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심리학의 눈으로 보는 두 나라 이야기
한민 지음 / 부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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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에서 문화에 대한 저자의 글을 보고 좋아서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그의 책들 중 가장 흥미가는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나는 각 나라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왜 그런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이 궁금하다. 일본인과 한국인도 분명 문화적 특성을 가진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놀라는 지점, 신기해하는 지점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공통점도 차이점도 많다. 이 책은 주로 차이점을 중심으로 두 문화를 비교한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에 비해 실망이 컸다. 예전에 이어령 씨가 쓴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라는 책을 읽다가 만 게 생각난다. 역사, 문화 등 사회과학은 과학적 접근이 힘든 학문이다.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때문에 같은 현상이라도 서로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과학도 그렇지만.) 하지만 과학은 실험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다. 가설을 세우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칼 포퍼에 따르면 과학은 반증가능하다.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다. 이는 과학과 다른 학문의 아주 큰 차이점이자 과학의 큰 장점이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서로 대립되는 현상들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두 현상을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로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 해석이 그럴싸하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어 보였다. 근거가 부족해보였다. 


 이어령 씨가 쓴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다가도 느낀 부분이었다. 일본인의 축소지향적인 사례들을 계속 나열한다. 그 사례들을 토대로 일본인은 축소지향형이라고 결론짓는다. 귀납법의 오류이다. 아무리 많은 사례를 가져와도 무언가를 증명할 수는 없다. 일본인은 확대지향적인 성향도 있다. 거인, 거대화를 좋아한다. 고지라, 거인, 거대화 등등. 일본 문화 컨탠츠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것들을 정량적으로, 통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은 문화해석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인 사고방식과 접근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한국 편향적이고 국뽕이 조금 지나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국뽕을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국뽕 영상을 볼 때면 국뽕이 차오른다. 한국이 대단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를 연구하는 분이 그것도 책이라는 매체에서 이 정도로 한국편향적인 건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아마 저자가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이었다면 분명 한국문화는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일본문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의 해석들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좋은 책은 독자를 설득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탄탄한 근거와 논리적인 설명으로 아무리 의심많은 독자라도 납득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총, 균, 쇠>가 계속 떠올랐다. 분명 저자는 문화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많이 알고 있어서 자신이 설명하는 것들이 자명하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독자들은 문외한이라 저자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나 나는 의심이 많아서 계속 반론을 생각하게 된다. 때로 좋은 책은 예상 가능한 독자의 반론까지 끄집어 내서 그 반론을 처리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의 장단점을 균형있게 다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의 다른 책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는 어떨까? 궁금해서 저자의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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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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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육필 원고를 모은 책이다. 그는 2022년 2월 26일 영면에 들었다. 이 책은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남긴 글을 모은 책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재밌게 읽었다. 이어령씨의 다른 책들도 계속 꾸준히 읽어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물 한 방울>은 기대보다 별로였다.


 요즘 계속해서 속고 있다. 작가의 마지막 노트, 미발표 원고, 미완성 작품 등은 앞으로 신중히 선택해야겠다. 작가는 보통 책을 내기 전에 수없이 퇴고를 한다. 글을 수정하고 덜어내고 보충한다. 좋은 작가, 좋은 책일수록 많이 다듬는다.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다. 글을 다 쓰면 끝이 아니라 그 때부터 시작이다. 이런 책들은 물리적으로 작가가 글을 다듬을 시간이 없다. 자신의 글을 다듬을 작가는 이미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편집자, 출판사가 작가의 남은 글을 모아서 출간한다. 요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는 속셈이 아닐까? 

 

 좀 다른 이야기지만 프란츠 카프카는 자신의 미완성 작품을 전부 불태워달라고 했다. 그만큼 작가에게 퇴고와 완성은 중요한 작업이다(다행히 그 부탁을 들은 친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카프카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책에 의의가 없진 않다. 암투병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노학자의 일기를 보는 경험은 흔치 않다. 한 평생 지식을 추구하고 행복하게 살았더라도 죽음은 외롭고 두려운 것이다. 책을 보고 싶지만 책을 볼 수 있는 기력이 전혀 없는 상태. 지척에 다가온 죽음. 나이 들어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일 거 같다. 


 이 책의 화두는 제목처럼 '눈물 한 방울' 이다. 마지막에 남는 건 지식이 아닌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연민이다. 눈물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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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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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기본에서 비롯된다>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 이제는 2번째 책을 내시고 유소년 축구 교육 센터 '손축구아카데미'도 운영하시고 강연도 하시고 손흥민의 아버지가 아닌 손웅정의 인생을 살고 계시다. 


 그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본인을 국졸이라고 하신다. 고등학교까지 나오긴 했지만 사실상 운동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다고 여기셨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그 욕망을 책을 통해 채웠다. 책을 읽고 좋은 책은 2-3번 반복해서 읽고 독서노트를 쓰고 다 읽은 책은 미련없이 버렸다. 그는 미니멀리스트다. 애초에 물욕이 없다. 그에게 있는 욕심은 성장에 대한 욕심.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심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스승이 없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올바른 스승이 없었다. 때문에 초일류선수로 거듭나지 못하고 부상으로 축구선수를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운명처럼 손흥민 선수에게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손흥민 선수에게 가르쳤다. 기본을 강조했다. 유전자 + 양육의 시너지로 손흥민 선수가 탄생했다. 대단한 아버지에 대단한 아들이다.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는 시인과의 대담집이다.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친근감, 현장감이 있어서 좋았다. 손웅정씨가 읽은 책, 독서노트를 엿보고 싶었는데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손웅정 감독님, 다음에는 책 에세이 하나 내셔야 되는 거 아시죠?!


 알라딘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했다. 내가 구입했을 당시에는 책 출간에도 불구하고 리뷰가 하나도 없었다. 걱정이 되었다. 손웅정님 성격 상 알바를 동원해서 리뷰를 쓰는 것을 용납할리 없을터. 내가 어서 책을 사서 읽어서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벌써 구매자가 쓴 9개의 100자 평과, 1개의 리뷰가 달렸다. 세일즈 포인트도 높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비롯된다> 보다 벌써 2배 가까이 된다. 아마도 나처럼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빌려보고 후속편을 기다린 팬들이 구입한 것이리라.


 손웅정씨의 책 2권 모두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다. 배울 것이 참 많은 분이다. 책과 운동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나의 생각과 일맥상통해서 좋다. 



 p.s) 별점 4.5점을 드리고 싶지만 평균을 위해 4점을 드렸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비롯된다>는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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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로 가는 장기 포진법
대한장기연맹 지음, 성기창, 박선구 감수 / 서림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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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친구랑 장기를 뒀다. 재밌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단짝 친구에게 장기를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초등학교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장기를 두기도 했다. 아빠랑도 장기를 뒀는데 아빠는 너무 고수여서 차, 포를 1개씩 때고 두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핸디캡을 두고 뒀다. 


 친구랑 장기를 둔 후 재밌어서 카카오장기를 다운 받고 책도 구입해서 봤다. 유튜브에서도 장기를 찾아봤다. 장기는 한 판에 15~20분 걸리는 거 같다. 그리고 현질을 안하면 제한이 있어서 한 번에 3-4판 이상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잠깐씩 심심할 때 쉴 때 짬 날 때만 하기 좋다고 생각했다. 장기는 다른 것들에 비해 크게 중독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서히 중독되었다.



 "실패하면 중독, 성공하면 몰입 아닙니까!!?"


 

 몰입하고 싶다. 승부욕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장기를 더 잘 두고 싶다. 지금은 15-12급을 왔다갔다하는 초심자이다. 예전에 친구들 사이에 장기 좀 둔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는 고수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장기에 중독되고 삶에도 지장을 준다. 장기 전에 한 판 둔다는 게 새벽 늦은 시간까지 장기를 두고 앉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중독에 약한 걸까 싶다. 이런 성향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장기로 밥 벌어 먹고 살 것도 아닌데, 장기에 올인해서 어따 쓰나 싶다. 한 편으로는 어렸을 때는 모든 걸 순수하게 앞뒤 따지지 않고 즐겼는데 어른이 되면서 가치,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되서 무언가에 빠지는 걸 경계하게 된다. 


 아무튼 당분간 장기는 다시 금지다. 독서, 영화, 운동, 건강에 영향을 주는 건 안된다. 쾌락 때문에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다. 


 그리고 한계를 느낀다. 장기도 기억력이 좋아야 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아 유튜브에서 봐도 금방 까먹는다. 



 아, 페이퍼가 아니라 책 리뷰인데 딴 소리만 했다.



 역시 장기는 책으로 배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장기 그림에서 장기 알이 잘못 되어 있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감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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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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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4.5점을 주고 싶지만 현재 별점이 8.1 이라서 평균을 높이기 위해 5점을 준다. 



 독서모임에 선정되어서 다시 읽게 되었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해서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그 때 읽고 8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읽었다. 역시 좋은 책이고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보이는 지점들이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더 찾아보고 싶은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열띤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뭔가 해소되면서도 오히려 갈증이 더 커진 느낌이다. 폭력에 대해, 인간의 관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연작소설이다. 영혜는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다. 영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채식주의자'. 영혜의 형부의 시점으로 쓰인 예술과 자유, 관습에 대한 '몽고반점',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점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쓰인 '나무 불꽃' 모두 좋은 작품이다. 


 유튜브에서 한강 작가님이 <채식주의자>를 낭독하는 걸 조금 들었는데 좋았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인간의 폭력을 정면으로 마주했던 작가 한강. 이 작품 이후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는데, 그 후로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소년이 온다>처럼 감정 소모가 큰 소설일까봐 두려워서 읽지 않았던 거 같다. 다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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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04-05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강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중에서 <채식주의자>가 가장 인상깊더라구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구나, 이해를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4-04-05 15:08   좋아요 1 | URL
동서고금의 좋은 책들을 많이 읽으면 남을 이해하기도 쉬워지지 않을까 싶은데ㅎ...

맞습니다. 남을 이해하기도, 남에게 이해받기도 참 어려운 일인 거 같습니다.

얄라알라 2024-04-0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낭독. 한강 작가님 왠지 대중앞에 많이 나타나지 않으실 ˝I˝형으로 상상되는데 낭독 서비스를 해주셨어요?^^ 찾아봐야겠어요 이 소설은 무척 난해했어요. 제가 관심을 둔 거식이나 육식 채식 먹기의 심리학이긴해도

고양이라디오 2024-04-08 10:17   좋아요 1 | URL
낭독은 1:1 인터뷰에서 읽으셨고요. 다른 영상으로 대중들과 질의응답하시는 것도 봤는데 말씀 잘하시더라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