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극장엘 가서 영화를 본다.

혼자라는게 그다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혼자 보기 편한 극장이 있다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있으면서도... 타인에게는 무심한 사람이 많고

아는 사람은 적은 곳....

강건너 센트럴이 딱 좋은 곳인데... (주로 아줌마가 많고 시간대가 내게 적합하다)

그러나 강건너는 택시비가 너무 들어서...

새로 가는 곳이 집이랑 가장 가까운 CGV

그런데 여긴 동네라 간혹 동네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시간대가 아이 유치원 보내고 보기엔 애매하고.. 암튼 그랬는데..

보고 싶던 <사과>가 여기서 시간대가 그나마 맞아서... 갔다.

 

사과...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다 생각했었는데..

어느 잡지 리뷰에서..

한참 물이 오른 시기의  문소리와.. 아직은 풋풋한 이선균이랑  김태우를 볼 수 있다는 말에

그리고 그렇고 그런 연애담이라기 보다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말에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극장안에 사람이 있었고 혼자도 재법 있었다. 다행이다.

현정의 연애담에서 시작해서 실연  다시 연애 결혼 그리고 이혼까지의 이야기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여자 현정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그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밝은

여자였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하고... 그리고 방황하다가 따라다니던 남자에게

마음을 열고 결혼을 하고 .. 그러다 안맞는 부분들을 발견하고 갈등하다가 이혼을 결심한다.

어찌 보면 내얘기 같고 내 주변의 누군가의 이야기같고...

현정이가 현실의 내 옆에 있다면 등짝을 두들겨가면서 결혼을 말리거나 이혼을 말리거나

" 거봐 내가 뭐랬니? 후회할거라고 했지?

"아니야 아니야 결혼을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마구마구 퍼부어 줄고 싶었다.

연애도 못하고 30년 가까이 살다가 막판에 늦바람이 무섭다고 기가 막히게 연애를 하고

채였는지 찼는지도 모르게 헤어지고..

막판에 몰린 심정에 술마시고 주정하고 그러다가 다가온 사람과 결혼을 했던 경험으로 볼때

현정도 그렇게 결혼하는 건아니었다.

아니 김태우랑 (극중 이름이 생각이 안남) 결혼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급하게 보란듯이... 대충.. (본인은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정말 대충이다)

결혼하는거... 그건 아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이 행복하기도 하고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그도 나를 배려하고.. 하는 것처럼 생각하다가..

갑자기 모든 생활이 구질구질해지고 나만 손해보는 기분이고.

전혀 내 맘을 몰라주고 변해주지 않는 상대를 벽처럼 느끼면서 무너지는것...

결국 그렇게 현정이 태우랑 이혼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안쓰럽고 고소하고 그런 기분이 복잡하게 들었다.

분명 현정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거다.

현정도 민석을 사랑했었고 그 다음 다가온  태우도 사랑하기로 했지만...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자신은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생각했을것이다.

현정의 사랑방식이 어쩌면 민석을 지치게 했을거고.. 비겁하게 도망가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고

태우는 태우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그린 현정만을 생각하다보니 현실의 현정이 낯설고 정떨어지고

뭐 그랬던게 아닐까 싶다.

결혼한 자식에게 참견하고 맘대로 휘두르고 싶어하던 현정네 가족도 그것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고

사위에 대한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했을거다.

결국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랑했는데..

그게 과연 상대와 소통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젤 무서운 사람은 부지런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바보.. 라고..

일이 다른 방향으로, 안 좋은 쪽으로 갈거라는 걸 모르면서 최선을 다해 그렇게 끌고 가는 바보

그러면서 자신을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고 스스로 뿌듯해하고  몰라주는 남들을 원망하고

억울해하고.. 자신을 정말 열심히 했노라 강변하는.... 바보

그 바보가 모든일을 그르친다.

차라리 게으른 바보는 아무 사건도 일으키지 않지만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하는 바보는 늘 일만 만들뿐이다.

사람들속에는 저마다 그런 바보가 하나씩 살고 있어서...

나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고 있노라...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아닐

까?

나도 역시 그 바보인지도 모르겠고...

태우가 가족을 위해 구미에 내려가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결국 그건 현정을 더 힘들게 하고

본인도 힘들어지는 길이었고

현정도 남편을 위해 직장을 버리고  임신한 몸으로 구미까지 따라가지만 ... 현정의 그런 최선을 다

하는 사랑이  태우를 더 힘들고 지치게 했을지도 모르고..

손자를 봐주면서 늙어가는 현정모도.. 최선을 다해 딸과 사위에게 관여하지만

그견 그저 노인네 잔소리 참견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를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나는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노라고.. 그렇게 철썩같이 믿고

자랑스럽게 살아가겠지.

현정부가 돋보기를 찾으면서 화를 버럭 내던 장면이 있다.

집안 여기저기 뒤져도 돋보기는 안나오고.. 없는 아내에게 화를 내지만

막상 현정이 울음을 터뜨리자 어쩔 줄 모른다.

그저 울지마라.. 울지마라 할뿐

그렇다.

내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데 그게 상대방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벽에 부딪쳐 되돌아 오고

막상 내가 사랑했던 상대가 낯설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싶었다.

그저 울지말라고... 말하는것말고 해줄 것도 없다.

하긴 현정도 어떻게 위로받아야 할지 몰랐을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랑이 아니라 상대랑 소통이 되는 사랑... 그게 중요하다.

지쳐보이는 사람에게 왜 지쳤는지 묻고 따지지 말고 그냥 안아주는 거.. 자게 해주는거..

그런거다.

참 쉽고 단순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금성에 사는 여자 화성에 사는 남자처럼 서로 극단적으로 다르고 그 다르다는 것조차 서로 알지

못하는 관계에서  상대를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내 자식도 결국 내 잣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부모가 아니던가..

(나만 그런가?)

<사과> 속의 현정은 참 익숙하고 낯익은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난 영화내내 그녀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참 불편하고 속상하고 서글펐다.

민석도 태우도 악인은 아니다.

아니 선량하고 착한 남자고 남편인데...

각각의 최선을 다하는 사랑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상처만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생채기밖에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손톱밖에 보지 못했다.

내게도 상대를 위협할만한 손톱이 감춰져 있을 것이고

상대에게도 나못지 않은 생채기들이 여기저기 있을것이다...

알긴 하는데.... 나는 내가 그동안 행한 최선을 다한 사랑이 아까워서 어쩔 줄 몰라할 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나의 최선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 오히려 독이었다는 걸 받아들이기는

참 힘들다.

나를 부정해야하는 것처럼....

현정이 조금 더 현명해지면 좋겠다.

더불어 나도 조금 더 현명해야겠다.

살면서 느끼는 건데.. 상대랑 소통한다는 것 참 쉬우면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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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뮤지컬을 할때 참 보고 싶었다.

내가 아는 노래 익숙한 음악이 나오고... 여자들... 그것도 아줌마들의 이야기라니...

참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고 (아니 시간은 많았는데 아이가 달렸었고) 돈이 없었고... 동행이 없었다.

(신나는 음악과 춤을 혼자 덩그러니 보자니 참 청승맞아보였다.)

그러다 영화로 보았다.

다른 작품은 모르겠고 '폴링인 러브'에서의 메릴 스트립은 참 매력적이었다.

아줌마였는데도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담담하게 현실로 돌아가고..

나중에 나온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너무 늙은 크린트 이스트 우드랑 사랑을 하는 바람에

조금 김이 셌지만... 폴링인 러브에서는 아직은 젊음이 남아있던 로버트 드니로라..

20살 남짓한 그때도 참 가슴 뛰며 봤고.. 나중에 다시 봤을 때도 내가 긴장하고 떨렸다.

책.. 지하철.. 우연의 반복... 눈길.. 등등 일상적인 소소함속에 가슴 설레는 사랑이라

꼭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길거 같은 기대감을 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지금 나이가 제법 든 매릴 스트립이 우리앞에 도나로 섰다.

딸로 나온 배우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이도 닮았구나 싶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을까?

사랑 추억 아빠찾기 등등의 이야기속에서 내 가슴을 저미게 한건

도나와 소피... 그러니까 엄마와 딸의 관계였다.

나는 이제 모녀관계를 보면 딸의 입장보다 엄마의 입장이 더 공감이 간다.

(오죽하면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서 한자의 군시렁거리는 독백이 맘에 와 닿을까?)

결혼준비를 하는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발에 패티큐어를 해주고 옷을 입혀주면서

가방을 들고 이른 아침 졸면서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가던 니가 이렇게 자라서....

어쩌구 하는 노랫말에 괜히 눈가가 뜨거워지고 맘이 아련했다.

꿈많을 스무살에 결혼을 한다고 하는 딸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깨도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

라는게... 개방적이어서도 있겠지만... 그만큼 딸을 보내기 싫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결국 딸은 떠난다. 넓은 세계로..)

딸이 아빠가 누군지 궁금했고..알고 싶지만 그 마음을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궁금함이 엄마에게 상처라는 걸 알 만큼 성숙하고 속이 깊은 딸이었다.

하지만.. 결국 상처는 드러내고 정직하게 들여다 볼 줄 알아야 치유가 된다.

세 남자를 당시에는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자신이 낳은 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자신도 모를정도로 철저하게 외면했던건.. 자신이 입은 상처를 애써 덮고 아닌척 용감한 척

하고 살아야 하는 도나의 이중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아이를 키우고 적자투성이인 호텔을 경영하고.. 섬에 갖혀 넒은 세계는 잊고 살지만

그에게는 자기를 누구보다 이해하는 두 친구가 있다. (주인공들은 꼭 소울메이트인 친구가 있다.

이건 주인공이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을 하건 백만장자가 되든 그런것보다 더 부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영원히 옆에 두고 싶던 딸을 넓은 세상으로 보낸다.

딸도 안쓰럽고 미안해서 곁에 있어야 할거 같은 엄마 곁을 떠난다.

물론 아빠도 셋이나 생기고 엄마의 남편도 생겼으니... 맘이 편하긴 할거다.

 

마트에 가면 살까 말까 망설이게 하는 큰 통에 든 색색빛깔의 젤리같은 그런 영화

무익하고  아니 몸에 해로운 색소랑 자극적인 달콤 새콤함으로 가득한 젤리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끌리게 하는 영화다.

사는게 힘들떄  우울하고 불안할때.. 만날 먹는 밥 국 나물 김치가 지겨워질때, 한번쯤 일탈하고 싶

을때 보면 정말 위로가 되는 영화... 간혹 이런 영화도 참 유익하다.

즐겁가 보고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맘이 찡하고 뻔한 이야기 감동에도 코끝이 찡해지는..

엄마와 딸의 관계, 자식을 내보낸다는 것. 부모 손을 놓고 길을 나선다는 것... 그리고 자기 상처를

정직하게 볼 줄 안다는 것. 지나간 사랑에 후회하지 않는것.

소소한 진리들을 알려준다.

단....

오만과 편견의 그 무뚝뚝한 매력을 떨구던 다아시... 콜린 퍼스가 너무나 너무나 코믹하고

가볍고 비중없이 나왔다는 게 너무 슬프다... 그도 배나온 아저씨가 되는구나..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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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도둑 준모 낮은산 작은숲 4
오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낮은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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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모는 참 평범한 아이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게 되고 조금 더 밀어붙이게 되는 아이.

그러면 군소리없이 그냥 따라오는 아이.

하기 싫다고 하면 엄마가 슬퍼할까봐.. 자기가 못하면 엄마가 속상한 걸 먼저 걱정하는 아이.

우리 큰 아이랑 닮은 면이 많다.

하니까 문제집도 한장 더 풀리고. 영어도 10분 더 하라고 하고

싫다고 많다고 하면서도 울면서도 꾸역꾸역하고 있는 내 아이를 보면서 맘이 짠한 적이 있었다.

지 동생처럼 싫다고 고집피우고 떼쓰면 안 시킬수도 있는데... 할래 안할래? 하고 강압적으로 물어

보면 눈물을 뚝뚝 떨어지면서도 한다고 하겠다고 하는 아이다.

준모를 보면서 많이 짠했다.

하지만 준모엄마를 보면 많은 동감이 갔다.

나도 우리옆집에 예린이가 산다면 많이 스트레스받고 아이를 들들 볶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런 아이가 없다. 아니 있어도 모른다...

내가 읽고 아이에게 권했더니 ... 아이는 조금 슬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준모랑 닮지 않았단다...

(독서지도를 배우면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그 일이 내게 생긴다면? 이란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게 참 의외로 어려운 질문이다. 남의 고민은 들어주고 충고해줄 수 있지만 내가 그 입장이라고

생각하긴 힘든거.. 그런거 아닐까 싶다.)

엄마가 들들 볶기전에 아이들이 먼저 안다.

잘 하고 싶고 앞서고 싶고 상도 받고 싶고..

긴 인생에서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그런일들이 아이에겐 세상 전부가 되고

죽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일이 된다.

의도되지 않은 거짓말로 준모가 고민할때.. 차라리 다리가 부러졌으면...

그래서 엄마가 사실을 몰랐으면... 하는 부분이 참 찡하다.

아이들은 별거아닌데 엄마한테 혼나는거.. 들키는 걸 참 크게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예전에 나도 그나이적에 우산이나 겉옷을 자주 잃어버렸었다.

그래서 몇번을 혼나도 계속 그 건망증이 없어지질 않아서 어느날

우산을 또 잃어버렸을때 엄마한테 혼나는게 무섭고 엄마에게 미안해서..

차라리 죽어버릴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겨우 우산하나때문에 죽음을 생각 한 적이 있다.

준모도 그렇겠고 내 아이도 그런 적이 있을거다...

아이를 이해하는 것... 그게 모든 교육서의 기본이고  세상 모든 엄마가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만은 않은 것을 다시 느낀다.

그래도 준모는 진구라는 친구가 있어서 좋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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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죽었단다.

대학을 졸업사고도 십년이 지나고 또 7여년이 지난 지금... 잊고 있었던 친구의 부고를 들었다.

우리 나이가... 아직은 동년배의 죽음을 맞기엔 너무 이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친구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대학시절 그와 내가 친했던가? 친한 적도 있었던 거 같다.

나이가 많아서 언니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린애같기도 했고...그러다 생각이 다르고

노는 그룹이 달라지면서 그냥그냥 지내다가.. 졸업하고 사느라...

간간히 소식만 들었다.

결혼을 했단다... 이혼을 했단다..

나 하나 추스리고 살기에 급급해서 가까이 연락하던 친구들도 하나 둘씩 자꾸 줄어들었는데.

졸업하면서 연락을 안했던 친구들은 새삼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결혼했나 보다.. 남편따라 어디 가서 사나 보다.

다들 비슷비슷하게 살겠지..

누구는 나보다 별루였는데 지금은 잘 사는 걸 보니 역시 남편 잘 만나는게 젤인가?

그러다 애들 뒷바라지 어쩌구 저쩌구..

누구는 일찍 결혼해서 벌써 고등학생아이가 있고 어쩌고....

그렇게 사는 냄새에 젖어서..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친구가 죽었단다.

먹먹하고... 어이없고... 그리고 무서웠다.

죽음이 무서운게 아니라... 그렇게 잊혀졌다가 죽음으로 인해 기억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스치

면서 무서워졌다.

좋아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은 친구의 죽음...

미안하고 무섭고 눈물이 났다.

어쩌면 누구보다 열심히 독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그 친구가.... 그녀의 미소가 그녀의 노랫소리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아니 그리워진건 그 친구가 아니라 그때의 나자신인것도 같다.

..........................................................

가끔 죽음을 생각할때도 있다.

내가 지금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는다는 건 도피한다는 것 현실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남겨진 것들이 족쇄처럼 느껴져서 죽음도 선택하기 힘들다고 투덜대기도 했던 거 같다.

불안하게 서성거리면서 잠 들기 힘든 요즘.. 갑자기 날아든 친구의 부고가..

그래서 더 슬프고 두렵다.

아~ 그렇게 죽을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러니까... 죽음도 먼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 이었다.)

........................................................................

부디 지금 있는 곳에서는 마음의 짐 어깨의 짐 다 내려놓고 평안하시길....

그동안 널 잊고 있어서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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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스무살 하고 몇년 더 살았을때 공지영을 첨 읽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신경숙과 더불어 유행처럼 돌았던 책..

참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 사는 건 이런거야..

내가 주체적으로 내 삶을 일궈나가야해!! 하면서 밑줄도 그으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계속되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쩌라구..

그 시절 힘들었고 고통받고 상처받은게 너 뿐이었니?

왜 너만 힘들다고 징징거리니.. 그렇게 남들도 다 겪은 상처를 오로지 너만의 것인양

들이대고 하소연하니까 좋으니?

딱 그런 심정이었다. 어쩌면 이건.. 그 당시 인기를 끌던 그녀에 대한 여러 매체에서 보여준

털어서 먼지찾기 같은거에 나 자신도 혹해 있었던 거였다.

외모, 학벌. 이혼과 재혼의 개인사. 그리고 문학계에서 조금은 인정을 못받더라는 카더라~ 통신들

등등등... 그렇게 해서 고등어, 봉순 언니이후 '그녀'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잊고 살았다.

공지영?  뭐 그다지... 작품성도 없고 유행에 민감한.. 그런 작가..

간혹 잡지에 실리는 가십들.. 또 이혼을 했다더라 재혼을 한다더라..

그런데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나이를 먹고 실패를 하고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고 회피하고 .. 상처 받지 않으려고

아닌척 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책 광고에서 보고 그녀의 수필을 읽었다.

조금 지루했다. 그러나 간혹 가슴에 닿는 부분이 있었다.

뭐.. 작가니까... 이런 부분도 있어야지...

그렇게 별거 아닌것으로 치부하면서 다시 책을 덮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조금씩 공허해지기도 하고... 살아온 날에 대한 후회가 쌓이고

하루하루 후회들을 만들어 가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고.. "빗방울처럼 혼자였다"를 읽었고

"수도원 기행"을 읽었고...

아침마다 화장실에 앉아서 "즐거운 나의 집"을 읽었다.

그리고 계속 장바구니에 넣기만 하고 결제를 하지 않았던 "네가 어떠한 삶을 살던 나는 너를 응원

할 것이다"를 읽었다.

달랐다.

그녀가 달라진게 아니라 내가 달라졌다.

상투적이고 소녀취향적이고 징징거린다고 여겼던 그녀가 나를 위로했다.

다시 예전처럼 책에 밑줄을 그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내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 거기 있었다.

작가라기보다... 가쉽거리의 한 여자로만 보았던 그녀가 어느새 단단해져서 그렇게 서 있었다.

그녀는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아닌거 같다.

세상에는 그녀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심지어  더 소녀취향적이고 소비적인 글을 잘 쓰는 사

람들이 더 많다.

그녀가 작가로서 내게 감동을 준 건 아니었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꾸준히 글을 썼고.

자신의 가슴에 달린 주홍글씨 같은 이름표를 고스란히 세상에 드러내놓은채 계속 안고 있엇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공개하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어느 책 글 한부분에서 처럼 상처 받지 않기위해 쿨~ 한척 하면서 살지는 않았던것이다.

그런 그녀의 솔직함.. 조금은 오지랍넓어보이는 그런 면들이

세상이 아니 적어도 내가 그녀를 공감하게 한 거 같다.

별 거 아닌거 같아도

자신의 실수담 실패담을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는 건 쉽지 않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지만 그건.. 그런 실수 실패를 통해 내가 이렇게 성공했다.. 라고 하는

성공을 보여주기위한 한 과정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실패.. 고통... 을 그냥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그녀가 성공했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일단.. 대중적으로 성공하긴 했다. 부럽다.)

내가 가진 상처들을 자랑스러워하진 않더라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것.

그것을 내것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것.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여주어서 공감이든 비판이든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그녀의 힘이었던것 같다.

나는...

아마 그동안 상처 받지 않으려고 쿨~한척 했고 모르는 척 했고

내가 고통받고 손해봤다고 여긴 부분을 늘 남 탓하면서 그 놈만 아니었더라면... 그년만 아니었더

라면 .... 하고 살았던 것이다.

즐거움이든 고통이던 다 내것이고 내가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고...

내가 받은 상처도 내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알아서..

다시 공지영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그간 읽지 않았던 그녀의 책을 더 찾아보고 싶진않다.

솔직히 귀찮아서..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두고두고 곱씹어 봐야할거 같다.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주옥같은 명문은 아니지만..

간혹 친구가 던져주는... 리모콘을 돌리다가 걸려든 어느 드라마에서  갑자기 어이없게

가슴을 치는 짧은 대사처럼... 그렇게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할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용기가..실패를 분석하면서도 사랑할 줄 아는 아량이..

남의 말에 공감하고 귀 귀울이는 관용이

글쓰는 재주보다 더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일단 쓰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민하는 것 보다 일단 두드리고 부딪치는게 필요하다.

그녀는 나에게 사소해서 모두가 알지만  잊고 있던 뭔가를 알려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내가 참 소중한 작가의 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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