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하루사용설명서 - 내 삶을 사랑하는 365가지 방법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만에 만나는 김홍신님의 글이다.

'인생견문록', '인생 사용 설명서'를 봤는데 이번에는 '하루 사용 설명서'라니...
요즘 들어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더 눈이 가고, 작가님도 그런 듯 하다.


인생이란 결국 어제 하루, 오늘 하루, 내일 하루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 수 있다면 인생을 충실하게 산 것일게다.
하지만 그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분명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그것이 나의 만족을 충족시켜주는 '충실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책은 1년의 하루, 365일 동안 하루에 글 하나씩을 읽을 수 있도록 날짜별로 구성되어 있다.
글 또한 대부분은 반페이지로 그리 호흡이 길지 않다.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 보거나, 경험한 일상에서의 소회를 작가의 감성과 지혜를 담아 전달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전에 후회하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그때 좀 참을걸.
둘째, 그때 좀 베풀걸.
셋째, 그때 좀 재미있게 살걸.
...
죽기 전에 하는 가장 큰 후회는 '그때 좀 재미있게 살걸'이라고 한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이지만 벌써 위의 글에 공감이 된다.
조금 더 참고, 배풀고, 재미있게 살았다면 지금의 모습과 많이 차이가 났을까?
인생에서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미물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지금 이 글에 대한 공감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 이후부터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학기 초 첫 강의 때마다 제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죽을 때까지 꼭 책 세 권을 써보라는 것이다.
...
첫째, 수필을 쓰라는 것이다.
수필을 쓰면 사물과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높아지고 메모하는 습성이 생기며 독서와 사색을 절로 하게 된다.
둘째, 전공 서적을 남기라는 것이다.
전공 분야를 쓰려면 좀 더 연구하게 되고 자기 실력을 가늠하며 남의 전공에 대해 분석 평가하는 한 단계 높은 식견을 가지게 된다.
셋째, 자서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서전을 쓰려면 하루하루를 헛살지 않으려 애쓰고 남의 인격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자기 존재 가치를 높여 존경받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책 한 권 쓰기'였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세 권을 쓰고픈 욕심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에 대한 노하우를 정리하고 있는데 이는 전공 서적에 해당될 듯 하다.
가끔씩 쓰는 일기 비슷한 글들은 수필로 대체할 수 있을 듯 한데, 자서전도 가능할까?
자서전이라고 하면 왠지 위대한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드는 건 기분탓일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인생을 더 충만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멋진 자극제가 될 듯 하다.

미국의 코넬대학은 주변에서 현명하다는 평판을 듣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후대에 남기고 싶은 지혜'를 조사했다.
가장 많은 대답이 무엇이었을까.
'걱정은 그만하라'였다고 한다.

정말 멋진,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지혜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는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나지 않는 것들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걱정의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라시보 효과보다는 노시보 효과가 더 우려될 정도로 많은 걱정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 행동하고, 움직이자.
그것이 결국 후회도 줄이고, 인생의 경험도 늘리는 것일게다.

하루하루를 보면서 나의 지난 1년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봤다.
가까이 책을 곁에 두고 매일 보며 나는 오늘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겪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나만의 하루 사용 설명서를 작성한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또 한 권의 서가명강 시리즈를 만났다.

'서가명강'은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줄임말이다.
서울대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날 수 있는 멋진 시리즈이다.

이번에 본 책은 '크로스 사이언스'이다.


제목에서 짐작하겠지만 사이언스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결코 사이언스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바로 '크로스'이다.
'과학'과 '인문'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학, 영화를 통해 그 안에서 보여준 과학을 소개한다.
단순한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고-발견되어진- 계기부터 진행과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문학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출간될 당시의 사회상이나 과학의 발전 등을 함께 보여주어 좀 더 작품의 내밀함에 가까이하는 기분이 든다.
과학과 인문의 융합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멋지게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문화, 세상, 인간, 인문학과 결합된 과학을 문학작품, 영화에서 시작해서 그것들이 제시하는 것들의 과학에 대해 설명한다.
모두가 매력적이였지만 특히 '세상'에 대한 과학의 설명은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도 과학의 이름으로 우등과 열등을 나누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누가 우리를 멸시하면 발끈하지만, 우리가 유전적으로 우수하다고 하면 으쓱댄다.
...
사이비과학은 이런 마음을 비집고 자라난다.
...
사이비과학의 정반대는 신중한 과학일 텐데, 신중한 과학은 인종의 자연적 차이, 인간성과 지능의 유전적 차이, 고정된 성차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과학이야말로 성공이란 깃발을 찾아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하면서도 많은 실패일 것이다.
깃발을 찾기 전까지의 과정을 사이비과학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 '사이비과학'을 근거로 흑과 백을 나누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18~19세기 사이비과학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과학이 만들어내는 차별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차별에 대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차별은 항상 더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고, 더 은밀하게 우리의 허영심을 비집고 들어오기에 그렇다.

'과학이 만들어내는 차별'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할 근거로 과학'을 차용하는 것은 아닐까?
비단 과학뿐이겠는가?
내가 믿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사이비'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과학으로 시작한 이 책은 나에게 인문학적 질문을 남기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또다른 길을 나서야 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베라는 남자'의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다.
이번 책은 시리즈 아닌 시리즈다.
바로 전책인 '베어타운'과 연결된다.
나처럼 '베어타운'을 이미 본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베어타운'처럼 이 책 또한 앞부분에서 일종의 메타포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가장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 묻을 것이다.


어쩌면 베어타운 최고이 날이 될 수 있었던 그 날이 누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최악의 날이 되고 말았다.
사건의 피의자인 케빈은 그 어떤 법적인 처벌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나가 버렸지만, 베어타운에 머물고 있는 그 밖의 사람들은 아직도 그 후폭풍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시점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지난 일'이라고 하는 그 사건 이후로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팀은 해체를 앞두고 있다.
그 해체를 두고 하키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베어타운의 주민들과 관계자-단장, 후원자, 선수, 과격한 서포터, 심지어 정치가까지-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풀어가고 있다.
정치가는 자신의 야욕을 위해 베어타운의 아이스하키 팀의 해체를 막으려고 한다.
점점 쓰러져가는 공장의 신규 인수를 추진하며 그들이 아이스하키 팀의 스폰서가 되어 줄 것이라고 한다.
단, 과격한 서포터들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탠스석의 폐쇄를 전제로.

점점 무너져가는 베어타운에 다시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 하지만, 결코 희망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밝혔던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다시 스틱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지만, '지난 일'이 결코 과거형이 될 수 없는 마야는 아직도 힘들어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잘 숨겨왔던 벤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베어타운은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빠진다.
과연 이번에는 '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 수 있을까?
베어타운과 가깝지만 먼 헤드와의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번 책도 베어타운과 같이 상당한 분량이지만 호흡을 미쳐 가다듬지 못할 정도의 전개와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아이들을 잃긴 했지만 결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다.

글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심리에 대한 예리함은 점점 더 진화해가는 것 같다.
배크만의 다음 글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마지막에 마야가 벤이에게 준 쪽지의 내용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지금까지 베크만의 소설이 그러했던 것 처럼 다음편의 주인공은 벤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아니면 새로운 길을 떠나는 마야일까?

책을 덮자마자 스토리도 짐작할 수 없는 다음편이 기다려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베크만이다.
벌써 너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무탈하다'
낯익은 듯 하면서도 왠지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말.
바쁜 세상속에서 살다보니 무탈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암'이라는 병을 이겨내고 '지금'의 소중함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보는 내내 그의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1부에서는 그의 군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살았던- 반려견, 반려묘들의 이야기를 건넵니다.
2부에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조곤조곤 말을 합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말합니다.
단지 나무로 만든 가구가 아니라 많은 정성과 사람과의 관계를 담고 있는 매개물입니다.



한편한편이 짧은 글이지만 그 어떤 산문보다도 큰 울림을 줍니다.
함께 있는 사진들은 저자가 무척 동물을 사랑하고 편안한 일상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토록 편하게 책을 보는 것이 언제적이였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무탈하다'라는 것이 '행복하다'라는 말로 들린다면 비약적일까요?
아닐겁니다.
책을 보는 내내 저자의 행복함이 나에게도 전이됨을 느꼈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봄과
내개 남은 봄의 교집합은 얼마만큼일까.
그 작은 교집합에서
우리가 아름답게 등장하는 일은 몇 번쯤일까.

시간은 언제나 영원할 것 같고, 내 곁에 있는 사람도 항상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되고, 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만드는 것은 바로 '지금'입니다.
이 문구를 보니 떠난 사람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이 책을 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무슨 말을 해도 '그냥...'이라고 뭉치는 친구였습니다.
그때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대답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무척이나 좋은 대꾸였다 느껴지네요.
그 친구의 '그냥'이라는 말과 저자가 말하는 일상의 '무탈함'이 무척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오늘따라 그 친구가 무척 그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