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은 드라마와 그 팬 때문에 더 익숙한 제목이다. 그런데 동화책이 우리집에 있기에 읽었다. 명절이 다가와서 막 조급증과 불안증이 도져서. 그런데 이 책,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니네? 내 기억인지 잘못된 정보인지로는 '금지된 장난'과 이것 저것 섞인 이야이였는데. 약간 까진 여자애가 나오는 것만 맞다.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다른 작품이 '소공녀'와 '소공자'라는 걸 생각하면 쎄한 기분이 들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예쁜 장정의 고운 삽화와 멋진 제목이 다 뭐란 말인가.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 상류 계급 열살 짜리 소녀 메리. 인도인 하녀와 하인들에게 온갖 승질을 다 부리고 살던 아이. 자신의 못난 외모를 의식하는데 어머니는 사교계의 여왕 같은 존재, 벗뜨 부모는 이 아이를 챙기지 않는다. 전염병이 돌고 아이는 방에 갇혀 잊혀지다 (그 반자발적 거리두기 덕에) 혼자 살아남는다. 그 초반 비극 묘사가 꽤나 무섭다. 고아가 된 아이는 영국 요크셔 지방 대저택에 사는 음울한 고모부네로 온다. 그곳에는 우울과 비밀이 가득하다. 고모부 크레이븐씨는 집에 머무르는 대신 런던이나 유럽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고 한밤중 울부짖는 소리까지 들리는 깜깜한 복도. (제인 에어 아님) 


정원을 닫아걸은지 십 년, 그 비극과 비밀의 소년 원, 소년 투와 함께 메리는 천천히 건강과 밝은 '어린이 다움'을 되찾는다. 물론, 영국의 요크셔 사투리 쓰는 하인 및 아랫것들을 부리면서. (이 책에선 요크셔 사투리를 엄청시레 친근허이 그려놨어이. 하녀 이름은 마사인디 쓰는 말은 찌인한 우리말 우리 쇠리구먼)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도 사람들과 문화를 검은 사람, 원주민 문화라고 칭하고 영국 상류 계급을 매우 귀하게 취급한다. 대놓고 왕족마냥 철없는 '되련님'이 설치는 꼴이 우습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하인들은 '돈과 명령을 받는' 아랫것들 그 이상이 아니다. 정원사 할아버지나 간호사 정도가 발끈할까, 이들은 그저 깡통 로봇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진짜 집주인 없는 대저택에 남은 어른들이기에 어린이들을 학대할 가능성은 높았다. 그래서 긴장감이 생기긴 하지만 우리의 메리와 소년 원이 만만하지가 않다) 이 주위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어머니는 없고 (사교계에 바쁘거나, 사망했거나, 친자식 열둘 챙기느라 힘들거나, 자식을 낳은 경험이 없어서 그냥 멀뚱거리느라) 그저 자상함의 '부재' 아이콘으로만 기능한다. 아버지는 현실 도피만 하다가 마지막에 나타나서 '오, 내 아들!'하는 대사로 어르신 행세를 한다 (이거시 가부장제). 그러는 사이 사이엔 묘한 마술이려나 자기 최면이려나 어린이 사이의 우정, 식물 가꾸고 동물과 교감하기가 있다. (이 식물 파트 때문에 별 하나는 줄 마음이 생겼다. 원랜 마이너스에요) 


영국 대저택, 상처한 우울한 어르신, 백 개도 넘는 방, 벽에 걸린 수 많은 초상화들, 밤에 들려오는 바람 소리 (아, 폭풍의 언덕 아니에요) 잠긴 방과 비밀의 정원 (초록 수염 아니에요, 레베카 안 읽었지만 그것도 아닌 거 알아요) 등 익숙한 코드로 귀한 애기씨 친척네 집에서 살아남기 이야기인데. 결국엔 아무리 코로나가 창궐해도 하루에 한 번 집 밖에 나가서 걷고 (줄넘기 하고) 뛰고 정원(화분)을 가꾸고 (고리오 영감 아니에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밥맛도 살고 건강도 찾을 수 있으며 아빠가 척추에 이상이 있다고 아들도 그렇다는 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는 동화책이었는데, 왜 어른 되서 읽었는데도 배신감이 이렇게 드는거냐.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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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09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초록 수염, 레베카, 고리오 영감 아니에요) 코로나가 아무리 창궐해도 하루에 한 번 집 밖에 나가서 걸어야 된다는 얘기구나.. 오늘 안 걸었는데도 만두님네 가지탕수 사진을 뒤늦게 봤더니... 👀 입맛이 사악 도네여... 오늘 저녁은 뭐 드시려나~

유부만두 2021-02-09 18:10   좋아요 3 | URL
신 김치가 많어서 그냥 그넘 잘게 잘게 쓸어서 챔기름이랑 파에 막 휘리릭 찬밥 한 대접 볶아다가 먹을꺼고먼유. (이 책의 사투리가 이래요;;;)

persona 2021-02-09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 이거 읽으니 오늘은 나가서 쓰레기 버리고 분리수거 하고 식빵이라도 사러 나가야겠어요. ㅋㅋㅋㅋ _ 힘이 나네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9 18:29   좋아요 2 | URL
네, 외출과 바람쐬기가 필수다. 밥맛이 돌아야 건강해 진다. 라는 것이 이 책의 교훈입니다. 더해서 영국넘들 나쁘다.

그렇게혜윰 2021-02-09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힐만한 이야기가 아닌가보네요. 안 읽어서 다행이다......

유부만두 2021-02-10 11:03   좋아요 2 | URL
이 시대에 읽을 필요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읽지말걸 그랬어요.

그렇게혜윰 2021-02-10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있는 애들을 너무 많이 봐서 ㅠㅠ

유부만두 2021-02-10 17:57   좋아요 1 | URL
옛날 책인데 아직도 읽는 어린이들이 있군요;;; 계급의식, 군국주의 색이 짙어서 꺼려지는데 전 뭣보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방임해서 싫었어요.

그렇게혜윰 2021-02-10 18:17   좋아요 1 | URL
애들도 읽고 나서 이책 뭐야??? 이러길....

유부만두 2021-02-10 18:35   좋아요 2 | URL
걸스 클래식으로 묶인 걸 봤는데 그냥 너무 안일한 패키지 같아요.

psyche 2021-02-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비밀의 정원이 이런 이야기였나? 어릴 적 읽은 건 분명한데...

유부만두 2021-02-12 18:15   좋아요 0 | URL
동심으로 위로 받고 싶었다고요. ㅜ ㅜ
 

5번 레인은 (예선) 점수가 2등인 선수의 레인이다. 바로 옆 4번 레인에는 1등 선수가 있다. 1등의 존재와 움직임과 그 물살을 고스란히 견디면서 자기 레인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누리는 얼마전까지 4번 레인에서 경기를 하다가 이제 5번 레인으로 왔다. 초등 6학년인 누리에게 이 변화와 경쟁은 버겁고 어렵다. 이기는 경기 말고 '지는 것'을 배우라는 어른들과 언니의 말은 위선 같다. 


초등 6학년 수영선수 생활을 해온 누리는 체육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친언니의 진로 변경과 자신의 신체적 한계, 더해서 심해지는 경쟁을 만난다. 1등에서 밀려나기를 거듭하다 '반칙'까지 저지르는 자신에 실망하고 만다. 누리에게 수영은 어떤 의미일까. 오랜 친구와의 우정, 새로 전학온 태양과의 달콤한 관계, 라이벌로 보이는 초희 와의 긴장 속에서 하나씩 깨달으며 스스로 결정해서 성장해 가는 누리.


매일 이른 아침에 훈련하는 수영부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 전 마지막 대회를 위해 여름 방학 동안 200킬로 미터를 수영한다. 아이들은 개인 기록 만큼이나 팀 전체 합동 계주 경기도 열심히 챙긴다. 상대를 경쟁 상대 이상의 동료로 대하기를 배우는 데 수영 선배이며 코치인 어른이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성실함. 그 경험을 그 어린 나이부터 쌓아온 운동 선수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보고 있는 <노는 언니>의 정유미 선수도 생각났고 모든 유소년 운동 선수들에게 맘 속에서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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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미있고 '참신'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표지와 제목에 대놓고 욕을 하는 초등학생 주인공이라 꺼리다가 읽었다. 


평소 조용한 소미가 유나에게 욕을, 그것도 흔한 욕 말고 참신한 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소미의 예의 바르고 기분 좋게하는 말투에 유나는 엉겹결에 그러자고 약속하고 욕, 말, 단어, 의 보고 국어사전을 펼친다. 


“신기하다, 신기해. 정말 많구나. 단어가 정말 많아. 내가 모르는 말이 이렇게나 많다니. 내가 그래도 열 살이나 먹었는데.”


소미가 욕을 필요로 한 이유, 호준이가 욕을 해댔던 이유, 유나가 욕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난 이유나 알아보자.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등자인물들이 너무 공식에 맞게 딱 떨어지는 말과 행동을 해서, 특히 유나가 작가의 아바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과는 달리 이 동화책을 읽고 요즘 너무나 흔한 멸칭에 비속어를 어린이 독자들이 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뭐랄까, 딱히 욕설은 아닌데 그 욕설의 아우라를 담뿍 담은 어휘를 거칠게 내뱉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말 같지도 않은 그건 어쩌면 BTS 뷔의 표현대로 '때'가 아닐까. 아, 뷔가 쏟아낸 그 말들도 결국 ... 그 예쁜 얼굴로 ... 그렇게 ... (아줌마 팬 놀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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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26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재밌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궁금해서 집어들 것 같은 책이네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거지만 욕을 다양하게(?) 하는것도 언어능력 같아요 표지에 쓰인 욕은 귀엽네요ㅎㅎㅎ

유부만두 2020-10-26 22: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언어능력을 고민하고 해법으로 삼는 이야기에요. 더해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푸는 방식에 대해서도요. 그런만큼 작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강하죠.

2020-10-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0-10-27 0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은 창의력입니다 ㅋㅋㅋ (전 고향이 전라도.. ㅎㅎ)

유부만두 2020-10-27 09: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느정도 상상이 가는데요?

2020-10-2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동동의 비밀 창비아동문고 310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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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가 새 동네로 이사왔다. 아니, 새 동네가 아니라 '옛' 동네라고 불러야 한다. 연동동은 정효가 잘 모르지만 정효의 옛 동네, 아빠가 살았고 할머니가 아직 살고 계신 동네다. 정효는 이 연동동으로 살러 왔다. 


정효는 혼자 왔다. 함께 살던 엄마는 직장 때문에 캐나다로 갔는데 정효는 자신의 결정으로 한국에 남았고 새 동네, 아니 옛 동네로 와 삼층집에 사시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된다. 이 책은 정효가 만나는 연동동의 이야기다. 네 장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는 제목 처럼 '비밀'을 열어보는 정효의 한 달 간의 동네 탐험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밝혔듯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얘길 하기가 어렵다. 정효의 이야기도 처음부터 다 보여주질 않는다. 정효가 할머니 댁에 간 첫날 밤부터 사건은 벌어지지만 정효는 섣부르게 자신이 '탐정'인양 으스대거나 떠벌리지 않고 관찰하고 증언하며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그 과정을 독자는 따라가면서 함께 연동동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효가 용감하며 예의바르다는 걸 알게된다. 


정효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착한 아이 역을 맡거나 주인공 티를 내지 않는다. 지나친 설명을 하지 않는 정효는 독자 스스로 새로운 인물과 새 사건을 천천히 이해하도록 놓아둔다. 쿨한 녀석. 요즘 활동 중인 숱한 어린이/청소년 탐정들보다 훨씬 성숙하다. 하지만 이 동네의 사건은 꽤 묵직하고 등장인물도 많다. 처음엔 정효 할머니 댁 삼층 건물 주민들, 그 옆 건물에 사는 쌍둥이 키우는 맞벌이 부부, 학교에서 정효의 앞 자리에 앉는 신주와 찬희, 활동적인 인찬 등. 반 아이들의 단톡방, 동네 마다 있는 편의점, 큰 개 송이, 그 옆의 오층 빌라 주민들과 수녀님들 숙소까지. 각 장마다 사건을 하나씩 품고 있는데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더니 마지막 장의 사건은 그 깊이와 관련 인물이 최고에 이른다. (사건도 두 개가 한꺼번에!) 그와 함께 정효의 이사가 갖는 다른 의미도 밝혀진다. 


한 달 동안 정효는 연동동을 조금씩 (그것도 사건과 함께) 알아간다. 그리고 이제 정효에게 이동수단이 생겼으니 정효의 연동동은 더 넓어지겠지. 아직 인사를 나누지 않은 주민들이 많이 남았고 그들의 사건도 기대된다. (특히 신주네 빌라 4층 동화작가님) 정효의 할머니도 새 컴퓨터를 마련하셨으니 연동동이나 서울에서 더 멀리 뻗어나가서 그동안 끊어졌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가실 준비가 되었다.


동네마다 초등 탐정소설 마다 있는 범인들의 틀을 벗어났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은 탐정단을 조직하지 않는다. 소문을 퍼뜨리는 대신 묻어두기도 하고 묻혀있던 것을 파내도록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사건 수사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너그럽게 돕는' 대신 함께 한다. 그냥 넘겨왔던 차별을 어쩌면 학대를 알아챈다. 그리고 '게으른' 해결 대신 (금지나 묵인) 부지런하게 그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읽으면서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단정 짓다가 천천히 그들의 사연을 알게되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 못참겠다. 한 마디만. 마지막엔 실종 혹은 살인 사건도 나온다. 여름밤에 딱 어울린다. 초등 고학년 쯤이면 이런 '하드 보일드' 접해도 된다. (오십 독자도 조금은 무섭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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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13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이 책도 천재 이현 작가님의 책이네요@_@; 유부만두님 극찬에 저도 읽고 싶어요!(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군요@_@;) 플레이볼의 작가였단 걸 이제야 알았다는(소근소근-_-;)

유부만두 2020-08-13 21:27   좋아요 1 | URL
플레이볼, 연동동의 비밀 모두 초등 고학년에게 좋은 독서가 될거에요.
다양한 가정, 직업, 연령층의 모습을 보여줘서 더 마음에 들어요. 초등 등장인물들이 너무 유치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추천합니다.
참, 이현 작가님은 롯데 팬이세요.

moonnight 2020-08-14 10:15   좋아요 0 | URL
작가님, 롯데 팬이시군요-_-;;; (괜히 시무룩해봅니다ㅎㅎ 롯데 팬분들 참 많지요@_@;)
 

여러 나라의 식습관과 급식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아요. 그러면서 어떤 먹거리가 우리 건강에 좋은지, 환경에 조금이라더 덜 해를 끼칠 것인지도 생각해보아요. 어른들이 이런 책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에게 읽게 한다는 건 자기들이 엉망진창으로 살아서 그런거에요. 맨날 맥주에 튀김에 단거 기름진거. 아빠 뱃살 좀 바바요. 


어린이 여러분,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골고루 채소랑 과일 먹고요, 제 철 음식을 먹도록 해요. 그렇다고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진 말고요, 종종 자주 외식이나 간편식을 먹는 걸로 해요. 그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에요. 우리 엄마들이 돌아서면 밥 때라고, 특히 코로라 시절이라 겨울 부턴 밥밥밥바라밥, 학교 급식도 없어지고 지난 달엔 그 식재료가 박스에 담겨서 쌀이랑 채소, 말린 나물 같은 것이 집으로 와서 얼마나 심란한지, 어린이 여러분 알아야 해요.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어요? 라고 묻지 않기로 해요. 엄마가 주시는 건 왠만하면 남기지 말아요. 어제 먹었던 밥상이랑 비슷한 걸 또 먹는다고요? 기분 탓이에요. 어제도 그제도 비가 왔잖아요. 식단은 어쩌면 시즌제로 가는 게 멋진 것 같아요. 국수를 너무 자주 먹는다고요? 오래 살라고 엄마가 기원하고 계시군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 옛날, 깜장 혹은 분홍 도시락통을 저녁까지 두 개씩 들고 다니셨으면서 엄마 아빠들이 왜 이토록 급식에 집착하는 걸까요? 지난 겨울 부턴 개학이 개학이 아니고 집밥이 어쩐지 급식이면서 급식이 아닌 지금이 서러워서 그럴 수도 있어요. 지난 학기 여러분 학교 급식 몇 번이나 먹었는지 세어 봤어요? 열 번? 안될걸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먹던 거 그립지 않나요? 사회적 거리두기 라지만 집에선 식구들 함께 모여서 밥 먹기로 해요. 엄마가 밥 먹자, 하면 게임 중이라도 딱! 끄고 유툽 보다가도 딱! 끊고 밥을 먹어야 해요. 급식 때 처럼요. 


여러 나라 급식 사진이 실린 이 책에는 뭐, 상황은 다르지만 집에 가서 점심 먹는 어린이들 이야기, 음식이 정말 귀해서 학교 급식이 더 소중한 나라 이야기도 있고요, 어린이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 청량음료를 퇴출 시킨 이야기도 나와요. 햄버거 피자가 몸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알면서 싸니까 단체 급식에 넣는 나라, 네, 그 큰 나라 이야기도 있어요. 참, 이 책에선 인도 급식이 야채가 많이 들어간 죽 같은 걸로 나오던데 모든 인도 학교에서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요. 인도 도시락 영화 두 편이나 봤는데 인도 어린이들이나 직장인들 삼단, 사단 쓰뎅 도시락 찬합에 점심도시락 싸던데요? 따뜻한 집밥 먹겠다고 전문 도시락 배달부들도 몇 천 명 있다던데요? 그들의 집밥 열쩡은 인도 날씨 만큼이나 뜨겁더라고요. 그 얘긴 나중에 할래요. 왜냐고요? 오늘도 집급식에 이 아줌마가 지쳐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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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8-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어요? 라고 묻지 않기로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문장을 제가 글자크기 30으로 출력해서 아이들 방에 붙이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아침에 부대찌게 끊였어요. 동서가 다담 양념으로 하면 먹을만하다고 해서요. 시작은 부대찌게인데 결론은 햄찌게가 되어버렸네요. 하하하.

유부만두 2020-08-12 12:51   좋아요 0 | URL
간편식이나 양념이 없었더라면 엄마들의 집급식이 더 힘겨웠을거에요. 양념 제조하는 회사들 감사요!
애들의 습관성 질문 ‘뭐 먹어요‘는 싫어요. 큰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압박감에 더해 짜증이 나기도 하거든요. 찌게를 아침에 든든하게 만드셨으니 단발님 댁은 점심 까지 무사하시리라 생각하고요... 저녁엔 뭐 먹어요? ^^;;;

라로 2020-08-1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 피자가 몸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알면서 싸니까 단체 급식에 넣는 큰나라에 살고 있는 저는 급식 안 먹이고 늘 도시락 싸서 보내는데, 제가 아니라 아빠가, 햄버거 피자랑 별로 다르지 않아요. ^^;; (양심 찔려하는 웃음이면서도 정말 학교 가게 되더라도 별로 달라질 일 없을 듯) 어쨌든 이 글 너무 재밌어요!!!ㅎㅎㅎㅎ

유부만두 2020-08-12 12:53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 아래 깔린 페이소스, 더하기 눈물과 짜증 바가지도 알아차리셨겠지요? 큰 나라에 사시면서 햄버거 피자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아이가 잘 먹어주는 메뉴를 골라야 하기도 하고요. 도시락 챙기기는 집밥 급식 못잖게 힘들겠네요. 어서 전염의 걱정을 덜었으면 좋겠어요. 과연...과연...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