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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에세이.
작가들은 문장력이 좋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화려하고 탁월한 문장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는, 편안하고 감각적인 글쓰기라 할 수 있겠다.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을 아주 재밌게 읽었지만 이상문학상을 탔던 <오빠가 돌아왔다>가 별 감동이 없어 그 후로는 잊고 지냈다.
그러다 힐링 캠프에서 우연히 강연하는 걸 듣고 돈 안 드는 소소한 취미의 발견, 좀더 고상히 말하자면 단단한 내면의 구축이라는 주제에 크게 공감해 마침 강연집이 있길래 읽게 됐다.
이거야 말로 내가 평소에 꿈꾸던 이야기가 아닌가.
자기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이 고도성장 하던 시절이라 야망있는 젊은이들은 뭐를 해도 대부분 성공했다.
자신도 ROTC 하다가 때려 치우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 성공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열심히 해 봤자 저성장 시대에는 개인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다.
극히 일부만 성공하고 대부분은 이른바 낙오자가 되는 이 사회에서 무력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강사들은 그래도 성공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창의적인 발상을 해라, 더 노력해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 김영하씨는 역시 작가라 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성공하기는 어려우니 차라리 성공을 포기하고 자신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라,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구축하라, 그것은 큰 돈 드는 일이 아닐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북돋은다.
사실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는 책 읽는 것인데, 날마나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은 책값이 비싸긴 하지만 도서관에 신청만 하면 2주 이내로 즉각 구입해 준다.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
도서관 가는 버스값이나 들려나.
인터넷이 있으니 정보를 얻기도 쉽다.
심지어 외국 정보까지 어설픈 영어지만 컴퓨터 사전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나 자신의 경우에 국한한다면 정말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삶을 꿈꿔 왔는데 주변에서는 일종의 몽상가로 치부하는 바람에 정말 내 꿈이 바람직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바로 그 삶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삶이라 하니 좀더 적극적으로 추구해 봐야 할 듯.
소설의 역할이나 의의에 대한 글도 많이 와 닿았다.
역시 직업 작가는 다르다.
프로패셔널한 작가관이 느껴져 재밌게 읽었다.
읽은 김에 폴 오스터나 스티븐 킹의 작가론도 같이 읽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