 달라질 거 같고...
고향말은 다 잊은 것 같아도 언제든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나 봐요.ㅋㅋ
 
소로우의 오두막 - 어린이를 위한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스티븐 슈너 엮음, 피터 피오레 그림, 김철호 옮김 / 달리 / 2003년 5월
품절


도서관에서 소로우의 월든에 대한 그림책을 발견하곤 쾌재를 불렀다. 검색해보니 이 책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 두어 권 더 있는데 우리지역 도서관엔 없었다. 큰딸을 위해선 제대로 된 월든을 빌려왔고, 학교 아이들을 위해선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란 부제가 붙은 '소로우의 오두막'과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과의 우정을 그린 '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을 빌려왔다.

1845년 스물일곱 살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자기 집에서 3킬로 떨어진 월든 호숫가로 가서 손수 집을 지어 살았던 이야기를,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넓은 판형에 유화 그림은 소로우를 따라 자연을 느껴봄직하다. 3월부터10월까지 소로우의 삶과 숲의 변화를 보여주고, 그 이후의 겨울이야기도 펼쳐진다.

3월에 집을 지을 소나무를 찍어 내고, 4월엔 판자를 뜯어 쓰기 위해 사 두었던 오두막을 헐어 집 지을 준비를 끝냈다. 5월엔 이웃들의 도움으로 집의 뼈대를 세우고 집 짓기에 돌입했다.

7월에 지붕을 얹자 들어가 살기 시작했고, 겨울이 오기 전 회반죽을 칠한 집이 생겼다. 폭 3미터에 길이 4.5미터, 기둥의 높이는 2.4미터였다. 집 안에는 다락방과 벽장이 있고, 양쪽엔 넓은 창문과 들창을 하나씩 냈다. 집 밖에는 남은 자재로 장작헛간을 만들었다. 그동안 교사, 측량기사, 정원사, 농부, 주택 페인공, 목수, 석공, 날품팔이 노동자, 연필 제조없자, 사포 제조업자, 작가로 살아보려고 했던 소로우의 오두막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소박한 소로우의 월든 숲 속의 집에는 침대, 식탁, 책상과 더불어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의자 하나는 소로우를 위해, 두 개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세 개는 사람들을 사귈 때 쓰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소박한 생각이 좋아 보인다. 살림살이도 조그만 거울, 부젓가락 한 벌, 나로받침, 주전자, 냄비, 프라이팬, 국자, 세면대, 나이프와 포크 두 벌, 접시 세 개, 컵 하나, 숟가락 하나, 기름 항아리, 당밀 항아리, 옻칠한 램프가 전부였다니, 너무 많은 걸 소유한 우리네 살림살이를 돌아보게 된다. 현대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ㅜㅜ

소로우는 햇볕 잘 드는 문간에 걸터앉아 해뜰 녘부터 해질 녘까지 공상에 잠겼다니, 때론 신선놀음 같았을 그의 삶에 살짝 부러움도 생긴다. 이른 저녁이면 쪽배에 앉아 피리를 불었고, 강가의 풀밭으로 가서 포도를 따 오고 야생사과를 따서 잼도 만들었다.

호수의 얼음이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소리와 눈덮인 숲 속에 먹이를 찾아 다니는 여우가 들개처럼 짖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자연과 더불어 깨어나고 잠드는 숲의 생활이 행복했고, 숲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돌아왔고, 다시 모든 게 살아나듯 새순을 틔우는 숲을 지켜보며 깨닫는다.
"자연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과 같다"는 것을.

소로우 자신은 몰랐지만 그가 남긴 <월든>은 미국 문학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 그림책으로 월든이나 소로우를 다 알기는 어렵지만, 그림책으로 소로우를 알게 된 어린이들이 훗날 자라서 <월든>을 찾아 읽으며 어떤 영향을 받을지 기대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책 끝에 엮은이가 소개하는 소로우와 월든에 대한 설명이 있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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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었던 책 -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from Dentalife 2010-01-19 06:44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이레 패시브 하우스에 관한 글을 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월든이란 책이 떠 올랐습니다. 굉장히 가치있는 책이라는 느낌이었는데요. 알라딘 서평 기능도 확인해 볼겸 예전에 끄적거렸던 몇 꼭지를 올려봅니다. Walden #1 - 물질과 정신 [ 거의 어느 위도에서나 사람이 땅을 파고 들어가면 일정 불변의 온도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가장 호화로운 주택에도 지하 저장실이 있으며 사람들은 옛날과 다름없이 거기..
  2. [책,삶] 도덕경에서 말하는 삶.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Walden - Henry David Thoreau)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2010-07-30 14:21 
    이미지출처 : leeyoon.com 참 궁금한것도 많지..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보면 '너의 호기심이 죽음을 불렀다.' 라는 대사 참 많이 나오는데, 설마 호기심에 책 읽다가 죽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앞서 읽었던 4시간,여행의 기술에서는 '월든을 읽고..' '월든의 내용을 참고하면..' '소로우는...' '그는...' 등등.. 참 이책에 대한 언급이 수도없이 많았음은 물론, 추천서적란에도 딱 나와있었다. 책은 내가 태어나기..
 
 
 
일기똥 싼 날 보물창고 북스쿨 5
오미경 지음, 정지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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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일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오미경작가의 새 동화다. 책 두께도 얇아 저학년도 부담없이 집어들 책이다. 일기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맞아 맞아' 공감하며 끄덕거릴 것이다. 게다가 변비까지 있는 어린이라면 공감의 쓰나미가 밀려 들 것이다.  



'일기와 똥싸기'를 소재로, 일기쓰기는 똥싸기와 같다고 말한다.
 흔히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들 공감하면서도 먹는 걸 입에 올리는 건 용납해도, 싸는 걸 대놓고 말하면 마치 냄새라도 나는 듯 혐오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 책은 똥싸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재밌는 부분을 소리내어 읽었더니, 우리 애들이 "엄마, 꼭 그렇게 소리내서 읽어야 돼?"라며 구박했지만 굳세게 읽었다.ㅋㅋㅋ 

   
 

"세호야, 너 또 화장실에 앉아 있니? 그러니까 야채 많이 먹으랬지? 넌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만 공부를 해도 전교 1등은 문제없겠다." (7쪽)

"애들 일기 검사하는데 거창하게 뭔 인권까지 들먹거린대? 선생님이면 당연히 애들 일기 검사를 해야지, 일기 검사가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애들이 검사를 안 하면 일기를 쓰냐고?"(8쪽) 

"힘들긴 뭐가 힘들어? 훌륭한 사람들 보면 다 일기 썼어. 이순신 장군도 썼고,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도 썼고... 가만 있어 보자. 또 누가 있지?"(19쪽)

 
   

푸하하하~학부모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라, 이런 유사한 발언이나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마치 내 속내를 들킨 듯 낄낄거렸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조상 운운하며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수없이 팔아 먹었고, 백범일지의 김구선생도 수차례 들먹거렸다. 오미경 작가님, 아이들 학교 보내며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하셨군요. 하하하~ 갑자기 친밀감이 확 일어나는 장면이었다. 작가님 자녀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었을까? 우리 애들은 중.고.대딩이라 일기 쓰기의 강제 조항에서 벗어났지만, 일기쓰기의 지겨운 기억은 여전히 갖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 유치원 그림일기부터 초등 6학년까지의 일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그 일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아이들 일기장을 들춰서 확인하고, 아이들도 어쩌다 들춰보며 박장대소할 일이 많다. 혹시 지금까지 아이들 일기를 버렸다면 이제부터라도 버리지 말라 감히 조언한다. 훗날, 아이들 다 떠나보내고 무료한 나날에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추억을 빼먹을 날이 올 것이다. 또 손주들 데려 왔을 때, 네 엄마(아빠) 어렷을 적에... 옛날 이야기 들려주는 재미도 있을 테니까.^^  

일기의 긍정적인 면을 재밌게 살려낸 작품이다. 물론 그 역할은 담임선생님이 하시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분이 담임선생님이기에 충분히 공감되는 설정이다. 이런 선생님을 만나는 게 엄마의 희망사항이었지만, 이젠 우리 딸이 이런 선생님 되기를 소망한다.    

쩐새우라 불리는 전세호와 여깡이라 불리는 김예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기에 풀어낸 아이들 속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 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난 세호와 예강이는 좋겠다. 칭찬과 격려, 정직과 거짓, 자신의 아픔이나 부끄러움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 마음도 읽힌다. 비밀로 하고 싶은 내용이면 반 접어서 내도록 한 담임선생님의 배려도, 부모나 선생님들이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세호나 예강이가 왜, 일기쓰기가 왜 똥싸기와 같은 것인지 스스로 깨우쳐 가는 마무리도 멋지다!  



책 말미의 '꼼꼼히 읽고 꼼꼼히 생각하기'는 일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승정원 일기도 살짝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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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10-01-04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는데요.^^
저희 큰아이도 일기쓰기를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순오기 2010-01-04 15:43   좋아요 1 | URL
하하~ 재밌어요. 따님에게 좋을 듯해서 선택했는데 잘 됐네요.^^

희망찬샘 2010-01-06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무척 좋아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마음에 든 책이었어요.

순오기 2010-01-11 15:35   좋아요 1 | URL
아이들도 많이 공감할 듯...

일기ㅜㅜ 2010-03-10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기 써야하는데 귀찮기만하구..그런데 이거 재미있을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