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직이라는 것이 있으며 그것이 심지어 미덕이라는 건,
이 여론의 시대에는 금지되는 사적 견해에 속한다."
세상에 정직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심지어 미덕이라는 걸... 까지만 기억하던 니체 문장
Nietzsche, honesty로 검색하니 바로 찾아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곤경의 예로 이것 실감한 적 있다. 수업에서 정직의 미덕이 주제였을 때.
심지어 우리에겐 정직의 개념도 (공허하게 말고는) 없지 않나는 생각이 들기까지. 정직? 세상에 그런 게 있나요? 정말, 정직은 인생에 거의 아무 도움 안된다로 의견 통일. 있어봤자 즐겁지도 이득되지도 않는 무엇. '자신에게 혹은 사태에 진실하기, 진실하려는 경향 혹은 노력' 이 정도 뜻으로 생각해본다 해도, 그 "자신"이 우리에겐 인식이나 계발의 대상 아님. 자기계발이 산업임에도.
아마 이 주제는, 예를 들어 미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주제일 듯.
당연히 미국에도 기만자, 자기기만자들 천지지만 그렇긴 한데 "정직이란 것이 있으며 그것이 심지어 미덕이다" 정도는 어디서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고, 그렇다고 할 사람들이 어디에나 많을 것이다.
우리의 반지성주의는 이것과 결합하지 않나? 정직이 가치가, 실체가 아니라서 정확한 인식이 어렵고
정확한 인식이 드물다보니 아무거나 되는대로 말하고 믿기. 내가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기. 아무거나
되는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정확한 인식은 한층 더 어려워지고.
하이고 어쨌든, 지난 주 수요일 (그러게 벌써 거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트럼프 당선 후
충격 속에서, 쓰던 페이퍼 작파하고 .......... 거의 매일 많인 아니어도 맥주 마시고. 그러던 나는 조금 전
집회에서 귀가하다가 신촌역에서 팔던 4천원짜리 수면바지를 입고 맥주를 사러 나갔다 왔는데, 수면바지가 어찌나
보송보송하고 따뜻한지. 그게 행복했다. 4도여도 갑자기 낮아진 기온이라 추울 때, 보송보송 따뜻하게 감싸주는 수면바지.
일주일 지나니 트럼프 대통령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지고
다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잘 쓰면서 페이퍼도 더 쓰고.. 공부 열심히 해야겠단 다짐을 하게 되지만
현실은, 수면바지 입고 맥주사러 가기. 서재에 폭포스팅하기. 내일은 아닐 것임. 내일부터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