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번역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고 다음 책으로 안톤 허 번역가 앳세이를 집는다. 뒷면의 추천사는 안톤 허가 영역한 소설 <저주 토끼>의 작가 정보라의 글.

이렇게 기막힌 연결로 책 읽기는 계속된다!!
명절 다가오니 불안증+조급증이 도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9-22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분 궁금하더라고요 :)

유부만두 2023-09-22 20:23   좋아요 1 | URL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개인사도 독특하고 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진. 그리고 문장이 아주 깔끔합니다.

단발머리 2023-09-22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커상 후보되었을 때 정보라 작가님과 둘이 티셔츠 맞춰 입었다 해서 저는 일단 그 때부터 이 분을 눈여겨 봐왔습니다요 😜😜😜

유부만두 2023-09-22 20:23   좋아요 1 | URL
그럼 이 책 읽어보세요! 눈도장 확실히 찍으시는 걸로.
 

떡볶이보다 김겨울 저자의 문장이, 당분 절제된 건강함이 보인다. 책엔 여러 떡볶이 추억, 단짠과 극도의 매운맛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는 불량식품/소울푸드와 거리가 있다. 책 말미의 비건 이야기는 반가웠고 (나도 6년차 비건 지향) 그만큼 떡볶이 충동이 약해서 섭섭했다.

맛있는 떡볶이집은 끝이 없고 인생은 하릴없이짧다. - P71

처음 이 프랜차이즈를 만든 대표가 철학과 출신이라던데, 이 목록만 보면 서양철학을 편애했던 것이 틀림없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소개글부터 전공자의 포스가 풍긴다. "떡볶이의 이데아, 네 맛을 알라." - P113

[오디오북 녹음을 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떡볶이를 끊는 것이었다. 떡볶이만 안 먹어도 일단 어느 정도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일이 커피를 끊는것. 일상을 지켜주는 두 가지를 기꺼이 중단하고 최선을 다해 녹음했다. 출판사와 제안한 회사 모두 만족했지만, 나는 성우라는 직업이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번 절감했다.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품해설 빼고 664쪽 소설의 194쪽까지 읽었다. 아직 거장도 마르가리타도 안 나왔다. 작품을 안 태운다는 (태우나??? 아직 모름) 웅장한 예술 거장 대신 버스 값 잘 챙겨들고 버스 타(려고 시도하)는 통통한 검정 고양이는 나온다. 이 고양이는 악당 삼/사 인조에 속해서 직립보행에 말도 하면서 사람도 팬다. 작가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의 개-인간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2년 전에 읽으면서 곧 거장을 만나겠다고 했었네? https://blog.aladin.co.kr/yubumandoo/12476900



예수아와 빌라도의 선문답 장면, 부동산 사기와 뒷거래, 정신병원, 텔레포트가 현란하게 (뻔뻔하게 마법 같은 장면들도) 펼쳐진다. 그런데 환상적 리얼리즘보다는 블랙유머 포함한 현실 풍자 느낌. 빌라도 장면이 더 건조하게 그려진다는 게 흥미롭다. 작중 현대인 1920년대 러시아는 (작가는 1940년 사망할 때까지 수정을 계속하지만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하고 책은 1962년에야 나온다) 처음부터 문인협회장 모가지를 자르고 주택조합장 목도 따버린다. 방금 읽은 익숙한 교훈 하나, 중요한 서류 들고 가는 길에 절대 공공 화장실에 들르지 않는다.

얼마전 본 영화 <오토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dvd커버의 여자 아님)이 기차 플랫폼에서 떨어뜨리는 책이 바로 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이다. 민음사 책은 총 695쪽 짜리라 들고 가다 흘리고 모를 수가 없다. 영문판 페퍼백은 절반 두께인듯. 아직은 생판 남인 (책 안 읽는) 남주인공(젊은 시절의 오토- 톰 행크스의 아들이 연기함)이 공식처럼 책을 주워주며 둘은 연결되는데… 그가 책 읽는 사람이라 이 책 내용을 알았더라면? 책 건네며 어떤 말을 했을까? 아 이 영화에도 고양이 나온다. 말은 못하지만 엄청 귀여운 야옹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이다. 언어, 특히 성차별적 은어와 욕설에 담긴 사회적 통념과 폭력 관계에 대한 해설이 흥미롭다. 미국 영어에 대한 책이라 여러 예시들은 검색과 비유로 이해해야 한다. 언어 사회학 책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저자의 욕설의 방향 전환과 전복과 전유하기는 저자의 주장대로 “재미 있잖아” “내가 그러고 싶어” 더하기 “욕 잘하면 똑똑한 거임” 으로는 설득력이 충분치 않다. 넘치는 tmi 슬럿 류 어휘 목록에도. 그런 부분이 책 제목에 걸맞게 아주 길다.

내가 먹물 속물이라 그런가 늙어서 그런가 읽으면서 자꾸 “뭐 굳이 이렇게까지?”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눈에 확 띄는 제목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겼으니 절반은 성공한 책이다. 여러 찐한 은어와 욕설을 우리말로 하나하나 반역한 역자의 노고에 진땀이 난다. 근데 욕설 많이 하는 사람은 똑똑하다기보다 기가 세고 남 신경 덜 쓰면서 어휘력이 모자라는 거 아닌가?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09-16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욕설 부분에서 약간… 음 굳이?!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 내가 꼰대인가보다 했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6 22:01   좋아요 3 | URL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를 읽으신 분이 꼰대이실리가요. ㅎㅎㅎ
이 책은 사회 언어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는 강점은 있는데요, 뭐랄까 저자가 참 젊고 용감하다,란 느낌이 들어요. 만두 할매는 이틀만에 완독하느라 기운 빠져부럿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9-1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야...저는 왜 마지막 세 줄에 아프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6 2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니에요! 열반인님은 순한 맛 어휘 사용자이심요!

얄라알라 2023-09-17 12: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열반인님 ˝순한 맛˝

왜 최민수 배우와 강주은 쇼호스트님 두 분 보면,
강주은님이 워낙 성격이 좋으시니 ‘욕‘을 쓰셔도 그 욕이 우아한 사교어처럼 들리는 매력이 있잖아요

저도 유부만두님 말씀에 동감.

열반인님 뭐라 하셔도, 매력적인 순한 맛. ^^

다락방 2023-09-16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똥꼬발랄 문체가 거슬려서 별 다섯은 못주겠어요 ㅋㅋ 완독 아직 안했지만요 ㅎㅎ 역시 저도 꼰대입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9-16 22:56   좋아요 0 | URL
말 안 해도 알아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16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너무 궁금해지는 리뷰인데요!!! 뭐 어떻게 바꾸길래 ㅋㅋㅋㅋㅋㅋㅋ 제가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유부만두 2023-09-17 07:52   좋아요 2 | URL
젊은 독자에게선 어떤 리뷰가 나올지 벌써 궁금합니다. ^^
 

데이비드 이글먼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미뤄두었던 대히트 전작을 먼저 읽었다. 


많고 많은 뇌과학 책 중에서 평도 좋았는데 띠지의 저자 얼굴이 맘에 안 들어서 미뤄두었던 책이다. 뇌과학이라면 어쩐지 양자역학과 더불어 사기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거야 내가 이해할 자신도 이해할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읽었으니 나를 칭찬해 줍니다. 


전작 <더 브레인>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 는 것이다. 쉽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구별 못하는 (아이들이 몇 번이나 가르쳐 주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때 뉴스에서 배웠는데 아직도 걔가 얜지 아닌지 모름) 생물 무식쟁이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심지어 재미있게. (하지만 벌써 이 책 리뷰에대한 신뢰도가 하락함)


2킬로그램 안되는 회백색 물컹거리는 인체 부위 뇌는 여러 신경 세포들 사이, 시냅스 사이에 전기 자극/신호를 주고 받는다. 저자의 생생한 묘사대로 컴컴한 골방, 혹은 상자에  들어있는 뇌가 받아들이는 신호로 여러 색과 소리, 맛과 촉감 등을 '느낀다.' 그런데 그 신호들은 때론 기만적이기도 하며 양방향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데카르트와 장자의 철학적 고민을 저자는 뇌과학자답게 설명한다. 여러 신호를 받은 뇌가 다시 신호를 되보내 여러차례 확인하고 수정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뇌가 디즈니 만화의 여러 감정들의 헤드쿼터처럼 우리 신체의 반응을 총괄 지휘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의외로 장내 미생물이나 호르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되먹임('더 브레인'에서는 이 용어를 쓰지만 신간에서는 '피드백'이라고 씀) 과정에 외부세계 특히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회적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사람의 뇌는 제 역할을 해 내며 성장할 수 없다. 그와는 달리 신체의 감각 수용(전달) 기관인 눈, 귀, 팔과 다리의 장애와 심지어 뇌 자체의 결점(상해 등)은 뇌의 놀라운 '적응'(이글먼은 '생후배선'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작용으로 어떻게든 외부세계에 개인을 연결시켜 준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너무나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긴 생애에 걸쳐 계속 신호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외부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며 성장하고 기억을 만든다. 자, 그럼 누가 진짜 나인가. 사지육신 눈동자 얼굴 너머에 있는 내 뇌 덩어리? 아니면 그 안에 담겨 있을 (응 아님, 거기 없어요) 기억과 스페셜한 나의 아이덴디티? 이 뇌만 잘 보존한다면, 컴에 이식 혹은 업로드 한다면 나는 영생을 얻을 수도 있잖겠음? ... 이라는데 까지 저자는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런 놀라운 뇌의 적응, 가소성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신간에 실려있다. 시각이나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외부의 정보를 장애를 가진 신체 부위를 우회해 바로 뇌로 신호로 전달하는 방법들이 소개된다. 여러 웨어러블 기기들이 실험(+사용) 중인데 저자의 회사도 그런걸 만든다고. (주식 검색을 해봅니다) 얼핏 언급이 지나가는 '바이오 해커'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의족이나 의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바로 그 인공적 '신체'까지가 뇌가 인식하는 나의 자아/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저자는 뇌의 불완전한, 즉 무궁한 발전 가능성 혹은 적응력을 AI가 따라오기 힘들다고 말한다. 전작에서 나 자신을 머리, 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전기 자극과 신호들로 수렴해보았듯이 이번엔 뇌의 가소성, 변화 가능성, 외부 세계로 상상을 한없이 뻗어간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자율 수리(?) 건물 등. 대륙 간에서 신호를 주고 받아 행해지는 신체 아바타 실험들은 이제 sf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있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인간은 생체 신호들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에서 기계와 다르고, 인간의 기억과 결정 행위에는 주름 갯수의 몇 배의 가설이 존재한다. 더해서 의식과 무의식이 엄연히 있다. 저자는 번역본 제목의 문장으로 책을 맺는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이다. 나를 둘러싼 사회, 문화, 시간에 걸친 기억과 경험들이 뇌의 활동 덕으로 나를 이루고 세계와 연결시킨다.


전작 '더 브레인'에 비해서 신간은 좀 덜 재미있었다. 동일 주제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것은 이 책들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흥미'와 목적 의식/의욕을 떨어뜨리기에 뇌가 좀 지쳤나보다.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이야기를 능숙하게 끌고 간다. 혹해서 따라가다 보면 우주 저 짝에 내 뇌만 동동 떠다녀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내놓는 이야기는 매우 긍정적이고 확신에 차있다. 기계 문명도 인간의 뇌도 모두들 너무나 건강하고 활짝 웃고 있어서 읽다보면 좀 겁도 나고 지친다. 그가 다루지 않은 무력한 뇌, 수동적인 뇌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 더해서 인간의 욕구나 감정, 온갖 비이성적 감정들(실연과 가족의 죽음 후에 느끼는 슬픔은 뇌의 항상성으로 설명이 되지만서도)과 의식적 결정(그리고 외부세계로의 내 자아의 발산 혹은 표현)이 뇌와 어떻게 협력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 뇌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하지만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과학자들은 뇌를 자르고 쑤시고 들여다보는 실험으로 많은 것을 알아내고 있다. 책을 읽고 내가 곡해/오해 했을까봐 (그리고 내 무식이 탄로날까봐) 정리를 안하려고 했던 페이퍼를 용기내서 적어봤다. 그러니까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아닌가? 이거 내 뇌 속의 어떤 긍정 신호가 온건가?) 그래서 뇌과학/기억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한다. <스틸 앨리스>의 저자가 쓴 책.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3-09-15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었지 않겠습니까? 기억의 뇌과학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용으로 유용하고요…
방금 유뷰만두님은 뇌에 긍정신호를 포함한 유의미한 스냅스를 만드셨고, 제 댓글로 인해 도파민을 맞으셨습니다. 기억의 뇌과학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ㅋㅋㅋ)
저는 뇌가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어요. 비슷한 책 쏟아지고 있지만 괜춘한 거 찾으시면 알랴주세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3-09-15 23:4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러네요?! 도파민! ㅋㅋㅋ 공쟝쟝님이 주신 신호에 힘 입어 과학 쪽 책을 더 읽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