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언어학적인 이중 구속의 양면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은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이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세라 페일린과 함께 대선 캠페인에 등장했을 때였을 것이다. 이 두 여성의 대비는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젠더를 연구하는 교수가 이런 장면을 꿈꿨을 정도였다. 1984년 미스 와실라와 대회 우정상을 거머쥔 페일린은 짜 맞춘 듯 클린턴과 정반대였다.(260)




정치학자인 엘빈 림Elvin T. Lim은 2009년에 이렇게 말했다. ˝클린턴은 비호감이지만 유능하고, 페일린은 호감이지만 무능하다고 생각할 만한 객관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2008년 미국 정치에서 가장 유망한 두 여성이 이중 구속의 양면을 이토록 완벽하게 담당하고 있는 건 우연 이상이라고 설명해야 한다.˝(260)


권력을 쥔 모든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만들고, 윈프리처럼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낸다 해도,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여성 리더가 어떻게 들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이기 때문이다.(268)



영상은 snl 풍자 코미디 _ “갑자기 다들 sexism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하지만 We don’t agree on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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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16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학적 이중구속˝.....^^

유부만두님 덕분에 이 생소한 표현을 찾다 보니, 그레고리 베이트슨까지 소환되네요^^
아...읽어봐야 하는 것인가...영상 내용을 다 이해를 못하겠는데 하는 참입니다.

유부만두 2023-09-17 07:53   좋아요 1 | URL
영상은 코미디 풍자라 두 여성의 대조를 더 강조하는 거에요. 이쁜 바보와 못난이 능력자? 둘다 여성이기에 지도자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
 

대체 여성들만 한다는 이 현상이 뭔지 짐작이 가시나? 바로 ‘보컬 프라이vocal fry’, ‘갈라지는 음색’이라고도 불리는 현상이다. 아마 들어 보았거나 본인도 하고 있을 수 있다. 보컬 프라이는 탁하고 낮은 음색의 목소리로 문장 끝에서 말소리가 잦아들 때 많이 나타난다. 화자들이 성대를 누르고 공기의 흐름을 줄이게 되면 후두부의 진동이 일어나면서 목소리가 갈라지게 된다. 녹슨 문 혹은 멕시코 악기인 귀로의 거슬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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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16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컬 프라이 부분 읽으면서 올리신 첫번째 영상 생각했어요.

유부만두 2023-09-16 19:25   좋아요 0 | URL
그쵸? 딱 그 얘기죠?!
 


2017년 상원에서 미치 매코널이 엘리자베스 워런을 침묵시켰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워런이 목소리를 냈듯이 하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고, 조직을 만들고, 길을 점거하고, 가해자에게 ˝싫어˝라고 말하고. (219)







실제 상황에서 거부는 ‘싫어’라는 단어를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실제로는 ‘싫어’가 아니라, 머뭇거림+완곡어법+미안함의 표현+문화적으로 수용되는 이유로 구성되는 것이다.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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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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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16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ㅋㅋㅋㅋㅋ 팩폭 ㅋㅋㅋ

페넬로페 2023-09-16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실로 공감해요.

반유행열반인 2023-09-16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가 그 책 읽으셨죠? 어땠어요? 물어보면 저장해놨다 써 먹고 싶은 짤
 


뇌는 이야기를 내놓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믿는다. 착시에 빠질 때, 우연히 빠져든 꿈을 믿을 때, 철자에서 색깔을 경험할 때, 조현병 에피소드 중에 망상을 진실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신의 뇌가 실재를 어떻게 서술하든 간에 그 실재를 받아들인다.

그럼 실재란 무엇인가? 실재란 오직 당신만 볼 수 있고 당신이 꺼버릴 수 없는 텔레비전 쇼와 같다. 다행히 그 쇼는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그것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편집되고 제공되는 개인용 방송이다.

뉴런들이 간단명료한 물리학 법칙들을 따른다 하더라도, 임의의 개인이 다음 순간에 무엇을 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영영 불가능할 것이다. [...] 우리의 삶은 우리의 자각 능력이나 통제 능력을 훨씬 벗어난 힘들에 의해 조종된다.

당신의 뉴런들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뉴런들은 상호작용하면서 거대하고 변화무쌍한 초유기체를 이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미완성 작품이다.

의식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을 때 개입한다. 뇌는 최대한 오랫동안 자동 조종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만, 예상 밖의 변화구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그것은 때때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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