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400. 공포의 맛 (김남중)


지난번 읽은 `위험한 갈매기`는 작가의 의도가 강렬해서 이야기 자체를 즐기기 어려웠다. 반면 이 단편집 `공포의 맛`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이야기의 맛이 담겨있다. 사건이 벌어져도 갑작스럽지 않고 선악의 구조도 단순하지 않다. 모두 산과 호수, 자연과 마을을 배경으로 생기는 일들이라 편안한데 이야기는 긴장감 없이 읽히지 않는다는 게 매력적. 별일 없이 결말나더라도 허무하지 않고 세련된 작가의 솜씨를 확인하게된다. 표지 그림 속 동물이 토끼란 걸 알고 살짝 웃었지만. 멋진 동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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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400.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정창권)

영조때 활약했다는 조생, 혹은 신선 같은 존재였다 해서 조신선은 책장수였다. 그의 이야기를 책의 역사와 함께 담았다. 조신선을 보니 옛날 대학 다닐 때 월부 책을 팔고 다니던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1학년 때 보던 아저씨는 신기하게도 우리들 과와 이름을 외웠고 시위로 학교가 시끄러우면 어디로 나가야 전철을 타기 쉬운지도 알려주곤 했다. 4학년때 아저씨한테서 50권 전집을 샀는데, 다 읽지도 못했다. 조선 후기 한글 소설을 좋아하던 '살림도 내팽겨친' 여자들 이야기도 나온다. 하하하.

 

349/400. 다락방 명탐정 (성완)

명탐정 시리즈 3권이 얼마전에 나왔다. 막내가 아주 좋아하는데 나는 별로였다.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이 너무 엉성하고 외국 어린이책 번역 느낌이다. 하지만 막내에겐 '엄마도 지인짜 재밌게 읽었어!" 라고 거짓 리뷰를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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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400.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사두고 읽지 않은 책 중 한 권. 그동안 안 읽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내 특별한 상황이 책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에서 네 번째 퇴학을 당한 홀든, 그가 학기말보다 며칠 먼저 토요일 밤에 학교 기숙사를 나와버린다. 집에는 가기 싫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데, 그 전에 귀여운 막내 피비를 만나야만 했다. 주위엔 온통 위선을 떨고 멍청한 인물들 뿐이고 모든 것이 싫고 혐오스러운 주인공 홀든. 그가 혼자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 체크인 하는 호텔, 찾아가서 만나는 옛 학교 선생님, 모든 상황이 아슬아슬하다. 몇 번이나 홀든이 가방을 뺏기고 얻어맞을까봐, 총에 맞거나 사고에 연류될까봐, 피비까지 다치게될까봐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홀든의 심경은 달라진다. 지금 큰 아이의 나이인 홀든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우울증을 앓는 그 아이의 엄마인지도 모르겠고 버럭거리는 아빠인지도 모른다. (얼마전 읽은 Goldfinch에 나오는 Andy네 가족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허세떨며 어른 행세를 하는 큰 형일지도. 퇴학이 뭐 대수겠어, 넌 겨우 열여섯인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얘야, 그 술집에서 나와라, 얘야, 그 밤거리를 혼자 걷지마라, 그 엘리베이터 보이의 말에 걸려들지 말아라..... 그러다보니 구부정한 등으로 책상에 앉아 수학문제를 푸는 내 아이가 보였다. 그깟 수능, 그깟 대학. 다시 가슴이 갑갑하다. 하지만 이건 하나의 과정이지 종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들은 계속 그 자리에 두어야만 한다. 저렇게 유리 진열장 속에 가만히 넣어두어야만 한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난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었다. (165)

 

그리고 나서 난 그곳을 나왔다. 그런데 정말 웃긴 일은 그 여자가 내게 <행운을 빌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펜시를 떠날 때 스펜서 선생이 내게 한 말과 똑같았다. 어딘가를 떠나는 사람에게 <행운을 빌어요> 같은 말을 하는 건 정말 싫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울해지고 만다.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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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10-1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대입이 인생의 과정일뿐이란 생각이 들어요. 공감해요. 학교 그만두겠다고 하는 놈이라,, 대학은 커녕 고등학교 다니는 것도 감지덕지합니다!

유부만두 2015-10-17 21:52   좋아요 0 | URL
아... 이제 이십여일 남은 수능. 지겹지만 통과의례라고 생각해. 힘들지만 버텨보려고.
 

346/400.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오래전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속 메타뽀레를 이야기하던 노시인과 순박한 시골 우편배달부의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원작인 소설을 처음 읽었다. 노래처럼 리듬감있게 흐르는 대화, 슬프지만 해학적으로 그려낸 장면들이 칠레의 어두운 정치사와 함께 펼쳐진다. 잠시 검색해본 칠레의 역사는 어째 낯설지가 않다. 검은차를 타고 끌려가는 마리오라니. 영화의 우편배달부는 모태솔로 노총각인데 소설 속 마리오는 열일곱 피끓는 청년이다. 그가 한눈에 반해 온갖 메타뽀레로 사랑을 구하는 상대는 베아트리체. 이 두 연인의 사랑이야기 만큼이나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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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1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포스티노>는 정말 너무 아름다운 영화였죠. 마리오 역을 했던 배우가 잊혀지질 않네요. 그 영화 찍고 얼마 안있어 세상을 떠났다 하니 더 슬픈것 같았어요.
영화보고 너무 좋아서 책을 구입했는데 아직 못읽고 있었어요. 근데 며칠전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에서 이 책을 읽어주길래 다시 새록 새록 기억이 돋아난 참에 유부만두님 리뷰를 만났네요^^

유부만두 2015-10-15 13:16   좋아요 0 | URL
저도 김영하 낭독 듣고 생각나서 읽었어요. 뒷부분은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좋네요. 추천이요~ ^^
 

345/400. 엄마 사용법 (김성진)

 

불편한 동화다. 엄마 없이 아빠와 둘이 사는 현수는 생명장난감으로 '엄마'를 주문한다. 엄마는 감정이 없이 청소,빨래,아이 뒷바라지를 하는 용도로만 쓰일 장난감으로 제작되었다. (그럼 인간 아빠와 생명 '장난감' 엄마는 어떤 사이가 되는건가?)  하지만 이 엄마는 제작 과정에서 현수의 핏 방울이 스며들어 감정을 가지게되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지만, 역시나 불편하다. 장난감으로 여기고 반려동물을 험하게 다루는 사람들도 연상되고, 불량품을 수거해 생명을 끝내버리는 나치같은 파란 경찰관들은 '깡통소년'에도 나온다. 소년으로 읽을 때보다 더 불편한 건 왜일까. '엄마'의 용도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려내서 그럴까. 아니면 과격한 설정과 급한 전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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