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서 저런 눈빛을 보내는 여우라면, 거짓말 선수 겠지.
이 동화는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는데, 역시 희곡으로, 그리고 연극으로 봤다면 조금 더 좋아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공항 대기실, 계속 알약을 먹으며 약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원숭이, 꾸벅꾸벅 조는 덩치 큰 팬다, 선그라스를 끼고 은근 주위를 의식하는 나이든 호랑이, 똑같이 생겨서 학식을 함께 뽐내는 양 두 마리, 불안해서 계속 가방을 뒤지는 기러기가 사흘째 오지 않는 비행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나타나는 공항 경비견, 개.
그리고 빨간 여우 한 마리. 누가 진실을 말하는 걸까. 친구가 되면서 진실을 말할 수는 없는걸까. 친구와 우정은 모든 과오와 불편을 뛰어넘는 최고의 가치인가? 이 이야기는 그래서, 해피엔딩인거야? 애초에 왜 사흘 동안 얌전히 있었을까? 이 바보들은? 우화인지라 각 동물이 상징하는 인간이 있겠고,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타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씁쓸하게 웃기도 하겠지. 나...나는 ...기러기 같....
정신 없고 재미도 없는 이야기에 뭐, 덧붙이자면 이런 저런 분석이랄까, 감상이 있겠지만. 작가의 전작 '8시에 만나!'에서 받은 쿨한 즐거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