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올블로그가 <디워>로 도배가 되어있다.
왜 블로거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디워>의 강력 옹호자가 되었을까?
아직 <디워>를 보지않아서, 뭐 어떤 영화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비판과 옹호를 보면, 대강 어떤 영화일지 짐작은 간다.
그런데, 정말로 이상한 것은
어느 영화나 비판과 옹호가 있기마련인데,
유독 <디워>에 대해서만큼은 유난히 블로거들, 네티즌들의 강력 옹호가 너무 강력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 한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혹시, 내가 모르는, <디워>에 대한 엄청난 힘의 안티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보기엔 블로거들이 <디워>에 대한 어떠한 작은 비판의 소리에도
민감하게, 감정적으로, 발끈 반응하는 걸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보이질 않는다.

누구는, 어떤 영화가 쓰레기같다고 말할 수 있지않나?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누구는 쓰레기라고 말할 자유가 있는데, 왜 얘기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질 못할까?

정말 기념비적인, 인간승리, 한국영화의 승리의 영화가 되는게 대세라면, 그냥 두어도 되겠지.

오늘, MBC 모 프로그램에서 <디워>의 중요 장면 8초 정도를 방영해서 또 욕을 엄청 먹고 있다. 영화관에서 직촬한 장면을 그대로 공중파에 내보겠기때문에 저작권 위반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몰카라고 하기도 한다.

난 네티즌들, 특히 블로거들이 이렇게 영화관에서 캠으로 8초 찍어 방송에서 참고자료로 쓴 것에 이렇게 얘기하는 걸 보고 무섭다고 느꼈다. 그 프로그램에서 <디워>를 씹었다고 생각했기때문에 그게 미워서 그렇게 공격하는 것이겠지만, 암만 그래도 비판하는 자의 자세의 일관성은 생각하고 욕을 해야하지않을까싶다.

만약, <디워>가 아닌 어떤 미국 영화에 대해서, 어떤 블로거가 영화관에서 직촬한 동영상을 8분을 내보내면서 영화 비판을 했는데, 그 미국 영화 배급사에서 그 블로거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했다면, 올블로그에서 블로거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암튼, 이번주 일요일 <디워>를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야겠다.

암튼, 엄청 무서운 인터넷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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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겐크로이츠! 아마도 지금은 그랜드크로스?
    from '명랑노트' 시즌 2. 두 번째 여름 2007-08-08 00:44 
    광기를 조장하여 돈을 벌려드는가? 디-워라는 취향에 없는 영화가 하도 시끄러워서 들여다 봤더니 어디서 많이 보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황우석 국민사기극때 보여주었던 집단광기가 그대로 덧씌워진 모습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다 황우석 박사가 심형래 사장으로, 줄기세포 원천기술은 CG 원천기술로, 미국-유대인-정부라는 적대세력은 미국-언론-충무로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미시적으...
 
 
Joshua Medhurst 2007-08-0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 그래도 이거에 대한 본인 생각은 "시장에 맡겨두자" 입니다. 즉 시장이 알아서 해결해주겠다는 의미로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흐음 그리고 보니까 미국의 영화관련 사이트인 IMDb(www.imdb.com)에 달린 <디워>평은 죄다 별 1개 줘버리고 마는군요.... 너무 단조롭고 지루한 영화라고 악평을 내면서 딱 별 1개 주고 끝내버리더라고요.. 간혹가다 별10개있는데 다른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Blanche 2007-08-0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디워의 찬반 양론은 비등하거든요. 찬성론이 압도해서 반대론을 말살하고 있다는 왜곡을 하시다니, 참 악의적이시군요.


혹시, 내가 모르는, <디워>에 대한 엄청난 성원의 팬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보기엔 블로거들이 <디워>에 대해 어떠한 작은 호평의 소리에도
민감하게, 감정적으로, 발끈 반응하는 걸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보이질 않는다.

누구는, 어떤 영화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나?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누구는 최고라고 말할 자유가 있는데, 왜 얘기하는 걸 가만히 보고있지 못할까?


말을 딱 반대로 뒤집어도 말이 되는 말은 무언가를 주장하는 논조로는 무의미합니다.

물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죠. 글쓰신 분의 눈에 보이는 상황은 디워의 지지자들이 비판자를 사냥하는 아비규환이니까요. 하지만 이 전쟁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동갑내기 과외하기'조차 볼만하다면서 '디워'는 쓰레기라 말한 영화평론가들이었습니다. 그 잘난 영화평론가들 이송희일, 그리고 그에 부화뇌동하는 블로거들의 지나친 비판은 눈에 안 들어오시겠죠.

상황을 중립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왜곡해서 보니 당연히 정상적으로 안 보이는 겁니다.

에이르 2007-08-0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옹호/비판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디워가 아닌 다른 떡밥이 살포되어야 좀 진정될것 같습니다.

디워 관련글에는 이래 덧글쓰나 저래 덧글쓰나 까이기만 해서 무섭더군요.

분노의퀴보도 2007-08-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옹호가 심한게 아니고 말도 않되는 비난이 심해서 반작용으로 옹호의 쓰나미가 밀려오는건 아닌지.

twinpix 2007-08-0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아무튼 그런데 마케팅은 확실히 되고 있는 듯합니다. 저도 인터넷 가는 곳곳마다 디워 이야기 뿐이라 오늘 결국 볼까 생각중이거든요. 'ㅁ';;;;(표가 있을는지.)

찌리릿 2007-08-0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이슈가 나왔으니, 이제 올블로그에서 '디워' 도배는 좀 잠잠해지겠군요.

저는 디워가 별로다거나, 심형래감독을 낮게 본다는게 아니라,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디워 논쟁에서 전폭적으로 디워를 지지하고, 심지어는 오바를 하는 발언도 한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볼 때, 특히 올블로그에서는 디워 비판은 거의 없었고, 있다면 거의 융단 폭격을 맞은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껏 어떤 대작도 다 비판을 받아왔는데, 왜 <디워>는 성역처럼 다루는가하는게 이상하다는 것이었구요.
저도 다가올 일요일에 <디워> 보고, <디워>의 팬이 되서 그렇게 완전 옹호파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 좋다고 나발 불고 나니는건 나쁘지않지만, 그렇다고 비판하는 사람한테 너무 집요하게 비판 자체에 대해서 물어 늘어지는 건 좋지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끝.

sla 2007-08-09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찌리릿 님 말 충분히 공감합니다...그러나 님은 확실히 이번 논란의 시작부분부터 자세히 모르신다는 느낌입니다...물론 당연히 꼭 아셔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님 역시 지금 들끓고 있는 한 부분만을 보시고 놀라시는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저 역시 디워팬이지만 디워로 똘똘 뭉친 네티즌들의 숫자와 그 파급효과는 놀랍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아신다면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거예요...처음에는 일부 sf매니아라던지 심감독님을 그리워했던 세대중 일부만이 옹호자들이였습니다...그러나 소위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충무로의 비평가들,언론들의 평이 도를 넘어섰지요...비판을 할 수는 있습니다...문제는 관객들 중에 아이들데리고 순수하게 디워를 본 가족단위가 많았다는 것이죠.....그 순수(?)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비판을 했다라는 겁니다....여기서 문제가 커진 거죠....옹호하는 댓글중에 인터넷 잘 안하시는 4,50대 분들도 많다라는 사실 아세요??? 그저 할일없이 키보드질로 시간 때우는 악플러들 네티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거죠...이리저리 두서없이 넘 길게 쓴것 같아 그만 줄입니다...
암튼 디워를 재미있게 보았지만 영화자체를 가지고 비판하는 건 전혀 문제될게 없습니다..저역시 잘못된 점은 디워 카페에서 조차 비판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별 2개. 3주 전에 개봉 첫날 보려고 예매를 하며,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언제 6월28일이 오나 손꼽아 기다리고,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즐거웠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고 영화보면 망한다'는 격언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컴퓨터그래픽 하나는 잘 만들었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 맥 빠진 2시간20분짜리 컴퓨터그래픽의 향연을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잠이 왔다. 이런! 그렇게 기다리던 영화인데!

반가웠던 건, <프리즌 브레이크>의 떠벌이 슈크레와 <24>의 충직한 경호실장님이 나왔다는 것.

돈 많이 들여서, CG기술이 이만큼 되었는데, 이정도 영화 밖에 못 만들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사는 유치하고, 2시간20분 내내 한번도 긴장감이나 스릴을 느껴보지를 못했다. 단순 선악의 대결은 어린이 로봇 만화를 보고 있는 듯 했다. SF공상물이긴 하지만, 일단 상상력의 틀 안에서 개연성을 가지고, 현실감이 있어야하는데, 너무 엉성하다. 그렇게 큰 로봇이 숨는데, 아무런 소리도 없이 살살 숨을 수 있다는 건, 슈랙도 아니고 너무하다. 특히 악당이라고 하더라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숱하게 있는데 죽이는 걸 성공하지 못한다는 등의... 엉터리 연출은 가장 좋지않은 건데, 이런 식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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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9 0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찌리릿 2007-06-2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사실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어요.
일단 너무 기대하지 말고 보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완벽한 영화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오랜만에 화려한 눈요기하신다는 기분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가신다면, 오히려 재미가 더 좋을거에요~
이거 보시려다가, 제 페이퍼 보고 기분 다운되신 분들... 힘내세요~
(웬지 죄송해서...)
 

<간장선생>. 제목은 많이 들어보고, 본다 본다 하면서도 못 봤던 영화. 짠 맛이 나는 '간장' 또는, 매우 짠돌이 선생님이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지한 영화.

코메디라기 보다는 깊게 생각하고 봐야하는 2차세계대전 일본의 군국주의를 풍자한 영화. 주인공 의사선생님은 너무나도 환자 진료에 적극적이고 헌신적이다. 영화 포스터가 말해주듯, 걸어가는 법이 없는 '뛰어다니는 의사'시다.

환자들마다 '간염'이라는 진단을 내려서 별명이 '간장선생'이지만, 사실 만주전쟁 이후로 실제로 감염이 크게 확산되어 1945년 당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는 포도당을 많이 주사하고, 환자들에게 "많이 쉬고 많이 먹으라"고 처방을 내리지만, 당시 사회를 통치했던 군대는 포도당도 부족하고 식량배급도 부족하고, 전장에 나가서 싸워야하는데도 간장 선생이 이런 처방을 내리는 것이 못 마땅하다.

간장선생은 간염박멸이 인생의 목표다. 하지만 그 목표는 궁극적으로 천황폐하만세를 위해서이다.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우리의 간장선생님(조롱이 아니다)께서는 자신이 국국주의, 천황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모르신다. 의사인 아들까지 전장터로 보내 전사하고서도, 그는 끝없이 충성스러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어떻게든 현미경으로 간염의 원인균을 알아내고자한다. 하지만, 고문에 못이겨 탈출한 서양 포로를 치료해주고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연구 도구, 현미경까지 빼았겨버린다. 그렇지만 간장선생은 국가나 천황을 원망 한번 하지않는다.

반면에, 어린 나이에 돈을 주고 몸을 팔았다고 진노한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간장선생 밑에서 간호보조를 하게 된 여주인공은 너무나도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다. 비록 가진거라고는 몸뚱아리 밖에 없지만, 고래를 사냥할 정도로 건강하고 튼튼한 몸과 용기를 가진 여자다. 모친이 '절대로 남자들한테 공짜로 몸을 줘서는 안된다. 하지만 단 한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주라'고 했기때문에 돈을 받고 정을 나눴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녀를 창녀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녀는 당당하다.
간장선생을 지켜보고 진심으로 존경하기 때문에, 그에게만큼은 진심으로 몸을 주고 싶어한다. 다소 욕정적으로 보이지만, 그건 그만큼 인간 본능에 충실하고 자연적인 인간이기때문이다.

너무나도 인간본능적인 그녀와 너무나도 천황폐화에 충성하는 삶을 충실히 사는 간장선생. 그 두 사람은 마지막 배 위의 장면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육체적인 관계를 나누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히로시마 원폭이 터지는 장면을 보고 있었으니, 원폭의 피해를 봤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럼, 너무나도 바쁜 21세기, 인터넷문화, 경쟁의경제시스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얼마나 인간적이지 못하고 자연친화적이지 못한가. 노트북을 끄고, 호수공원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몇시간 멍하게 있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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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7-06-0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영화를 몰아서 보셨네요^^
 

(영화 안 본 분들은 조심하세요. 줄거리가 있어부러요~)

스즈메(우에노 주리)라는 평범하고 어린 유부녀가 겪는 무료한 일상 탈출 프로젝트!
인터넷을 알고 난 이후 '무료함'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던 내게, 나에게도 아주 오래 전에 무료한 때를 떠올려준다.

내 여기 있다는 것 조차도 남들은 모르고 있다는, '앗, 사람들 눈에 지금 내가 보이기나 한거야?'라고 스스로 확인할 정도로, 일상에서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스즈메. 친구인 쿠자쿠는 뭔가 굉장히 대단히 열정적으로 사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우연히, '스파이 모집'이라는 손톱만한 스티커를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발견한다. 스파이 모집책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긴 부부. 과연 이 사람들이 스파이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스즈메가 너무 평범하다며, 스파이로서는 딱이라며 5000만원을 활동자금으로 쓰라고 바로 준다.(세상에, 나도 스파일 하고 싶다)


스즈메는 원래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눈에 띄지않게 스파이처럼 살아야한다는 지침을 받고는, 이후 생활이 너무 불편하다. 맨날 하던 무언가를 매번 신경쓰면서 '이건 과연 평범할까? 이거 너무 눈에 띄진 않을까?'를 고민해야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너무나도 지루한 일상이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가장 긴장되고 스펙터클할 수 있다'는.

알고 보니, 어지중간한 맛 밖에 안나는 라면가게 아저씨도, 자주 해외여행을 가는 두부가게 아저씨도 같은 조직의 스파이. 게다가 두부가게 아저씨는 어울리지 않게 암살 전문가로 사격 코치다. 또 하수구 뻥 아저씨도 이 조직의 스파이.

두부가게 옆 무슨 가게 총각은 알고 보니 두부가게 아저씨를 은근히 연모하는 게이였고, 게다가 정부 공안의 끄나풀이었다.

세상사,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미스테리로 가득 찬 세상이다. 하나TV로 무료해하면 억지로 영화를 보고 있는 와이프를 보면서, 나랑 와이프만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보면 '스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너무나도 어지중간한, 맛있지도 않고 맛없지도 않은 맛을 내기 위해 십몇년간 노력을 했던 라면가게 아저씨는 어느날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는 라면을 끓인다. 너무 맛있어서 평범한 라면가게가 아니게 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라면을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을 흘리는 두부가게 아저씨한테 '울지마, 억지로 간 맞춰놨는데 눈물이 들어가면 너무 짜잖아'라고 할 정도로 디테일한 라면 전문가 아저씨.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다>, 심심하고 존재감 없는 일상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너무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세계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예쁜 주인공 '우에노 주리'랑 너무 잘 어울리고, 등장 인물들도 친근하고 멋지지만, 영화 자체는 크게 재미있진 않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나니까 그나마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주지, 울 와이프는 아마 3점도 안 줬을게다. 사실 나도 군데군데 졸았다.

일본식 유머, 만화에서 갓 빠져나온 인물들, 존재감에 대해서 고민하는 주제, 어정쩡한 정부 공안들... 이 모든게 사실 우리 취향엔 좀 아닐 수 있지싶다.

아... '우에노 주리'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나온 건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는 어떻게 출연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다시 한번 조제를 봐야겠다. 또 한명, 여배우의 팬이 되었다. 난 왜 이렇게 쉽게 누구의 팬이되는건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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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부처님 오신 날에 본 <밀양>. 오늘 새벽 칸느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아버려서, 지금 쓰는 글이 좀 바랬지만, 사실 난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는 <오아시스>에 못 미치는데, 정말 전도연은 연기가 최고였다"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칸느에 출품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도 전도연이 이렇게 상을 받을지는 생각지 못했다.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음... 그래... 정말 잘하긴 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전도연이 나온 영화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생각나는 것만도 <접속> <약속> <해피엔드> <내 마음의 풍금>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인어공주> <스캔들> <너는 내 운명> <밀양>. 그리고 보니, 전도연 나온 영화는 다 봤구나.
 
전도연을 첨 본건 94년도 <우리들의 천국>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학 다니면서 TV를 자주 보진 못했지만 전도연을 첨보고는 '야... 참 이쁘다.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전도연이 97년 <접속>에 나왔는데, 당시만도 전도연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스캔들>이라는 영화가 정말 싫어서, 전도연을 한동안 별로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너는 내 운명>을 보고는 다시 한번 그녀의 연기를 실감했고, 이번 <밀양>은 최고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약, 외국인들이 전도연을 이번 수상으로 알게 된 후, 그녀의 전작들을 볼 때, <해피엔드>와 <너는 내 운명>을 꼭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더욱 그녀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그리고, 송강호는 사실 좀 많이 아쉬웠다. 특히 <우아한 세계>의 주인공으로서도 많이 아쉬웠는데, 그는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물론 그의 연기는 좋다. 다만 그 캐릭터가 너무 한결 같다. 건들건들거리는, 약간은 머리가 비어있지만, 속 하나는 어린애처럼 착한, 겉으로만 잠시 욱하는 그런 캐릭터는 이제 많이 질린다. 조폭이나 껄렁한 역할 외에 정말 다른 역할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 이창동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기대를 했는데, 사실 영화는 잘 모르겠다. 전작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보다 많이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좀 낯설었던 것은 기독교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조금은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나에게, 영화 속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교인들의 모습과 구원이라는 주제 때문이었다. 초중반에는 '설마 계속 교회 얘기가 나오겠어?'했는데, 끝까지 교회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는데, 좀 거시기 했다.
그리고, 소재인 '자녀 납치 당한 엄마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그리고, 끝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2007년의 이창동이 던지는 메시지라는 것이 '구원'이라니.. 더욱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창동을 바라봐서인가?
 
암튼... 요즘 나오는 시시껄렁한, 기본도 안된 한국영화 속에서 <밀양>은 괜찮은 영화다. 아니 관람료가 아깝지않은 영화다. 아니, 미안하다. 전도연 연기만 제대로 봐도 관람료의 2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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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5-2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캔들' 좋았는데, 위험한 관계의 사극판 각색이란 점이 매력적이였죠.
근데, 전도연 본인도 '스캔들' 디게 싫어하더라구요. ^^ 아, 밀양 보고싶어 죽겠는데,7월초까지는 안 걸려 있겠지요. 으으으

Mephistopheles 2007-05-2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도연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헤피엔드와 피도 눈물도 없이를 꽤 쇼킹하게 봤던 기억이 나요..

이매지 2007-05-2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러고보니 전도연이 나온 영화는 접속과 스캔들만 본 듯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