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년 전.... 애니매이션 '어린왕자'를 보면서 서점에 들러 책을 샀다. 영화는 어린왕자 그 이후의 이야기, 노인이 된 비행사 옆집에 사는 소녀가 등장한다. 공부 공부 공부로 빡빡하게 시간표 대로 성공을 향해 살아가는 아이. 우연히 옆집 (미친) 할아버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모험에 나선다. (아, 여기서 엄마니까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요)
어린왕자가 들렀던 별들의 주민들은 여전한, 혹은 더 심한 어른의 모습으로 쩔어있고, 어린 왕자도 예전의 그 순수한 마음과 외모, 심지어 자신의 아이덴디티도 잊고 매일 매일 살아가고 있었다. 소녀는 그를 원래의 신분/마음/의미로 돌이킬 수 있을까. 있지, 아무렴. 영환데. 그리고 소녀도 꾿꾿하게 학원이랑 과외 시간표를 부숴버린다. 그리고, 그 이후엔? 자신을 믿고 순수함을 지키며 재미있게 사는 인생을 만들겠지.
영화 스틸컷을 이용한 책은 원작의 글을 실어 '오리지널'을 만든다. 아름다운 사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엄마의 눈으로 발견하는 '어린왕자'의 낭만적인 비극성. 그 책임감 없는 심미주의. 아이는 결국 자기 별로 갔을까. 반짝이는 빛, 노란 뱀. 모래 가득한 사막. 왜 비행사는 아이를 내버려두었는지. 양 굴레를 그려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비행사. 그가 야간비행을 하다 폭풍우 검은 구름 위, 저 창공에서 다시 그 빛을 만날 것을 이미 알았는지도 몰라.
책 내용과 그림을 음미하며 덮을....때, 파본인지 저자/역자 명이 거꾸로 인쇄된 면을 만났다. 아, 마지막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린왕자의 별처럼 생긴 병아리콩을 삶는다. 몸이 좀 가벼워져야 별엘 가든, 계단을 오르든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