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위츠의 신작에서 언급되는 ˝주홍색 연구˝를 읽었다. 분명히 재독일텐데 2부 몰몬교 집단 이야기는 새롭다. 어릴적 읽은 번역본에서는 많이 생략되었지도 모른다. 정말 처음 보는 이야기. 홈즈 시리즈의 첫 시작에서 홈즈는 꽤 예의를 차리는 편이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도 한다.

셜록 만나는 김에…
BBC시리즈 셜록에선 이 소설을 ‘분홍색 연구‘로 현대화 했다. 다시 본 시즌1의 1편은 정말 풋풋한 느낌이다. 배우들이 어쩜 다 이렇게 젊은지. 화면 구성이 넷플릭스 스타일인데 그 시절 이게 얼마나 신선하게 느껴졌는지. 몰몬교 부분은 빼고 여러 디테일은 잘 살려서 재미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왓슨이 그 행동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지 납득 안돼고요.

호로위츠의 소설은 사건현장의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남은 것, 그것이 과거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가 비슷하다. 코난 도일 원작에 너무 기대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좋았다. 사실 호로위츠는 더 도일을 가져올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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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4-1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몬교가 나오나요? 암튼 저는 주홍색 연구도 읽었고, 분홍색 연구로 나온 것도 봤는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일까요? 치매는 분명 아닌데… 아 어쨌든 늙으니까 좀 서럽긴 해요.. 더구나 늙어서 하는 일이 공부하는 일이라는 건 더욱. 유부만두 님이 부럽다요…^^;
 

https://youtu.be/bPKayfiskBw?si=LrarKcpGGt_Xc5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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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4-14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www.youtube.com/watch?v=iPqD-Aykgns 이 영상 본 적 있으신가요? 암튼 잘 지내시죠? ^^
근데 올려주신 영화장면에서 에밀리가 저렇게 투실한 거 보니까 많이 놀랍네요. 예전에 첼로를 연주하는 역으로 나온 영화에서 정말 뇌쇄적인 여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유부만두 2024-04-14 08:51   좋아요 0 | URL
부커상 영상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키건은 타고난 작가라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그 배우… 맞네요. 몰라봤어요. ㅎㅎ
 

1권 “중요한 건 살인The word is Murder”에 비하면 느릿하게 진행되는데다 마무리가 신파조라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건 1권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2권 The sentence is death는 등장인물인 작가 아키라의 하이쿠 싯구다. 아키라의 전남편측 이혼 변호사 리차드 프라이스가 살해당하자 아키라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사건을 추적해나가면서 (화자며 작가, 왓슨 역의 앤서니 호로위츠는 현생의 작업인 tv 시리즈물 촬영과 그의 집필작업으로 분주하다) 호슨과 우정과 증오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예의 그 헛발질을 여러번 하고 사경도 헤매고 사건을 해결한다. 리차드 프라이스의 죽음에 앞선 두 건의 다른 죽음이 엮여있고 그 와중에 출판계의 ‘팔리는 책이 필요하다‘는 현실 이야기도 절절하게 나온다. 사실 수사과정이나 인물들 보다도 출판계 뒷 이야기와 북클럽(홈즈의 주홍색 연구를 논하는데 이 소설 자체와 연결점을 암시한다), 호로위츠의 현실 전작들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아키라의 소설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며 크게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여성성을 그린다는 점이 (대놓고 그렇게 설명함. 하지만 이게 하나의 ‘포장‘일 뿐이라고 비꼬는 분위기) 흥미롭다. 그 소설에는 조선인 위안부가 등장한다.
작중 화자는 호손의 호모포빅, 레이시스트 발언과 행동을 지적하며 자신의 PC함을 드러내는데 이런식으로 소설에 맘껏 unPC함을 쓰는 게 얄밉기도 하다.

검색해보니 호손 시리즈가 5권까지 나와있다. 일단 3권은 읽어보고 싶다.
1권 원서 제목이 The word is Murder이라서 2권 The sentence is death의 sentence를 판결 대신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선 판결의 의미로 쓰임. 3권은A line to kill, 4권 The twist of a knife 5권 Close to death 모두 사건과 텍스트에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제목들이다.

런던 시내를 누비는 인물들이 서점 daunt에도 가길래 검색해 보았다. 아 여기 이 계단 아래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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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의 20/21세기 버전이라고 했다. 시카고의 이탈리아계 서민 딸부자 가족과 동부 출신의 말없는 대학농구 선수 윌리엄의 인생 이야기.

페란테의 순한 맛이랄까, 치열하고 솔직한 네 딸과 엄마가 빚어내는 수십 년 파다바노 가족사. 책소개대로 “작은 아씨들”에 빗대며 읽게 되는데 그 원본은 동화라 이 소설은 더 인생에 가까워 보인다.

크게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아버지 챨리와 사위/남편/아버지 윌리엄이 기못피고 살며 우울했다는 것에 포인트가 맞춰지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주위 기센 여자들에 치인 착한 남자 우쭈쭈하며 다 용서하고 보듬어주는거야? 앨리스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감동적이지만 캐릭터들이, 특히 맏딸 쥴리아와 둘째 실비가 평면적이라 아쉽다. 문장은 쉽고 무난한데 두어 챕터마다 쿵! 하며 사건이 터져서 (생.에로.병.사) 주말드라마 느낌이 많다.

재미는 있는데 (초반의 윌리엄 성장담과 쥴리아와 그 가족 만나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 캐릭터들이 깝깝해서 한 호흡에 다 못 읽었다.
제목은 딸들의 아부지가 딸을 부르는 사랑넘치는 인삿말, 그리고 아부지의 인정받는(이게 중요한 모티브, 소설 중엔 가모장 운운하며 여성 소설임을 피력하지만 결국 아부지임) 가족 구성원 표식이다.

독후감 쓰다보니 긴 소설 읽은게 억울해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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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0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아부지여야 한다면.... 그건 좀 그렇네요.
근데... 아, 이 책 너무 아름다운데요. 그래서 제목이 헬로 뷰티블일까요. 안 읽어도 구입해서 김치 냉장고 위에 세워두고 싶은 외모입니다. 외모 지상주의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4-04-07 16:41   좋아요 0 | URL
작은아씨들. 보단 그 옆집 로리에게 더 집중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매기 죠 배스 에이미 다 나오고 그다음 세대와 다른 버전의 이야기 작은 아씨들을 강조하지만 … 음 그래도 이 파다바노 자매들은 계속 사랑!가족!용서!에 오래 오래 갇힌 느낌이에요. 윌리엄의 치유에 총동원된 거 같고요. 이 기회에 스트라우트의 오 윌리엄을 읽을까봐요.
 

클레어 키건의 초기 단편집 Antarctica. 15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개정판엔 Close to the water's Edge가 추가로 실려있다는데 아직 못 읽었다.) 각 이야기가 매우 강렬해서 한 호흡에 이 얇은 책을 읽기는 힘들었다. <맡겨진 소녀>와 <Small Things like these>의 따뜻함 보다는 그 우물가의 음산함과 수녀원의 폭력성이 단단하게 뭉쳐있다. 이 단편집에 주어진 상의 이름 윌리엄 트레버와 함께 셜리 잭슨과 도리스 레싱이 연상된다.


강압적인 사회/가정 질서와 답답한 생활이 쌓이고 쌓이다 쩍 하고 금이 간다. 그 금 간 곳에 바람이나 빗물이 들어와 온 세계가 흔들린다.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순간 소설이 끝난다. 아니면 이미 비극이 벌어진 다음, 좌절한 인물이 그 사건을 수습하려다 더 큰 사고가 터져 버리는 결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수위의 글들도 있지만 그 역시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이야기는 짧지만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는 예리한 묘사로 아주 길고 풍성한 소설 읽기를 할 수 있다. 


제일 내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Quare name for a Boy".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에서 일하던 여자가 크리스마스에 맞춰 귀향한다. 영국에서도 따로 만나곤 했던 고향 애인과 자신은 가벼운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자신을 보러 몰려 온 아일랜드 동네 아줌마들, 해변 산책에서 보는 어부들, 숲속에 아버지가 굴뚝도 없는 집에 가둬 죽였다던 어떤 여자 이야기 등 이런 묘사나 단상들이 모두 화자의 상황을 암시한다. 함께 펍으로 들어가지만 애인은 자신을 친구들에게 소개하지 않는다. 여자는 마침 읽고 있던 <자메이카 여인숙>을 떠올리고 아이 이름에 대프니가 좋겠다고 말한다. 애인은 "그건 사내 아이 이름으론 이상한데"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 하나로 그 애인과 두 사람의 관계의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천천히 재독하고 싶다. 억세고 무서운 이야기도 통쾌한 이야기도 있는데 모두 클라이맥스에서 끝나기에 독자가 그 뒷수습을 나름대로 하는 재미 혹은 부담이 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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