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중요한 건 살인The word is Murder”에 비하면 느릿하게 진행되는데다 마무리가 신파조라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건 1권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2권 The sentence is death는 등장인물인 작가 아키라의 하이쿠 싯구다. 아키라의 전남편측 이혼 변호사 리차드 프라이스가 살해당하자 아키라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사건을 추적해나가면서 (화자며 작가, 왓슨 역의 앤서니 호로위츠는 현생의 작업인 tv 시리즈물 촬영과 그의 집필작업으로 분주하다) 호슨과 우정과 증오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예의 그 헛발질을 여러번 하고 사경도 헤매고 사건을 해결한다. 리차드 프라이스의 죽음에 앞선 두 건의 다른 죽음이 엮여있고 그 와중에 출판계의 ‘팔리는 책이 필요하다‘는 현실 이야기도 절절하게 나온다. 사실 수사과정이나 인물들 보다도 출판계 뒷 이야기와 북클럽(홈즈의 주홍색 연구를 논하는데 이 소설 자체와 연결점을 암시한다), 호로위츠의 현실 전작들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아키라의 소설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며 크게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여성성을 그린다는 점이 (대놓고 그렇게 설명함. 하지만 이게 하나의 ‘포장‘일 뿐이라고 비꼬는 분위기) 흥미롭다. 그 소설에는 조선인 위안부가 등장한다.
작중 화자는 호손의 호모포빅, 레이시스트 발언과 행동을 지적하며 자신의 PC함을 드러내는데 이런식으로 소설에 맘껏 unPC함을 쓰는 게 얄밉기도 하다.

검색해보니 호손 시리즈가 5권까지 나와있다. 일단 3권은 읽어보고 싶다.
1권 원서 제목이 The word is Murder이라서 2권 The sentence is death의 sentence를 판결 대신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선 판결의 의미로 쓰임. 3권은A line to kill, 4권 The twist of a knife 5권 Close to death 모두 사건과 텍스트에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제목들이다.

런던 시내를 누비는 인물들이 서점 daunt에도 가길래 검색해 보았다. 아 여기 이 계단 아래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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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의 20/21세기 버전이라고 했다. 시카고의 이탈리아계 서민 딸부자 가족과 동부 출신의 말없는 대학농구 선수 윌리엄의 인생 이야기.

페란테의 순한 맛이랄까, 치열하고 솔직한 네 딸과 엄마가 빚어내는 수십 년 파다바노 가족사. 책소개대로 “작은 아씨들”에 빗대며 읽게 되는데 그 원본은 동화라 이 소설은 더 인생에 가까워 보인다.

크게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아버지 챨리와 사위/남편/아버지 윌리엄이 기못피고 살며 우울했다는 것에 포인트가 맞춰지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주위 기센 여자들에 치인 착한 남자 우쭈쭈하며 다 용서하고 보듬어주는거야? 앨리스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감동적이지만 캐릭터들이, 특히 맏딸 쥴리아와 둘째 실비가 평면적이라 아쉽다. 문장은 쉽고 무난한데 두어 챕터마다 쿵! 하며 사건이 터져서 (생.에로.병.사) 주말드라마 느낌이 많다.

재미는 있는데 (초반의 윌리엄 성장담과 쥴리아와 그 가족 만나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 캐릭터들이 깝깝해서 한 호흡에 다 못 읽었다.
제목은 딸들의 아부지가 딸을 부르는 사랑넘치는 인삿말, 그리고 아부지의 인정받는(이게 중요한 모티브, 소설 중엔 가모장 운운하며 여성 소설임을 피력하지만 결국 아부지임) 가족 구성원 표식이다.

독후감 쓰다보니 긴 소설 읽은게 억울해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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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0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아부지여야 한다면.... 그건 좀 그렇네요.
근데... 아, 이 책 너무 아름다운데요. 그래서 제목이 헬로 뷰티블일까요. 안 읽어도 구입해서 김치 냉장고 위에 세워두고 싶은 외모입니다. 외모 지상주의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4-04-07 16:41   좋아요 1 | URL
작은아씨들. 보단 그 옆집 로리에게 더 집중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매기 죠 배스 에이미 다 나오고 그다음 세대와 다른 버전의 이야기 작은 아씨들을 강조하지만 … 음 그래도 이 파다바노 자매들은 계속 사랑!가족!용서!에 오래 오래 갇힌 느낌이에요. 윌리엄의 치유에 총동원된 거 같고요. 이 기회에 스트라우트의 오 윌리엄을 읽을까봐요.
 

‘바벨의 모임’이라는 유명 가문 대학생 자제들의 독서 모임이 있다. 그 회원 혹은 가족이나 피고용인들이 겪는 지독한 일들이 연작소설로 묶여있다. 각 유명 가문에는 주종 관계와 업무 완성도, 더해서 가문의 명예 혹은 가장의 서슬 퍼런 폭력이 인륜 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책과 이야기가 주요 소재인 소설집이라 결말에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난다. 작가가 ‘빙과’에서처럼 지역 유지댁 규수 판타지를 끌고와서 현대물인지 시대물인지 애매하다. 다섯 편의 이야기엔 다섯(더하기 한) 가문이 나오고 여럿이 죽고 죽이며 속이고 감춘다.

그 모든 걸 다 읽는 나도 실은 한 마리 양에 지나지 않기에 겁에 질려 매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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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0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매에~~ 가능한가요?
아직 안 읽은 나는 실은 한 마리 송아지에 지나지 않기에 겁에 질려 음매에~~

유부만두 2024-04-05 17:32   좋아요 1 | URL
송아지 양 염소 독자 다 섭취 가능한 이야기긴 한데요, 작가의 이름에 비해 많이 허술해요. 굳이 읽지 않으셔도 …
 

그림과 내용이 기대 이상이다. 그런데 아주 무섭다. 만화 ‘극랑왕생’보다 더 무서운데 드라마 ‘악귀’ 생각도 나고 중국 일본의 귀신 설화들도 생각난다. 특히 일본 여자/뱀 귀신이 일제 침탈에 함께 등장해서 파묘에서 다룬 땅과 귀신 혼령 등의 연결도 생각했다 (영화는 안봤지만 여기저기서 클립들을 접했더니 영화 두 번쯤 본 느낌). 영화 ‘곡성’에서도 일본인 캐릭터가 나온대서 의아해 했는데 무속 이야기에 일본 침략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종이책1-3권은 작은 섬에서 만신인 외할머니와 사는 어린이~중학생 미래 이야기로 시즌 1이다. 이 작은 섬이 얼마나 지독한 저주에 걸렸는지 그 업보와 씻김굿이 나온다. 사람들도 엄청 죽고. 네이버엔 시즌3이 연재 중인데 아휴 무섭다. 아이패드로 밤에 불끄고 누워서 보다가 (미니 였지만) 큰화면으로 귀신들이랑 대면하며 자학하고 심신이 허약해졌다. 한동안 곱고 밝은 것만 읽어야겠다.

생뚱맞게 디킨스를 소환하는 제목이지만 무속 공포 퇴마물. 오싹 오싹 재미있고 무.섭.다.

https://youtu.be/rG2hwc-O2RQ?si=OkouHBGHXCHh2wBm

팟케에서 책소개를 듣고 만난 책인데 이다혜 기자 말대로 폭력적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과 살해된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섣불리 이 이야기를 재밌다, 라고만 하기 힘들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131/clips/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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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개인 정보, 그중에서도 생체 정보가 인셀 집단에서 거래되는 끔찍한 범죄 이야기. 손에서 못 놓고 하루만에 완독. 소설 초반부터 쌓이는 긴장과 속도가 마무리에서는 힘을 잃지만 범죄자에게 이런저런 사연을 입히지 않는 건 마음에 든다

이로써 마이클 코넬리의 잭 매커보이 시리즈 세 권을 다 읽었는데 재미로는 첫책 <시인>이 제일 나았다. 10년 간격으로 나온 <허수아비>와 <페어 워닝>에서 세월에 따라 주인공이 일하는 언론 매체도 변하고 범죄의 기술도 변하는 게 분명히 보인다. 10년 후 후속 편이 나올까? 그땐 매커보이도 환갑이 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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