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과 5.18에 대한 단상
기찻길 옆동네 (양장)
김남중 지음, 류충렬 그림 / 창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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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 8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1977년 11월 11일 밤 9시 15분에 일어났던 이리역 폭발사건과, 80년 5월 광주를 한 줄로 꿰어 기찻길 옆 동네에 사는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리역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건은 우리 세대에겐 '이리역 근처의 삼남극장에서 공연하던 하춘화를 들쳐 업고 뛰쳐 나왔다는 이주일씨' 이야기로 기억한다. 작년 8월에 군산 가면서 익산역(예전 이리역)에서 환승했는데,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찬찬히 살펴봤을 텐데... 폭발 이후 30년의 발전을 앞당겼다고 했다. 


이 작품은 이리역 폭발사건의 피해지였던 현내마을 교회에 서경아버지 이준행 목사가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모두가 떠나고 싶어하는 마을, 떠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그 가난한 마을에 찾아 들어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야학을 연다. 선학이네 아랫채에 세든 서경이는 마을 아이들과 함께 놀지만 야무지고 당찬 아이다. 마을 무당집 아들 이오는 목사가 오고 굿거리가 줄었다고 투덜대는 어머니의 등쌀에 마을 꼬마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려 든다. 서경이는 이오의 폭력에 맞서 구름다리 교각 위에서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버티면,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하지만 서경이는 교각 아래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승제와 선학이는 끝내 말리지 않았던 자신들이 부끄러워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리역 폭발사건이 터져 마을은 온통 쑥대밭이 되고 교회는 허물어졌다. 서경의 다리 수술을 위해 장모님께 목돈을 얻어온 이 목사는, 서경이의 다리 수술보다는 교회를 다시 짓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 돈을 도둑맞고 펑펑 눈물을 쏟은 이 목사는 결국 광주로 돌아온다. 목수로 일하던 선학이 아버지는 이리 건설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건축주에게 돈을 떼이고 폐인처럼 지내다 이 목사의 주선으로 광주로 온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5월 광주를 예견하지 못한 이들은 다시 광주에서 뭉친다.

광주 산수동에서 모여 살게 된 이들은, 이 목사의 초록빛 교회와 선학이네가 세들어 사는 완도댁 할머니네서 하숙하는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다. 이 시대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보다는 고생하는 어머니가 더 소중하다는 근수. 누군가 목숨을 내건 희생의 대가를 거저 누리는 양심없음을 질타하는 명식, 두 사람의 주먹다짐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야학에 오는 학생들에게 현 시국을 알려주려는 창원과 용일은 정보망에 노출되고, 위험을 감지한 이 목사의 발빠른 대응으로 구속은 면하지만 이 목사가 잡혀간다. 공수부대의 과격한 진압으로 사망자가 생기자 흥분한 광주시민들은 총을 입수한다. 마지막 날 도청으로 가려는 용일과 창원과 명식, 이 목사는 총을 들기보다는 살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설득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목사님 말씀대로 살아남아서 오랫동안 계속해야 할 싸움이라면,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면 목사님은 왜 현내를 떠난 겁니까? 정작 목사님 같은 사람이 필요한 현내 사람들을 두고 왜 광주로 내려왔습니까? 목사님이 떠난 뒤 현내 사람들은, 희망을 줄 목사님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 아니었습니까? 목사님의 싸움이 이기는 싸움이라면, 정말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면 우리는 현내에 남았어야 했어요. 광주로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고요!"(396쪽)

용일의 외침에 이 목사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목사는 그날 밤 도청으로 간다. 

"그날 밤 우리들이 지키고 있던 곳으로 천사 같은 사람이 찾아왔어. 글쎄, 진짜 천사였는지 모르지. 겹겹이 쳐 있던 군인들의 포위망을 어떻게 뚫고 도청까지 들어왔는지 다들 신기해했으니까. 어쨋든 그 사람은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밤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었어. 밤이 깊어 갈수록 우리들은 긴장했거든.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진압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쳐 버렸을지도 몰라. 벽시계의 종소리에도 놀라 발작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맑은 정신으로 도청을 지켰어. 한 달 같은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고 정말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건가 의심하며 새벽을 맞이하려던 참에 도청 진압이 있었지. 정신을 차려 보니까 그 천사가 내 위에 쓰러져 있지 뭐야. 천사는 아니었겠다. 그 사람도 죽은 걸 보면. 우리가 있던 곳에서 나 혼자만 살아남았어."(421쪽) 

5학년이던 선학이와 서경이는 중학생이 되고 은성이를 좋아하는 선학이와, 야학 선생님인 대학생 용일이를 좋아하는 중학생 은성이의 설레이는 첫사랑도 예쁘다. 총을 가진 용일에게 은성은 절대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다짐을 받고... 그 때문이었는지 용일은 혼자만 살아 남아 3년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다. 그날 모두 초록빛 교회에 모여, 끝나지 않은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마무리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없이 눈물이 났다. 가난한 신학생이었던 이준행 전도사와 부잣집 딸이었던 서경엄마와의 시련, 엄마를 잃은 서경을 장인의 요청대로 미국으로 보내야 했던 아버지 이 목사의 인간적 고뇌, 하숙생들을 내 아들처럼 아낀 완도댁할머니로 대표되는 광주의 모성애. 죽을 줄 알면서도 도청으로 가야했던 젊은이들, 도청으로 나와 달라는 애끓는 가두방송의 호소를 외면해야 했던 그날 밤  선학이 아버지와 광주 시민들의 불면의 밤...... 결국 그들의 목숨값을 먹고 사는 우리들이 짊어진 산자의 죄의식까지!  

80년 5월 당시 10살부터 중.고생이었거나 방년의 꽃다운 나이였던 독서회원들은, 이야기가 5월 광주의 한 복판으로 뛰어 들지 못하고 주변에서 겉도는 것 같아 안타까워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광주 항쟁의 주역이 아닌 우리 이웃을 주인공으로 평범한 광주 시민의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여기 그려진 내용만으로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독자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80년 5월에 목숨을 바친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마다 5월 문학을 읽으며 진실을 알리는 일에 힘 쓰자며 토론을 마쳤다.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수상작이고, 5학년 선학이와 서경이가 나오지만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청소년이나 어른, 누가 봐도 좋을 책이다. 

6월 9일, 김남중 작가 초청 강연이 예정돼 있어 전작 읽기에 도전 중인데 다 읽기는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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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05-1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 민주화 항쟁이 이 정권 들어 더 뒤로 숨어버린 느낌이 들어서 속상해요.
부모가 모르면 아이들도 모르게 되니, 엄마들 먼저 읽으라고 권해야 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5-13 18:30   좋아요 0 | URL
집권당의 마인드에 따라 다르겠죠.ㅜㅜ

같은하늘 2010-05-1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이네요. 저도 꼭 한번 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05-14 02:26   좋아요 0 | URL
5.18을 주제로 한 책 꽤 많이 읽었는데, 이 책도 좋았어요~
 
안중근 큰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 2
조정래 지음, 이택구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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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이었다. 방송 인터뷰에 많은 젊은이들이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도 누군지 모르고, 혹 알아보는 이도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조국 광복을 위해 피흘린 이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친일파들이 득세한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우리의 근현대사 3부작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20년에 걸쳐 집필한 조정래 선생님은, 남은 시간은 손주들에게 들려줄 큰인물 이야기를 집필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안중근도 그렇게 나온 책이다. 

손주들과 함께 하는 사진 속의 작가님은 여늬 할아버지와 다를바 없는 모습이다. 이 책에서도 할아버지가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조곤조곤 풀어냈다. 
 


1879년 9월 2일, 황해도 해주에서 아버지 안태훈과 어머니 조마리아 사이에서 안응칠은 맏아들로 태어났다. 배에 북두칠성 점을 갖고 태어나 큰인물이 될 거라며 할아버지 안인수는 크게 기뻐하셨고,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응칠을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키웠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찬찬히 살펴 기질이나 성격, 소질 같은 것을 파악했다. 강단이나 담력, 고집은 남자답고 무인적 기절이라 글공부를 싫어할까봐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은근슬쩍 손자를 유혹했다니, 할아버지의 지혜가 돋보인다. 

 
  
응칠이 일곱 살 되던 해, 개화파는 조정을 혁신하고 선진 문물을 배워와 새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수한 학생 70명을 뽑아 외국 유학을 시킬 계획을 세웠고, 거기에 응칠의 아버지 안태훈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개화파의 갑신정변은 3일 천하로 끝났고, 고향으로 피신한 안태훈은 아버지와 상의해 하인까지 80여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황해도 해주 신천군 청계동으로 이사했다. 난세에 부귀와 공명을 꿈꾸지 않고 산중에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살기에 안성맞춤한 곳이었다.

응칠은 산중에서 무예 기르기에 힘을 쏟아 말타기와 활쏘기, 총쏘기까지 익혔다. 3년을 수련하여 고정된 표적을 백발백중 맞혔고, 2년을 연습해 이동표적을 백발백중으로 맞혔다. 마지막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이동표적 맞추기였는데 그도 2년을 연습했다. 응칠은 14살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급한 성격을 누르고 묵직한 사람이 되라며 '重根'이란 이름을 내리고, 세상을 떠나셨다. 중근은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기 보다 씩씩한 장부로 일생을 살고자 하였다. 
 
중근은 1894년 열여섯 살에 김홍섭의 딸 아려와 결혼했고, 고부군수 조병갑의 폭정을 못견딘 농민들은 동학군으로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동학군을 빙자한 도둑들의 행패가 심해지자, 아버지 안진사는 가짜 동학군을 물리치기 위해 군대를 조직했다. 중근도 아버지를 도와 70여명의 의병대를 이끌었다. 당시 서로 치지 않기로 약조한 진짜 동학군이었던 김창수 부대는 훗날의 백범 김구였고, 백범일지에 안중근에 대한 회상을 기록해 놓았다.   

 

프랑스의 요셉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가족 모두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중근의 세례명은 도마(토마스)다. 대한제국의 임금은 무능했고, 벼슬아치들은 자기들 배를 불리기 위해 권력으로 백성을 누르고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견디다 못한 백성은 사람답게 사는 새 세상을 만들자고 동학군 봉기가 일어났고, 자기 왕조를 지키는데 급급한 임금은 청나라에 봉기진압을 요청했다. 결국 청일전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우리 땅에서 두 나라의 군대가 싸우는 꼴이 되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사설로 황성신문은 폐간되었고, 민영환은 자결했다. 안중근은 기울어가는 나라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사업에 투신했으나, 조선인이 많이 배우는 것을 원치 않는 천주교 뮈텔 신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자기 일은 자기들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안중근은 1907년 러시아에서 '대한의군'을 창설하고 참모중장이 되어 군대를 훈련시켰다. 1908년 6월,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에 들어와 일본군과 싸웠으니 기습공격으로 패하여 혼자 살아 돌아갔다. 1909년 1월, 11명의 동지들과 단지동맹으로 대한독립을 맹세했다.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코리아 우라(대한제국 만세)!"를 외쳤다.  



안중근은 삶을 구걸하지 않고 이토의 15가지 죄악을 고발했다. 첫번째 명성황후 '시해'는 '살해'로 바꿔어야 한다. '시해'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신하가 왕을 죽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일본은 자신들의 죄악을 조선인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시해'라는 낱말을 썼기에 '살해'로 바로잡아야 한다.  

꿋꿋한 용기와 초연한 인품에 일본 검찰관조차 "당신은 참으로 동양의 의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소. 당신은 의인이니까 결코 사형당하는 일은 없을테니 걱정하지 마시오."라면서 흠모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태도를 바꾸었고, 안중근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1909년 12월 13일부터 <안응칠의 역사>란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1910년 2월 14일 오전 10시 일본은  한국인 변호사 안병찬과 영국 변호사를 참석은 시켰으나 변론권을 주지 않고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형식적인 재판을 했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의 열다섯 가지의 죄를 응징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의병 참모총장으로 그를 쏘았고 포로가 되어 이옷에 왔으니 국제법에 따라 재판해야만 한다. 당당한 대한제국의 국민이 일본법에 따라 일본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으니 편파적인 재판을 거부한다,고 진술했으나 그들은 결국 사형을 언도했다.  

안중근은 일본법에 의해서 또 재판을 받는 것은 일본의 행위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공소권을 이용해 생명을 연장하는 치졸한 짓을 하지 않겠다며 공소하지 않았다. 안중근이 사형을 언도받고 공소하지 않자 그의 감방에는 비단과 종이 수백 장, 벼루와 붓이 들어왔다. 안중근의 인품을 우러른 일본인들이 그의 글씨를 받고자 함이었다. 안중근은 그들의 마음을 뿌리치지 못하고 정성을 다해 글을 써 주었다. 



그가 찍어 준 낙관은 네번째 손가락 한 마디가 없어진 손바닥 도장이었다. 안중근의 손바닥 도장은 섬뜩하게 사람을 긴장시키는 불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사형을 앞두고 어머니는 두 동생들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셨다. 

옳은 일을 한 것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163쪽) 

안중근은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공소권을 포기한 일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확인했고, 만약 공소했더라면 어머니계 면목없는 불효자가 될 뻔했다는 걸 깨달았다.

동포에게 고함 

내가 한국의 독립을 되찾고 동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3년 동안 해외에서 모진 고생을 하다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들 2천만 동포는 가가가 스스로 노력하여 학문에 힘쓰고, 농업.공업.상업 등을 일으켜, 나의 뜻을 이어 우리나라의 자유  독립을 되찾는다면 죽는 자 남은 한이 없겠노라.(163쪽)

 안중근은 사형집행 전 날 동포들에게 마지막 글을 보내고, 두 동생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내 뼈를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두었다가, 우리나라가 독립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자 모두가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아여 큰뜻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164쪽) 

1910년 3월 26일 아침, 고향에서 보내 온 한복을 갈아입고 서른두 살 안중근은 죽었다. 일제는 안중근 의사의 묘소가 독립운동의 성지가 되고 구심적미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안중근의 유해를 넘겨주지 않고 수인 묘지에 매장했다. 해방이 되고 김구 선생은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세 사람의 유골을 조국으로 모셔와 효창공원에 묘역을 만들었으나, 앞자리에 안중근 의사의 유골을 봉안할 자리를 비워두었다. 아직도 빈 묘로 남아 있으니 반드시 안의사의 유골을 찾아 모셔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책 뒤에 안중근 의사의 행적과 당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수록되어 초등 고학년들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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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1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TV방송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이들이 의사가 병을 고치는 의사인줄 안다는 얘기에 충격이었던 기억이... 저도 <안중근 하얼빈의 11일>이란 책을 읽어야 하는데 정말 요즘 너무 바쁘다는...

순오기 2010-05-12 02:03   좋아요 0 | URL
의사를 그 의사로 안다니... 에휴!

마노아 2010-05-1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인들의 실제 나이를 보면 너무 젊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라게 되어요. 백년 전의 그들에 비해서 오늘의 젊은이들은 너무 늦되어서 또 부끄럽구요.

순오기 2010-05-12 02:04   좋아요 0 | URL
옛날엔 일찍 과거를 보고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요즘은 결혼을 해도 부모 품에서 살려고 하잖아요.ㅜㅜ

머큐리 2010-05-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에게 꼭 읽혀야 겠어요...

순오기 2010-05-12 02:04   좋아요 0 | URL
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지요.
 
나는 로봇이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이기원 옮김 / 동쪽나라(=한민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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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현 작가의 <로봇의 별 1,2,3>권을 읽었는데, 그 책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3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책이다. 그래서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이 궁금해 지역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1993년 초판 2쇄 발행의 오래된 책이라 제목도 '나는 로봇이야'다.^^

 


역시나~ 아시모프는 시대를 앞서 간 로봇 소설의 선구자다웠다. 아시모프의 로봇의 3원칙이란 다음 세 가지를 말한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쨰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로봇들의 이야기답게 일곱 개의 다양한 로봇이야기가 나온다. 
보모로봇인 로비를 사랑하는 글로리아는 한시도 로봇과 떨어지지 않아서 아이들과 노는 걸 잃어버렸다. 엄마는 그게 안타까워 로비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함께 살게 되는 소녀를 사랑한 로봇의 이야기는 즐거웠다. 


수성에 광산개발을 위해 간 스피디는 로봇의 3원칙의 충돌로 위험에 빠졌다.
지구의 존재를 믿지 않는 화성 탐사 로봇 큐티, 위급상황의 혼란스런 대처로 미쳐버린 데이브,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가 원하는 답을 말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로봇 허비, 
'사라져'라는 작업자의 말에 모습을 감춰버린 영리한 네스토로 10, 
사람 스티븐 대신 시장이 된 로봇 스티븐 등 로봇들의 활동에 놀라며 즐거운 독서였다.
 하지만, 이현의 '로봇의 별'이 훨씬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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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5-07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로봇이 뜨나봐요.
여기저기서 로봇책을 만든다는 소문이 도네요.

순오기 2010-10-27 10:4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의 로망에 로봇에 닿아 있는 듯해요.^^

비로그인 2010-05-0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이 책 읽었던 기억이 나요. 어른용?으로는 판본이 있군요. 딸아이도 {로봇의 별]을 재미있게 읽었다던데, 아시모프의 고전도 권해줘야겠네요.

순오기 2010-10-27 10:49   좋아요 0 | URL
아하~ 어른용도 있군요.^^
로봇의 별, 재미있지요~~

카스피 2010-05-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이 재미있으셨다면 현대정보에서 나온 로봇도 한번 읽어보세요.이것은 아동용이 아닌 어른용이랍니다^^

순오기 2010-10-27 10:50   좋아요 0 | URL
현대정보에서 나온 <로봇> 도서관에 있는지 확인할게요~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0-10-27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절판이네요.

순오기 2010-10-27 10:53   좋아요 0 | URL
이건 절판이지만, 우리교육에서 나온 <아이 로봇>을 보면 됩니다.
거기엔 두 편이 추가돼 모두 아홉 편이 실렸다고 소개됐네요.^^
 
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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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인적으로 '절대' 환타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의 별'을 읽고는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취소하기로 했다.^^ 이런 환타지라면 충분히 환영해도 좋을 거 같다. 초등고학년이면 즐겨 읽을 SF환타지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과학자인 정재승 교수가 추천한다면 전혀 황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도 한 몫 한다.

이현 작가는 '짜장면 불어요, 장수만세, 우리들의 스캔들, 영두의 우연한 현실'등 동화와 청소년 소설로 이미 인정받은 작가인데, SF 소설을 펼쳐 보일 줄은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아이 로봇'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3원칙'을 근간으로 한 로봇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이 궁금해서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1993년 초판 2쇄 발행의 오래된 책이라 제목도 '나는 로봇이야'^^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로봇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아이작 아시모프는, 1920년 구 소련에서 태어나 3살 때 미국으로 귀화한 미국인이다. 어려서부터 SF에 심취해 닥치는대로 소설을 읽었고 17세부터 과학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7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0권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표지를 들추면 모든 인공지능 로봇과 컴퓨터에게는 반드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로봇에 관한 지구 연방법 제1조 1항 '로봇의 3원칙'이 나온다. 3원칙은 다음과 같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시아계 여자 인간 아이랑 똑같이 만들어진 세 명의 인공지능 로봇인 나로5970841, 아라 5970842, 네다5970843는 최고 성능의 전자 두뇌를 가진 명품 로봇이다.
1권은 나로가 엄마 태경과 헤어져 라그랑주 우주도시 로봇의 별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이 그려진다.

인공지능 로봇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냥 그렇데 살아도 좋으냐?"라는 물음에 아니라고 답하고,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달과 지구 사이의 거대한 은빛 도시인 라그랑주 우주 도시로 탈출을 꿈꾼다.

인공지능 로봇이 전자두뇌로 인터넷에 접속해 메시지를 보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재미와 긴장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해서도 생각케 한다. '배를 채우고도 더 가지려고 하는 동물은 지구상에 인간밖에 없다'는데 맞는 말이다.

알파와 베타인은 땅에서 2킬로 위 하늘도시에서 살고, 감마와 델타인은 땅에서 산다. 그 땅은 더럽고 오염된 쓰레기같은 곳이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식인곰팡이에 오염된 사람들이 득시글거린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적이 있으면 돕는 사람들도 있다. 로봇이라 해도 역시 세상은 함께 사는 곳임을 잊지 마시라.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나로는 노란잠수함 노래에서 열쇠를 찾아내 드디어 로봇의 별에 첫발을 딛는다. 자~ 2권에선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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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여왕 사계절 아동문고 7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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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에 적힌 김남중 작가 소개글이 인상적이다.^^

이에게는 어른을, 어른에게는 아이를 보여 주고 싶어서 재미있거나 아름답거나 쓸쓸하거나 부끄럽거나 아프거나 시끄러운 일이 있으면 조용히 다가가 딴 데 보는 듯 훔쳐보고 안 듣는 척 엿듣다가 들키면 시치미를 떼고 사라지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방에 틀어박혀 써낸 책들이 '불량한 자전거 여행, 살아 있었니, 하늘을 날다, 자존심, 들소의 꿈' 등인데 찾아보면 다른 책들도 몇 권 더 있답니다.

6월 9일, 중학교 독서회에서 김남중 작가를 초청하기로 해서 그의 전작 읽기에 도전중이다. 이 책은 고학년이 읽기 좋은 단편 4편이 실렸는데 참신한 접근과 새로운 해법이 돋보인다. 아픔과 찡함, 재미와 오싹함, 상처와 감동이 담겨 어린이들이 읽고 나서 친구에게 슬며서 권해 주면 좋겠다. 

<미소의 여왕> 5학년 송지호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웃음이 부족하다고 우울한 친구를 눈여겨 두었다가 "날. 마. 다. 한. 사. 람. 씩. 미. 소. 의. 여. 왕. 이. 나. 왕. 을. 뽑. 는. 다."고 하셨다. 미소의 왕과 여왕은 아이들의 투표로 결정되고, 미소의 왕과 여왕으로 뽑히면 그날 숙제도 없고 급식도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다. 원하면 선생님과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있고 발표도 안 시키고 청소도 면제된다. 단지 왕과 여왕으로 뽑힌 친구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걸 생각하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반 친구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왕과 여왕의 장점을 한 가지씩 말해줘야 한다. 단, 반 아이들 모두가 한번씩 한 다음에야 다시 차례가 온다. 왕과 여왕은 왕관도 쓰고 친구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미소를 날리면 되는 것이다. 친구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으로 교실에서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미소의 여왕이 된 진선이는 친구들이 해주는 칭찬에 부끄러우면서도 흐뭇했다. 진선이는 반 아이들이 백 명쯤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아, 진선이에게 또 아픔을 주시다니, 작가님 너무해요.ㅜㅜ 

<64대 36> 우리반 길거리 농구팀 '바비빅' 멤버인 나와 태영이와 민구는 익봉초등학교에서 누구에게도 져 본 적이 없다. 6학년도 무시하지 못하는 강팀이지만 좀 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중.고.대학생과 어른들이 모이는 길거리 농구에 참여한다. 기다린 순서대로 이긴 팀과 시합을 해서, 지면 코트에서 나와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게 법칙이다. 하지만 어린애들이라고 시합에 끼워 주지도 않는다. 날마다 혼자 나와 롱슛을 완벽하게 꽂는 할아버지를 영입해 어른들과 대학생들도 제압하는 강팀이 된다. 할아버지는 점점 잔소리가 많아지고 잘난체 한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은 급기야 할아버지를 제명하고, 길거리 농구에서 쪽도 못쓰고 밀려난다... 다시 할아버지를 찾아가 사죄하고 팀을 이루는데 64대 36의 비밀은 무엇일까? ^^  

<어둠 속의 푸른 눈>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이층에서 혼자 잠드는 나는, 밤마다 담장 밑에서 우는 아기 울음소리와 귀신이 나오는 두려움에 엄마 아빠 사이로 파고 든다. 엄마는 무슨 귀신이 나오냐며 등짝을 후려치는데... 내 방에 귀신을 잡으러 간 아빠는 과연 귀신의 정체를 알아 냈을까?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가 생각날 만큼 섬뜩하지만, 자식을 위한 모성은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사람> 어느 날 찾아와서 최신형 핸드폰을 주고 간 그 사람은 누구일까? 서른 아홉 살인데도 대학생처럼 날씬하고 예쁜 아줌마, 날마다 김밥을 말고 있는 엄마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십 년 가까이 나랑 놀고 싸우고 잠자고 안고 등 밀어 주고 손잡고 걸은 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고 믿는 엄마.... 난, 분명히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옛.엄.마.라고 했을 뿐....막힌 울타리도 손잡고 뛰어 넘는 엄마, 사랑은 함께 하며 쌓아가는 추억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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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0-06-0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이번에 도서 30권을 받게 되면 이 책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이벤트니까요. 작가를 독서회에 초대하신다고요? 우와, 정말 멋진 독서회네요. 저도 우리 반에 작가 한 분 모시고 싶지만... (학교에라도~) 이런 일을 추진하는 것은, 성사가 된다는 가정 하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들 것 같아요. 너무 멋진 일이네요.

순샘 2011-09-2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에도 김남중선생님을 모시고 동화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리학교는 서울증산초등학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