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경계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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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출판사에 근무하는 남자친구 코헤이와의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아카리는 자신의 생일날 시부야의 유명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는 코헤이의 문자를 받고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하며 행복한 꿈에 젖는다. 하지만 약속 당일, 약속시간이 다 되어 담당 작가로부터 급하게 부탁받은 일 때문에 약속을 취소해야겠다는 코헤이의 전화를 받게 된다. 이에 아카리는 레스토랑은 나중에 가도 되니 잠깐이라도 만나자고 코헤이에게 애원하지만 코헤이는 바쁘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

서운하고 화가 난 아카리는 그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마침 문득 생각난 유명 케이크 가게에 가고자 방향을 바꿔 스크램블 교차로 앞에 섰다. 신호가 바뀌어 수많은 인파가 길을 건너는 가운데, 아카리는 우연히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갑자기 그가 방향을 틀어 아카리 쪽으로 다가오며 가방에서 도끼를 꺼내 순식간에 아카리를 향해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무차별적 공격을 당한 아카리는 계속해서 가해지는 고통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그대로 죽게 되는가 싶던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남자를 제지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소리와 함께 아카리의 눈앞에 나이 든 남자의 창백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 남자의 입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떨렸고, 아카리는 그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할 것만 같아 혼신의 힘을 다해 기어가 남자의 입가에 귀를 갖다 댔다.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줘…."

결국 아카리를 구하려던 남성은 죽고 아카리는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지만 그 사건은 아카리에게 크나큰 몸과 마음의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자신을 구하고 죽은 남성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감을 남긴다.


성인 잡지에 실리는 유흥업소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 무명 기자 쇼고는 시부야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 묻지마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사건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범인 케이치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까지 근무했다는 회사 사장의 인터뷰를 보고 케이치가 자라온 환경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는 케이치에게 흥미를 느낀다. 쇼고는 케이치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구치소에 찾아가 면회하고 그의 과거에 대해 조사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쇼고는 자신이 케이치의 과거를 알아내서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를 깨닫는데….



소설은 묻지마 살인 사건의 생존 피해자 아카리와 그녀의 남자친구 코헤이, 가해자 케이치의 과거 행적을 파헤쳐 나가는 삼류 기자 쇼고 이렇게 세 사람의 시점에서 교차 서술된다. 그 과정에서 '인생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묻지마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가정폭력과 학대, 주위와 사회의 무관심으로 연결, 확대하여 지금도 누군가의 관심과 손길을 바라고 있을 소외된 이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첫 부분부터 발생한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책을 펼친지 얼마 되지 않아 소설에 훅 빠져드는 몰입감과 가독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안타까운 상황이 너무나도 잘 전해져 미스터리 추리 소설임에도 읽는 내내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살짝 당황스러웠다.


소설은 어머니의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가해자가 어머니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분노와 증오를 동시에 가지고, 자신의 분노의 칼날의 끝을 타인에게 겨누어 타인의 행복과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도미노처럼 발생하는 타인들의 불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해자의 불우한 과거가 정상참작 요소라는 점이 잠깐 언급되었을 땐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남을 공격해도 될 면죄부로 작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회와 부모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죄의 경계를 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인간이기에, 인간이고 싶다면 지켜야 하는 그 경계를 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저마다의 고민과 불행을 안고 살아간다. 남들이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배부른 투정일 수 있어도 그것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인생, 아니 생사를 결정할 만큼 커다란 고민과 불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을 탓하고 원망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

아키히로는 누구와 무슨 약속을 한 것일까?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아키히로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한마디를 전해 그를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할 사람을 찾는 여정을 떠나는 아카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심신에 새겨진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쇼고 역시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사회파 미스터리 추리 소설임에도 사회에 대한 비판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했기에 개인적으로 소설에 더 깊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을 덮은 후에도 계속 가슴이 뭉클하며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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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저자, 이정미 역자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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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보았던 영화 중 인상 깊었던 영화들을 꼽을 때 어떤 기준으로 나누든 꼭 몇 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차지한다. 그 작품들은 하나같이 영화와 정말 잘 어울리면서도 그 자체만으로 감미롭고 듣기 좋은 영화음악들이 특징인데, 영화를 떠올릴 때 어쩌면 장면보다도 음악이 먼저 생각날 때가 있기도 할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나 《바람이 분다》의 '여로', 그리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Summer' 등은 인생 명곡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곡들이다. 아마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안 본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 음악들은 분명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음악들을 작곡한 히사이시 조가 뇌과학자이자 해부학자 요로 다케시와 만나 뇌와 음악에 대해 고찰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해 통쾌한 비평을 날리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흥미를 끌었다. 결코 어울린다고 보기 어려운 이 조합 속에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 매우 궁금했다.



사람들은 흔히 절대음감을 몹시도 부러워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같은 데에서도 절대음감을 천재들이 가지는 부가적인 재능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실은 이러한 내용을 전면 반박하고 있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사실상 사람들 모두가 절대음감을 타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만 3세 전후로 하여 철저하게 훈련한다면 누구나 절대음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모든 동물들이 사실상 절대음감이라는 점을 언급하는데, 순간 '그럼 내가 닭보다 못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들에겐 이러한 음정이 소통의 중요 요소라는 사실을 읽으면서 자괴감 아닌 자괴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좌우지간 원래 타고나는 능력을 늦기 전에 단련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것인데, 인간 사회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능력이기 때문이리라. 있으면 유용하게 쓰일 것 같은 능력인데, 상당히 의외였다.



그렇다면 소리를 듣는 능력, 그 사용처와 의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귀를 단순히 청각 기관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귀 안쪽에 있는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을 단순히 청각 기관과 장소를 공유하는 별도의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인식을 반전시킨다.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이 청각 기관한테 얹혀사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이 먼저 있었고 이로부터 청각이 파생된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는 다소 어긋난 사실에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청각이 시각보다 여러 방면에서 앞선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보통 시각이 가장 빠르면서도 직관적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동시에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 청각 자극이 시각 자극보다 더 빨리 뇌에서 인지되며, 귀가 신체 운동과 더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기에 눈을 통해 인식한 것보다 귀를 통해 인식한 것이 더 큰 감동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각과 청각을 공간성과 시간성 측면에서 구분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여러 감각들의 이중 구조, 정확히는 더 본질적임에도 저평가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기능들에 대해 설명하는 등 독자들에게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듣기 좋은 소리에 대해 '그냥 듣기 좋은가 보다'라고만 생각하지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거기서 뭘 더 생각할 수 있을까 싶지만, 히사이시 조와 요로 다케시라는 각기 다른 두 분야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뇌와 청각(음악)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그것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두 사람 사이의 대담 형식이지만 히사이시 조의 역할이 맞장구를 치거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쪽에 치우쳐져 있고 거의 요로 다케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제한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대화가 탁구처럼 오가는 모습을 기대했었기에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상당히 다양한 장르의 화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매끄럽게 흘러가는 두 사람의 대담은 놀랍도록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신선한 자극을 받는 것과 동시에 편안하게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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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 상 - S코믹스 S코믹스
아즈키 료 지음, 손종근 옮김, 누마타 마호카루 원작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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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제14회 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 원작인 작품인데요, 참고로 오야부 하루히코상은 1997년에 창설된 상으로 한 해의 우수한 미스터리·하드보일드·모험소설에 수여되는 상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처럼 일본 소설 중에는 만화화된 작품들이 많아요. 마치 요즘의 우리나라 웹소설들이 거의 전부 웹툰화 되고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만화화될 때 원작에 비해 인물 묘사 부분이나 스토리 연결 등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아서 웬만하면 원작을 고집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름휴가 때 편하게 읽으려고 미스터리 추리 소설임에도 만화책으로 구매해 봤는데 이제야 읽었네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료스케는 작은 회원제 개 산책 카페를 운영하며 그곳의 종업원이자 애인인 지에와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분명 연말 가족 모임에서 지에를 가족들에게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그 행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간의 행복을 비웃기라도 하듯 감히 상상치도 못할 엄청난 불행이 료스케의 인생에 한꺼번에 들이닥칩니다.



우선 송년회 이후 두 달도 안 돼 애인인 지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 버립니다. 료스케로부터 200만 엔이라는 돈을 빌려 간 상태였구요.

지에를 믿고 사랑했던 료스케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지에가 걱정이 되어 짚이는 장소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실오라기 같은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어요. 행방을 찾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료스케는 자신이 지에에 대해서는 1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녀의 본가 주소는 물론이고 그녀의 친구, 심지어는 료스케의 가게로 오기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도요.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료스케 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소식이 전해집니다. 가족들은 머지않아 아버지가 가족을 떠날 거라는 충격적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죠.

하지만 모로스의 장난일까요? 건강하셨던 어머니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버지보다 먼저 목숨을 잃고 맙니다.


이 가족 뭔가 이상한데요?

이 모든 것이 작년 송년회로부터 6개월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니 가족 전체에 무슨 저주라도 내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



어느 날 료스케는 혼자 계시는 아버지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집을 찾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 상태가 안 좋아져서 홀로 누워계실까 봐 집안 곳곳을 살펴보던 료스케는 서재의 벽장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열어봤다가 잡동사니 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는 상자를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그 상자에서 나온 여자 핸드백을 보는 순간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 핸드백을 들고 있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신경이 쓰여 열어본 핸드백 안에서 어머니 이름이 쓰여진 봉투가 나오고, 그 봉투에서는 검은 머리카락 한 묶음이 나옵니다. 분명 어머니의 이름이 쓰여진 봉투에서 나온 머리카락이니 어머니 것이 맞겠지만, 돌아가시기 훨씬 전 무언가를 위해 준비되었던 듯했던 것이 이상했던 료스케는 문득 자신이 어릴 때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 "이 사람 엄마가 아냐!"라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거부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하여 료스케는 그 핸드백과 같이 상자에 들어있던 4권의 노트 중 1권을 펼쳐듭니다.

그 속의 '유리고코로'라는 제목 아래 적어 내려간 글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인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너무나 기이하고 섬뜩하여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라 소설이라 봐야겠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실제 같은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유리고코로'의 부재로 자신만의 '유리고코로'를 찾아다니며 작은 곤충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살인을 저질러온 것을 고백하는데요….



이 이야기는 여태껏 읽었던 미스터리 추리 소설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그냥 사이코 스릴러 같아요.

아니 개인적으로 스릴러적인 요소도 많이 없고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유리고코로' 즉 '유리도코로(안식처)'를 찾아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중간중간 던져지는 떡밥만으로 충분히 눈치챌 수 있구요, 어머니에 대한 진실도 '혹시?'가 '역시!'가 되더군요. 인물 관계도는 막장드라마고 이야기는 사이코패스의 살인 고백입니다.😥


모든 일이 해결되고 결론은 나름 해피엔딩인데 저는 이 해피엔딩 반대입니다. 너무 찝찝하고 불쾌하고 불편해요. 죄를 지어도 죗값을 치르지 않고 죄인이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는 소소하게나마 진짜로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 살다가 마지막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에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껄끄러워요. 그렇다고 안식처를 찾았다고 기뻐해 줘야 하나요? 역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이건가요. 희생자들은 무슨 죄인가요?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 중 평범하게 사고하는 인물들이 없어요. 료스케도 중간에 살짝 도른자처럼 변해 이상한 생각하고…, 그나마 동생 요헤이가 맑고 착한 아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여태껏 나름 일본 소설을 많이 읽어 왔는데 이렇게나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는 거의 처음이라 다 읽고 난 지금 상당히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인간의 내면 이해가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고, 이딴 마음의 안식처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돈 내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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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두뇌 퍼즐 - 타이머를 설정하라! 명탐정을 이길 수 있을까? 셜록 홈즈 퍼즐
댄 무어 지음, 최경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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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추위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콕하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되어가는 시기에 집콕을 하면 다른 시기보다 더 심심한 듯 느껴져, 뭔가 더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


그러던 중 책장에 꽂혀있던 『셜록 홈즈 두뇌 퍼즐』을 발견하고는 '맞다, 이게 있었지!'하고 기쁜 마음에 펼쳐 들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책은 『셜록 홈즈』의 이야기와 인물을 차용한 퍼즐책이다. 그렇기에 『셜록 홈즈』를 읽어 본 사람들은 원작에 힌트를 얻어 문제를 푸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문제를 푸는 데는 상관이 없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퍼즐들은 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정도지만 두뇌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에, 퍼즐을 풀어 나가다 보면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야말로 시간 순삭을 경험할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퍼즐들이 하나하나 전부 독립적이기에 순서와 상관없고 퍼즐 풀이의 시작과 끝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그럼 책에 나오는 퍼즐 몇 개를 소개해 보겠다.



<죄악의 방>

『셜록 홈즈』를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이 문제는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풀기에는 조금 어려울 듯한 문제이다.

「입술이 비뚤어진 남자」에 나오는 내용을 알아야 답을 할 수 있는데, 혹시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금방 답을 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같은 종류 네 개>

정말 정석적인 두뇌 퍼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로, 특이하게 삐져나온 부분을 기준으로 모양을 잘라보다 보면 답이 나오게 된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

처음에는 단순한 수학 문제인 줄만 알고 '수평적 사고'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 이유를 모르겠었는데, 알고 보니 독자들이 부주의하게 넘어가는 부분을 공략한 문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기준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가지고 있을 문제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묻는 내용을 교묘하게 비튼 것이다.


다들 문제 설명만 열심히 보고 묻는 내용은 대략적으로 훑어 요지를 파악할 텐데, 이때 '나무'라는 키워드가 보이면 앞에서 계속 오렌지 나무에 대해 이야기했기에 당연히 오렌지 나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 그 앞에 '사과'라고 쓰여있는 글자를 신경쓰지 않거나 어쩌면 사과라는 단어를 똑바로 읽고도 '그래서 결국 나무에 물을 얼마나 준 거지?'라고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수학 문제로 치자면 대충 앞에서 a 값에 대한 설명을 잔뜩 해 독자들의 신경을 쏟게 한 다음, 갑자기 α 값을 묻는 것과도 같은 셈이다. 더 주의 깊게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 같은 문제였다.



<기차표 맞아요>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 조금 어이가 없었다. 누가 기차표를 대칭되게 접어볼 생각을 쉽게 할까.

물론 숫자가 디지털식으로 표기된 게 힌트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대부분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접어서 문자를 만든다니,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조금 안 되는 사고의 비약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제였다.



『셜록 홈즈 두뇌 퍼즐』은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수학 문제, 사고력 문제, 암기 문제, 추측 문제 등 다양한 종류의 문제들을 골고루 섞어 놓아,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듯 페이지를 넘기며 문제 풀이에 몰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혼자 풀어도 재미있지만 주변인과 의견을 같이 나누기도 혹은 겨루기도 하며 푸니 가벼운 승부욕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친밀감도 높아졌다. 또한 디지털 기계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 두뇌가 건강해지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잠깐이라도 넘쳐나는 디지털 게임을 멈추고 두뇌 회전이 필요한 『셜록 홈즈 두뇌 퍼즐』을 보면 어떨까?

분명 디지털 게임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말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선물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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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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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병약한 체질이어서 툭하면 열이 나고 자주 쓰러지곤 했던 쓰키시마 마코토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신기하게도 체질이 바뀌었는지 다른 학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가 싶더니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갑작스런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의사로부터 마코토의 병에 대해 들은 부모님은 필사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마코토가 살날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거였다.

결국 마코토의 가족은 마코토의 병을 받아들이고 처음 진단받았던 병원으로 다시 찾아가 의사와 주기적으로 상담하며 병세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자신의 병을 받아들인 마코토는 아직 피워보지 못한 삶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적어 하나씩 실행에 옮겼고,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알던 친구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새로운 친구는 사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마코토에게도 실행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좋아하던 미나미 쓰바사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사귀고자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마코토는 우연한 기회에 미나미에게 날것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고, 그 후 미나미와는 마주칠 때 가볍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모두를 해내며 그저 죽는 날까지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던 마코토의 삶에 뜻하지 않은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영화 제작 동아리를 맡고 있던 미나미가 독립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에 출연할 남자 주인공으로 마코토를 끌이 들이면서부터이다.

공교롭게도 마코토가 맡은 역할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역할이었다. 영화를 찍으며 마코토는 자신의 현재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는 것과 동시에 미나미와 서로에 대한 진심을 나누는데….



이야기는 주인공인 쓰키시마 마코토의 입장에서, 그리고 마코토를 좋아하게 된 미나미 쓰바사의 입장과 그러한 그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미나미의 절친 하야미 아오이의 입장에서 서술된 다음, 바꿀 수 없는 슬픔의 대단원을 향해 달려간다. 슬픈 결말이 정해져 있기에 오히려 더 마음 놓고 눈물을 흘리며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마지막까지 일상을 살아가려 애쓰며 남겨진 사람들을 슬프지 않게 하려는 마코토의 상황과 마음이 헤아려져 가슴을 짓누르며 밀려오는 슬픔을 참을 수가, 아니 참고 싶지가 않았다.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죽음에 처연하고도 담담하게 임하여 자신의 주변을 정리해 나가며 홀로 고요와 고독을 숙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상상하니 차오르는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작가님이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대놓고 독자들의 눈물샘을 마르게 하려고 칼을 갈고 나온 것 같다.


또한 그렇게 조용히 신변을 정리하고 한발 뒤에 물러서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관망하는가 싶던 마코토가 실제로는 살기를 강렬히 소망한다는 것이 이야기 중 영화를 찍는 장면 속에서 극중 인물의 입을 빌려 은연중 비쳤을 때 너무나 슬프고도 안타까웠고, 그렇게 어리고 순수한 마코토와 그의 주변인들을 슬픔으로 밀어붙이는 작가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마코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사랑은 마코토의 죽음을 더 이상 슬프고 절망적인 운명으로 두지 않는데….


차갑고 시린 겨울의 문턱에서 따뜻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고 애잔한 사랑과 그 감동의 여운을 오래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행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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