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갔다가 웃기는 표지에 끌려서 앉은 자리에서 읽고 왔다. 


아이가 어딘가에 끼여있는 강아지를, 모기를, 펭귄을, 곰을, 스컹크를, 문어를 꺼내 풀어준다. 흰 강아지가 흰 구름에 끼인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엉뚱한 연결도 보인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 곳은 '방구 냄새'의 문방구 같은 말 장난도 있다. 문어발 골기퍼도 연상 가능하네. 


엄마 아빠가 싸운다. <알사탕>의 아빠의 속마음 사랑의 매 아니고 사랑의 잔소리 처럼 빼곡하게 엄마와 아빠는 서로의 일상 행동에 대한 지적을 하는데 둘 다 '집안 꼬라지'를 엉망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둘다 억울해 한다. 무술 동작을 닮은 엄마 아빠의 지적질하는 옆 모습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있다. 바로 이것이 싸움의 원인이었다. 


보통의 동화/설화 구조라면 아이가 여지껏 구해주었던 동물과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이 작업에 함께 하겠지만 이번 책에서는 아이가 혼자 씩씩하고 슬기롭게 끼인 그것을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엄마 아빠 사이에 끼기에 제일 어울리는 자신이 그 곳에 낑가들어간다. 


이야기 끝에는 아까 풀어주었던 동물들이 다른 물건에 끼어서 아이네 집 앞에 줄 서 있다. 나 좀 빼도... 끼인 것들 뺄 일은 끝이 없다. 아이는 내일도 모레도 바쁘겠지. 


이야기는 뻔하고 문장이나 설정도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림이 매력적이다. 장난스러우면서 약간 불량해 보인다. 착한 아이 그림책 아니고 뭔가 껄렁해 보이고. 엄마와 아빠도 어른이랍시고 나서서 가르치는 대신 말썽을 부리고(싸우고) 있다. 이러니 우리의 어린이 주인공이 다 해결하고 도와야 한다. 아휴 바뻐, 근데 나 없으면 우리 엄마 아빠 어쩌겠어, 라는 책임감과 자신감이 아이의 큰 눈과 두 뺨에 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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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0-3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좋아합니다. 여기에 꼭 적어놓고 가리 ㅋㅋㅋㅋㅋㅋㅋㅋ
 

6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여름, 마거릿네 가족은 뉴욕 맨허튼에서 뉴저지로 이사한다. 뉴요커 친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아파트 대신 마당이 있는 교외지역에서 새 친구들도 사귀며 적응하는 마거릿. 주말이면 교회나 시나고그로 가서 신앙 생활을 하는 “평균” 미국인과 다르게 마거릿의 가족은 무교다. 그래서 자유롭게 혼잣말 처럼 (어쩌면 상상친구 대하듯, 안나가 일기장에게 하듯) 마거릿은 하느님께 속내를 털어놓는다. 개신교 집안 엄마와 유대교 집안 아빠가 결혼 이후 각자의 가족과 어떤 갈등과 결별을 겪어왔는지, 친구 오빠의 친구를 보면 맘이 어떤지, 같은 반의 키크고 성숙한 친구에게 갖는 묘한 적대감은 어떤 느낌인지.


실은 6학년 마거릿은 2차 성징과 터져오르는 호기심을 온 몸과 맘으로 또래들과 아슬아슬하게 겪는 중이다. 이것만 해도 버거운데 종교와 신앙을 학교에서 탐구 주제로 삼아 교회나 시나고그를 갔더니 열렬하게 전도하는 사람들, 양가 조부모님들은 흡사 종교 전쟁을 시작하는 것 같고, 주위의 남학생들의 저질 행동과 소문은 참기 어렵다. 마거릿의 나날은 바람 잘 날 없이 태풍 속으로 착착 걸어가는 것만 같다. 솔직히… 이 책은 부모들 마음을 조마조마 꽤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데…

이 책은 6학년 아이의 생활 속, 마음 속, 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모습을 위험하리만치 직설적으로 그려내지만 그 해법을 강요하지도, 뻔한 화해를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그 덕에 어린이/청소년책의 대가 주디 블룸의 1970년 (미국) 최우수 어린이 도서는 위험한 책 “금서”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책의 마지막에도 마거릿은 온갖 갈등의 원인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어른도 마거릿에게 섣부른 조언을 할 수 없다. 대신 아이의 힘을 믿고 지켜보자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조금은 내려놓는다.

드디어 이 책이 53년이 지나서 영화로 나온단다.



내가 하느님에게 실제로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엄마아빠는 아직 모른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하느님에게 말을 건다는 이야기를 하면 두 분은 내가 광신도나 된 줄 아실 거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걸 비밀로 했다. 나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도 하느님에게 말할 수 있다. 그래야 할 때에는, 엄마는 ‘하느님‘ 이란 사람들의 멋진 착상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 P28

하느님, 거기 계세요? 저 마거릿이에요. 교회에 갔다 왔어요. 하느님, 그 곳에서도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했어요. 뭔가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저에겐 왜 그곳이 하느님과 별관계가 없는 것같이 느껴질까요? 다음번에는 더 열심히 노력할게요.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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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4-22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하나님에게 혼잣밀이라요. 이건 극도의 신심이 아니면 불가능한데ㅋㅋㅋㅋㅋ 저 이 책 찾아봐야겠어요^^

유부만두 2023-04-23 11:19   좋아요 0 | URL
신심... ㅎㅎㅎㅎ
어린이 도서지만 타부를 정면에서 다루는 책입니다. 추천해요!
 

초등학교 도서관의 '부적절한' 도서에 대한 학부모 의견에 학교 이사회는 해당 도서 (처음엔 시리즈 제외 10권)의 대출 및 교내 이용을 금지한다. 이 결정은 정식 회의와 검토라는 절차마저 무시하고 '학생들의 올바른 정서 함양과 성장을 위해서' 급하게 이루어졌다. 그 금서 목록 중 하나는 바로 <클로디아의 비밀>이다. 어린이가 가출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 까지 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렇게 보자면 세상의 모든 어린이 책은 나쁜 행동의 씨앗을 품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뽀인트이기도 하고. 


<클로디아의 비밀>을 너무나 좋아해서 여러번 대출해서 읽는 초등 4학년 에이미 앤은 학교의 이런 도서 금지 결정에 반발한다. 하지만 워낙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라 처음엔 조심스럽게, 그리고 차츰 용감하게 자신만의 그리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학교 결정에 맞선다. 그 과정 중에 오해와 갈등 그리고 납득이 가능한 타협을 이룬다. 어린이 책의 판타지 같이 과한 일탈과 어른/어린이 적대감만 그려대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따지고 보면 가출해서 박물관에서 숨어 지내는 클로디아의 이야기야말로 위험천만하다) 사실 주인공 에이미 앤은 집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으려 애쓰는 중이라 클로디아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있었다.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보통은 엄마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이번 책은 나도 모르게 어린이 주인공과 그 친구들에게 (어쩌면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고 말았다. 그런 '위험한 책'을 읽고 성장한 어른들이 허술하긴해도 얼마나 다정한지 보여주는 이야기라 좋았다. 조금 용기를 내서 나도 이 책에서 소개된 위험한 책들을 좀 읽으려고 한다. (그중 다수가 번역되었는데 이 책 안의 제목이 번역서의 제목과 다른 경우가 많다. 정확한 출판사/역자 이름과 함께 따로 목록을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가 바로 어제 그 결정이 번복되었다"(하지만 아직 수십 권의 책은 금서 목록에 올라있다)는 우리나라 80년대 민주항쟁 이야기부터. 김현숙 작가의 이 책은 폭력과 선정성 (특히 공권력인 경찰을 때리는 장면, 고문 취조하는 장면, 한컷 지나가는 에로 영화 장면 등)의 묘사 때문에 청소년 대상 금서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금서 지정에 목소리를 높인 주지사는 책을 읽지 않고 리뷰만을 근거로 결정한 것 같다고.


Florida Ben & Jerry's digs DeSantis with 'Free Scoop and Banned Book Day' | Fox Business 


위 링크의 뉴스를 읽으면 '위험한 도서관'의 에이미 앤과 그 친구들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위험한 책'들이 얼마나 익숙한 표지들인지 놀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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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3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로디아의 비밀 ㅎㅎ 전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는데 아이는 좋아했었어요 :) 우리나라 80년대 민주항쟁 이야기는 뭘지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3-04-13 22:10   좋아요 2 | URL
클로디아의 비밀 아시는 분 ㅋㅋㅋㅋㅋ 전 오늘 처음 만났어요.

잠자냥 2023-04-13 22:43   좋아요 2 | URL
단발 님 저도 있어요. 전 좋아하는 책이라는 ㅋㅋㅋㅋㅋ (지금 보니 제가 클로디아의 비밀 첫번째 마니아네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4-13 22:46   좋아요 3 | URL
마니아 1위시라고요? 아, 유부만두님 & 잠자냥님 픽이라니… 오늘밤에 신세계 열리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4-14 06:40   좋아요 2 | URL
클로디아의 비밀, 저도 아이 때문에 알게 되서 읽었어요. 전반부 보다는 후반에 클로디아가 박물관의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단발님/ 어린이 책의 클래식 오브 클래식입니다. 추천. ^^

건수하 2023-04-14 08:34   좋아요 1 | URL
언젠가 박물관에 이 책 들고 가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3-04-13 2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바로 찾아봤더니 <비밀 독서 동아리> 근처 도서관에 있는데 대출중이네요. 일단 예약을 걸어두었습니다.
위험한 책들 읽기 프로젝트, 너무 멋있어요!!

유부만두 2023-04-14 06:42   좋아요 1 | URL
어제 읽었어요. 작화나 이야기 전개가 좀 투박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단발님 읽으신 담에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잠자냥 2023-04-13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클로디아의 비밀 저 엄청 좋아해요! ㅋㅋㅋㅋ 우리 집에 있습니다! 조카에게도 안 주는 내 책 ㅋㅋㅋㅋ

건수하 2023-04-13 22:49   좋아요 2 | URL
오 잠자냥님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어릴 때 봤으면 더 좋아했을 것 같아요 ㅋㅋ 저는 그… 목욕하는 장면이 좀 싫었어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3-04-14 06:44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의 리뷰 읽은 기억나요. 책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조카에게 안 주는 책! ㅎㅎㅎ

수하님/ 저도 그 목욕 장면 싫었어요. 아무리 옛날 배경인 이야기지만 애들이 그렇게 지내는게 ...
 

떡집 시리즈를 잊지 않고 읽고 있다. 


이번 이야기에는 표지에서 처럼 고양이 둥실이가 등장한다. 


길고양이 출신 둥실이는 (첫만남에 고구마를 먹었네??!!) 부른 배를 하고 여울이네 집에서 살게 되었다. 아기 고양이 셋은 다른 집에 입양 보내고 '아무도 원하지 않아서' 여울이네 남았다. 


그런 둥실이가 아프다. 슬픔과 걱정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울이. 


....



그런데 이런 저런 세부 사항들이 눈과 마음에 걸린다. 


고양이를 산책 시키다니? 그림에 하네스 까지 보임. 

학교 가는 길에 떡집에 가나요? 그리고 다시 집에 오다니? 

자꾸 지각하는데 엄마는 모르고 있나봐요?

잘 모르는 '사람 음식, 떡'을 고양이에게 주나요? 

(쇼세키 고양이 떡 먹으려다 고생한 거 생각남)

꼬랑지는 왜 맨날 맨발이에요? 

어쨌거나 꼬랑지가 만들어 둔 떡을 먹는 설정인데 자꾸 위생 걱정이 앞서고요.


둥실이의 마지막 소원이나 인사는 전래동화 느낌이기도 한데 

이야기 안에서는 무엇이나 가능하다지만 

떡집 시리즈가 조금 걱정됩니다. (니가 왜, 라고 한다면 할 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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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1-13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떡집 시리즈가 끝없이 나오는군요…
저희 아이는 중간에 졸업해 버렸어요.
(아직도 재미가 있나…)

유부만두 2023-01-13 11:34   좋아요 1 | URL
점점 재미가 떨어져요. 그래도 의리로 읽고 있습니다;;;

2023-01-13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4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구마 찌면서 고구마 책을 연달아 읽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고구마들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다들 고구마의 뛰어난 소화제 효력을 강조하며 대단한 방귀를 노래한다. 과연??

고구마 책들이 재밌구마! 고구마 맛있구유. 작가 이름이 글씨, 사이다유! 두 책이 함께 셋뜨유. 같이 고구마 먹으면서 읽으면 재미가 (냄시도) 곱절이유. 아주 어린 아가들이랑 같이 읽으면 꺄르르 넘어갈꺼구마! 우리집 고등학생도 좋아했슈. (난 호박고구마 보다 밤고구마가 좋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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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1-12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고구마로 예상됩니다. 김치랑 먹으면 너무 맛있겠네요.
저도 내일 점심은 고구마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1-12 21:48   좋아요 1 | URL
밤고구마 맞아요! 반은 두유랑, 반은 물김치랑 먹었어요. 집에 사이다가 없어서요. 이제 내일은 온식구들이 붕붕거릴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바람돌이 2023-01-12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밤고구마파!! ^^

유부만두 2023-01-13 08:23   좋아요 0 | URL
적당히 퍽퍽하고 적당히 물렁한 밤고구마!

페넬로페 2023-01-12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자보다 고구마 좋아합니다.
저는 호박고구마파예요.
낼 점심엔 고구마 쪄야겠어요^^

유부만두 2023-01-13 08:24   좋아요 1 | URL
호박고구마도 은근 매력있죠. (그래도 밤고구마 포기 못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