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이 오늘 또 한말씀하셨다.
요점은 소위 통합신당은 지역주의신당이고 그렇게 해서는 대선 승리도 못한다.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 성공한 정치세력도 없었다.
나가고 싶은 사람들 나가면 그만이지, 왜 당을 깨려고 하는가? 남아서 해보겠다는데 깨려고할 것까지가 무언가? 나중에 남아서 당 지킨 사람들이 발목잡을까봐 겁나는가.라고 하셨다.

이에, 정동영, 김근태씨가 말씀하셨다.
정동영씨는 대의원대횐가 어디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통합신당을 하는 거라고 한 것 같고,
김근태씨는 대북자금수사, 분양원가공개반대, 한나라과의 연정, 한미FTA를 한 대통령이 무슨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을 근거로 나를 비판하느냐고 한 것 같다.

나는 정말로 묻고 싶다.
대통령께는 열린우리당창당정신과 국민통합, 정개개편을 그렇게도 마음에 담아두고있는 분이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외치셨는지, 그게 바로 기회주의생각아니었는지.
김근태씨께는 지금 열린우리당을 깨고 민주당과 찌끄래기들 모아서 신당을 만들면 나중에 부끄럽지않을런지, 그렇게 해서 설사 한나라당을 이긴다고 해서, 다시 재집권하면 열린우리당이 여당하던 것 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정치하실 수 있는지, 우리는 더 좋아지는지...

김근태가 결국엔 노무현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깝고 아쉽고, 화가 난다. 노무현은 물론이고 김근태도 미워할 수 없지만, 내 심정은 역시 노무현쪽으로 기운다. 지난주에 강준만교수가 노대통령에게 욕과 저주의 최고조를 보여주었지만, 그의 글을 읽고 오히려 강교수에 대한 반감이 생길 뿐이다. 강준만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고 그에게 진정성을 느끼고 있지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분이 드는 나는 진정한 노빠란 말인가? 것참...

투표기간 : 2024-03-29~2024-03-29 (현재 투표인원 :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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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1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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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출처 : SBS 스페셜 홈페이지>
 
 

연휴의 마지막 오전. 아침을 먹고, 택배로 도착한 책장을 조립하려고 거실에 벌이고 TV를 켰다.  오랜만에 문성근이 나즈막히 또박또박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SBS 스페설 <나는 가요>. 
 
조총련계 초등학교의 이야기다. 보통 이 아이들은 재일동포 4세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TV를 보고, 일본 친구들과 놀고, 일본말을 하며 자란 아이들에게, '조선어'란 2외국어나 마찬가지. 그러나 아이들은 우리 초등학교 1학년들처럼 하나하나 조선어를 배운다. <나는 가요>는 아이들이 맨 처음 음악시간에 배우는 노래. 그런데, 도쿄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이 학교를 상대로 극우의 상징인, 그 문제의 됴쿄도지사가 토지 반환 소송을 걸어왔다. 10월에 있을 재판에서 지게 되면, 이 학교는 운동장 한가운데로 도로가 들어서게 된단다.
 
내가 중학교땐가, 고등학교때 본 프로그램(당시 나름대로 반공 이데올로기를 뺀 프로였던 것 같음)에서 본 기억으로는 그 초등학교 학생들이 검은 반바지, 흰 난방, 빨강색 손수건을 두른 북한식 교보 차림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오늘은 한국의 어느 시골 초등학교 같은 풍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총련계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북조선이 아닌 남조선 본적이 많다는 사실. 물론 이것은 요즘 들어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북조선이 고향임에도 남조선으로 주소지를 변경하는 풍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고향이 어디니?"라고 물으면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면"이라고 한다.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머나먼 고향. 고향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냐니, "친척집에 가서 밥을 먹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일본도 초등학교는 무상교육이다. 하지만 이 총련계 학교는 무상이 아닌, 학비를 내야한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들과 똑같은 세금을 내지만, 이민족 학교는 국고보조가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쉬운 무상교육의 길을 포기하고 이 총련학교를 보낸다. 교장선생님은 벌써 10여년간 등하교 스쿨버스(봉고 ^^)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킨다.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리는 아이도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안좋아져서, 봉고버스에 학교 이름을 지웠다고 한다. 죄없는 이 아이들한테 괴롭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 학교 신입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아주 소수다. 국고보조가 없기 때문에 복도는 빗물을 받쳐놓은 양동이와 세수대야가 많이 놓여있고, 한여름에도 집에서 쓰는 작은 선풍기를, 수도는 20년 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보던 낡고 놋슨 수도. 과연 요즘 일본에서 사는 아이들이 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다.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그 열악한 상황에서 교사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의지와 의식이 남다르다. 특히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그야말로 얼짱! ㅋㅋㅋ (MBC 안혜경 기상캐스터 스따일. ㅋㅋㅋ)
 
인상 깊었던 장면 3가지.
 
하나.
2학년 남학생들에게 조선 출신인지, 한국 출신인지 묻자, "저는 한국 출신이고, ㅁㅁ는 조선 출신이에요'라고 하자, "아니야 00도 제주도고, ㅁㅁ도 제주도니 둘다 한국 출신이야", "아니야, 우리 어머니께서 ㅁㅁ는 제주도지만 조선 출신이랬어~". 여기에서 "조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대로 "북조선"을 뜻하는게 아니라고 한다. 이 학교가 해방 전에 세워졌기 때문에, 초기에는 모두 "조선" 출신이었다. 이게 세월을 지나오면서 '한국 출신'이라는 말이 따로 생겨나서, 아이들도 헷갈리고 있는 것.
 
특히, 놀라운 것은 취재팀의 요청에 교장 선생님이 재학생들의 출신을 분석하는데, 교장 선생님은 이런 작업이 처음이라고 한다. 본적이 북조선인지, 한국인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분석할 필요도 없어서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는 것. 취재 도중 만난 모든 사람들과 선생님들도 북조선 출신인지 남조선 출신인지는, 일본에 사는 자신들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총련계 학교'라고 하면 한번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 재일동포들에게는 그런 우려에서 조총련계 학교를 선택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구태여 '북한은 한국의 적'이라는 의식을 가진다면 모를까.
 
둘.
오랜만에 이 학교 출신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하루 먹고 노래부르고 노는 날. 자신이 다닐 시기에는 남과 북이 최대 적대적 관계 시기였을 때였을 아저씨. 이런 것이 모두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당시에는 적대적 관계로 미워하고 싸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며 눈물을 흘린다.
 
인터뷰를 한 조총련 고위 간부는 "예전에 비해서 정말 많이 변했다. 솔직히 얘기해서 학부모들이 '세상이 변했으니, 사상교육과 의식화교육을 덜 해달라'고 해서 이젠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도 바뀌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말투가 약간의 북한 말투라는 걸 빼고는 우리나라 시골 학교 같다.(희한한 건,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땐 북한 말투, 노래를 부를 땐 북한 말투가 아닌 남한 말투라는 것. ㅋㅋ)
 
셋.
한여름의 종업식. 아이들 모두에게 상장 하나씩을 나눠 준다. 아이들이 한명씩 나오면, 선생님이 "00동무는 청소반장으로 청소를 무척 열심히 합니다. ㅁㅁ동무는 여기 청소하라고 하면 대충 3분도 안되서 하지만, 00동무는 빈틈없이 착실하게 잘 합니다. 집에서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고 하며 "청소를 꼼꼼하게 잘하는 모범생'이라고 적힌 상장을 준다. "씩씩하게 활기차게 잘 뛰어노는 모범생"상을 받은 말썽꾸러기 남자아이. 1학년 아이들은 상장에 적힌 글자를 읽지도 못하지만, 상장 하나씩을 받고 방학을 맞는다.
 
민총련 계열의 학교는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 이 학교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놓여있다. 아니 설사 그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학교 시설과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 '우리말 우리글'을 꼭 배워야겠기에, 그렇게 먼 거리를, 비싼 학비를 들여 시키는 우리 조선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한데, 그건 그냥 감정적인 뭉클함 이상이다. 나에게 '민족'이란 사실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난 반의식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물론 대학 때의 학습에서 기인한 면이 있지만, 돌이켜 보면 '민족'을 느낄 때는 거의 없었다. 6.15 때,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에 내려 평양 땅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친구 자치방에서 눈물을 글썽인 기억 밖에.
 
그런데, 일본 땅에서 이제는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이 동포들은 왜 자신의 어린 자식을 위험한 꼬리표가 달릴지도 모를 총련계 학교에 보낼까. 과연 나는 무상으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본 학교를 포기하고 조선인 학교를 보낼까 생각해봤는데 쉽지 않은 결론. 하지만, 자신의 민족말과 글, 그리고 역사를 배운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것 까지 강하게 느껴진다.
 
혹시, 이 학교를 지원하는 네티즌들의 카페가 있지않을까. 있을 것이다. 작은 정성이지만, 몇만원, 몇천원씩의 정성이라도 꽤 많이 모인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그 아이들을 만나 조선말도 가르쳐주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관심있어 하는 한국 배우들의 사진이나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자... 점심 먹고는 조선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봐야겠다. 있다면 알려드리리라 ^^
 
 

 
 
[ SBS 스페셜 ] 제 00010 회 (  09 월 11 일  )
 
출처 : SBS 스페셜 홈페이지
 
장기간 밀착취재한 조선학교 아이들의 진짜 모습!
SBS 스페셜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편은 60년의 역사를 가진 도쿄의 한 조선학교(도쿄조선제2초급학교/도쿄 고토구 에다가와 소재/ 교장 송현진외 교사6명, 전교생59명/ 1946년 1월 15일 개교)를 방송사상 최초로 장기간 밀착 취재한 프로그램입니다.

흔히, 조총련의 학교 정도로만 피상적으로 알려져 있던 학교의 속모습은 어떨까? 살벌할까? 선생님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하고 놀며 어떤 생각을 하며 자라나는가? 이 학교의 학부모는 왜 대다수의 재일동포들이 자녀들을 일본학교에 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설도 열악하고 수업료도 비싼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조선학교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지금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결국, 우리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을 여름 내내 지켜본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상사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봅니다.

<나는 가요- 어디로 가며 왜 가는가?>
조선 초급학교(일본의 소학교, 우리의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가 바로 ‘나는 가요’입니다. 수십년간 어린 신입생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조선학교 생활을 시작해 왔습니다. ‘나는 가요’는 아주 쉬운 짧은 동요이지만 함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며 왜 가는가?”

<장사와 태해 - 총련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들?>
운동장 한 구석에서 가벼운 논쟁을 하고 있는 장사와 태해는 이 학교 3학년 학생이며 재일동포 4세입니다. 장사의 고향은 제주도이고 태해의 고향은 경상도 입니다. 장사는 자신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데 ‘조선’국적(사실상은 국적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인 태해는 그럴 리가 없으며 장사도 분명 ‘조선’일 것이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조사결과 놀랍게도 전체 59명의 학생중 25명이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33명이 ‘조선’이고 ‘일본’ 국적을 가진 아이도 한명 있었습니다. 25명의 ‘대한민국’ 아이들은 왜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이 아이들에게 국적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알아봅니다.

<과거와 미래사이, 현재의 고민!>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에 걸어온 길과 미래로 걸어갈 길을 생각해 보면 제 2학교 송현진 교장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학생수가 자꾸 줄어 신입생을 모집하는 일이 선생님의 제일 큰 업무가 되어버렸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북조선’을 비난하는 뉴스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도 위태롭습니다. 스쿨버스에 학교이름도 새겨 넣지 못할 형편입니다. 학교는 낡았는데 돈도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조금이 없으니 학부모로부터 비싼 수업료를 받아야합니다. 전액 무상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 일본 소학교에 비하면 애초 경쟁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동포들의 ‘민족애’에 기대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합니다.
'조선학교는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되지 않는 생명선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송교장, 그리고 송교장의 제2학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학교를 빼앗으려 하지 말라!>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요즘 제2학교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쿄도 정부가 ‘학교 운동장 및 건물 일부는 도쿄도의 땅이니 돌려달라’라는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 조선인 강제이주’의 역사적 책임을 이유로 합의문서까지 만들어 줄곧 무상대여해온 이 땅을 하루 아침에 돌려달라는 것을 제 2학교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재판의 진실은 무엇인지 밝히고 또, 60년 간 계속되어온 조선학교 수난의 역사는 어떠한지 심층 취재합니다.

<누구의 아이들인가?>
'우리나라의 수도는 평양’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은 이병헌’이라고 말합니다. 조총련에도 한류바람이 불어 학부모의 휴대전화 화면에 류시원, 장동건, 비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일본학교에 다닌 사람들과 달리 조선학교를 다닌 덕에 우리말을 할 수 있어 한국 드라마도 마음껏 볼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도 ‘발전된 남조선’의 모습이 컬러사진과 함께 여러장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우리나라'는 이미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아닌 ‘조선반도’ 전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제2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은 '남한사람, 북한사람' 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통일을 원하는 듯 합니다. 식민지 지배국가에서 분단된 조국을 두어 차별받고 가슴아팠던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되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어느 나라의 아이들입니까?’라고….

SBS 스페셜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에서는 2005년 여름 석달간 제 2학교의 일곱 선생님과 쉰아홉 학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엮어내 조선 학교, 조선학교 아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새겨보게 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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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10-0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본방송때 봤어요. 북한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들을 도와주는 길..
전 그것가진 생각하지 못했는데..찾아봐야겠네요
일본 도쿄지사..정말 미친넘 같아요. 그러니 일본이 욕을 먹겠죠?
 

문제. 다음 보기1, 2)번에 A, B, C, D를 대입하면 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보기1)  A때문에 B이 생겨났다.
보기2)  C를 한다면 D이 생긴다.
 
A : 인터넷서점 할인
B : 출판계 다 죽는 현상
C : 완전도서정가제
D : 출판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그렇다면 보기 1)2)가 "참"이 될 확률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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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다가 편집팀 동료가  "완전 도서정가제 실시된데요"라고 하길래, "에이~ 장난하슈~ 현 도서정가제가 2007년까진데, 아직 많이 남았는데, 또 개정이 되려고.. 게다가 이 법 자체가 원래 한시적으로 하려고 했던 법안인데.. 영구 완전도서정가제라니.. 말도 안돼~"하면서 뭔가 잘못 본게 아니냐며 웃으며 밥을 먹었다. 돌아와서 뉴스를 검색해보니... 이런.. 정말로 "완전 도서정가제"를 하려고 법안을 제출했단다. 아니,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가 언제 도대체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단 말인가?
 
내가 인터넷서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인터넷서점에서 일하기 전에도 반대였고, 내 머리로 암만 생각해봐도 '할인을 하지 말아야 출판업계가 발전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책은 할인해서 파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은 부분 긍정한다고 쳐도,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좋지도 않은 책, 필요하지도 않은 책, 할인만 한다는 더 좋은 책 놔두고 나쁜 책을 산다는 말인가?
 
신간 10% 할인이라는 한계도 없애고, 구간과 잡지까지 완전 정가제, 거기에다가 인터넷서점의 배송료까지 생기면, 정말로 안 팔리던 분야의 책들이 팔리고, 동네 서점들이 활기를 찾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아니다. 
 
인터넷서점 할인폭을 생각해서 책값을 높게 책정한다는데, 그건 그럴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정가제를 한다고 해서 출판사들이 책값을 더 내릴까? '아파트 원가 공개'처럼 '책값 원가 공개' 정책을 펼쳐서, 모든 출판사들이 책 한권 낼 때마다 원가를 공개한다면 모를까.. 이런 주장은 뻥에 가깝다.
 
영구 완전도서정가제, "완전히 영구같은 도서정가제"다. 
 
그리고, 사실 관계는 명확히 해야한다. 기자들 왜 이런지 모르겠다. 알라딘과 예스24에 '화장품몰'이 있기는 하고, 예스24의 경우 mp3플레이어도 팔지만,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도서 매출 비중과 다른 부문의 매출은 비교할 대상도 아니고, 도서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서 부문 매출이 줄었고, 대신 다른 상품을 팔아먹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도서를 판다'는 기사는 악랄한 사기다. 아니 어떤 미친 인터넷서점에서 화장품을 팔기 위해서 책을 할인해서 사이트 오라고 유혹할까...
 
그리고 아래 기사의 마지막에서 우상호의원은 "위기에 처한 출판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개정안이 별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과연 누구와 누구와의 공감대인가? 과연 소비자, 네티즌들의 몇 퍼센트가 완전도서정가제에 찬성할 것인가? 과연 이것이 철없는, 한치 앞도 못 보는 어리석은 소비자기 때문일까?
 
과연 누구를 위해 해야하는 도서정가제일까? 오프라인 서점? 유통업자? 아니다. 모두 아니다. 다같이 죽자는 것인지? 과연 이렇게 해서 안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누가, 우둔한 나를 위해,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면 인문/사회/순수과학 분야 도서가 많이 나오고 팔리며, 오프라인 서점도 많이 생겨나고 매출도 많아지고, 양서가 많아지는, 지금 보다 나은 출판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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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수술대 오른다
[한겨레 2005-04-01 17:42]
[한겨레] 출판계의 논란거리인 도서정가제(출판 및 인쇄진흥법)가 개정될 전망이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위한 출판및 인쇄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 우상호 의원의 발의로 이달 중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 제출된다. 그동안 도서정가제 개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다음달 6일 도서정가제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해 여론수렴을 거쳐,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되도록 전력투구하고 있다.

■ 도서정가제란?=도서정가제는 책을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독자에게 판매하는 제도로 책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 도입돼 2007년까지 시행되는 한시법이다. 발행 1년 이내의 책에 한해 의무적으로 정가 판매를 하는 대신 인터넷 서점의 경우에만 1년 이내의 책을 10% 할인해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책값을 고정시키는 이런 제도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채택하고 있다. 세계적 시장을 가진 미국을 빼면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출판 선진국들 대부분이 이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서점 변칙할인 금지 5년 한시법→항구적 법안
발행 1년 넘어도 정가 판매 출판사 할인신청 길은 터놔


■ 무엇이 문제인가=규정은 이렇지만 온라인 서점들이 ‘마일리지제도’(누적점수제)를 활용해 실제로는 1년 이내의 신간도 20% 이상 할인 판매하고 있고, 책 한 권을 사면 덤으로 한 권을 더 주는 ‘1+1’ 등의 변칙 할인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들 인터넷 서점들이 실제로는 이런 할인판매로 손해를 보면서도 책 이외의 다른 상품들을 팔기 위해 손님을 모으려고 책을 집객용 미끼상품으로 쓰면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인터넷 서점과는 달리 책을 할인할 수 없어 경영위기로 몰리고 있는 일반 서점들이 도서정가제가 원래 취지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다 내용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서련쪽은 “책은 공공적이고 문화적인 속성상 일반 공산품처럼 무조건적인 할인경쟁이 적용되는 성격의 상품이 아니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할인경쟁이 얼핏 소비자들에겐 이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할인을 대비해 책 값을 올리는 거품현상이 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팔리는 책만 취급하게 돼 책의 다양성이 사라져 좋은 책이 나올 기회가 봉쇄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 어떻게 개정되나=변칙할인을 봉쇄하기 위해 사은품, 누적점수제, 할인쿠폰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돼 완전히 정가대로만 팔게 된다. 또한 발행 1년이 넘는 간행물은 10% 이상 할인해도 되는 현행 조항도 삭제해 구간 할인도 사라지게 된다. 대신 출판사쪽이 출판한 지 오래된 책을 할인해 팔기를 원할 경우 별도 심의기구에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깎아 팔 수 있도록 허락받는 길을 열어놓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런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잡지도 이런 적용을 받게 된다. 또한 도서정가제를 5년 한시법으로 규정하던 조항도 삭제해 도서정가제가 항구적 법안으로 바뀌게 된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위기에 처한 출판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개정안이 별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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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홈쇼핑 할인금지’ 도서정가제 법안추진
[경향신문 2005-04-01 17:39]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1일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돼야 한다’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이창연·이하 서련)의 제의를 받아들여 국회의원 23명의 동의를 받은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안을 의안과에 접수했다. 오는 6일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연 뒤 문화관광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온라인 서점·할인점·홈쇼핑 등을 통한 도서의 할인판매를 완전히 금지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발행한 지 1년 이내의 신간은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혜택을 주고 1년이 지난 구간은 정가제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돼 있는데 할인혜택과 함께 신간·구간의 구별도 없애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구매의 편의를 제외하고는 온·오프라인 서점간의 가격차별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창연 서련 회장은 “현행법에서 온라인 서점의 할인폭을 10%로 제한했으나 마일리지 제도, 무료배송을 감안하면 신간의 할인폭이 30%에 이른다”면서 “이는 출판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킬 뿐 아니라 할인을 고려한 책 가격 책정으로 오히려 오프라인 소비자에게 손해가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상품에 비해 생명력이 긴 책을 구간·신간으로 구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서련측은 1997년 5,407개이던 서점 수가 지난해 9월 현재 2,205개로 감소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출판업계도 서련측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김혜경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며 서점유통망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형출판사들이 온라인 서점이나 홈쇼핑 채널을 통해 구간·전집류를 대폭 할인판매해 큰 수익을 올리는 건 사실이지만 출판계 전체로 볼 때 책의 할인판매가 출판사간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 출판산업에 도움이 안된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이뤄진 상태다.

2002년 현행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 당시 도서정가제에 극력 반대했던 온라인 서점들도 잠잠해진 상태다. 초기에는 할인판매로 인해 오프라인 서점의 구매자를 끌어들였으나 경쟁심화로 수익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예스24’ ‘알라딘’ 등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도 책 판매 이외에 음반·티켓·DVD·의류·화장품 등을 함께 판매하는 종합 쇼핑몰로 변모해 도서부문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인터넷 구매에 익숙해진 독자층을 유지하면서 수익구조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 누구 맘대로 이런 말을 하는지??? 인터넷서점까지 같이 싸잡아 비난을 받게하자는 의도인가?)

완전 도서정가제에 반대하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와 소비자단체 쪽이다.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의 손해를 담보로 업계 이익을 보장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향후 도서정가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2003년 2월27일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 조항은 5년 한시조항으로 올해부터는 실용서, 2007년부터는 학습참고서가 정가제 적용에서 벗어나도록 돼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일부 할인판매를 허용했던 현행 도서정가제에 동조했던 출판사들도 현재 완전 도서정가제 시행쪽으로 많이 돌아섰다”면서 “출판계의 의지에 따라 완전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수도 있다”(==> 누구 맘대로 출판사들도 완전 도서정가제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하는가? 출판계의 의지에 따라 완전도서정가제가 시행될 수 있다고? 이런 답답한 양반들... ㅠ.ㅠ)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경제관련부처, 소비자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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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1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rysky 2005-04-02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할 말이 무진장 많지만 그냥 조용히 추천만 누르고 갑니다. 아, 깝깝해요.. ^^;

모과양 2005-04-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 반대! 반대! 퍼갑니다.
 

어제(8.20), 내 생일이 있던 날, 저녁 먼~ 신대방까지 가서 동호회 세미나를 들었다. 안동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동호회 세미나를 또 빠지면 강퇴당할까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이람님의 세미나여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웹기획자들 사이에선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람씨는 2001년 싸이월드 사무실에서 인터뷰 때문에 처음 만나 길게 얘기를 나눈 인연으로 세미나에서만 종종 본다. 그녀를 첨 만나 인터뷰할 때도, 무려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렇게 편하게 대하면서, 진지하고, 속에 들어있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은 그녀의 다른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느껴진다.

조금은 어눌한 듯 하지만, 그녀는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이해시키 듯, 그렇게 천천히, 손짓을 하고, 다양한 표정으로 얘기를 한다. 세미나나 강연회에 앞에 서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조금은 무겁고, 공식적이며, 딱딱하고, 흐뜨러짐 없이 얘기하려고 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나도 네이버 블로그를 참 좋아한다. 정말로 감성이 느껴진다. 비록, 요즘 아이템 골짜기에서 파는 블로그 스킨의 값이 너무너무 비싸서 좀 그렇지만... 그 외에는 너무나도 배울 점이 많은 서비스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어 이렇게 괜찮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그녀의 비결은, 내가 생각하기에, 현실 삶에 대해 깊이보기와 고민하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얼마나 얼치기로 기획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반성, 반성, 반성...

그리고 그녀의 여성적이면서('여성적'이라는 표현을 여자분들께 하면 왠지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긍정적인 의미로서 '여성적'이라는거다) 감성적인 리더십도 느껴진다. 나도 감성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데.. ^^ 암튼.. 강연회나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무언가를 1시간 조금 넘게 받고 다시 충전을 해본다. 가끔.. 이렇게 재충전을 해주면... 또 한달정도는 나름대로 쌩쌩하게 일할 수 있다.  특히 오늘같이 이사님한테 왕 깨짐을 당한 날은 더욱더.. ^^

잘해보자. 아자 아자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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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프레시안, 기사 보러가기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 사이에서 꿈꾸기"

  [대화] <5> 이람 vs 이강룡, '미니홈피, 블로그, 사이버공간의 미래'

하루 3천만명 이상이 포털을 이용하고, 2천만명 이상이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네티즌'은 이제 특정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 '시민 일반'과 동의어가 된 듯하다.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언론의 정보통신(IT) 면에는 무협지식 보도가 난무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야후 등 선발 주자에 이어 SK, KT 등 대자본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사이버 공간의 확장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린 듯하다. 현장에서 직접 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람 이야기
  

 
이람 네이버 커뮤니티팀장 ⓒ프레시안  

  이람(31) NHN '네이버' 커뮤니티 팀장의 블로그는 '람람의 천일야화(http://blog.naver.com/ramrhee.do)'다. 국내 최대 블로그 서비스 기획자답게, '람람의 천일야화'는 하루 평균 5백여 명이 다녀가는 인기 블로그다. 블로그 이름 앞에 붙은 "파병반대"가 눈에 띄는 그의 공간에는 비교적 자세한 그의 정보가 담겨 있다.
  
  그의 꿈은 "예순쯤에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어머니'라 불리는 것"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진짜 '꿈'처럼 들리는 이 말은 사실 겸손한 표현이다. 그는 이미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획을 그었다.
  
  작년 상반기까지 그는 지금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된 '싸이월드(cyworld.nate.com)'에 몸을 담고 있었다. 싸이월드에서 그는 미니홈피 서비스와 그 수익모델을 직접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최근 8백여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의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를 파는 것만으로 2003년 80억원을 벌어들였다. 미니홈피로 '뜬' 싸이월드는 '다음'의 아성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03년 8월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될 즈음, '잘 나가는' 싸이월드를 떠나 NHN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다르게 새로운 서비스는 미니홈피가 아니라 블로그였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는 국내에 생소했던 블로그를 단숨에 주류로 만들어 미니홈피와 함께 '1인 미디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 정도 경력만으로도 그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어머니' 소리를 들을 만하다.
  
  '사이버 스페이스, 원칙도 대안도 필요 없다'(<오늘예감 6>, 1996). 요즘도 대학가 학회의 문화 관련 읽을거리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이 글은, 이람 팀장이 편집위원으로 몸담았던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한 문화 잡지에 1996년 중반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에서 그는 사이버 공간의 힘을 "당신의 욕망과 나의 욕망, 그리고 어떤 도구로도 재단되거나 강제되어질 수 없는 에너지"에서 찾고 있다.
  
  스스로 권력이 된 그는 이런 사이버 공간의 힘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나의 욕망에 기반을 둔 기록을 온전히 남길 수 있는 공간, 그 공간들이 최대한 열릴 수 있도록 개입하지 않는 것", 그가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원칙은 여전히 그가 "원칙도 대안도 필요 없는" 사이버 공간을 꿈꾸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의 진짜 꿈은 따로 있었다.
  
  이강룡 이야기
  
 
  웹 칼럼니스트 이강룡 ⓒ프레시안

  웹 칼럼니스트 이강룡(31) 씨는 세칭 '유명 블로거'다. 그의 블로그 'readme 파일(http://readme.or.kr)'은 최근의 사이버 문화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는 논평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곳 중 하나이다.
  
  '인터넷한겨레' 웹 기획자 등을 거친 그는 1년 전부터 아예 대안적인 사이버 문화를 고민하는 전업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한겨레>, <미디어오늘>, <네트워커>, <국정브리핑> 등 여러 매체에 사이버 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해 왔다. 인터넷한겨레에 몸담고 있던 2001년 그는 토론 게시판에서 주제를 선정하고, 좋은 글을 선별하며, 그날 토론의 흐름을 정리하는 '토론 앵커'로 맹활약했다. 2003년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독자들의 글을 모은 <나무2>(열린책들 펴냄)에 '멋진 신세계'라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이 사이버 문화 현상에 대해서 논평을 받기를 가장 선호하는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또 기자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그는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구분하지 못하는 기자들에 대해 "잘 모른다면 쓰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따끔한 충고를 보낸다. 그의 쓴 소리는 다음, 네이버 등 대형 포털도 피해갈 수 없다. '얼짱 신드롬'을 대형 포털과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때나 일부 포털의 '언론' 지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을 때 그렇다.
  
  그는 왠지 디지털의 느낌이 나는 '웹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아주 아날로그적이다. 책읽기를 아주 즐길 뿐만 아니라, 읽은 책을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의 블로그에는 서평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방문자들은 부정기적으로 '공짜'로 책을 얻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그는 "1년 내에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정리한다"는 원칙 하에 신청자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있다. 그의 '이벤트' 탓에 방문자들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을 공유하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최근 <과학문화>에 기고한 '인터넷이 바꾸는 우리 시대의 문화'라는 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며 그 불완전함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잉태된다고 했던 데이비드 와인버거의 말은 우리의 문화 수준이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할 때 겪는 문화 지체 현상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혼란은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겠지만 그의 말 속에는 네티즌의 지적 소양과 자정 능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 또한 담겨 있을 것이다."
  
  그는 네티즌의 자율성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는 네티즌의 그 자율성이 사이버 공간에서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고, 넓게는 현실 공간도 바꾸기를 기대한다. 불행한 것은 네티즌의 자율성이 증대될수록 웹 칼럼니스트로서 쓴 소리를 던져야 할 그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런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듯하다.
  
  이람ㆍ이강룡 이야기
  
  이람 팀장과 이강룡 씨의 '대화'를 기획하면서 걱정이 됐던 게 사실이다. 현장에서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로 대면하고 있는 두 사람이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까? 이런 우려는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사이버 문화'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맞아, 맞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두 사람은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사이버 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오히려 갈수록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룡 씨는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도 언론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이버 문화가 도래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며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재미와 편리함'을 만족시켜 주는 것에 대한 반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이람 팀장은 "이제 기술을 좇아온 세대가 아니라 사이버 공간이 곧 자기 생활인 세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갈수록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두 사람은 '현실과 구별되는 사이버 공간 만의 문화와 논리가 있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접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람 팀장은 "사이버 공간은 현실과 아주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사이버 공간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서 현실 공간에 역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룡 씨는 "현실의 '강고한 성'보다 사이버 공간의 논리가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더 쉽다"며 "온라인의 변화가 오프라인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예가 '여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공간의 미래가 긍정적이기만 할까? 사이버 공간 역시 현실처럼 권력과 자본의 힘에서 자유롭지 않다. 두 사람은 좀더 낙관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사이버 공간이 이미 현실과 통합된 공간이라면, 좀더 낙관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싸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이람 팀장은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평등을 지향한다"며 "자본이 끊임없이 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애를 쓰겠지만 결코 자본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룡 씨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현실에 목소리를 내고 개입하려고 한다"며 "돈으로 무엇이든지 해보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모두 '열린 네트워크'와 그 구성원들인 네티즌의 '자율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두 사람은 "미니홈피보다 좀더 열린 네트워크가 가능한 블로그에 더 애정이 있다"고 고백했다. 또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에 기반을 둔 현재의 '실명제' 틀을 극복하는 '웹 정체성'을 매개로 한 대안적 토론 문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사람 냄새 나는 대안적 사이버 공간을 꿈꾼다는 점에서 또 그것이 현실을 좀더 살 만하게 바꾸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이미 '한 배를 탄 동지'와 같았다.
  
  대담은 지난 8일 광화문 근처 찻집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대담 전문.
  
  "미니홈피는 개인과 개인의 얘기들이 쌓이는 예쁜 수첩"
  
  프레시안 :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미니홈피 서비스를 2001년 9월에 제일 먼저 시작한 싸이월드의 가입자가 8백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언론도 좀 늦긴 했지만 미니홈피나 블로그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 외에도 사회ㆍ문화적 효과에 대한 관심도 시작됐다. 사회학, 심리학, 문화학 논문 주제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NHN의 네이버 블로그를 다뤄보려는 연구자들도 있는 모양이다.
  
  사이버 문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사이버 문화에 대란 논의는 그 환경이 급속히 바뀌는 과정 속에서도 비슷한 주제와 논의들이 계속 변주되면서 반복돼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관심을 보고 있자면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인해 과거와 질적으로 전혀 다른 사이버 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대부분의 언론이 선정적으로 접근한 탓에, 오히려 그 실체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오늘 미니홈피와 블로그로 대표되는 사이버 문화를 직접 만들고 있는 두 분을 모신 것도 이런 점들을 좀 폭넓게 논의해보자는 의도다. 우선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를 기획한 당사자인 이람 팀장의 얘기부터 듣고 싶다. 이런 대중적인 반향을 예상했나?
  
 
  ⓒ프레시안

  이람 : 미니홈피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사실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이런 식의 대중의 반향은 예상하지 못했다.
  
  프레시안 : 그럼 처음 미니홈피 서비스를 기획할 때 어떤 생각을 가졌나? 사실 싸이월드에서 2001년에 미니홈피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반대 입장이었다. 까페나 클럽의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것이 취향이든, 사회ㆍ문화적 관심사에 기반을 둔 것이든 구성원들은 까페나 클럽 안에서 소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그 방식도 '다 대 다' 방식이다. 그런데 미니홈피 서비스는 '나를 중심으로 한 관계 맺기'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소통의 방식도 '일 대 일' 또는 '일 대 다' 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그 안에서 대안 공동체에 대한 고민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람 : 한 가지 먼저 지적할 게 있다. 물론 서비스를 기획하고 내놓을 때, 기획자들은 그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하고 특정한 방향을 의도한다. 하지만 일단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미 이용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들이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이끌고 갈 수 있다. 미니홈피에도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처음에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기획할 때만 해도, 미니홈피는 오히려 공동체 또 관계에 대한 보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한 관심사에 기반을 두고 사람들이 모인 '목하(木下)'라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자. 일단 개인들이 그 커뮤니티에 모여 관계를 맺다보면, 이제 그 관계는 커뮤니티와는 별개의 것이 된다. 단적으로 말해 '목하'라는 커뮤니티는 사라져도 그 안에서 쌓은 관계는 남는다. 나는 미니홈피가 커뮤니티 안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조직이나 모임에 소속돼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만나는 개인과 개인이 꼭 조직이나 모임과 관계된 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개인과 개인의 얘기들이 쌓이는 예쁜 수첩을 하나씩 만들어주자, 이런 생각에서 미니홈피 서비스가 시작됐다.
  
  "'재미와 편리함'이 미니홈피ㆍ블로그 열풍의 가장 큰 원인"
  
  프레시안 : 이강룡 선생은 세칭 '유명 블로거'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대표되는 최근의 사이버 문화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계속 제기해왔다. 사이버 문화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입장에서 최근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보는가?
  
  이강룡 :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다. 예전에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도 언론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이버 문화, 예를 들어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고 호들갑을 떤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은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에는 '재미와 편리함'과 같은 대중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킨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대중들의 호기심과 나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망, 즉 현실 세계의 나와는 다른 평판을 새롭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것도 과거의 개인 홈페이지와는 다르게 매우 쉽게 말이다. 이런 '재미와 편리함'을 만족시켜 줄 더 좋은 게 있다면 대중들은 다시 그것에 열광할 것이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그 재미를 '관음증'과 '노출증'으로 요약하기도 한다. (웃음) 이람 팀장은 기획 단계에서 미니홈피에 기대했던 것들에 대해 얘기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미니홈피ㆍ블로그에 대한 대중의 열광에 대한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이람 : 집에 돌아오면 요즘 얘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 나 인터넷 할래." 예전에는 "엄마 나 희정이네 놀러 갈래",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변했다. 이런 걸 보고 '인터넷 중독'이라고 딱지 붙이는 이들도 있던데, 그것은 변화하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다.
  
  우리가 예전에 희정이네 집에 놀러 가서 희정이를 만났다면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희정이를 만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PC통신, 인터넷 이런 식으로 숨가쁘게 기술을 좇아왔다면 지금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이 원래 자기 것인 세대들이다. 그들에게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그 얘기는 좀 있다 다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웃음) 상당수 언론에서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긴 한데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일단 구별할 필요가 있겠다. 블로그(blog)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인데, '트랙백(trackback)'이나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기능 등을 블로그의 고유한 특징으로 보는 것도 같다.
  
  "블로그가 '일반 유선전화'라면 미니홈피는 '인터폰'
  
 
ⓒ프레시안  

  이강룡 : 솔직히 나는 미니홈피 이용자가 아니라서 미니홈피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처지는 못 된다. 다만 작년(2003년) 여름부터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언론의 잘못이 크다. 기자들이 서로 비슷해 보이니까, 구분 없이 사용한 것이다.
  
  일단 '트랙백'이나 'RSS' 기능 같은 특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블로그를 그런 기술적 특징으로 정의하는 것은 꼭 전화가 처음 도입된 뒤 모두 다 잘 이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문가들이 '전화에 대한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정의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기술적 특징 외에도 큰 차이가 있다.
  
  프레시안 : 가장 크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강룡 : 비유를 하자면 블로그가 '일반 유선전화'라면 미니홈피는 아파트의 인터폰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내가 이람 씨에 유선전화를 이용하면 바로 이람 씨 집으로 연락이 된다. 그런데 아파트의 인터폰으로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경비실을 꼭 경유해야 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싸이월드에 가입해야 하고, 로그인을 해야 한다.
  
  이람 : 동의한다. 닫힌 네트워크와 열린 네트워크의 차이다. 정작 미니홈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닫혀 있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거리가 가까운 관계들은 대개 같은 울타리 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닫힌 네트워크 안에 있으면서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쪽에서 큰 흐름을 주도해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전자 메일'은 있었다. 물론 하이텔이나 나우누리와 같은 특정한 울타리 안에서 주고받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완전히 이메일(e-mail)로 넘어왔다.
  
  이강룡 : 블로그를 선택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용자들은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네이버 블로그를 하느냐 또는 야후의 블로그를 이용할 것인가. 나는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했었는데, 좀더 열려 있는 블로그 서비스를 찾아 옮겼다.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블로그가 미니홈피보더 더 열린 네트워크라는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 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람 : 맞다. 엄밀히 말하면 이 역시 현실 사회 네트워크 규정을 많이 받는다. 자기 네트워크가 미니홈피를 이용하느냐, 블로그를 이용하느냐 또 네이버 블로그냐, 야후 블로그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전 국민에게 '예쁜 수첩' 쓰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
  
  프레시안 : 미니홈피보다 블로그가 좀더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얘기다. 이람 팀장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그 수익모델을 기획한 후, NHN의 네이버 커뮤니티 팀장으로 옮겨 블로그 전도사가 됐다. 미니홈피가 아니고 블로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한데, 더 열려 있다는 특징과 관계가 있는가?
  
  이람 : 미니홈피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이 생겼다. 오늘 만남을 예를 들어보자. 일단 오늘 만나 얘기를 나누는 우리들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을 수 있다. 또 까페에서 우연히 들은 좋은 음악도 있고. 오늘 만남과 관련된 기사도 있겠다. 그런데 미니홈피에서는 사진은 '사진첩'에, 음악은 '음악앨범'에, 기사는 '게시판'에 따로 보관을 해야 한다. 컨텐츠를 도구에 따라 쪼개는 한계가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블로그는 이런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특정한 주제에 따라 사진, 음악, 글을 같이 배치하는 게 가능하다. 컨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도구는 그 뒤에 숨길 수 있었다.
  
  좀더 현실적으로는 내가 싸이월드에 있을 때와 네이버라는 포털에 있을 때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도 있었다. 당시 싸이월드는 11억8천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8백억 자본금의 포털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했다. 회원들도 50명 미만의 소규모 클럽에서 주로 활동했고. 그들에게 딱 맞는 것은 예쁜 수첩, 바로 미니홈피였다.
  
  그런데 포털에 와보니 무시무시하더라. 하루에 1천5백만명이 포털을 들락날락거린다. '전 국민'이라는 표현이 실감이 나고, 이 정도 되면 현실 사회가 사이버 공간으로 그대로 이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예쁜 수첩을 쓰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뭔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블로그이다.
  
  프레시안 : 현재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되는가?
  
  이람 : 현 시점에서 미니홈피 7, 블로그 3 정도다.
  
  프레시안 : 선택한 결과에 만족하는가?
  
  이람 : 나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물론 내 이상향이 있지만 그것을 일방적으로 설정해놓고 그것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미니홈피보다는 좀더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싶었다. 그 점에서 네이버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우리 팀의 첫 번째 캐치프레이즈는 '열린 사회 지향'이다. (웃음)
  
  이강룡 : (웃음) 여기서 딴죽을 한번 걸어야 겠다. 블로그 이용자들끼리 만나면 네이버 블로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규모가 제일 크니까 반향이 제일 크다. 사실 네이버 블로그가 좀더 열린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람 : 좀더 두고봐라. 개입을 최소화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웃음)
  
ⓒ프레시안

  "포털의 언론화, 어떻게 봐야하나"
  
  프레시안 :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보면서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이것과 관련해서 최근 포털이 인터넷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먼저 얘기해봤으면 한다.
  
  특히 이강룡 선생은 포털이 언론 기능을 강화하고 나서는 것, 예를 들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다음(www,daum.net)에서 자체 기자를 확보하는 등 미디어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언론이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것에도 불만이 많은데, <프레시안>도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고 있다.
  
  이강룡 :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매체들은 기존 언론의 닷컴과 좀 다르다. <프레시안>의 기사들은 포털에서 기존의 언론만큼 또는 그 이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것은 후발주자로서는 확실히 득이 되는 일이다.
  
  프레시안 : 그런 측면이 확실히 있다. 사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면서 편집권의 침해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 하나의 기사는 그 기사 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와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측면이 있는데 포털에 개별 기사 형태로 공급되고, 선택되면서 그런 점이 훼손되니까.
  
  이강룡 : 맞다. 하지만 <한겨레>나 조ㆍ중ㆍ동과 같은 기존 언론 입장에서는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게 확실히 독이 된다. 당장 기사를 공급하고 한달에 1~2천만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보니 기존 언론사의 닷컴은 거의 죽고 있다. 과연 그 신문들이 장기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기사는 해당 언론사의 사이트에 가서 보는 게 가장 좋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언론사는 포털에 제목과 링크만 공급하고, 이용자들은 포털의 기사 링크 목록을 통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가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다. 더구나 이것은 똑같은 기사가 해당 언론사 사이트 외에도 여러 개 포털에 존재해 웹 공간을 낭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람 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람 : 포털에서 기사를 모아놓으면 <프레시안>이나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모두 똑같다. 그래서 <프레시안>의 기사가 <조선일보>나 <한겨레>의 기사보다 포털에서는 더 비중있게 취급될 수 있다. 기존 언론사가 갖고 있는 권위를 해체하는 효과라고나 할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기사를 모아놓았을 때 이용자에게 검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모든 언론사의 기사들을 모아 놓으면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에 한번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네이버 뉴스는 편집을 하기보다는 뉴스 목록을 제공하는 데 더 치중해왔다. 크게 두 가지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선도와 중요도.
  
  프레시안 : 시간이 지날수록 포털의 뉴스 선별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다음의 경우는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다음은 공급된 뉴스의 10% 정도만을 발행하니까.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미디어 다음'의 편집자들의 관점이 선택된 뉴스에 실리게 되고, 그것이 여론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이강룡 :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여론 몰이'가 이용자들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람 : 그런 측면이 확실히 있다. 아무리 목록만 제공한다고 해도 어쨌든 위에 올리고, 아래 올리고, 이런 게 있으니까. 네이버 안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칫 많이 보는 기사, 선호하는 기사 중심으로 목록이 구성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도 많이 보는 기사가 확실히 각 포털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이강룡 : 조ㆍ중ㆍ동 같은 과점 신문에서 사주가 편집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는 회수가 편집에 영향을 준다.
  
  이람 : 언론이 갖는 공적인 역할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포털이 새로운 공론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번에 KTH의 '파란'이 높은 금액을 약속하면서 스포츠 신문사들과 기사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다시 화두를 하나 던졌다. 기사를 더 비싸게 산다고 이 문 제가 해결 될 것 같지는 않은데......
  
  "'펌'기능' 블로그 스크랩북화"-"'선택'도 중요한 개인 표현 방식"
  
  프레시안 : 그럼 이런 '포털의 언론화'가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1인 미디어 기능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지점들이 많은 것 같다. 네이버에서도 '기사 스크랩'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 편리함을 넘어서 찬반 논의가 분분하다.
  
  이강룡 : 바람직하지 않다. 네이버에 기사가 완전히 공급되고 그것이 '기사 스크랩' 기능을 이용해 여기저기 블로그에 복사되고 있다. 사용자 개인에게는 당장 편리해 보일 수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시물을 복사해 옮기는 '펌'은 일종의 네티즌 문화인데, 그것을 서비스로 구현하는 게 과연 맞을까? 비슷하거나 동일한 정보의 문서를 양산해 불필요한 자원을 소모하고, 결국 원문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전혀 다른 맥락에 위치해 게시물 작성자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하고.
  
 
ⓒ프레시안  

  이람 : 그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아까도 잠시 얘기가 나왔지만 '웹 정체성(web identity)'의 문제와 이것도 깊이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현실에서 다른 사람과 신문 기사를 언급하면서 대화를 나누지 않는가? 그것을 스크랩하기도 한다. 그게 '웹 정체성'을 매개로 사이버 공간에서 구현된 문화가 바로 '펌'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두면 원 출처를 안 밝힌 인용이 난무한다. 또 기능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도 있고.
  
  이강룡 : 타협안으로 링크와 간단한 요약만 스크랩이 되게 할 수도 있다.
  
  이람 : 그런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원본을 가져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더구나 링크는 언젠가 끊길 수 있다.
  
  이강룡 : 링크가 끊겼다는 건 웹 문서로서의 가치가 소멸됐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얘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것도 같이 얘기해보자.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1인 미디어' 가능성에 주목해보면 이런 스크랩 기능이 블로그를 '자기 표현의 공간'으로 만들기보다는 '펌' 정보만 잔뜩 모아둔 스크랩북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이람 : 내 생각에 '선택'은 대단히 중요한 개인의 표현이다. 예를 들어 수첩이 있을 때, 모두 다 그것을 수첩으로 쓰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스케치북으로도 쓰고 또 휴지로도 쓴다. '왜 너는 그것을 수첩으로 안 써?', 이렇게 따질 수 없다.
  
  이강룡 : 문제는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 쉽게 스크랩북이 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데 있다.
  
  이람 : 글쎄...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사이버 문화가 어려운 점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졌던 기대가 번번이 어긋난다는 점이다. 때로는 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블로그를 스크랩북으로 이용하라는 취지로 기사 스크랩 기능을 준 게 아닌데, 많은 이용자들은 스크랩북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왜 스크랩북으로 쓰면 안 되지?" 어떤 사람은 자기 얘기를 자기 사유에 기반을 둔 자기 문장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은 다른 것들을 인용해서, 선택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표현을 한다.
  
  이강룡 :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런 현상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블로그가 다 기사 스크랩북으로 전락해 비슷해지는 게 우리가 바라던 바는 아니지 않느냐?
  
  이람 : 무슨 지적인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일종의 '엄숙주의'는 좀 피할 필요가 있겠다. 그것은 또 일종의 '웹 예외주의'와 통한다. 사실 우리는 현실의 관계들 속에서 특별한 정보보다는 비슷비슷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산다. 단지 공간적ㆍ시간적 단절이 있어서 그걸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탄핵 정국' 때 내가 만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탄핵 얘기만 했다. 그런데 인터넷 공간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서 다 탄핵 얘기를 하면 왜 안 되나? 당시 거의 모든 블로그에는 탄핵 얘기가 있었다. 이게 과연 탓해야 할 일일까?
  
  "한국 청소년들은 미니홈피를 만들며 독립한다?"
  
  프레시안 : 인터넷 공간과 현실 사이의 관계, '웹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지금까지 미니홈피ㆍ블로그로 대표되는 사이버 문화에 대해서 얘길 해봤다. 이제 좀 화제를 바꿔보자. 좀더 근본적인 얘기를 하다보면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겠다.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한혜정 교수는 "19세가 되면 서구의 아이들은 독립을 하는데, 한국의 애들은 미니홈피를 만든다"는 얘기를 하더라.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자아 만들기에 대한 욕구를 사이버 공간에 투사한다는 것이다. 또 거기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너도 그렇군', 이렇게 안심하기도 하고. 즉 서구 아이들은 독립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 공간에 미니홈피라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얘기다.
  
  이람 : (웃음) 나도 그 얘기를 들었다. 사실 19세가 되기 전, 이미 1318 때 다들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만든다.
  
  프레시안 : (웃음) 최근의 사이버 문화에 대한 이런 지적은 근본적인 변화를 포착한 것 같다. 이제 비로소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구별이 없어진, 즉 나의 정체성이 곧 '웹 정체성'이 되는 세대의 등장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방금 이람 팀장이 말한 그 세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해봐야 할 것은 오히려 이런 세대의 등장이 과거보다 더욱더 구조의 논리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이강룡 : 구조의 논리라면?
  
  프레시안 : 자본의 논리, 시장의 논리, 기업의 논리, 기존의 사회ㆍ문화적 가치 체계에 더 강하게 속박된 공간이라는 얘기다. 단적으로 그 공간은 언제든지 '회수될 수 있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과연 이용자의 것일까? '정기 점검'을 이유로 내 미니홈피에 접속하지 못하는 일도 그 예일 것이다. 급기야는 몇 년 동안 내가 쌓아온 것, 즉 나의 정체성의 흔적들이 순식간에 날라 갈 수도 있다.
  
  이강룡 : 정확한 지적이다. 일단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소극적인 방법 밖에 없다. 내가 네이버 블로그를 쓰다 그런 점에서 좀더 자유로운 독립 블로그로 옮긴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다. 더구나 나는 그 공간도 신뢰하지 못해서 자료를 백업하고 출력하는 일에도 신경을 쓴다.
  
  이람 : 동감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겪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점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솔직히 얘기하면 소멸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프레시안 : 그런 구조의 속박은 다른 방식에서 극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휴대 전화 시장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이미 사이버 공간에는 거대 자본이 들어왔거나, 개입할 시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가 SK그룹으로 들어갔고, 그것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 더 두고 봐야 한다. KT 자본을 앞세운 KTH가 '파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돈을 더 줄 테니 콘텐츠를 독점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것은 디지털은 '자유'인가, '권력'인가라는 사이버 문화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과도 겹친다.
  
  "자본 의도대로 네트워크가 재편되지는 않을 것"
  
  이람 : 내가 오랫동안 사이버 문화를 고민하고 관찰하면서 느낀 게 있다. 좀더 큰 네트워크가 나머지를 흡수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선택권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서비스 공급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네트워크가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 점에서 네트워크는 자본과 정확히 일치한다. 둘 다 확장하려는 것, 모든지 먹어치우려는 것.
  
  하지만 차별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평등을 지향한다. 비록 싸이월드가 지금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작년(2003년)에 합병됐지만, 그 때 이미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라는 새로운 네트워크 방식을 인터넷 공간에 화두로 던졌다. 싸이월드는 규모도 작고, 자본도 미미했다. 이처럼 자본은 끊임없이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겠지만, 네트워크의 현실은 자본의 의도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을 알아야 한다.
  
  이강룡 : 그것은 네트워크와 자본의 다른 점이기도 하지만 사이버 공간의 네티즌들의 힘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 현상에 대해서 논평하고 개입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비판적 안목도 길러지게 되고. 돈으로 무엇이든지 해보려는 '꿍꿍이'가 쉽게 통하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
  
  프레시안 : 두 분 다 상당히 낙관적인 얘기를 해주니 안심이 되는 것 같다. (웃음) 사실 싸이월드가 급성장한 탓도 돈으로 '꿍꿍이'를 안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프리첼의 전격적인 유료화 선언에 싸이월드는 광고를 배제한 초기 화면과 '클럽 평생 무료' 전략으로 맞섰다. 결국 프리첼 회원들이 싸이월드로 대거 이전했고.
  
  이람 : 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니홈피의 수익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상거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가 교환을 안 하는 경우는 물론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그 상거래가 기본적인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에도 여러 가지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지만, 그것을 전혀 구입하지 않아도 클럽이나 미니홈피를 이용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프리첼은 바로 그 지점에서 오판을 했다.
  
  밖에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수익모델에 대해서 몇 백원에서 1천원의 '코 묻은 돈'을 받는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만약 그런 수익모델이 없었으면 싸이월드는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이버에서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궁리중이다.
  
  이강룡 :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한다. 단 공짜로 제공하다, 나중에 입장을 바꿔서 강매하는 방식은 안 될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미니홈피.블로그 등 '웹 정체성'에 기반해야"
  
  프레시안 : 사이버 공간이 갈수록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많이 얘기되곤 한다. 그런데 <프레시안> 게시판을 운영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토론이 참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이강룡 : 동의한다. 사실 제대로 된 토론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꼭 필요하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적절히 조율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지금은 계속 대립선을 긋다 결국 소위 '더러운 댓글'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모든 문화는 과도기가 있다. 지금도 그렇다고 본다.
  
  이람 : 과도기라는 데 동의한다. 인터넷 매체가 기존의 매체와 다른 점은 내가 이것을 읽고, 찬성과 반대 의견 또는 느낌을 말하고, 새로운 정보를 덧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에서 토론이 발생하는데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체성'이다.
  
  <프레시안>의 기사에 대해서 발언을 하는 사람이 하나의 ID 뒤에 숨어서 발언을 하는 것과 미니홈피나 블로그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웹 정체성'을 내세우고 토론에 참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프레시안 : 그것은 실명 게시판 논쟁하고도 겹친다.
  
  이람 : 우리나라는 실명제 얘기가 자꾸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식으로는 제대로된 토론 문화가 정착되기보다는 오히려 토론을 회피하는 문화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보다는 내가 사이버 공간에서 쌓아놓은 '개인의 역사'가 그대로 들어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웹 정체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프레시안>에서도 글을 남기면 미니홈피나 블로그 주소를 남길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이강룡 : 동의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본인의 글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하나의 글은 원저자에 의해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에 붙는 토론에 의해 보완되는 긍정적인 과정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람 : 종종 최근을 기점으로 스스로가 개인에 대한 기록을 남긴 시대와 그렇지 않은 시대로 구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 특정한 사람들만이 남겼던 공개적인 '개인에 대한 기록'을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있다. 나는 대학에 막 입학했던 1991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데, 지금 세대는 전혀 다르지 않을까?
  
  이강룡 : 사실 아까 내가 블로그가 스크랩북이 되는 것에 반대했던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나는 블로그에 개인의 기록을 남기는 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 블로그를 쓴다고 하면 전문적인 얘기보다는 "오늘 암사동 가서 해물탕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와 같은 이런 얘기가 담긴 블로그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람 :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는 블로그에 신변잡기적인 얘기만 올라오는 것에 딴죽을 거는 사람들이 아주 못 마땅하다. 블로그는 나의 얘기를 하는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의 '차별'이 훨씬 '말랑말랑'하다"
  
  프레시안 : 사이버 문화에서 불평등 성별 권력의 문제도 오래된 논의다. 예전에는 직접적인 '사이버 성폭력'이 문제였다면, 요즘엔 인터넷 공간에서 성별간 불평등한 발언권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람 : 확실히 그런 점이 있지만,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아무래도 현실보다는 콘텐츠 뒤에 숨을 수 있으니까, 오히려 여성들이 쉽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나만 해도 5백여 명 앞에서 내 속내를 털어 놓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 5백여 명이 찾는 내 블로그에는 내 얘기를 담는다.
  
  이강룡 : 이런 점도 있다. 이젠 사이버 공간을 따로 구분하는 게 점점 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그 자체가 삶이다. 사이버 공간의 여성 문제도 결국 현실 공간과 똑같이 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과 억압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핵심적인 것은 그대로 남아있거나 재생산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데서는 여성들이 발붙일 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여성들마저도 남성성 가득한 기존 문화를 좇아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는 어디나 숨어 있다.
  
  이람 : 현실과 전적으로 괴리된 사이버 문화는 사실 허상에 가깝다.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때, 그것과 관련된 사이버 공간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현실에서도 내가 여성이라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여성성, 이런 게 나는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사이버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내가 기획한 서비스는 상당히 여성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우리가 맨 처음 던진 질문, 즉 현실과 사이버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가 되고 있다. 관련해서 같이 얘기해보자.
  
  이강룡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실의 '강고한 성'보다는 사이버 공간의 논리가 훨씬 더 '말랑말랑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여성 문제도 온라인에서 먼저 변화를 이끌어 내 오프라인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포털의 검색 분류 목록을 살펴보면 '주부'라는 카테고리는 '여성' 항목 밑에 가 있다. 사실 남성 주부들도 아주 많은데. 또 양성평등 원칙에도 그리 적합하지 않고. 이런 것은 서비스 제공자가 조금만 신경 써도 바꿀 수 있다.
  
  이람 : 사실 네이버에 '여성' 서비스가 있는데 들어가 보면 분홍색으로 도배돼 있고, '요리', '패션' 이런 항목으로 가득 차 있다. 기분이 나쁜데 담당자랑 얘기해보면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요리', '패션'은 '여성'과 연관돼 생각하니까. 현실의 문화와 사이버 문화가 서로 규정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변화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그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프레시안 : 한 때는 사이버 공간'만'의 특성에 사람들이 많이 주목했는데 오늘 얘기를 하다보니 갈수록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딱 구분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강룡 : 오랫동안 웹이라는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된 직업을 가져오면서 느낀 것은, 사이버 공간은 온라인이면서 오프라인이고, 디지털이면서 아날로그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웹 칼럼니스트라는 직업도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웃음)
  
  "사이버 공간, 온라인이면서 오프라인이고, 디지털이면서 아날로그적"
  
  아직까지 사이버 공간, 사이버 문화에 대한 얘기를 하면 좀 다르고, 특수한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 중에 깔려 있는데 갈수록 현실의 인간 생활의 확장에 불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가 부대끼는 확장된 공간에 불가하지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논리가 적용되는 그런 구별되는 공간이 아니다.
  
  이람 : 사실 나는 나는 사이버 공간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오늘 얘기도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웃음) 굳이 나누자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과 유리된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아주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사이버 공간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다. '네티즌'이라는 말도 어느 순간에는 '시민'과 거의 동일한 대상을 가르키게 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고, 이미 도래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자기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고. 그 사이버 공간만의 특성을 살려서 그것이 맞닿아 있는 현실 공간에 역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두 분의 앞으로 계획을 듣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전개될 사이버 문화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강룡 : 그런 부담스런 질문에는 답하고 싶지 않은데... (웃음) 나는 앞으로도 네티즌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 같이 얘기할 예정이다. 특히 '뜬 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그게 꼭 '웹 칼럼니스트'란 직업은 아닐 수도 있지만. 너무 소박한가? (웃음)
  
  이람 : 내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모가 꿈'이라고 얘기했는데, 그게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이런 얘기는 아니다. 다만 PC 통신을 열심히 할 때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심이 있었고 결국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최근에 일본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다른 문화 장벽이 있는데도 자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또 그 과정에서 기뻐하고, 이런 것이 통하더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일본에서도 통하는 게 기뻤다. 이제 중국에서도 시도해 볼 생각이고... 더 먼 꿈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 때 얘기하자. (웃음) 어쨌든 앞으로도 입을 꾹 닫은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게 사이버 공간을 넘어 현실의 삶까지 풍성하게 하는 것. 이게 내 꿈이다.
  
  프레시안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하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다.
  
  ('우리 안의 빈곤'을 주제로 한 여섯 번째 '대화'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강양구,전홍기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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