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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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삶에 행복이 깃들길...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같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나를 포함한 두번째 사람들의 서툰 노력들도 빛을 발할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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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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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낄 때 권여선의 소설을 읽는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 혹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조차 알 수 없어서 우리는 권여선의 소설을 찾고 위로를 받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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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육체만큼 중요하지 않아. 영혼은 영원해. 영혼을 사랑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육체는 시드는걸…” – 폴 베를렌느, 영화 토탈 이클립스 中에서 –

 

오메르타 작가의 <토탈 이클립스>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개기일식처럼 찰나의 순간 동안 두 명의 연인이 경험하는 생의 절정이자 마지막을 잘 묘사하고 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지수와 형사인 혜인은 체형과 발 사이즈, 성격까지 잘 맞는 천생연분 커플이다. 혜인은 형사지만 칼하트 같은 헤비 듀티 의류를 거부하고 지수의 슬랙스와 실크 블라우스를 탐내곤 하는 패션 피플이다. 연인 지수에게 입버릇 처럼 말하곤 하는 대사에 혜인의 캐릭터와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자기야,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캐릭터들이 미친듯한 속도감으로 질주하는 영화다. 그 중에서도 퓨리오사는 그 어떤 영화 속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여성 사령관으로 등장한다. 빡빡 민 머리와 검게 칠한 두 눈, 장애를 가졌지만 한쪽 팔 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퓨리오사는 새로운 형태의 여전사의 전형이다.

 

 

반면 퓨리오사를 연기했던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아토믹 블론드>에서 새롭게 분한 로레인 브로튼은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격투술을 가진 스파이이다.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퓨리오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로레인 브로튼은 <아토믹 블론드>라는 영화제목처럼 금발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혜인이에게 물었다.

“자기야, 글쎄, 나는 퓨리오사가 아니라…”

“로레인 브로튼이지.”

우리는 제일 예쁜 옷을 차려입고 옥상에 올라갔다. 날씨에 비해 터무니 없이 얇지만 무슨 상관인가.

 

원고지 51매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잘 형성된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을 차용하여 인물을 효과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탈 이클립스>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세상의 종말 속에서 두 연인이 그들만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세상의 끝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등장인물의 귀엽고 통통 튀는 성격과 두 연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케미는 소설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만든다. 세상의 종말과 연인의 마지막을 다루는 소설의 엔딩부분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길…로레인 브로튼과 그녀의 매니저(?)이자 연인인 지수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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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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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켄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처음 접했을때의 감동과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SF (science Fiction)가 그리는 미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와 동떨어진, 혁신적이고 잠재적인 결과를 탐구하여 어쩌면 미래의 언젠가 도달할지도 모를 공상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SF가 그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은 그 아득한 시간의 간극이 걷어내고 보면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언젠가 우리는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누군가와, 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누군가와 공존하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저마다가 직면한세상에 맞서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만이 남는 것이다.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나가는 삶의 원형은 현재의 삶이나 미래의 삶이나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내가 켄리우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을 읽고 느낀 것은 이것이었다. SF가 이렇게 따뜻하고 감동적일 수 있다니...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은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피치 못할 운명과 마주쳤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적응하는 것뿐입니다."

- 종이 동물원 中 -

<종이 동물원>에서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켄 리우의 소설집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의 출간 소식이 들려와서 너무 기뼜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는 켄 리우의 '한국판 오리지널' SF 단편집이다. '한국판 오리지널'이라 칭한 이유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함께 묶인 적이 없는 켄리우 작가의 미출간 단편 중 12편을 엄선하여 엮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카르타고의 장미>와 스페인 이그노투스 상 수상작 <사랑의 알고리즘>, 한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진 <매듭 묶기>,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시리즈라고 밝힌 <싱귤래리티 3부작> 등 총 12편의 작품이 본 단편집에 한데 묶였다. 작품들은 모두 시간과 공간, 차원을 초월하여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12가지 이야기 중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는 이야기가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단편은 <내 어머니의 기억>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 <종이 동물원>에서 표제작인 '종이 동물원'을 가장 감동 깊게 읽었었다. <내 어머니의 기억>은 단편집 중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짧은 단편이지만 제목에서부터 '종이 동물원'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읽었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내 어머니의 기억>을 읽으며 예전 알쓸신잡을 보면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박사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삶에 관한 토론이 떠올랐다. 불치병에 걸린 인간이 치료를 위해 냉동인간이 되어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먼 미래의 어느 날 깨어나 살아가는 것에 관한 토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하는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그와 비슷한 선택을 한 어머니에게 마음이 갔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에서 작가는 시공간이 다른 12개의 독자적 세계를 제시하며,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작가의 말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제가 쓴 책을 펼쳐 주신 한국의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가 외국어로 번역되어 머나먼 나라에 사는 수많은 독자들의 손에서 또 다른 삶을 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서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그의 말처럼 인간은 유일하게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서로 소동하고 그로 인해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 아닐까? 변하지 않은 사실은 켄리우 그의 소설은 여전히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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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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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Classic Cloud)를 알게 된 건 2018년 서울 국제도서전 아르테 (arte) 부스에 전시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발견하면서부터 였다. 207월 현재는 문학 (셰익스피어, 헤밍웨이, 피츠 제럴드 등), 철학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등), 미술 (클림트, 뭉크, 모네 등), 음악 (푸치니, 모차르트, 베토벤) 등 시리즈 중 21권이 출간된 상태지만, 그 당시 전시된 도서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1, 2, 3, 셰익스피어, 니체, 클림트였다. 그 당시 나의 선택은 클래식 클라우드의 첫 걸음인 1권 셰익스피어였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의 거장을 논하는 시리즈의 상징적인 1권을 차지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또한 향후 시리즈의 성공을 가늠해보는데 있어서도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클래식 클라우드는 내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진 시리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0인이 문학, 미술, 철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일대일 (1 on 1)로 맵핑되어 거장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을 정리한 일종의 기행집이다. 거장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면밀하게 되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기획에서 개발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거장의 삶과 작품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쌓은 평론가, 작가, 학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 거장의 삶을 깊이 파고드는 '책으로 하는 여행'이라는 컨셉은 거장의 작품에 매료된 사람들은 물론 문학기행 등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여름휴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독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처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접하게 된 후에 나는 한 권, 한 권 시리즈를 구성하는 도서들이 출간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거장의 삶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의 체계적인 큐레이션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며 향후에도 시리즈의 완간 목표인 100권까지 무사히 출간되길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유독 많은 기대를 가지고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있다. 그 도서는 바로 본 리뷰의 대상인 <코넌도일>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 기획의 신선함과 앞으로 출간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리뷰를 남긴 적이 있었는데, 그 리뷰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도서로 언급했던 책이 이다혜 작가의 <코넌 도일>이었다. 그게 벌써 1년도 더 된 일이고, 시리즈의 새로운 도서 출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시리즈의 20권에 이르러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책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개가 무량하다. (기쁜 마음에 시리즈의 다른 도서와는 달리 3권이나 소장하게 되었다. 이다혜 작가님의 사인본이 포함되어 있어 더 기쁘다.)



 

혹시 코넌도일이란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가? 그러한 생각은 본 도서의 부제를 보면 바로 불식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코넌도일 : 셜록 홈즈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이다.

 

추리소설의 독자는 작가보다 주인공인 탐정 혹은 형사의 이름을 표지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기 때문에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작가보다 탐정이 우위에 서게 된다. 홈즈가 전설을 쌓아간 방식 역시 그렇다. 그 결과 피조물은 창조자보다 더욱 거대해지며, 독자들은 원하는 피조물을 계속해서 보지 못할 경우 창조자를 응징하려고 한다. (p. 130)

 

영문학사에서 아니 세계문학사에서 대중에게 셜록 홈스를 능가하는 즐거움과 파급력을 준 캐릭터가 있을까? 탄생 후 백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히고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심지어 재창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셜록 홈스는 이제 시대를 관통하는 불멸의 영웅이 되었다. 본 도서 <코넌도일>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셜록 홈스는 최근에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재탄생되었다. 드라마의 인기는 셜록 홈스 시리즈는 물론 홈스를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홈스는 그 옛날 빅토리아 시대의 구닥다리 영웅이 아니라 동시대의 인물로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SF 소설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라고 했다. (...) 그가 만들어낸 불사의 마법은, 바로 그의 창조물이 증명해냈다. 죽지도 잊히지도 않는, 1885년 즈음의 런던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의 하숙집에 머무는 홈스와 그의 충실한 벗 왓슨이. (p. 226)

 

이다혜 작가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이 드라마화될 때, 원작이 쓰인 시대를 재현하는 시대극이 되는 경향이 있다면, 셜록 홈스 시리즈는 미국 드라마 <엘리멘트리>와 영국 드라마 <셜록>이 잘 보여주었듯 핵심적인 요소만 잘 유지하면 누구나 이 이야기의 고유성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작가가 지적한 그 핵심 요소란 홈스와 왓슨이다. 상술하자면 상반되나 함께 있을 때 상호 보완적인 성격과 무례할 정도로 초면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아맞히는 홈스의 통찰력 등이라 할 수 있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성공은 이다혜 작가가 언급했듯이 셜록 홈스와 왓슨이라는 잘 짜여진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코넌도일은 좋은 글의 세 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재미있을 것, 영리할 것." (p. 130)

 

과학수사라는 개념정립이 되어있지 않은 시절, 디테일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영리하게 수사를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들이 쉽게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주제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구성해낸 도일은 그가 언급한 좋은 글의 세 가지 조건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를 그조차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큰 성공을 창출해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마어마한 성공과 셜록 홈스에 대한 대중들이 넘치는 관심은 작가 도일에게 그가 만들어낸 전설적인 피조물을 그 스스로 없애기로 결심한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홈스가 가지고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일까? 본 도서 <코넌 도일>을 읽기 전까지 셜록키언을 자처하는 나조차도 홈스가 세상에 나타나 그 빛을 발한 순간이 사실 그렇게 길지 않았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그가 홈스를 해치우기로 결심한 시점이 얼마나 빠른지 돌이켜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10년이나 20년 정도 홈스의 인기에 시달린 끝에 탐정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 홈스는 시리즈가 되고 고작 3년을 살았다." (p. 170)

 

또한, 책에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코넌 도일의 안타까운 말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불가능한 것들을 배제하면, 아무리 믿어지지 않는 사실만 남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것' (When you have eliminated the impossible, whatever remains, however improbable, must be the truth.)이라는 말처럼 과학으로 무장한 홈스를 창조해내고 그 자신도 의사였던 도일이 말년에 심령주의에 빠졌던 사실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들을 배제하면, 아무리 믿어지지 않는 사실만 남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말은 과학적 추리의 근간이 될 수도 있지만, 불가능한 것들을 배제하고 추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비과학적인 것들을 맹신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다혜 작가의 지적에 동감한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도 감사하고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실은 심령주의에 심취했던 말년의 도일이 셜록 홈스라는 자신의 피조물을 심령술에 대한 전도사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일은 셜록 홈스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 <셜록 홈스의 사건집>에서 자신의 피조물인 홈스에게, 그리고 홈스를 아끼는 수많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홈즈의 귀환이 근심스러운 인생사를 잊는다든가 아니면 생각을 전환하여 삶에 활력을 얻는다든가 하는, 낭만이라는 요정들의 왕국에서나 가능한 형태로 이루어졌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본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코난도일>편을 쓴 아다혜 작가는 이보다 더 적절한 작별의 인사로 홈스의 마지막 말을 택했다.

 

왓슨, 그 사건을 문서철에 잘 끼워놓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테니까.” (p. 234)


이보다 더 적절한 작별인사가 있을까? 세상을 떠나기 전 도일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수없이 모험을 했다. 이제 가장 크고 멋진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코넌 도일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또 작가로서 수많은 도전을 하였고, 모험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한 코넌 도일과 그 결과로서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셜록 홈스라는 불멸, 불사의 영웅에게 이 보다 더 적절한 찬사가 있을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키언을 자처하는 나는 리뷰를 마치며 나만의 찬사와 작별인사를 선택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해야만 내 인생의 특정시기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셜록 홈스 시리즈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고, 또 셜록키언을 자처하는 수많은 팬들 앞에서 코넌 도일과 셜록 홈스라는 중압감을 이겨내며 훌륭한 책을 만들어낸 이다혜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만나게 되지만 유독 슬픔과 아쉬움의 여운이 남는 헤어짐이 있다.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불멸의 존재로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될 또 다른 홈스를 기다리며 아쉬움을 달랜다. 내가 선택한 작별의 말은 이것이다.

 

"감성은 지는 쪽에서 발견되는 화학적 결함이야. (Sentiment is a chemical defect found on the losing side.)"- Sherlock season2 <episode 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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