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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 디지팩 한정판
공수창 감독, 감우성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알 포인트" 관람
감우성 때문에 봤는데 그런대로 느낌이 괜찮았다
다소 유치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귀신 소리나 피 같은 거)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진부하지 않고 뭔가 자아성찰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까?
나는 느낌이 괜찮아서 평론들을 찾아 봤는데 역시 비교적 호평을 들었다
알 포인트에서는 살아 나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왜냐면 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군인들이기 때문이다
원한이 서려있다고 할까?
그럼 민간인이 이 곳에 오면 안 죽는다는 얘긴가?
귀신이 나온다는 진부하고 유치한 설정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적이나 귀신이 죽이는 게 아니라 실은 우리 자신이 서로를 죽인다는 설정이 마음에 든다
무고한 양민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되리라는 공포감이 소대원들을 짓누른다
참 재밌는 건 전투가 시작되면 미친듯이 총을 쏘다가도 1:1 로 대응하게 된다거나 눈 앞에서 총을 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멈칫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을 죽이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집단으로 할 때는 아무런 부담감도 안 갖다가, 혼자 하면 공포감과 두려움에 떠는 걸까?
알 포인트에 온 군인들만 죽은 이들의 원한에 사로잡혀 죽는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무고한 양민 학살 때문에 그들의 복수로 죽게 된다면 베트남전에 참가한 모든 군인들이 다 응징을 받아야지, 왜 하필 알 포인트에 주둔한 병사들만 본보기로 죽는단 말인가?
결국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그 소대원들을 죽인 것은 원귀 따위가 아니라 전설이 주는 공포심과 두려움, 또 양민 학살에 대한 죄책감 등이 어우러져 자기편들에게 총을 휘갈긴 것에 불과하다
즉 내면의 공포감과 양심의 소리가 스스로를 죽인 셈이다
마지막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고뇌하는 지식인상에 딱 어울리는 감우성이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리라 믿었는데 결국 그도 죽고 만다
요즘 영화들은 주인공에게 관대하지가 않다
적의 모습이 보이거나 죽은 이들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총을 갈기지만, 실상은 자기 편 병사를 쏜다는 사실을 아는 감우성은 결국 눈이 먼 병사에게 자신을 쏘라고 명령한다
마지막 남은 병사를 자신이 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결국 소대원들을 보호해서 알 포인트로부터 빠져 나가려고 했던 감우성 역시 부하의 총에 맞고 죽는다
그로서는 그 부하를 죽이게 될까 봐 스스로 죽은 셈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좀 유치한 면도 있지만, 내용은 진지하고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감우성이 아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