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은 우리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뿐이에요. 놈들에겐 묘사의 힘이 있고 우리는 놈들이 그려놓은 모습대로 변하는 거죠."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때로 어떤 사람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를 넘어서 전혀 낯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살아남는 수가 있다. 그러면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인간 희극 가운데에서 가장 기이한 광경 하나를 목격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오늘날 누가 조지 크랩을 기억하겠는가? 그는 자기 시대에 유명한 시인이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천재성을 인정했었다. 현대인의 삶이 훨씬복잡다단해져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일은 이제 아주 드물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는 앨릭잔더 포프의 문하(門下)에서 시 작법을 배워 2행씩 압운(押韻)시키는 형식으로 교훈시를 썼다. 그러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이 터졌고 시인들은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크랩 씨는 계속해서 2행 압운의 교훈시를 썼다. - P18

내게는 그들의 열정이 어딘지 빈혈 증세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꿈도 약간 따분하게 여겨진다. 나는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기야 나도 이제 한물 간 사람일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2행 압운의 교훈시를 쓰겠다. 내가 나 자신의 즐거움 아닌 어떤 것을 위해 글을 쓴다면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아니겠는가.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갑자기 로크에게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그림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잠시 동안 그 그림은 바깥에 있는 것 같아 세상이 변한 것 같았다. 로크 자신은 전과 같은 크기였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갑자기 커졌다. 나무가 산처럼 높이 솟았다. 그는 땅에 있지 않고 누군가의 등에 타고 있었는데 손과 발로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머리카락을 잡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앞에 있는 머리는 말의 얼굴이었고 더 위대한 파가 그의 앞에서 도망갔다. 위에 있는 나무가 요동하며 불길을 뿜어내고 그를 숨 막히게 했다. 절박감과 피부를 죄는 긴장감이 생기고 공포심이 생겼다.
"지금은 불이 달아나 나무들을 삼켰던 때와 같아."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길은 마치 아래에서 누군가가 꽉 쥐고 있는 듯 통나무 더미 꼭대기에서 뿜어 나왔고,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이었으며 그 속에서 나온 작은 불꽃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희미하게 사라지는 불꽃의 꼭대기가 로크와 같은 높이에 있었고 그 주위를 둘러싼 파란 연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불길을 뿜어내는 통나무 더미가 공터 주위에 빛을 발했지만 그것은 따뜻하지 않고 맹렬했고 하얗고 빨갛고 눈이 부셨다. 이 빛은 심장처럼 박동해 공터 주위 나무에 곡선을 그렸고 매달린 잎사귀들이 담쟁이덩굴 잎사귀 사이의 구멍처럼 옆으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 P1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단절돼 더 이상 사람들의 일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 그를 바꾸어 놓은 것처럼 그는 그들과 달랐고 그들은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는 이 생각을 언어화할 만한 단어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피부에 닿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듯 자신의 불가시성과 다름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그를 파와 말과 라이쿠와 나머지 사람들과 묶어 주는끈들을 잡아당겼다. 끈들은 삶의 장식물이 아니라 본질이었다. 그것들이 끊어지면 사람은 죽는다. 그는 갑자기 그와 눈을맞추고 그를 알아볼 누군가의 눈을 갈망했다. - P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